생각의 기술 - 바로 써먹는 논리학 사용법
코디정 지음 / 이소노미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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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공통의 머리 구조란 생각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지식과 소통은 머리를 쓰는 일이며, 이 책은 우리 머리 안의 논리 세계를 보여주어 모든 사람의 머릿속을 시원하게 해 줄 것입니다.

일상생활에 논리가 필요할까? 컴퓨터를 배우거나 수학 공부를 할 때가 아니면 논리는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으로 논리란 내 스스로 내 머릿속을 정리하는 도구인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이때의 생각은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가지고 있는 머리로 한다. 생각하는 학문을 철학이라고 한다. 이 철학의 기본이 논리다. 논리란 한마디로 생각하는 기술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생각의 기술(The Art of Thinking)>인 것 같다.

나는 이 책 소개를 읽다가 논리적으로 독서하는 방법과 글을 쓰는 스킬을 배워 보려고 읽게 되었다. 책은 그냥 읽으면 되는 거지 논리적으로 독서하는 방법이 있나? 있다. 논리적인 글쓰기란 어떤 것일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쓰기이다. 이 책을 읽으니 바로 논리적인 독서를 하게 된다거나 논리적으로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본을 알게 되니 생각을 할 때 자꾸 왜라고 스스로 질문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늘 뿌연 내 머릿속 안개가 걷힌 느낌이다.

생각의 단위는 단어다. 그래서 논리학에서 쓰이는 단어를 내가 이해한 것만 정리해 보았다.

논리학은 철학은 물론 우리 사회와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학문인 인문학과도 관계가 깊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논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어떻게 생각이 탄생하고 도약하는지를 보여준다. 논리로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논리는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생각의 도구다.

논리를 알면 소통하는 데 유리하다. 더 잘 생각하고, 더 잘 듣고,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주의 본질을 알기 위해 고민하지 않는다. 현재 나에게 닥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사소하고 작은 문제로 고민한다. 이때 논리력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개념은 단어와 같은 말이다. 논리학에서는 내 머릿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내는 단위를 개념이라고 한다. 나는 '아일릿'을 처음 들어봤다. '아일릿'에 대해서는 '개념'이 없다. 하지만 '나훈아'는 안다. 나훈아에 대해서는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나훈아의 테스 형이라는 노래가 좋다. 주어는 나이고 술어는 좋다이다. 이렇게 주어와 술어로 된 문장 명제 또는 판단이라고 한다. 이것이 생각이다. 그러나 내가 만든 이 문장은 명제가 아니다. 명제는 참인지 거짓인지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참인데 다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면 명제가 아니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이 문장은 명제다. 누가 판단해도 참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하려면 무엇인가가 필요한데 그것을 대상(object)이라고 한다. 생각이란 대상을 판단하는 것이다.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들, 엄마 생각, 바다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이미지 같은 것들은 표상(representation)이라고 한다.

분석명제(Analytic proposition)란 맨 앞에 있는 주어를 분석하는 문장이다. '한국어는 한국 사람의 말이다'에서 한국어란 무엇인지 분석하기만 하면 A=A가 되는 것이다. 주어를 분석하거나 정의하는 문장이다.

종합명제(Synthetic proposition)란 두 개 이상의 단어가 종합(연결) 되었단 뜻이다. '야채값이 폭등했다'에서 야채값을 아무리 분석해도 폭등과는 상관이 없다. 서로 독립된 개념이다. 이런 것을 종합명제 또는 종합판단이라고 한다. 종합은 단순히 2개 이상의 단어를 하나로 연결했다는 뜻밖에 없다.

생각이란 단어로 구성된 문장이고 이 문장을 명제나 판단이라고 한다. 이런 판단을 할 때 새로운 생각이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생각의 도약이 추론이다. 추론에는 연역법과 귀납법이 있다. 연역법의 대표적인 것이 삼단논법이다. 연역의 한자는 연기할 연(演) 자에 얽힐 역(繹) 자인데 실타래가 얽힌 것을 풀어내는 모습을 나타낸다. 원래 실타래가 있는데 그것을 풀어내 뜨개질을 해서 목도리를 만들듯 새로운 것을 찾아낸다는 의미 같다.

귀납의 한자는 돌아갈 귀(歸) 자에 넣을 납(納)이다. 여러 가지 현상을 관찰하고 공통된 특징을 찾아 일반적인 결론으로 돌아가서 받아들인다. 즉 오렌지의 모든 종류를 다 관찰한 후, 모든 오렌지는 둥글다고 결론 내리는 것이다.

연역 추론(Inductive Reasoning)은 대전제, 소전제, 결론의 구조를 갖는다. 대전제란 생각의 토대이며, 소전제에서 결론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도약을 결정한다. 소전제는 지금 여기에서의 판단이다. 추론은 소전제로 시작하며 대전제는 스스로 나서는 게 아니라 소전제를 매개로 나타난다. 우리가 핵심 주장을 할 때 팩트 체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견해 차이나 논쟁의 본질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 대전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귀납 추론(Inductive Reasoning)이란 경험에서 어떤 원리를 생각해 내는 추론이다. 연역 추론과 달리 대전제가 없다. 주장하기 위한 추론이 아니라 대전제가 될 만한 원리를 찾는 추론이다.

변증(dialectic)은 한자로 말다툼할 변(辯)에 증거증(證)을 쓴다. 말다툼을 통해 증명하는 것, 상대가 제시한 근거가 대전제와 모순됨을 증명하는 것이다. 머릿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대전제들끼리 우선순위 다툼이 벌어진다. 변증은 기존 대전제에 모순을 일으켜 오류를 발견하는 것이다.

대립되는 대전제의 충돌을 조정하는 조정자로서 유명한 사람이 테스 형, 소크라테스다. 그는 두 견해를 모두 들으며 오류를 함께 발견해서 양비론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대전제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이것이 '소크라테스의 변증'이다. 양비론이란 양쪽이 아닐 비(非), 옳지 않다는, 둘 다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이때 상대방의 대전제를 잘 모르면 함부로 반론하지 말고 그 사람의 대전제를 탐색하면서 조심스럽게 반응해야 한다. 감정이 개입되면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타인을 설득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사학(Rhetorica)을 가르쳤다. 수사학의 3요소는 에토스(Ethos / 좋은 태도), 파토스(좋은 심리 / Pathos), 로고스(좋은 논리 / Logos),이다. 좋은 태도는 형식적인 성격을 갖는다. 좋은 심리란 상대방 중심이다. 상대가 짜증 난 상태라면 그 짜증에 공감하는 표현을 하고,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은 상태라면 그런 심리에 공감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 좋은 논리만으로 설득에 성공할 수 없다. 좋은 태도와 좋은 심리도 함께 활용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데 성과가 적은 사람들은 생각의 집합이 쓸데없이 크다. 중요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려 애쓰느라 시간을 낭비한다. 그리고 그 낭비에 대한 보상 심리 때문에 고집이 생긴다. 그래서 생각의 크기를 줄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와 반대로 성과는 뛰어나지만 반복되는 인생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기존 지식으로는 문제의 해결법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생각의 집합을 키워야 한다. 생각의 집합이 작은데 거기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니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이나 강의로 집합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생각 자체는 그대로 두고 생각의 크기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훨씬 실용적이다.

책의 본문 사이사이에 있는 부록인 '쉬어가는 논리 여행'은 논리학 Q&A와 논리적인 독서법과 글쓰기, 그리고 논리학이 주도하는 철학의 계보로 되어있다. 나에게는 논리학과 형이상학, 존재론, 윤리학, 경험주의, 인식론, 실존주의, 유물론 등에 대해 쉽게 설명해 놓은 철학의 계보가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앞으로 철학 책을 읽을 때 조금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실제 세계에 쓸모가 없다면 제대로 이해한 논리학이 아니다.

우리는 논리를 통해 타인과 소통한다. 논리적이면 소통을 잘하는 것이고 논리적이지 않으면 소통을 못하는 것이다.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타인의 공감을 얻고 능력을 인정받는다. 나는 논리적이지 않고 내 느낌으로 말하는 주먹구구 식이여서 늘 설득을 하지 못하고 설득을 당하며 살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남들의 말을 좀 더 잘 듣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을 많이 해서 소통을 잘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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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청소년판)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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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어떤 서평에서 이 책은 일단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는 후기를 읽었다. 추미스도 아닌 청소년 소설인데 설마 그럴 리가? 했는데, 정말 밥 먹는 것도 미루고 세 번째 작가의 말까지 다 읽고서야 멈췄다. 아직도 왜 멈출 수 없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러니까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하면 큰일 난다. 다음날 출근하거나 학교를 가야 하는 분들은 꼭 휴일을 이용하자.

왜 이 책이 100만 부 이상이 팔렸는지 읽어 보면 이해가 간다더니, 읽어보니까 진짜로 이해가 간다. 책 읽기 싫어하는 학생들도 이 책은 읽기 시작하면 못 놓을 것 같다. 어른이 읽어도 재밌고 학생들이 읽어도 재밌다는 남들 말이 어쩜 이렇게 다 맞는지. 내 독서 인생 1년여 만에 이렇게 내 의견과 남들 의견이 일치한 책은 처음이다. 내게 흐른 시간은 잠깐이었는데 한 아이의 엄청난 삶이 지나갔다.

이 책의 주인공은 선윤재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엄마와 할머니를 잃었다. 주인공은 웃지 않는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다. 윤재는 알렉시티미아(Alexithymia), 즉 감정 표현 불능증이다. 표현 불능이라고 해서 표현을 못 하는 건 아니고 잘 느끼질 못한다. 사람의 뇌에 있는 편도체의 모양이 아몬드를 닮았다고 해서 편도체를 아몬드라고도 부른다. 이 편도체의 크기가 작고 뇌 변연계와 전두엽 사이의 접촉이 원활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했다.

<아몬드>는 이 감정 표현 불능증인 윤재가 우여곡절 끝에 회복되어 가는 여정을 그린 감동 소설이다. 아몬드는 제 기능을 못하는 윤재의 편도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엄마가 사다 준 모든 종류의 먹는 아몬드도 아몬드다. 아몬드를 먹으면 이 병이 좀 나을까 하는 엄마의 마음, 내 자식에게 좋은 것은 다 주고 싶은 마음, 이 아몬드는 곧 사랑이다.

책 속에서 윤재가 말한다. '내가 먼저 뭔가를 원한다거나, 하고 싶다거나, 어떤 것을 좋다고 표현하는 일들이 힘들다. 내가 전혀 먹고 싶지 않은 초코파이를 보며 먹고 싶다고 말하는 것, 나도 달라며 미소 짓는 것, 약속을 어겼을 때 왜 그랬냐고 따져 묻는 것,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것' 이런 평범한 것들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좋아하는 것도 없고, 원하는 것도 없고, 화내는 일도 없고, 웃는 일도 없다. 두려움이나 공포심마저도 없다. 윤재 엄마는 이런 사실들을 남들에게 너무 솔직하게 말하면 상처를 준다고 알려줬다. 나는 솔직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상대에 맞게 적당히 조금만 솔직해야 하는 것이다. 나도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 판단하기 어려운데 윤재에게는 얼마나 어려웠을까?

엄마의 이름은 지은이다. 할머니가 부를 때마다 멋들어진 글자를 지어내라고 붙여준 이름이다. 자식 공부 시키려고 평생 떡을 팔아 왔는데 자기 공부는 못하고 헌책 장사를 한다며 할머니는 투덜댔다. 이런 투덜댐과 엄마의 잔소리가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이 느껴져서 나도 엄마 생각이 나 가슴이 먹먹했다. 자식이 아무리 못나도 부모에게는 너무나 소중하다.

눈이 펑펑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날 웃었다는 죄로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고 할머니는 돌아가신다. 그런데 윤재는 슬픔을 느낄 수가 없다. 내가 이런 일을 겪었다면 충격 때문에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쩌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선윤재의 반에 윤이수라는 학생이 전학 왔다. 살인 빼곤 다 해봤을 거라는 학생이다. 윤이수는 어릴 때 놀이공원에서 엄마를 잃어버리고, 희망원이라는 시설에 있을 때 스스로 곤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너무 어릴 때 미아가 되어서 자기의 진짜 이름을 모르니까. 곤이 엄마도 아들을 잃은 충격으로 병을 얻어 죽고. 다 커서 만난 교수 아버지와는 사이가 안 좋다.

곤이가 윤재를 폭행한 사실로 정학을 먹고 진짜 아빠 윤 교수는 어렵게 찾은 아들을 두 번이나 때리고 후회한다. 내가 바라던 모습의 아들이 아니어서 열받아서 때린 것이 아닌가 싶다. 윤재는 속상하다고 그렇게 찾던 아들을 때리고 후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숫제 만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아버지의 고백을 듣는다. 나도 나 때문에 속 썩었을 부모님 심정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어떤 시인이 왜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맞은 사람은 쉽게 잊겠지만 때리는 부모는 평생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곤이가 돈을 훔친 범인으로 몰렸을 때 윤재가 무조건 친구를 믿어주었다면 곤이는 아빠와 조금씩 잘 적응을 해 갔을지도 모른다. 윤재는 너무 솔직하게 자기도 남들과 똑같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족이든 친구든 무조건 내가 아는 사람 편을 들어줘야 한다는 것을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 편을 무조건 먼저 들어줘서 그 사람이 적어도 이 세상에 한 명은 내 편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다음,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란다. 윤제는 이런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곤이 편을 들어주지 못한 것 같다.

윤재 할머니가 사랑 애(愛) 자를 쓰면서 정의한 사랑이 기억에 남는다. 사랑은 예쁨의 발견이라고 하셨다. 애(愛)의 윗부분을 쓴 할머니는 그다음에 있는 우리 가족을 나타내는 점이 세 개 박힌 愛를 완성시켰다던 윤제의 말이다.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은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예쁨을 찾아내려 애쓰라는 말이 아닐까. 아무리 미운 사람도 억지로 막 찾다 보면 이쁜 구석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만나는 모든 사람의 예쁨을 발견하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윤재가 타고난 장애에도 불구하고 우정과 사랑을 찾았던 진심 어린 마음은 병의 회복은 물론 엄마뿐 아니라 많은 친구들까지 선물해 준다. 세상은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해서 더 아름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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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을 찾는 법 - 세인트 저메인의 제자가 된 애견 미용사
박근영 지음, 박경옥 그림 / 지식과감성#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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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키의 빛을 받는다면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사랑 속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근원의 빛은 사념체를 용해하여 순수한 빛으로 돌려놓고 사념체가 있던 자리에 높은 의식인 사랑의 빛을 넣어줍니다.

'상승 마스터 세인트 저메인의 제자가 된 애견미용사' 라는 부제가 붙은 < 현존을 찾는 법>은 모든 사람들에게 현존(I AM)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나는 예전에 읽었던 책 <나의 스승 레이디 마스터 펄>에서 세인트 저매인을 들어봤다. <세상은 있는 그대로 완전하다>라는 책으로는 자신의 전생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호오포노포노>도 정화를 한다는 의미에서 이 책에서 나오는 레이키의 빛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기(氣) 치료라고 할 때의 기와 레이키가 비슷한 건가? 기도 모르고 레이키도 모르지만 예수님과 부처님도 밝은 빛이 난다고 했고, 천사들도 빛이 난다고 하고, 빛이 있기는 한 것 같다. 옛날에 엄마 손 약손이라면서 아기 배를 문지르면 아기 배 아픈 것이 신기하게 나았다고 하는데 이것 역시 우리 몸속에 모두 다 빛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 책은 저자와 네일숍을 하고 있던 친구 경옥에게 일어난 경험담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주어서 믿을 수는 없지만 믿음은 갔다.

보통 영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옆에 친구가 있어도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산다고 한다. 내 생각을 말하면 사이비나 길거리의 '도를 아십니까'처럼 매도하기 때문에 침묵이 일상인 것이다. 나도 도를 아십니까?를 따라가 본 적이 있다. 결국 과거의 조상님들을 운운하며 크게 굿을 하지 않으면 화를 당한다고 협박을 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느낌이었다.

저자는 이집트 시절에 힘든 노역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고, 조선시대에는 가정을 돌보는 일에서 도망을 가고 싶어 했는데, 현생에서는 강아지 미용 일을 27년 동안 하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그 일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이것으로 이번 생에 마침표를 찍고 졸업을 하게 되었다. 책과 글로 아는 것을 온몸으로 알아야 마침표를 찍게 된다. 이 부분은 나도 어떤 느낌일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남들이 암만 사기를 당해도 어떡하냐고 말로만 하지 진심으로 걱정해 본 적은 없다. 하고 싶어도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남의 일에 가슴이 아파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직접 사기를 당해보니 가슴이 부르르 떨리고 정말 지옥이 따로 없었다. 이 책에서 나온 대로 전생에 내가 남에게 사기를 쳐서 그 고통을 느껴보라고 이번 생에 이런 경험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훨씬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어른들이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업보라고 했던 것 같다.

현재 자신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과거에서 찾을 수 있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과거의 어느 시대 때 아픈 경험을 해서 그것이 지금 내 몸에 새겨진 것이라고 상상해 보면 되겠다. 그냥 보기만 해도 느끼하고 싫은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과거의 나와 어떤 연관이 있어서 지금 내가 싫어하는구나 알아차리니 훨씬 미움이 덜하다. 전생과 연관을 지어서 생각해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전생에 나 자신이 했던 행동을 우주는 이번 생에 똑같이 행동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보게 했습니다. (p.151)


이유도 모르고 삶이 계속 한자리를 맴돌고 있다고 느꼈던 저자는 내면에서 영적 성장을 간절히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생에서부터 의식 성장을 갈망하는 사람이었던 것. 나는 삶의 목적이 뭔지 왜 태어났는지 생각해 봤자 알 수 없어서 이런 질문은 이제 안 한다. 그런데 삶의 목적을 찾아야 한단다. 이번 생 뿐 아니라 나의 모든 전생을 통틀어 내가 알아내야 할 삶의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레이키라는 에너지 힐링 요법을 배우게 된 후, 자신을 정화하고 불편한 감정들을 탐구하면서부터 상승 마스터 세인트 저메인을 만나게 된다. 영적인 책을 읽던 어느 날 책을 통해 알고 있던 세인트 저메인이 말을 건 것이다. 저자가 빨리 깨우치지 못한 것은 돈을 더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인 것도 알려 주었다. 상승 마스터란 우리처럼 인간으로 태어나 살면서 자신의 의식을 현존의 의식에 가깝게 도달한 사람을 말하는데 죽었는데 어떻게 말을 거는지 마법 같다.


내가 만든 모든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사념체가 바로 나 자신이다. 사념체란 우리 마음속 생각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선택한 결과가 지금의 나라는 말이다. 생각이 창조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말에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세상 탓 남 탓만 하며 살았을 때는 세상 탓 남 탓하는 일만 생기더니,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니 감사할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현존은 똑같은 고난과 감정을 반복해서 현존이 원하는 답을 찾아야 게임이 끝난다. 그 이유는 전생과 연결된 감정이라 그런 것 같다고.


아는 사람의 사진만 있으면 오라장을 볼 수 있다. 사념체가 나가면 색이 바뀌고 빨리 정화가 되어 오라장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죽은 사람은 오라장 색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읽었던 책의 저자 '피터 마운트 샤스타'와 유명한 '달라이 라마'는 다른 영성가들과 달리 상부 오라장이 투명한 흰색을 띠고 있었는데 흰색 다음이 투명한 흰색으로 최고의 경지에 이른 것을 나타낸다. 나도 혹시 보일까 해서 친구 사진을 한동안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눈만 아프지 아무것도 안 보였다.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안 것만으로도 인생의 엄청난 비밀을 엿본 듯하다. 내게는 부록에 있는 <감정 찾기 프로젝트>가 가장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내면의 어린아이 찾기보다 훨씬 찾기가 쉬워서다. 불편하고 기분 나쁘고 무섭고 가슴 아팠던 과거의 감정들은 이상하게도 쉽게 기억났다.


예를 들면 부모가 안 챙겨 줘서 서러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잘 못할까 봐 느끼는 두려움, 거절 못 하는 소심함, 예의 없이 함부로 하는 사람, 일을 떠맡아 억울해 하는 감정 등이다. 이 감정, 불편한 사람, 일, 상황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내가 알아야 할 것이 있음을 사람과 상황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불편한 감정, 기분 나쁜 감정, 신경 쓰이고 거북한 감정, 평소에 근심하고 걱정했던 것들을 저자와 친구는 레이키를 하면서 찾아냈고 감정을 찾을 때마다 사념체들이 다발로 나가는 경험을 한다.


현존을 찾지 않고 의식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환경이 변해도 항상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117)


이 감정에 빠져서 헤어 나오기가 힘든 게 문제다. 감정에 매몰되어 각인되고 계속 되풀이되는 삶을 산다. 감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그 감정 그대로 산다. 감정을 느낄 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모든 감정을 좋고 나쁨이 아닌 그냥 평등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반려견 별이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려견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는지 모른다고. 반려견의 눈은 항상 주인을 향해 움직인다.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 사랑을 주고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은 인간이 물질 체험을 하면서 진짜 힘든 시기나 큰일을 겪을 시기에 같이 있어 주려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부분이다. 내가 힘들 때 내 곁에 있어 주었던, 이제는 사진 속에만 있는 나의 반려견에게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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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뉴스툰 1 - 동아시아 세상을 보는 눈
뉴스툰(이강혁) 지음 / 펜타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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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면 뉴스와 연관된 세상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묻기 시작할 겁니다.

<뉴스툰>은 최신 동아시아 뉴스를 누구나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로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다. 각 나라의 국기 모양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만화도 귀엽고 입말을 그대로 실어서 친근하다.

나는 처음에는 만화만 쭈욱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모르는 말들을 정리해 가면서 읽었다. 만화만 읽어도 요즘 동아시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리고 뉴스 브리핑과 비하인드 히스토리까지 읽으면 그 배경까지 이해할 수 있다. 글자도 크고 글 밥도 많지 않아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란 아시아의 동쪽에 있는 국가들을 말한다. 우리나라와 북한, 중국, 일본, 몽골, 대만이다. 이들 동아시아 국가와 러시아와 미국에 대한 요즘 핫한 뉴스를 알려준다. 시사에 문외한인 나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니 뉴스를 보고 아는 척을 다 한다. 기억에 남는 뉴스 몇 가지를 가져와 봤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러시아에 있던 우리나라 기업들은 모두 철수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을 2022년부터 아직도 하고 있다. 왜 전쟁을 이렇게 오래 하나 했더니 다 자기 나라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전쟁이 나면 전쟁 물자를 생산하는 나라도 전쟁이 끝나 재건 사업에 참여하는 나라도 이득이다. 이렇게 이익을 본 나라가 일본이다. 한국전쟁 때 전쟁 물자를 대고 베트남 전쟁에서도 미국의 병참기지 역할을 했다고 한다. 병참기지는 군대의 슈퍼마켓이다. 미국 역시 전쟁 특수를 누렸다. 전쟁이란 것이 자기 나라의 이득을 위해서라면 사람은 마구 죽여도 되는 건가 보다. 민간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나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한 광주 민주화 운동의 신군부 세력이나 히틀러를 나무랄 자격이 없다. 이제 이득 싸움은 그만하고 휴전했으면 좋겠다.

기축 통화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돈이다. 예전에는 영국의 파운드였는데 지금은 달러다. 중국은 사우디는 물론 다른 중동 산유국에 접근해 협력을 제안하면서 석유와 가스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식을 협상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처럼 정치에 간섭까지 안 하겠다니 이러다가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도 미국이랑 일본뿐 아니라 중국이랑도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내면서 인도처럼 유연한 외교를 펼치면 좋겠다.

출산율 0.6...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기가 0.6명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고등학교까지 공짜이고, 학원 안 보내도 요새는 AI가 교육해 주니까 결혼을 많이 할 줄 알았다. 아들이 학교 선배들도 다 결혼했고 내 주위에서도 결혼한 자녀만 봐서 이렇게 출산율이 낮은 줄은 몰랐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안 낳거나 비혼 주의도 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한다.

나는 베이비붐 세대가 대규모 은퇴를 하니까 아이 양육은 베이비붐 세대가 맡으면 만사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은퇴해서 취미생활을 즐기고 싶겠지만 그것보다 아이들이 없어서 우리나라 국민이 거의 안 남게 되면 큰일 아닌가. 우리 부부와 며느리의 부모님이 서로 도와서 내 자식들이 일할 수 있게 해주고 예쁜 손주도 키워준다면 너도나도 결혼하지 않을까? 출산율은 저하되고 고령인구는 증가하고, 연금 재정도 악화되어 젊은 세대와 갈등이 심화되기 전에 베이비붐 세대가 나서서 이렇게 제안해 본다면 어떨는지.

이런 문제는 2차대전 이후 베이비붐 현상이 있었던 모든 국가들이 현재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또 생각한 것이 국가가 정년이라도 늘려서 자녀와 부모님을 조금이라도 더 케어할 수 있도록 돈이라도 좀 더 길게 벌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는 모두 중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사실을 축소하고 은폐했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허술한 관리와 같은 인재적 요소가 컸다고 한다. 나도 한동안 해산물을 안 먹고 일본 여행도 가지 않았던 기억이 있었던 뉴스다. 위험한 원자력 말고 과학기술을 더 빨리 개발해서 풍력이나 태양열 같은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네이버가 개발한 라인이라는 앱은 일본과 대만, 동남아시아의 카톡이다. 일본의 배달 앱 우버이츠, 간편 결제 서비스 Paypay, 검색엔진 야후재팬 등에 소프트 뱅크가 투자하고 있는데 네이버와 아직도 지분 싸움 중이라고 한다. 나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테무나 알리 익스프레스가 쿠팡보다 더 잘나가면 나는 기분 나쁠 거 같다.

다음 2편은 동남아시아 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동남아시아란 아시아 대륙의 동남쪽에 있는 나라다. 메콩강 유역을 중심으로 한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과 말레이반도 지역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를 말한다.

저자의 인스타 툰에 들어가 보면 최신 뉴스를 만화와 쉬운 해설로 접할 수 있다. 복잡한 세계정세를 만화로 풀어내 사람들이 재밌고 이해하기 쉽게 뉴스를 접할 수 있게 해준다. 자신만의 세상 보는 눈을 키워가시길.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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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예찬 - 문학과 사회학의 대화
지그문트 바우만.리카르도 마체오 지음, 안규남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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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을 읽는 것은 마치 남극에서 불을 붙이는 것과 같다. 최초의 독서는 책과의 친밀함을 데우지도 못하고 불 피우지도 못한다.

나에게 딱 맞는 말이다. 최초의 독서의 불꽃은 곧 이런저런 일상에 묻혀 꺼져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서평단 마감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친밀함도 없던 독서를 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지각의 글쓰기 온도는 0도였다. 처음에는 솔직히 '재밌었다'밖에 쓸 말이 없었다. 그다음에는 책의 내용을 거의 다 베끼고 내 의견을 한 줄 정도 적었다. 지금은 내 생각이 몇 줄 더 늘었지만 아직 서평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이 책을 읽으면서 이해되는 부분이 조금 생겼다는 것이 엄청 뿌듯했다.

<문학 예찬>은 서로 협력해야 할 문학과 사회학의 관계에 대해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과 이탈리아의 리카르도 마체오가 주고받은 편지다.

독서는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인데, 나도 단순하게 읽는 행위라면 잡지책은 많이 읽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생각을 하면서 읽은 적은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독서 예찬이라고 하지 않고 문학 예찬이라고 한 것 같다. 탁월한 문학 작품을 위주로 설명하기 때문이 아닐까.

은 수많은 광고 전단의 문구로 전락했고, 말이 점차 쇠퇴하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어떻게 하면 이 기만적이고 위험한 장난감 나라로 언어를 끌어들이고 있는 이 거센 소용돌이에서 언어를 해방시킬 수 있을까? 정말 똑같은 말인데 어쩌면 이렇게 어렵게 표현을 할 수 있는지 존경스럽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소리가 음악 창조의 일부이듯, 언어는 개념 창조의 일부라고 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마르셀 프루스트나 케이티 페리라캉이나 모두 의식이 무의식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싶은 중요한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문학 작품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거나 뭉클한 감동이 느껴질 때인 것 같다.

과거와 미래라는 비실재야 말로 물속의 물고기처럼 담론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붙잡고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실재다. 과거와 미래는 실재하지 않는다. 이 비실재적인 실재를 경험이라고 한다. 경험과 체험이 같은 말인 줄 알았는데, 경험은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고 체험은 우리가 그 일을 어떻게 겪고 버텨 냈는지에 관한 것이다. 그러니까 체험학습이라고 하지 경험학습이라는 말이 없나 보다.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조금의 변형도 거치지 않은 있었던 그대로의 선험적이나 경험적 실재는 환상이라고 하는 것 역시 기억이 왜곡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미래는 상상으로만 존재하니까.

로베르트 발저의 <벤야멘타 하인 학교>라는 작품의 주인공은 야콥이다. 그는 하인 학교에서 지배자와의 싸움에서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간단하게 행복에 이른다. 내가 할 수밖에 없는 것을 욕구하고 사랑하기로 한 것이다. 나는 집안일을 싫어하는데 내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니 이 일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원해서 하는 일로 만들고 그 일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만들면 더없는 행복에 이른다.

아디아포라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모든 것을 신경 쓰면 피곤하니까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하려면 중요하지 않은 일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냥 하고 싶어서 하면 된다. 한용운의 복종이라는 시에서도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라며 내 스스로 원해서 하는 복종을 자유보다 달콤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복종하기 싫지만 마음을 비우고 복종해 보자. 하기 싫은 공부도 즐거워지지 않을까? 어차피 학생들은 공부하는 게 의무니까. 복종해야만 하니까. 매우 어려울 것 같지만 인생 마음먹기 나름이다.

반면 알베르 카뮈는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라고 했다. 야콥도 하인 교육을 받으면서 어떻게 말도 안 되는 명령과 상황에 열받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반항할수록 본인만 더 고통스럽고 힘들어졌다. 그래서 불공정한 명령에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이다. 진심으로 기꺼이. 그리고 그는 복종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얻었다. 문학을 예찬하는 이유는 내가 이렇게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

옛날에는 대학 나오면 안정적인 직장을 얻고 정년퇴임까지 고체처럼 세상이 탄탄했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액체처럼 유동적으로 흐르고 빠르게 변한다. 이렇게 불안정한 세상을 지그문트 바우만은 액체 현대라고 부른다. 자기가 하는 일에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을 앞지르는 것이 성공이다.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사람이 아닌 스크린과 보낸다. 짧은 메시지 교환에 숙달된 사람들은 갈수록 대화의 기술을 상실한다. 사교 기술은 사라지고 친밀한 인간관계도 줄었다. 소속감과 유대감도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지루한 자아의 발견보다 진정한 자아로부터의 도피에 있다. 자신을 파고들기 보다 자신을 다른 존재로 변신시키는 것에 더 재미와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가라오케 문화가 생겼다. 일본어로 가라(空)는 비었다는 뜻이고, 오케는 오케스트라의 약자인데 이 둘을 합쳐서 실제 오케스트라 없이 녹음된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노래방이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그러나 늘 과한 것이 문제다. 인터넷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마이크를 잡고 다른 사람의 노래를 자신의 버전으로 부른다. 소통보다는 개인의 즐거움에만 빠지게 되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1위는 만화이고, 2위는 소설을 각색한 책이다. 우리는 이해하기 쉽게 정리된 손쉬운 해결책과 전문가들의 짧은 조언을 듣는다. 우리나라에서 웹툰이 인기가 있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휴대폰 소설(携帯小説)이 인기다. 어쩌면 문학이라고 부르기 힘든 문학만이 출판 시장에서 살아남게 될지도 모른다. 작은 아씨들은 작은 뱀파이어 아씨들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좀비 나라의 앨리스로 바꾸어서 말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앨런 커비(Alan Kirby) 교수는 이런 사이비 문화를 '사이비 모더니즘'이라고 한다. 대중의 눈길을 끌기 위해 단순하고 충격적이고 파괴적인 표현을 반복해서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저하시킨다. 가치도 감성도 빼앗기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믿음도 없게 된 세계에서 워너비, 도플갱어, 닮은 꼴, 아바타 등이 만들어 낸 사이비 문화라는 얄팍한 현상은 사회학자에게 흥미와 우려의 대상이다.

세컨드라이프라는 가상 현실 플랫폼에서는 사용자들이 아바타를 만들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린든 달러라는 가상 화폐로 사용자들은 아이템과 서비스를 판매한다. 우리는 자신의 세계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갖는다. 아무런 위험도 없는 편안하고 안전한 세계다. 에피소드가 맘에 안 들면 다른 에피소드로 가면 그만이다. 나의 아바타는 다른 장소에서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우리의 판타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액체 현대를 구성하는 유일한 요소는 선택이다.

나도 홈페이지에 가봤는데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선택하지 않았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근본적인 실존적 문제를 다시 공적 의제로 만드는 것이 문학과 사회학의 공동 소명입니다. 이런 문제를 찾아 제시한다는 점에서 문학과 사회학은 일치합니다. 둘은 서로 보완하고 끊임없이 서로 자극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p.265)

문학과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방향을 제시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줄 수는 있다고 본다. 내가 드라마 몰아보기를 하면서 느낀 것은 정말 생각이란 것을 단 한순간도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바우만은 문학과 사회학은 운명적으로 서로 분리될 수 없으며 같은 일을 하고 협력할 수밖에 없다. 상상력과 분석이야말로 사회학과 문학의 공통된 운명이라고 한다. 문학은 우리의 삶을 상상력으로 표현하고, 사회학은 문학을 통해 한 시대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한다. 문학과 사회학이 상호 보완해 간다면 우리의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복잡한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것이다. 결국 이것이 인간에 대한 이해가 아닐까? 받는 것에서 주는 것으로, 파괴에서 창조로, 상점에서 사랑과 일로 중심을 옮겨야 한다.

<눈먼 자들의 도시>로 유명한 주제 사라마구는 "태초에 이 세계는 그저 현상이었고 표면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은 보이는 대로 존재했습니다. 신은 우주의 침묵이고 인간은 그 침묵에 의미를 부여하는 외침입니다." 라고 했다. 신의 의미이자 외침인 인간으로서 오늘 지금이 순간 최대한 행복하자.

♥ 인디캣 책 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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