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200% 활용하기 - 대학교 입학부터 취뽀까지 알차게 쓰자!
쌤쌤티비.케이트 지음 / 한빛미디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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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아이패드 200% 활용하기>다. 초등학생에게 아이패드와 이 책 한 권을 선물해 주면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해 잠금 화면은 물론 홈 화면, 위젯으로 꾸미기, 다꾸까지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핸드폰과 아이패드 같은 것을 살 때마다 이상했던 게 왜 설명서가 없냐는 것이었다.

워낙 유튜브와 블로그가 잘 되어 있어서 그런 가보다 했지만 이 책을 보니 아이패드 설명서로 아이패드와 함께 들어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필요 없는 사람도 있을 테니 서점에서 구입하는 게 최선이지 싶다. 생애 첫 아이패드를 쓰는 초등학생은 물론 어르신과 컴맹이라 전자 제품 기피증이 있으신 분도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사진으로 설명이 되어있다. 사진대로만 하면 된다.

이 책은 아이패드 생초보 단계와 학교와 직장에서 응용할 수 있는 팁을 알려주는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혹시 모르고 있는 기능이 있는지 기본 기능부터 꼼꼼하게 체크하며 배워보는 것을 추천한다.

제스처 기능과 사이드카 기능 그리고 에어드롭 유니버설 컨트롤 기능, 교재를 스캔하고 PDF 파일로 저장해서 그 위에 필기하는 기능과 텍스트만 추출하는 기능이 유용하다. 특히 손가락 제스처를 사용하는 법, 진짜 맘에 든다.

1. 아이패드 기초

아이패드 종류, 애플 펜슬 고르기, 노트북처럼 활용할 수 있는 키보드 케이스 등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어떤 아이패드를 살까? 고민할 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삼각형으로 접어서 쓸 수 있는 케이스 이름은 폴리오 케이스다. 나는 종이 질감 보호 필름을 쓰고 있는데, 탈부착이 되는 종이 질감의 필름도 있다.

애플 펜슬 제스처로 스크린샷도 찍을 수 있고 빠른 메모도 가능하고, 손가락 제스처를 추가하면 손가락으로도 애플 펜슬 제스처를 할 수 있다. 전문가처럼 제스처 사용하기 팁이 최고였다. 하나만 가져와 보면 단어를 2번 탭 하면 그 단어가 선택되고 문단을 3번 탭 하면 문단 전체가 선택된다는 점이다. 손가락 3개와 5개를 사용하는 제스처까지 익혀 두면 편리하기도 하지만 매우 폼 날 듯?

잠금 화면 꾸미기와 편집, 잠금 화면에 위젯 띄우는 법, 잠금 화면에서도 가능한 제스처, 잠금 화면에서 미디어 재생 제어하기와 잠금 화면에서 화면을 왼쪽으로 쓸어넘기면 카메라가 켜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잠금 화면에 집중 모드를 연결해 놓으면 공부할 때 매우 유용할 것 같다.

앱스토어 오른쪽 상단에서 내 계정을 탭하고 구입내역을 확인하면 이전에 구매하거나 다운로드한 앱을 다시 설치할 수 있다. 갤럭시에서는 앱 관리에서 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삭제해버린 앱은 나오지 않는다. 이게 애플보다 살짝 아쉬운 점인 듯. 애플은 내가 이런 앱도 다운받았었나 싶은 앱까지 모두 나오기 때문에 추억의 앱 소환 놀이도 즐겨볼 수 있다.

멀티태스킹에서 두 앱을 나란히 보는 것을 스플릿 뷰(Split View)라고 하고, 실행 중인 앱 위에 작은 윈도우의 형태로 다른 앱을 띄워 사용하는 작은 창 띄우기는 슬라이드 오버(Slide Over)라고 한다. 화면 캡처하는 다양한 방법, 애플 웹 브라우저인 사파리 이용법, 추천 위젯 앱도 5가지 알려준다.

(dock)은 원래 부두라는 뜻이다. 배를 정박하는 시설이다. 엑셀에서 맨 위의 도구 박스는 리본 메뉴라고 하는데. 아이패드에서는 독이라고 한다. 갤럭시도 독이라고 할 것 같다. 홈 화면 맨 아래에 있는 자주 쓰는 앱을 말하는데, 어떤 화면에서나 움직이지 않고, 최근 사용한 앱이 표시돼서 편리하다.

에어 드롭(AirDrop)으로 다른 사람에게 문서나 프레젠테이션을 보낼 때 엄청나게 빠른 스피드로 보낼 수 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빠르게 공유하고 싶을 때도 에어드롭을 사용하면 된다. 이건 모르고 활용하지 않는다면 너무 아까운 기능이다. 갤럭시의 경우는 퀵 셰어(Quick Share)라는 비슷한 기능이 있다. 나는 블로그 비공개 글에 사진을 올리고 그것을 내려받아 썼는데 이런 쉬운 방법이 있었다니!

사이드카(Sidecar) 기능은 정말 편리하다. 나는 노트북과 제우스랩을 이용해서 마치 듀얼 모니터처럼 2개의 화면을 띄워 놓고 서평 쓰면서 모르는 단어 검색 등으로 이용하고 있었는데 이런 윈도우 기능 비슷한 것 이름이 사이드카였다! 오토바이에 사람 한 명 더 탈수 있게 만든 옆에 달린 자동차란 뜻. 이것을 그대로 컴퓨터로 가져와 확장이라는 의미로 쓰는 것이다. 맥북에서 아이패드를 세컨드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다. 미러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하는 법과 연결 해제하는 법까지 배워보자.

유니버설 컨트롤(Universal Control)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다. 사이드카는 오토바이 비슷한 차가 하나 더 있으니 비슷한 디스플레이가 2개라고 생각했다. 유니버설 컨트롤은 유니버설 스튜디오처럼 전 세계적으로 널리 널리 쓴다는 이미지를 가져와 맥북이나 아이패드 두루두루 널리 널리 마우스와 키보드를 공유하는 기능이라고 생각했다. 오죽 영어가 안 외워졌으면... 아이패드에서 맥북 키보드를 그대로 써보고 싶지 않은가?

2. 학교에서

수업 자료로 메모 앱을 사용하여 아이패드 제스처로 텍스트를 편집할 수 있고, 체크리스트와 표 만들기도 할 수 있다. 사진과 파일 첨부, 링크 추가도 되지만 녹음하면서 메모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강의를 듣거나 수업 시간에 너무 편리할 거 같다.

스플릿 뷰 기능으로 교재를 스캔 한 사진 파일을 드래그해서 메모에 바로 추가가 가능하다. 갤탭에서도 사진을 드래그해서 어떤 화면에서든지 붙여 넣을 수 있으니 스플릿 뷰에서 드래그 앤 드롭 기능을 꼭 한번 이용해 보기 바란다. 블로그 쓰다가 사진 추가할 때도 쓸 수 있다.

나는 교재나 수업 자료를 스캔해서 PDF로 만들어 가지고 다니면 가볍고 너무 편리할 것 같았다. 메모 앱과 카메라로 문서 스캔하는 두 가지 방법 모두 알려준다. 특히 메모 앱의 텍스트 스캔 기능은 공부하다가 중요 문장을 추출할 때 유용할 것 같다. PDF 파일로 된 전자책 모르는 단어 메모하기도 굿!

옛날에는 교과서 보고 중요한 부분을 일일이 손으로 필기해야 했는데 텍스트 스캔해서 삽입하면 되고, 오답노트 문제도 일일이 안 옮겨 적고 텍스트 추출하거나 PDF 파일로 만들어서 정리하면 되니, 나도 그 하기 싫던 공부가 다 하고 싶어진다.

일정 관리하는 칸트 차트, 마이 맵, 타이머, 스톱워치, 생각 정리하는 프리폼 앱, 마인드맵과 만다라트 만들기, 영단어 외울 때 굿 노트에서 플래시 카드 이용하기, 다꾸, 프로 크리에이트, 캘리그래피, 영상 편집하는 파이널 컷 프로 이용법도 나와 있다. 나는 무료 팟 캐스트 에피소드를 저장해서 오프라인에서도 듣고 전사문 기능을 영어 공부에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3. 직장에서

메일 앱에서는 다양한 이메일 계정을 추가해서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메일로 연락이 왔을 때 한꺼번에 볼 수도 있고, 계정 별로 메일을 분리해서 볼 수도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중요 메일을 한눈에 확인하고 바로 답장을 보내서 빠른 업무처리에 효과적이다. 게다가 잘못 보낸 이메일은 시간을 설정하면 최대 30초 안에 전송 취소가 가능해서 실수를 보완해 주는 기능까지 있다.

게다가 메일에 중요 일정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 일정을 캘린더에 바로 이벤트로 생성할 수 있다. 중요한 마감일이나 회신은 리마인더 기능을 설정하면 되고, 메시지 전송 취소는 2분 이내 가능하다. 시리로 메시지 보내고 수신 메시지를 읽어준 후 바로 답장하는 기능도 바쁠 때 아주 편리할 것 같다.

아이워크(iWork)는 애플의 무료 오피스 프로그램이다. 문서작성, 데이터 관리, 프레젠테이션은 물론 멤버들과 공동작업도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이 공짜! 마소 워드와 같은 것이 페이지스(Pages)다. 템플릿도 다양해서, 동아리, 학교 행사 홍보, 전단지, 리포트, 이력서, 명함 등 활용 범위가 넓다. 엑셀은 넘버스, PPT는 키노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 느낌은 마치 하이파이브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에 환호했는데, 음성으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그 엄청난 기쁨 같았다. 요즘에는 사진 오려서 붙이는 스티커 만들기 기능까지 알게 되어 신나던 차에, 화면 두 개 보기로 바로 드래그해서 붙여 넣으면 된다는 것까지 알게 되니 즐거움의 극치다. 진정 신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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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서 봄
수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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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님께 직접 책을 선물받아 감사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피할 수 없지만 필요 이상으로 아프지 않게. 견디는 일로만 삶을 태우지 않게.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사는 것이 여행이라면 죽는 순간도 여행처럼 끝나겠지.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여행의 마지막 날처럼.

이 책은 수정 작가님의 동유럽의 체코, 헝가리, 크로아티아와 서유럽의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그리고 남유럽의 그리스, 몰타, 스페인,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담아낸 시와 같은 사진들과 여행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기록이다.

유명한 관광지에 대한 것은 여행 가이드북을 봐야 한다. 유튜브와 블로그도 아주 잘되어 있다. 다만 이런 것만으로는 어디가 유명하고 어떤 집이 맛있고 하는 정보는 얻을 수 있지만, 이 책처럼 마치 명화 감상을 하는 것 같은 사진이 전하는 감동은 없다. 스위스 뮈렌의 새벽안개가 낀 마을 풍경은 사진인데도 고요함과 맑은 공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책의 제목은 <유럽에 서 봄>이다. 유럽에서 봄을 맞이한다는 뜻도 되고, 유럽에 서서 본다는 뜻도 되고, 유럽에서 본다는 뜻도 된다. 나는 마지막 뜻인 유럽에서 보았다는 뜻이 맘에 든다. 억측이지만 유럽에서 앉아서 본 것을 찍은 사진도 있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과 케이크 한 조각 같은.

그래서 동, 서, 남 유럽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보고 온 저자는 스위스와 프랑스가 마음에 남아 2권은 스위스, 3권은 남프랑스에 가게 된 게 아닐까?

공백의 시간은 산소처럼 유용했다로 시작하는 이 책을 통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힐링한다. 온통 할 일 투성이로 지내는 현대인들은 잠시의 휴식 시간에도 핸드폰을 확인하느라 자연을 들여다볼 틈이 없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모처럼 화면 속이 아닌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작가님께서 소중한 여행을 선물해 주셨다.

동유럽에서는 체코의 프라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를 보고 서유럽으로 간다. 먼저 네덜란드. 나는 풍차와 튤립만 생각나는데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이 있었다.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이 진열된 상점도 구경했다.

벨기에는 만화와 와플, 홍합이 유명하다는데 홍합이 너무 짰다고 표현하지 않고 홍합은 초심을 잃은 짠맛만 느껴졌다는 표현에 역시 우아하게 맛없다는 말을 하시는 작가님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영국 하면 런런 타워 브리지가 유명하다. 그런데 더 샤드라는 72층 건물이 다리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옆의 시청사보다 템스 강변에 있는 거대한 대관람차에 더 관심이 갔다. 얼마나 크면 한 바퀴 도는 데 30분이나 걸리나 모르겠다. 나는 하이드 공원에서 나무를 신기하게 들여다보는 아기와 대영박물관에서 전문가용 카메라로 사진 찍는 어린 소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다음은 에펠탑이 있는 파리다. 오페라 가르니에 천장에 있는 그림들은 화려함의 극치였다. 금으로 장식을 한데다가 화려한 조명이 더더욱 그림들을 빛나게 했다. 첫 만남이어도 다정한 거리는 오래 걸어도 행복한 이끌림이 있었다는 낯선 파리의 야경. 그래서 남프랑스가 이 책의 시리즈 제3권을 탄생시킨 게 아닐까.

몽마르뜨 언덕은 순교자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언어들로 '사랑해'라는 말을 적어 놓은 사랑해 벽도 특이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돌에 새긴 위대한 교향곡'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표현이 기억에 콕 박힌다.

저자는 그림을 볼 때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른지 아무런 느낌이 없다고 한다. 완전 몰입의 경지다. 나는 그냥 멋있네~ 하며 지나갈 것 같은데. 내가 파리에 가면 미술관은 안 갈 것 같은데. 조르주 퐁피두 센터는 TV에서 본 적이 있다. 공사 중인 건물 같아서 기억에 남았었다.

개선문이 우리나라 동대문, 남대문처럼 그냥 문인 줄 알았는데 전망대가 있다는 사실. 나선형의 좁고 어두운 계단을 오르면 별 모양으로 뻗은 파리의 대로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치 아래에는 이름 없는 병사의 무덤이 있고 헌화와 추모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다.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을 뒤로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간다. 괴테 할머니 전영애 교수님의 여백 서원과 괴테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인지 '괴테 하우스(Goethe Haus)' 사진이 유독 반가웠다. 물보다 많이 마신다는 맥주 축제 사진도 흥겹다. 나는 독일 뮌헨 역에서 고기와 빵만 있는 심플 버거를 먹어보고 싶다. 로텐부르크를 들려 스위스로 향한다.

말로만 듣던 마터호른 산, 손가락 하트에 산을 담은 사진도 너무 예뻤다. 사진으로도 스위스의 맑은 공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떠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잘 보기 위함이다. (p.135) 있던 자리를 떠나 보면, 멀리서 혹은 낯선 곳에서 나를 발견하고 느낀다는 말은 책 속 여행에서 나도 모르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의 신기함 같은 걸까?

살아가는 동안 자신에 대해 알고 가는 것이 여행자의 목표이자 선물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스위스라는 나라에 대해 더 알고 싶어 <유럽에 서 봄> 2권이 스위스인가 보다. 감사할수록 감사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을 늘 체험한다며, 감사한 일들로 둘러싸여 숨 쉬고 살아가는 것에 만족한다. 이 마음이 축복이라면서.

애초에 나는 떠나기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몰타에서 확인한다. (p.151)

그리스와 지중해에 있는 섬나라 몰타를 거쳐 스페인으로 간다. 스페인은 음식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 재래시장 같은 보께리아 시장이 정겨웠다. 이탈리아는 로마의 산타 마리아인 코스메딘 성당 서쪽 벽에 있는 진실의 입(Bocca della Verità, Mouth of Truth)사진이 특이했다. 늘 정면에서만 봤는데 옆에서 보니 하수도 뚜껑이었다는 사실에 수긍이 간다.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손이 잘려도 좋다는 서약을 했다고 한다. 영화 '로마의 휴일'로 유명해졌다.

소렌토는 자동차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에 있는 해안 도시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작가만의 특별한 시각으로 똑같은 풍경을 이렇게 다르게 담을 수 있다는 것, 내가 보았던 유명한 건축물들을 가까이서 찍은 사진들에는 작은 조각상들이 말을 걸고 있었다. 그냥 돌 뿐이 아니었던 것이다.

동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내가 주도해 가는 책 속 여행이었다. 속도도 내가 조절할 수 있고 멈추고 싶은 곳에서는 얼마든지 그 장소를 느끼며 맑은 공기와 눈부신 태양을 충분히 느껴보았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것들과 매우 비좁은 골목도 가봤다. 시장에서는 살아있음이 느껴졌다. 이래서 여행 에세이 집이 인기가 있나 보다. 여행지 해설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기에. 여행과 같은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선물해 준 책이었다.

여행은 다음을 기약하는 욕심으로 부자가 된다.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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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와 거장 - 위대한 창의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데이비드 W. 갤런슨 지음, 이준호 외 옮김, 박성원 감수 / 글항아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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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요 예술가는 혁신가들로서, 이들의 작품은 후세대의 관행을 변화시킨다. 예술가의 혁신의 본질이 무엇이든, 그 중요성은 다른 예술가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에 달려 있다.

예술의 기능은 혁신이다. 예술가는 혁신가다. 혁신의 중요성은 후대와 다른 예술가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에 달려있다. 예술가들의 창의성을 중심으로 보면 실험적 혁신가개념적 혁신가가 있다. 그리고 아이디어행위라는 2가지 창의적 측면이 존재한다. 나는 이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다.

이 책의 제목은 <천재와 거장>이다. 원제는 Old masters and Young geniuses, 나이가 지긋한 거장들과 젊은 천재들. 이 제목은 그대로 실험적 혁신가개념적 혁신가를 의미하며 이 책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이다.

부제는 위대한 창의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The Two Life Cycles of Artistic Creativity)인데, 영어를 보면 예술적 창의성의 2가지 생애 주기를 말하고 있다. 이 2가지 생애 주기라는 것 역시 실험적 혁신가개념적 혁신가를 의미한다.

이 책을 지은이는 경제학자이다. 그는 대학 때 미술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혁신에 중점을 둔 '현대 미술사 개론'을 들었는데, 유명한 화가들의 나이가 20대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화가들이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연령이 그 작품들의 경매 가격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진 그는, 이들의 작품 활동 기간을 체계적으로 조사해 보기로 한다.

그 후 몇 해 동안 연구를 거듭하면서 미술계에서 실험적 혁신가와 개념적 혁신가는 작업 방식이나 작품 활동 기간에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한다. 이런 연구들이 누적되자 예술가들이 근본적으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고 다른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 발견을 일반화하기 위해 그는 더 많은 화가를 대상으로 폭을 넓혔다. 방대한 양의 분석과 정보는 일정한 패턴에 맞아들어갔다. 그래서 저자는 혁신의 두 가지 패턴에 대한 분석을 활용하여 현대회화 발전의 결정적 순간이나 사건에 관한 이야기에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창의적인 예술가들의 생애 주기에 대한 저자의 이론을 제시하고, 이 이론이 경험적으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예술가들의 작품의 질을 측정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던 중 우연히 패턴을 발견했다.

예술가들의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예술가들의 나이와 혁신은 관계가 있을까? 그래서 저자는 경매 시장 가격, 미술사 교과서 증거, 전시회 그림 제작 시 연령, 최고가 작품 제작 시 연령 등을 연구하고, 대기만성형 폴 세잔과 천재로 태어난 파블로 피카소의 비유를 통해 예술을 추구하는 2가지 방식에 대해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증명한다. 나는 파란색빨간색으로 구별해 보았다.

창작은 아이디어에서 나오는가, 행위에서 나오는가? -앨런 보네스

이 질문은 곧 창작에는 아이디어행위라는 2가지 측면이 존재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2가지 생애 주기(Life Cycles)와 일치한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이해한 것을 바닷가에서 풍경화를 그리는 것으로 비유해 봤다.

파도가 밀려오고 햇살이 눈부시다. 나는 태양이 바다 위에 비춰 눈부신 바다를 느끼고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라는 나의 생각, 즉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싶다.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온갖 방법을 고민하며 공을 들인다. 제대로 표현이 안 된 것 같다. 다시 그린다. 이런저런 보완을 한다. 마음에 안 든다. 내가 원하는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라는 목표를 달성한 그림이 나올 때까지 그린다.

이 모든 작품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탐구의 과정이며 수단이나 발판이 되어 준다. 대표적인 화가가 폴 세잔이다.

똑같이 바다를 본다. 나는 이 눈부신 풍경을 네모의 이미지에 담아야겠다. 직사각형, 마름모, 정사각형 등 어떤 구도로 네모를 배치할 것인지 즉흥적으로 구상한다. 내가 치밀하게 의도한 네모들로 바다와 하늘과 태양의 이미지를 그대로 도화지에 쏟아낸다.

네모를 그렸더니 세모도 있고, 오각형도 있고, 원도 있다. 그럼 이 모든 것을 합치고 태양빛을 번개의 이미지로 넣어보면 어떨까? 어떤 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철저하게 계획한다. 그리고 다양한 생각을 모두 작품으로 만든다. 이 모든 작업 행위는 그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가치를 지닌다. 대표적인 화가는 파블로 피카소다.

이 두 가지 생애 주기를 알면 예술가들이 본인의 성향을 알고 상호보완을 해서 한층 더 높은 창작 세계를 만들 수 있다. 내가 천재 스타일이면 말년에 어떻게 하면 천재성을 더 발휘할지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다. 내가 대기만성형이라면 어떻게 하면 나의 이런 성향을 다르게 조명할지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이고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천재거장이든 자신만의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가치 평가는 예술가나 작가와 같은 당사자들과 미술관에서 작품을 사거나 경매할 때나 필요하지 굳이 일반인이 알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왜 저자는 예술가들의 혁신적인 시기와 나이의 관계를 증명하며 일반화시켰을까? 우리의 예술 작품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나의 느낌이 중요하지 해설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이제껏 내 느낌을 중시하며 감상을 했다. 그런데이 책을 읽고 나니 작품을 보면 이 예술가는 어떤 성향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실험적 혁신가의 작품은 딱 보면 일단 뭔가 느낌이 전해진다. 그런데 개념적 혁신가의 작품은 왜 이것이 예술인가? 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개념적 혁신가들의 작품은 내가 천재의 생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예술가 본인이나 전문가들의 해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느낌을 중심으로 감상할 수 있는 그림은 실험적 혁신가들 작품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솔직히 몬드리안의 파랑, 빨강, 노랑 네모가 무슨 의미란 말인가? 난 저거 한샘 마크 비슷하다는 생각만 났다. 칸딘스키의 작품을 보고 나는 도대체 무엇을 느껴야 한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저자는 유명한 조각가, 시인, 소설가, 영화감독까지 분야를 확대해서 창의성의 생애 주기에 관한 것을 살펴본다. 심리학자들의 관점은 혁신가들이 전문 분야나 예술을 발전시킨다는 것이지만, 저자의 관점은 발전뿐 아니라 그 분야를 변화시키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이렇게 자신의 생애 주기를 알면, 위대한 실험적 혁신가들은 이전에는 추상적이었던 전문 분야에 실질적인 내용을 추가할 수 있고, 위대한 개념적 혁신가들은 이전에는 복잡했던 영역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나도 뒤에 나와 있는 창의성 진단 표에 답해보았다. 20점 미만. 창의력이 거의 없었다. 내가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일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금 열심히 책을 읽으니까 앞으로는 창의력이 좀 생기지 않을까? 그러면 실험적 혁신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실험적 서평단은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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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고전의 세계 리커버
존 스튜어트 밀 지음, 김만권 옮김 / 책세상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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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왜 <자유론>의 제1장 머리말에 나와 있는 이 말을 읽는데 가장 먼저 제사가 생각났을까? 이 확실한 명령 같은 말에 억울한 감정이 쏟아져 한동안 마구마구 글로 풀어냈다. 서평을 쓰면서 이렇게 많이 울분을 터뜨리고 이렇게 많이 쓰고 이렇게 격분하다가 전부 다 지워 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지금은 제사를 지내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어려운 고전으로 내 안에 묻혀 있던 제사라는 단어가 다시 터져 나올 줄은 상상을 못했다. 그래서 자유론과 제사를 내 나름대로 이해한 것만큼만 연결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어떤 사람의 자유에 개입할 수 있는 유일한 목적은 자기보호뿐이다. 제사를 강요하는 것이 자기보호 때문인가? 제사를 안 지내면 조상신이 노하셔서 불행을 가져올 것 같은 불안함? 하지만 진짜 조상 잘 만나 조상 덕 본 사람들은 다 해외여행 간다. 조상 덕 부모 덕 1도 못 본 나 같은 며느리가 죽어라 제사 음식 만들고 남편이랑 싸운다.

하지만 자기보호를 위해 상의도 의논도 없이 당연히 제사를 지내야 한다며, 며느리의 자유에 개입하는 것은 옳은가? 둘 다 자기보호라면, 왜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의견은 옳고 제사를 지내기 싫다는 의견은 틀린가?

다시 말해 누구에게라도 본인의 의지에 반하여 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목적은, 타인에게 가해질 해악을 막는 데 있다. 제사가 자기보호 때문에 정당한 것이라면, 제사를 지내기 싫다는 며느리인의 의견 역시 정당하다. 타인에게 가해질 해악을 막는데 권력을 써야 한다! 며느리도 타인이다. 그러면 며느리인 나에게 제사는 해악이니까 제사를 안 지내게 해주려고 노력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나에게 제사를 강요함으로써 해악을 막은 것이 아니라 해악을 가했다.

개인 자신의 이익은 정당한 근거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를 강제하거나, 그가 다르게 행동한다고 하여 불이익을 줄 이유는 될 수 없다. 여기서 개인은 누굴까? 나는 시아버지도 나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사를 지내라는 시아버지와 안 지내겠다는 나, 이 두 개인의 이익은 모두 정당한 근거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할 말이 없는 게 시아버지가 제사를 지내라고 강요한다고만 느꼈는데, 나는 제사를 안 지내겠다고 시아버지에게 강요를 한 것은 아닐까? 일단 남편의 아버지니까 20년 이상을 참고 제사를 지냈다. 그럼 잘한 건가? 나만 불이익을 당했으니? 그냥 내가 참고 말지, 내가 져주고 양보해야지, 이런 게 진정한 효도이고 미덕일까?

인플루언서 인디캣님의 서평을 읽는데, 최해직의 <죽어도 컨티뉴>라는 책에 "내면 성장은 스스로 여유를 갖는 것을 말한다. 남을 돕는 따뜻함은 그 다음이다. 자기보다 먼저 남을 돕는 것은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자기를 버리는 행위가 된다. 성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었다. 자기를 버리고 산 사람이 딱 나구나 싶었다.

김만권 교수님은 해제 250페이지에서 밀의 말을 인용한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한다고 비난을 받거나, 모두가 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때로는 정신병자 취급까지 당한다며 우려한다는 말이다. 여론의 횡포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지만, 나는 이것을 제사에 대입해 보았다. 제사가 너무 싫어서 딱 2번 아프다는 핑계로 안 했는데, 며느리가 시어머니 제사 안 지낸다는 게 말이 되냐고 비난을 받았다. 모두가 하는 제사를 하지 않는다고 비난을 받은 사람이도 나다.

그러면 그렇게 당연히 해야 하는 며느리의 임무인 제사가 실버하우스 가자마자 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제사였던 것인가? 나는 제사가 싫어요!라고 외치던 어린아이였던거다. 아무런 논리도 없고 이유도 없이 그냥 하기 싫다는 칭얼거림 뿐이었던 거다. 내가 왜 제사를 지내야 하냐고 따지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내가 제사를 거부할 자유가 있다면 시아버지는 제사를 강제할 사회적인 의무가 있다 했을거다.

나는 어쩌면 이 말한 배부른 돼지로 산 것이 아닐까? 나 자신은 물론, 내 가족을 힘들게 하는 이 비합리적인 제사를 그냥 묵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지금까지 책을 읽고 힘을 키웠어야 했다. 그래서 나처럼 제사에 희생되고 있으면서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느끼는 고통 받는 모든 아내와 며느리들에게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근거를 더하고, 각자의 고충사항을 알리고, 힘을 키워서 제사를 없애는 것이 옳다는 나의 주장을 관철해 나갔어야 했다.

그래서 기일에는 제사 대신 가족여행이나 외식을 하며, 가족만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 옳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했어야 했다. 그러면, 제사를 지내던 사람들도 이것이 맞으니까 제사라는 유교 문화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래야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다.

나도 어떤 분 블로그에서 형제들이 다 같이 모여 회의를 해서 부모님의 제사를 없애기로 결정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대신 가족끼리 함께 모여 추모 겸 가족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아이들도 즐겁고 어른들도 즐거워서 엄마 아빠 기일과 구정과 추석은 함께 놀 생각에 기다리게 된단다.

무엇이 두려워서 누구 눈치를 보느라고 이런 행복한 추억 대신 TV에 병풍 사진을 띠워놓고 의미 없는 제사를 지내고 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제사를 지내고 말고는 내 자유라고 생각한다면 그 자유가 내 가족 중 단 한 사람이라도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마음을 열고 물어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그러는 나는 친정 엄마 제사도 안 지내냐고? 안 지낸다. 울 엄니 언제 돌아가셨는지 네이버 캘린더 봐야 안다. 그러나 엄마는 내 마음속에 언제나 살아있다. 며느리의 입장에서 제사를 없애는 것이 진리라고 할 수 있냐고? 그냥 제사 음식 사서라도 부모님 뜻에 따라드리는 게 효도 아니냐고 묻는다면 나도 진리와 효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싶다.

진리란 무엇일까? 이 25살부터 평생 사랑한 여인 해리엣 테일러는 유부녀였다. 그녀의 남편 사망 후 둘은 결혼을 했고 7년 후 프랑스 여행 중 그녀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밀은 해리엣의 무덤에서 멀지 않은 오두막에 머물며 그녀를 그리워하고, 이듬해 대부분이 그녀의 업적인 <자유론>을 출판해 그녀의 영전에 바친다. 이 책은 에게는 절대로 손대고 싶지 않은, 그 자체로 사랑의 기억이었다.

유교적인 가치관에 의하면 은 불륜을 저지른 것이다. 시대와 나라에 따라서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게 진리인가?

밀은 거짓 의견도 탄압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 거짓 의견에 대한 반론과 증거를 제시하면 진실을 더 빛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불합리한 명령에는 합리적인 의견을 내세울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리란 결국 이런저런 반박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빛나야 하는 것이다. 시대에 따라서 나라에 따라서 대다수의 의견이나 관습에 따라서 바뀐다면 진리가 아니다.

효도는 진리인가? 내가 자식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부모님은 공경의 대상이어야 하는가? 효도는 진리가 아니다. 제사와 같이 사회가 만들어낸 개인의 자유를 압박하는 구속일 뿐이다. 만약 효도가 진리라면 부모를 버리는 자식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가페적인 부모의 사랑도 효도도 모두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진리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어떤 근거로 제사가 진리라는 것인가? 그래서 제사와 효도는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선택의 문제는 마지막에 한 번 더 이야기하겠다.

은 만약 내가 하는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면 국가가 이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술 마시는 것은 자유지만 내가 음주 운전을 한다면 국가는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 타인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나 외에는? 가족은 타인이 아니니까 피해를 줘도 된다는 말인가? 내가 낳은 자식이니까 음주 운전을 해도 된다는 말 아닌가? 가족도 타인이다. 나 아닌 사람은 모두 타인이다. 가족도 나에 해당된다면 내가 내 가족을 치어 죽였어도 국가가 처벌하면 안 되는데 내가 내 자식을 죽이면 처벌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Freedom이 아닌 Liberty에 관한 책이다. 나는 가장 먼저 정치철학자 김만권 교수님의 '해제'를 읽었다. 자유라는 말을 나는 Freedom이라고 배웠다. <자유론>하면 Freedom Theory 정도가 아닐까 했는데, 원제를 보면 On Liberty다. 둘이 뭐가 틀린가 했더니 Freedom은 개인의 능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자유로 개인에 국한되는 자유를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은 이런 개인의 능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게 하는 Freedom의 공적인 조건을 다룬다. 이 공적인 조건이 정부 권력에 대한 제한인 Liberty다. Liberty 하면 자유의 여신상(The Statue of Liberty)이 생각난다. 더 나은 삶을 찾아 새로운 땅으로 온 이민자들에게 손에 든 횃불은 희망과 자유의 상징이었고, 책은 미국의 독립선언서다. 나는 여신상 발밑에 끊어진 쇠사슬이 있는 건 몰랐다. 압박과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를 상징한다. 이 개인의 Freedom을 얻기 위한 모든 것들이 Liberty가 아닐까?

이 <자유론>에서 말하는 자유의 핵심은 공권력 행사에 제한을 두고, 그 제한의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헌법이 제정되었다. 근대 헌법은 기본권과 권력구조로 되어있다. 기본권이란 인간이 존엄과 가치 및 행복 추구권, 법 앞에서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평등권, 국가의 간섭 없이 개인의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는 자유권 등이 있다. 권력구조는 흔히 권력 분립을 통해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했다.

누군가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말한다. 원래 이 표현의 자유란 공권력의 억압을 견제하고 대항하는 수단이었다고 한다. 억압적 공권력에 맞서 용기 있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장치였다. 하지만 이를 왜곡하여 내가 누군가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일에 국가가 간섭하지 말라는 목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이용한다. 그렇다면 내가 제사를 지내지 말자고 표현하는 것은 제사를 지내는 분들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을까?

왜 이렇게 질문을 해 보냐 하면 이 말한 오류 가능성이라는 말 때문이다. 오류 가능성은 당신도 나도 다 틀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오류 가능성을 부정하는 태도는 극단주의와 쉽게 결합한다. 극단주의는 타자의 말을 경청하는 일을 거부하기에 대화와 타협을 할 수 없다. 그리고 강요와 폭력을 조장한다. 내가 뭐 강요와 폭력까지 조장하겠냐마는 내 억울함 때문에 극단으로 치달아 시아버지의 말을 경청하기를 거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인류를 바꾼 것은 낙관론자들이었다. 이건 안돼, 어려워, 못해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닌, 이건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바뀌어야 진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인류를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한 것이다.

테스 형에게 세상이 왜 이러냐고 물을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는 꿈이 없다고 포기할 것도 아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세상 속에서 내가 올바르고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으로 자라나는 게 먼저다. 그래야 사회가 바뀐다. 법 없이도 살 착한 사람이 더 이상 악인에게 당하지 않는 세상은, 착하고 똑똑하고 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산다. 성취하기 위해서도,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닌,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산다.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꼭 그런 말 한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내가 택배를 하다가 지팡이를 짚고 간신히 걸어가는 할머니를 본다. 그동안 먹고살라고 억지로 일했는데 이 할머니를 보며 갑지가 이렇게 무르팍도 안 아프고 젊다는 게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한 것인지 깨닫는다. 집을 사거나 돈을 벌어야 한다는 걱정 대신 행복감이 몰려든다. 이 순간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것이다.

사르트르의 Life is C between B and D라는 말이 생각난다. 우리 인생은 B와 D 사이(Birth and Death)에서의 끊임없는 선택(Choice)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백지의 상태로 태어나 자유 의지에 의해 나의 본질을 만들어간다. 나는 어떤 것에 의해서도 규정되지 않는 자유로운 인간이고 나의 자유를 박탈할 수 없다. 이것이 실존주의 철학이다. 현대 철학은 나는 나의 주인이며 주체다. 따라서 세상이 정해놓은 룰과 정답에 따를 것이 아니라 나만의 정답을 찾겠다는 것이다.

나의 선택은 내가 지켜야 할 사람,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더 넓은 범위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선택인가? 어쩌면 진정한 자유란 당신과 내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나만 자유롭고 행복한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더 넓고 이타적인 목표에서 오는 게 아닐까?

우리를 지금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사고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것이 철학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우리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에 대한 해방의 철학은 <자유론>이다. 지금 이 시대에 가장 고통스러운 일은 내게는 제사였다. 밀의 <자유론>에서 내게 도움이 되는 포인트를 찾고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보았다. 내 의견이 다 옳다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로 내 글의 오류 가능성을 열어둔다.

끝으로 옮긴이 김만권 교수님은 인생의 모든 일을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분이다. 저서도 무려 11권이나 된다. 그래서 그는 삶의 목표를 행운으로 누리며 얻은 지식을 사회에 실천으로 돌려주는 일로 삼았다.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고, 연대 국제학 대학원 객원교수로도 일하고 있지만 그의 교실은 누구라도 불러주는 곳, 그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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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 줄거리를 회수하라
김연주 지음, 박시현 그림 / 풀빛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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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떤 관계든 믿음이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서툰 믿음만큼 관계를 해치는 것도 없으니까.

이 책은 고등학교 1 학년 서하나와 스토리텔러가 함께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 속, 꼬여버린 줄거리를 회수하는 퀘스트를 달성해 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퀘스트란 롤플레잉 게임에서 주인공이 NPC(Non-Player Character)로부터 받는 임무, 즉 미션을 말한다. 책에는 녹색 글자로 표시된 부분에 나온다.

처음에는 하나 혼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으로 들어가고 그다음에는 스토리 텔러 B와 함께 <어린 왕자> 속으로 간다. 마지막은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가 <별주부전>과 함께 섞여버린 이야기 속으로 A와 함께 간다.

어떻게 사람이 책 속으로 들어가지? 신비한 자수정 때문이었다. 이것을 일정 속도 이상으로 진동시키면 차원의 틈이 열려서 책 속의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는 것. 그래서 이 외계 물질 NF3908은 '책 속으로 향하는 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하나는 자기 방에 갑자기 책 속에서 나타난 스토리텔러 A를 만난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으로 들어갔다. 엘리스가 된 것이다. 이렇게 빙의가 돼버리면 엔딩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빙의된 책에서 나갈 수 없다. 이곳에서 줄거리를 회수해야만 한다.

하나의 놀라운 점은 빙의된 캐릭터에 동화된다는 것이다. 책 감응도 수치 100%. 동화자는 캐릭터에 스토리텔러처럼 빙의되는 것이 아니라 동화된다. 빙의는 한 육체에 2개의 영혼이 공존하지만, 동화는 한 육체에 한 영혼만 존재한다. 캐릭터의 영혼과 융화되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줄거리를 회수하자, 스토리텔링 협회에서 하나를 데리러 나온 스토리텔러 B와 만나게 된다. 그다음 퀘스트는 <어린 왕자>다. 장미로 빙의된 B가 간 소행성에는 어린 왕자가 아닌 팝콘만 잔뜩 먹어서 뚱뚱해진 할아버지가 넷플릭스를 보고 있었다. 여우로 동화된 하나는 보아뱀과 친구가 되고 진화한 보아뱀이 소행성 B612로 하나를 데려다준다.

하나가 어린 왕자에게 가니 '매일 정해진 시간에 어린 왕자를 산책시키세요'라는 퀘스트가 주어졌다. 하나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마다 공원을 걸었다. 왜 우울한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모를 때는 걷다 보면 이런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이 정리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했단다. 나도 무조건 걷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게 내버려두며 걷다가 점점 아무 생각이 안 나게 되면 뇌가 쉬게 되어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한다.

어린 왕자는 노을을 보며 이게 마지막이라고 한다. 하나는 내일 또 보면 되지 않냐고 했는데, 어린 왕자는 오늘의 노을은 오늘뿐이라며 슬퍼한다. 하늘 아래 같은 붉은색이 없듯, 노을도 다 다르다고. 그래서 십인십색이라는 말이 있나 보다. 우리 모두는 다 다르기에 세상이 빛난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에 재밌게 봤던 <대행사>라는 드라마 대사처럼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하나처럼 책을 읽으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존감을 키워간다면 기쁨은 배로, 슬픔은 반으로 나눌 수 있는 멋찐 어른이 될 것이다.

이제 어린 왕자와 이별할 시간. 어린 왕자는 소행성 B612호를 떠날 준비를 한다. 하나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정이 든 걸까? 이런 게 길들여지는 걸까? 우리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지구를 떠나야 한다. 그때는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졌던 장미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마음에 품고 간다. 그래서 우리는 이 세상에서 서로를 길들이는 연습을 하나보다.

하나는 사무실에서 눈을 뜬다. 줄거리 회수 완료를 알리는 종료음과 함께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어쩌면 헤어진 어린 왕자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사진과 동영상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엄마가 생각났다. 실물로 볼 수는 없지만 내 마음속에 늘 나와 함께 살아있는 것 같다. 내가 잘 한 일 있으면 혼잣말로 엄마에게 자랑하니까.

마지막은 <별주부전>과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가 섞인 책 속으로 A와 함께 간다. 둘 다 토끼가 되었는데 별주부 전에서는 A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줄거리를 바로잡고, 거북이와 경주하는 토끼에 동화된 하나는 색다른 결론을 내면서 줄거리를 회수한다.

대한 스토리텔링 협회 이사장은 진상갑이고 스토리텔러 A에게 신입들이 다쳐서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악명 높은 X가 배후일 것이라고 했다. 자수정과 안티 스토리텔러인 X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이제까지 발견된 조각은 5개. 이제 마지막 조각 하나를 찾아야 한다. 과연 이렇게 줄거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왜 그랬을까? 책 속에서 함께 찾아보자.

나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렇게 정신없이 읽었는데 내 조카에게 선물해 주면 엄청 좋아할 것 같다. 표지까지 반짝반짝 빛나서 너무 예쁘다. 나는 아직 나의 꿈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찾으려고 책을 읽는 과정이 행복하다. 설령 꿈을 찾지 못한다 해도 매 순간 새로운 책과 함께하는 여행 자체가 참 즐겁다. 소설 속 하나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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