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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와 거장 - 위대한 창의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데이비드 W. 갤런슨 지음, 이준호 외 옮김, 박성원 감수 / 글항아리 / 2025년 2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요 예술가는 혁신가들로서, 이들의 작품은 후세대의 관행을 변화시킨다. 예술가의 혁신의 본질이 무엇이든, 그 중요성은 다른 예술가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에 달려 있다.
예술의 기능은 혁신이다. 예술가는 혁신가다. 혁신의 중요성은 후대와 다른 예술가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가에 달려있다. 예술가들의 창의성을 중심으로 보면 실험적 혁신가와 개념적 혁신가가 있다. 그리고 아이디어와 행위라는 2가지 창의적 측면이 존재한다. 나는 이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겠다.
이 책의 제목은 <천재와 거장>이다. 원제는 Old masters and Young geniuses, 나이가 지긋한 거장들과 젊은 천재들. 이 제목은 그대로 실험적 혁신가와 개념적 혁신가를 의미하며 이 책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이다.
부제는 위대한 창의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The Two Life Cycles of Artistic Creativity)인데, 영어를 보면 예술적 창의성의 2가지 생애 주기를 말하고 있다. 이 2가지 생애 주기라는 것 역시 실험적 혁신가와 개념적 혁신가를 의미한다.
이 책을 지은이는 경제학자이다. 그는 대학 때 미술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혁신에 중점을 둔 '현대 미술사 개론'을 들었는데, 유명한 화가들의 나이가 20대였다는 사실에 놀랐다. 화가들이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연령이 그 작품들의 경매 가격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진 그는, 이들의 작품 활동 기간을 체계적으로 조사해 보기로 한다.
그 후 몇 해 동안 연구를 거듭하면서 미술계에서 실험적 혁신가와 개념적 혁신가는 작업 방식이나 작품 활동 기간에 뚜렷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한다. 이런 연구들이 누적되자 예술가들이 근본적으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고 다른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 발견을 일반화하기 위해 그는 더 많은 화가를 대상으로 폭을 넓혔다. 방대한 양의 분석과 정보는 일정한 패턴에 맞아들어갔다. 그래서 저자는 혁신의 두 가지 패턴에 대한 분석을 활용하여 현대회화 발전의 결정적 순간이나 사건에 관한 이야기에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목적은 창의적인 예술가들의 생애 주기에 대한 저자의 이론을 제시하고, 이 이론이 경험적으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예술가들의 작품의 질을 측정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던 중 우연히 패턴을 발견했다.
예술가들의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예술가들의 나이와 혁신은 관계가 있을까? 그래서 저자는 경매 시장 가격, 미술사 교과서 증거, 전시회 그림 제작 시 연령, 최고가 작품 제작 시 연령 등을 연구하고, 대기만성형 폴 세잔과 천재로 태어난 파블로 피카소의 비유를 통해 예술을 추구하는 2가지 방식에 대해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증명한다. 나는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구별해 보았다.
창작은 아이디어에서 나오는가, 행위에서 나오는가? -앨런 보네스
이 질문은 곧 창작에는 아이디어와 행위라는 2가지 측면이 존재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2가지 생애 주기(Life Cycles)와 일치한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이해한 것을 바닷가에서 풍경화를 그리는 것으로 비유해 봤다.
파도가 밀려오고 햇살이 눈부시다. 나는 태양이 바다 위에 비춰 눈부신 바다를 느끼고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라는 나의 생각, 즉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싶다.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온갖 방법을 고민하며 공을 들인다. 제대로 표현이 안 된 것 같다. 다시 그린다. 이런저런 보완을 한다. 마음에 안 든다. 내가 원하는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라는 목표를 달성한 그림이 나올 때까지 그린다.
이 모든 작품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탐구의 과정이며 수단이나 발판이 되어 준다. 대표적인 화가가 폴 세잔이다.
똑같이 바다를 본다. 나는 이 눈부신 풍경을 네모의 이미지에 담아야겠다. 직사각형, 마름모, 정사각형 등 어떤 구도로 네모를 배치할 것인지 즉흥적으로 구상한다. 내가 치밀하게 의도한 네모들로 바다와 하늘과 태양의 이미지를 그대로 도화지에 쏟아낸다.
네모를 그렸더니 세모도 있고, 오각형도 있고, 원도 있다. 그럼 이 모든 것을 합치고 태양빛을 번개의 이미지로 넣어보면 어떨까? 어떤 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철저하게 계획한다. 그리고 다양한 생각을 모두 작품으로 만든다. 이 모든 작업 행위는 그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가치를 지닌다. 대표적인 화가는 파블로 피카소다.
이 두 가지 생애 주기를 알면 예술가들이 본인의 성향을 알고 상호보완을 해서 한층 더 높은 창작 세계를 만들 수 있다. 내가 천재 스타일이면 말년에 어떻게 하면 천재성을 더 발휘할지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다. 내가 대기만성형이라면 어떻게 하면 나의 이런 성향을 다르게 조명할지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이고 옳다고는 할 수 없다. 천재든 거장이든 자신만의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가치 평가는 예술가나 작가와 같은 당사자들과 미술관에서 작품을 사거나 경매할 때나 필요하지 굳이 일반인이 알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왜 저자는 예술가들의 혁신적인 시기와 나이의 관계를 증명하며 일반화시켰을까? 우리의 예술 작품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 나의 느낌이 중요하지 해설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이제껏 내 느낌을 중시하며 감상을 했다. 그런데이 책을 읽고 나니 작품을 보면 이 예술가는 어떤 성향인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실험적 혁신가의 작품은 딱 보면 일단 뭔가 느낌이 전해진다. 그런데 개념적 혁신가의 작품은 왜 이것이 예술인가? 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개념적 혁신가들의 작품은 내가 천재의 생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예술가 본인이나 전문가들의 해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느낌을 중심으로 감상할 수 있는 그림은 실험적 혁신가들 작품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솔직히 몬드리안의 파랑, 빨강, 노랑 네모가 무슨 의미란 말인가? 난 저거 한샘 마크 비슷하다는 생각만 났다. 칸딘스키의 작품을 보고 나는 도대체 무엇을 느껴야 한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저자는 유명한 조각가, 시인, 소설가, 영화감독까지 분야를 확대해서 창의성의 생애 주기에 관한 것을 살펴본다. 심리학자들의 관점은 혁신가들이 전문 분야나 예술을 발전시킨다는 것이지만, 저자의 관점은 발전뿐 아니라 그 분야를 변화시키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이렇게 자신의 생애 주기를 알면, 위대한 실험적 혁신가들은 이전에는 추상적이었던 전문 분야에 실질적인 내용을 추가할 수 있고, 위대한 개념적 혁신가들은 이전에는 복잡했던 영역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나도 뒤에 나와 있는 창의성 진단 표에 답해보았다. 20점 미만. 창의력이 거의 없었다. 내가 창의력을 발휘해야 할 일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금 열심히 책을 읽으니까 앞으로는 창의력이 좀 생기지 않을까? 그러면 실험적 혁신가까지는 아니더라도 실험적 서평단은 될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