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 - 줄거리를 회수하라
김연주 지음, 박시현 그림 / 풀빛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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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떤 관계든 믿음이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서툰 믿음만큼 관계를 해치는 것도 없으니까.

이 책은 고등학교 1 학년 서하나와 스토리텔러가 함께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 속, 꼬여버린 줄거리를 회수하는 퀘스트를 달성해 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퀘스트란 롤플레잉 게임에서 주인공이 NPC(Non-Player Character)로부터 받는 임무, 즉 미션을 말한다. 책에는 녹색 글자로 표시된 부분에 나온다.

처음에는 하나 혼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으로 들어가고 그다음에는 스토리 텔러 B와 함께 <어린 왕자> 속으로 간다. 마지막은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가 <별주부전>과 함께 섞여버린 이야기 속으로 A와 함께 간다.

어떻게 사람이 책 속으로 들어가지? 신비한 자수정 때문이었다. 이것을 일정 속도 이상으로 진동시키면 차원의 틈이 열려서 책 속의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는 것. 그래서 이 외계 물질 NF3908은 '책 속으로 향하는 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하나는 자기 방에 갑자기 책 속에서 나타난 스토리텔러 A를 만난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으로 들어갔다. 엘리스가 된 것이다. 이렇게 빙의가 돼버리면 엔딩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빙의된 책에서 나갈 수 없다. 이곳에서 줄거리를 회수해야만 한다.

하나의 놀라운 점은 빙의된 캐릭터에 동화된다는 것이다. 책 감응도 수치 100%. 동화자는 캐릭터에 스토리텔러처럼 빙의되는 것이 아니라 동화된다. 빙의는 한 육체에 2개의 영혼이 공존하지만, 동화는 한 육체에 한 영혼만 존재한다. 캐릭터의 영혼과 융화되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줄거리를 회수하자, 스토리텔링 협회에서 하나를 데리러 나온 스토리텔러 B와 만나게 된다. 그다음 퀘스트는 <어린 왕자>다. 장미로 빙의된 B가 간 소행성에는 어린 왕자가 아닌 팝콘만 잔뜩 먹어서 뚱뚱해진 할아버지가 넷플릭스를 보고 있었다. 여우로 동화된 하나는 보아뱀과 친구가 되고 진화한 보아뱀이 소행성 B612로 하나를 데려다준다.

하나가 어린 왕자에게 가니 '매일 정해진 시간에 어린 왕자를 산책시키세요'라는 퀘스트가 주어졌다. 하나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마다 공원을 걸었다. 왜 우울한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모를 때는 걷다 보면 이런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이 정리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했단다. 나도 무조건 걷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게 내버려두며 걷다가 점점 아무 생각이 안 나게 되면 뇌가 쉬게 되어 마음이 가벼워진다고 한다.

어린 왕자는 노을을 보며 이게 마지막이라고 한다. 하나는 내일 또 보면 되지 않냐고 했는데, 어린 왕자는 오늘의 노을은 오늘뿐이라며 슬퍼한다. 하늘 아래 같은 붉은색이 없듯, 노을도 다 다르다고. 그래서 십인십색이라는 말이 있나 보다. 우리 모두는 다 다르기에 세상이 빛난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에 재밌게 봤던 <대행사>라는 드라마 대사처럼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하나처럼 책을 읽으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존감을 키워간다면 기쁨은 배로, 슬픔은 반으로 나눌 수 있는 멋찐 어른이 될 것이다.

이제 어린 왕자와 이별할 시간. 어린 왕자는 소행성 B612호를 떠날 준비를 한다. 하나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정이 든 걸까? 이런 게 길들여지는 걸까? 우리도 언젠가는 아름다운 지구를 떠나야 한다. 그때는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졌던 장미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마음에 품고 간다. 그래서 우리는 이 세상에서 서로를 길들이는 연습을 하나보다.

하나는 사무실에서 눈을 뜬다. 줄거리 회수 완료를 알리는 종료음과 함께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어쩌면 헤어진 어린 왕자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는 사진과 동영상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엄마가 생각났다. 실물로 볼 수는 없지만 내 마음속에 늘 나와 함께 살아있는 것 같다. 내가 잘 한 일 있으면 혼잣말로 엄마에게 자랑하니까.

마지막은 <별주부전>과 이솝우화의 <토끼와 거북이>가 섞인 책 속으로 A와 함께 간다. 둘 다 토끼가 되었는데 별주부 전에서는 A가 기발한 아이디어로 줄거리를 바로잡고, 거북이와 경주하는 토끼에 동화된 하나는 색다른 결론을 내면서 줄거리를 회수한다.

대한 스토리텔링 협회 이사장은 진상갑이고 스토리텔러 A에게 신입들이 다쳐서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악명 높은 X가 배후일 것이라고 했다. 자수정과 안티 스토리텔러인 X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이제까지 발견된 조각은 5개. 이제 마지막 조각 하나를 찾아야 한다. 과연 이렇게 줄거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사람은 누구일까? 왜 그랬을까? 책 속에서 함께 찾아보자.

나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렇게 정신없이 읽었는데 내 조카에게 선물해 주면 엄청 좋아할 것 같다. 표지까지 반짝반짝 빛나서 너무 예쁘다. 나는 아직 나의 꿈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찾으려고 책을 읽는 과정이 행복하다. 설령 꿈을 찾지 못한다 해도 매 순간 새로운 책과 함께하는 여행 자체가 참 즐겁다. 소설 속 하나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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