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쉽게 찾기 - 야생화를 쉽게 찾고 공부하는 도감, 최신 개정판 자연 쉽게 찾기 시리즈
윤주복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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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지(高山)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아름다운 꽃밭(花園)을 고산화원이라고 한다. 여름의 뜨거운 햇빛 아래 황홀한 꽃잔치가 벌어지는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태백산, 설악산 등의 높은 산은 고산 화원으로 불린다. 같은 꽃이라도 높은 산에서 피는 꽃은 낮은 지대에서 피는 꽃보다 색깔과 향기가 더 진하고 아름답다.


길을 가다 보면 이름 모르는 꽃들이 너무 많다. 네이버 스마트 렌즈는 AI 기반이라 정확하지 않아 살짝 아쉽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서평단 당첨! 인디캣님 감사합니다~ ^^

식물 생태 연구가인 저자가 직접 수년간 전국을 다니며 촬영하고 분류한 사진들이다. 다양한 종류의 꽃 전체를 찍고, 아주 가까이서 꽃 모양을 찍은 사진이 있어 구별하기 편했다. 이 책과 네이버 그린닷 동그라미 속에 있는 스마트렌즈, 그리고 다음 앱 검색창의 꽃 검색 기능을 함께 활용하면 최고일 듯!

내가 구별할 줄 아는 꽃은, 무궁과, 개나리, 진달래, 철쭉, 코스모스, 튤립, 백합, 안개꽃, 부들, 장미, 도라지꽃 정도다. 나무는 소나무와 사철나무 정도만 알다가 이렇게 많은 종류의 꽃들을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 책은 꽃을 (초록색)나무(브라운)로 크게 나누고, 봄에 피는 꽃과 여름(가을)에 피는 꽃으로 구분했다. 계절 내에서는 꽃 색깔과 꽃잎 수로 구분했다. 부록에는 각종 나물과 먹을 수 있는 야생 열매를 소개한다.


꽃부리는 화관(花冠)이라고도 하며 꽃잎 전체의 모양이다. 십자 모양, 백합 모양, 종 모양, 깔때기 모양, 항아리 모양, 나비 모양, 투구 모양, 왕관 모양 등 정말 다양한 모양이 있었다.


오랜만에 나뭇잎 사진을 보니 생물 시간에 광합성 배웠던 생각이 났다. 광합성은 식물이 햇빛을 이용해 스스로 양분을 만들고 우리가 숨 쉬는 산소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갑자기 이 모든 식물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별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식물들이 우리를 살리는데 기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길을 가다가 나뭇잎 모양이 꼭 하트같이 생겨서 예뻐서 찍어놨던 사진이 있다. 이 책에서 보니 다양한 잎의 모양 가운데, 하트형 잎도 있었다. 깻잎과 비슷하게 생겼다. 내가 찍은 사진은 하트형 잎모양이다.


산과 들에서 따먹는 열매 80종도 여름에 따먹는 열매와 가을에 따먹는 열매로 구분해서 실려 있다. 등산할 때 먹을 수 있는 열매를 알고 있으면 목마를 때 따먹기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들고 다니기에는 무거우니 책 사진을 찍어서 가지고 다니면 된다.

또한 산과들에서 만나는 대표적인 유독식물 77 종도 실려있다. 산에 가시는 분은 꼭 사진 찍어서 가지고 다니자. 독이 있는 열매와 나무, 독이 있는 풀로 구분해서 실었다. 유독 식물을 먹으면 심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 조심할 것.

맨 끝에는 '꽃 이름 찾아보기'가 있다. 만약 할미꽃이나 부들을 찾는다면 풀꽃 이름에서 찾아야 하고, 무궁화개나리, 진달래를 찾는다면 나무 꽃 이름에서 찾아야 한다.

나는 가장 먼저 이 책과 함께 들어있는 책갈피 꽃 이름부터 궁금해서 찾아봤다. 먼저 빨간 꽃🌸


이 빨간 꽃이 봄에 피는지 여름에 피는지는 알 수 없으니, 풀꽃인지 나무 꽃인지를 먼저 찾았다. 책갈피 꽃을 보니 나뭇가지가 살짝 보인다. 나무 꽃에서 찾으면 되겠다. 이 꽃은 봄에 피는 붉은색 나무 꽃이었다. 이름은 사람 이름 같은 명자나무💐

그다음은 파란색 책갈피다. 대충 봐도 수국이다. 하늘색, 핑크색, 흰색 등등 다양한 수국 색깔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맨 뒤에 있는 꽃 이름 찾아보기로 찾았다. 풀꽃 이름에서 찾아보니 수국이 없길래 나무 꽃 이름에서 찾아보았더니 있다. 수국이 나무 꽃이었다 🌸


흰 꽃 책갈피는 처음 보는 꽃이기도 하고 정말 찾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일단 흰색이니까 회색에서, 나뭇가지가 보이니, 나무 꽃에서 찾아보았다. 비슷한 것을 찾긴 했는데 맞는지는 모르겠다. 노각나무? 꽃 술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마지막은 최고난도 이파리🌿 찾기! 결국 못 찾아서 네이버 스마트 렌즈를 사용해서 검색을 해봤더니 해당화 잎이라고 한다.


이 책은 '생각 버리기 연습'을 하는데 최고다. 책갈피에 있는 꽃 이름을 알아내겠다고 책상 위에서 꼼짝도 않고 똑같은 모양을 찾다 보니, 나도 모르게 두 시간 이상이 지났다. 자연은 사진을 보나 실물을 보나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나 보다.

꽃은 어쩌면 이렇게 저마다의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나무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거꾸로 꽃과 나무가 우리 인간들을 본다면 어떻게 느낄까? 내가 꽃과 나무를 보며 너무너무 아름답다고 느꼈듯, 자연의 눈에 비친 우리 모든 사람은 각자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을까? 저자가 찍은 꽃들과 내가 찍었던 꽃들 사진에 묻혀 너무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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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비트코인과 화폐의 역사 -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과거·현재·미래 사회의 돈 이야기
김지훈(제이플레이코) 지음, 김혜원 그림 / 체인지업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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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김지훈

저자는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분야의 전문가로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제이 플레이 랩스를 운영하면서 블록체인 및 암호화 화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어려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이야기를 알기 쉽게 풀어주는 책, 강의, 온라인 채널 등을 통해 디지털 금융시대의 생존법과 최신 디지털 금융 트렌드를 알려준다. 2018년부터 제이플레이코(Jayplayco)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저자님 덕에 2025년 3월부터 모바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조만간 주민센터 가서 기존 민증 반납하고 IC 민증 신청하려고 한다.

#생기부필독서

생기부(생활기록부) 필독서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데 도움이 되는 추천 도서를 말한다. 독서가 자신의 생각과 진로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보여줘야 한다. 요즘에는 인문, 사회, 과학, 수학 등 계열별로 추천 도서 목록과 함께, 책의 핵심 내용, 독후 활동 아이디어, 생기부 작성 사례까지 담은 책들도 있다지만 직접 책을 읽고 쓴 글과 베낀 글은 티가 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생기부 필독서로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인 디지털 금융 문해력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는 앞으로 금융 경제 활동의 핵심이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단어들도 빠짐없이 공부해서 미래 사회의 필수 지식을 미리 습득하고 변화에 대비해 놓으면 든든할 것이다.

이 책은 화폐의 역사와 의미를 알려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왜 비트코인이 등장했는지, 블록체인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같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디지털 금융 환경을 이해해야 스스로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앞으로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은 금융과 IT(Information Technology,정보통신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낼 것이다.

#10대를위한비트코인과화폐의역사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10대들이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시대를 미리 알고 준비했으면 해서다.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기 전, 규칙과 공략법을 미리 알아두면 게임 하기가 수월하듯.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화폐에 대한 것이 바로 이해가 된다. 나도 역사와 인물 소개가 이렇게 재밌고 쉽게 이해될 줄은 몰랐다. 책 표지에 있는 "설명은 최소로 이해는 최대로!"라는 말에 100% 공감!

돈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발전하는지 알면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돈의 형태와 자산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이제는 스스로 올바른 금융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인 디지털 금융 문해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남들 따라 투자하거나,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고, 스스로 돈을 지키는 힘을 길러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고 배우려는 자세다.

디지털이란 모든 정보를 0과 1이라는 숫자로 바꾸어 컴퓨터가 빠르게 처리하게 해주는 방식이다. 아날로그는 많은 다양한 값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컴퓨터는 계산하기가 매우 복잡해서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디지털은 0과 1로 단순화했기 때문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우리가 폰으로 사진도 보고 노래도 듣고 게임도 할 수 있는 게 이 빠른 디지털 방식 때문이었던 것이다.

아날로그 화폐는 동전이나 지폐이고, 디지털 화폐는 PC나 핸드폰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자. 이 디지털 화폐에는 가상화폐, 암호화폐,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가 있다.

가상화폐(Virtual Currency)가상의 특정 공간에서 사용하는 화폐다. 리니지의 게임 속 화폐인 아데나는 리니지 게임 속에서만 쓸 수 있다. 메이플스토리의 매소나 로블록스의 로벅스 역시 게임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럼 네이버 페이나 토스 페이 같은 건 뭘까? 이것도 핸드폰 속에 존재하는데? 이런 페이 종류는 우리가 가진 진짜 돈을 쉽고 빠르게 쓸 수 있도록 돕는 결제 도구다. 그러니까 네이버페이나 네이버페이 포인트는 이런 금융 서비스의 확장으로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네이버 페이가 자체적으로 돈을 만들어내거나 통화 가치를 결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암호화폐(Cryptocurrency)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암호화된 디지털 자산이다. 대표적인 비트코인(Bitcoin)은 2009년에 은행 없이 사람들끼리 직접 돈을 주고받으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누군가에게 돈을 보내려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고 송금해야 하는 데 비트코인은 모든 거래와 기록이 블록체인이라는 곳에 공개적으로 저장된다. 그래서 누구나 거래내역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로 해킹은 불가능하다.

비트코인 말고도 이더리움(Ethereum) 이라는 암호화폐도 있다. 돈을 주고받는 것뿐 아니라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똑똑한 스마트 계약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 다른 암호화폐 리플(Ripple)은 국제 송금을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하는 데 쓰인다. 이런 암호 화폐는 디지털 금으로 여겨지면서 아직은 결제용보다 투자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디지털 화폐 중에서도 정부가 직접 보증하는 화폐다. 가상화폐나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민간 회사나 네트워크가 만들고 관리하지만 CBDC는 정부에서 관리하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안에서만 존재한다.

게임 머니를 많이 질러본 나는 게임머니와 비트코인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다. 둘 다 진짜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나의 결론은 게임 머니는 게임 밖 세상에서 진짜 돈으로 바꿀 수 없는데, 비트코인은 진짜 돈처럼 전 세계 사람들과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비트코인은 주식처럼 가치가 변하며, 거래도 할 수 있고, 진짜 돈처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럼 알트코인(altcoin, alternative coin, 대안 코인)은? 비트코인 빼고 모두 다 알트코인이다. 비트코인처럼 가치가 오르락내리락 한다. 사람들이 어떤 코인을 좋다고 생각하면 비싸지고 별로라고 생각하면 싸진다. 이더리움도 비트코인이 아니니 알트코인이다. 이더리움은 미래의 금융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알트 코인의 대장이다.

이 책의 3장에는 디지털 화폐 혁명의 선구자들이 나온다.

현대 거시경제학의 아버지인 영국의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디지털 익명성 및 프라이버시 기술 분야의 선구자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s) 개념을 처음 제시한 닉 재보(Nick Szabo),

'블록체인'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더글러스 잭슨(Douglas Jackson),

2009년 비트코인을 개발한 사토시 나카모토(中本哲史, 그의 정체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더리움 개발자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

중국 최대의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 마윈(马云Mǎ Yún, Jack Ma),

그리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Elon Musk)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다. 이 사람들의 업적과 이름을 기억해 놓으면 아는 척 좀 할 수 있을 듯?

나는 러시아의 프로그래머인 비탈릭 부테린이라는 이더리움 개발자가 마음에 들었다. 비탈릭이 가지고 있는 이더리움만 27만 개가 넘는다는데 이더리움 하나가 450만 원이라고 치면 1 조원이 넘는 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비탈릭은 이런 돈에 집착하기보다 이더리움이 이 세상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다는 신념으로, 평생 놀아도 되는데, 계속 일하고 있다는 자체가 멋있다.

화폐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어렵고 힘들지만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자. 돈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진 않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돈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학생들의 새로운 미래 진로를 찾는데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운동선수가 힘든 훈련을 하면서 미래의 경기를 준비하듯, 우리도 돈의 발전 과정을 살피며 미래의 디지털 화폐가 가지는 의미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이 여러분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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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그곳에 우리 - 토스카나의 여유, 아말피의 설렘을 걷다
이홍범 지음 / 좋은땅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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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이탈리아의 로마, 아시시, 피엔차, 시에나, 피렌체, 나폴리, 폼페이, 소렌토 그리고 다시 로마에서 또 다른 여행을 그리는 13일간의 여정이 담긴 수필집이다.

가장 큰 특징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대신 렌터카로 이탈리아를 여행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차 팁과 요금도 나와 있고, 기름을 꽉 채워서 렌터카를 반납해야 돈이 덜 든다는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유럽 여행은 렌터카가 정답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렌터카 여행기는 처음 읽어본다. 그래서인지 여행기 곳곳에 여유로움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여행을 이렇게 여유롭게 하면 저절로 힐링이 될 것 같다.

저자가 친하게 지내는 부부들이 있다. 이 그룹 이름은 옥타브다. 8명의 멤버들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숫자 8을 나타내는 라틴어 옥타(octa)에서 가져왔다. 2주에 걸친 이탈리아 여행은 이 옥타브 멤버들과 함께했다.

나는 이 옥타브 멤버들의 여행 스타일이 마음에 들었다. 핵심적인 여행 일정만 전체가 함께 보내고 모든 일정을 커플마다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한 것. 심지어 막내 커플은 부인과 딸이 먼저 로마로 들어가서 5일 동안은 둘이서 지내다가 남편을 로마에서 만나는 일정을 택했다. 이렇게 각자의 취향과 형편을 존중하는 따로 또 같이 여행이 참 좋아 보였다.

저자인 이홍범 변호사님은 대기업에서 30여 년간 사내 변호사로 활동 했다. 꾸준히 여행에 관심을 기울였던 저자는 40여 개국을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했고 효율적인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그래서 이렇게 옥타브 멤버들과 함께한 여행 기록을 독자들과 공유하게 된 것이다.

여행할 때 여행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미리 해가면 여행의 의미가 더 깊어지고 경험도 풍성해진다. 저자는 방문할 주요 장소에 대해 일부 멤버들에게 미리 준비를 맡겼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나중에는 멤버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그날의 일정을 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한다. 각자의 참여 의식도 높아지고 여행의 재미와 몰입감도 깊어질 것이다. 이것이 따로 또 같이 여행의 묘미일까?

사진 하나가 한 편의 에세이가 된다. 사진은 그저 글과 나란히 있을 뿐이지만 한 폭의 그림처럼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유럽은 아무 데나 찍어도 예술이 된다더니. 저자는 글을 쓰면서 그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사진을 첨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글과 사진이 각자 따로 따로 놀지도 않는다는 출판사 리뷰가 읽는 내내 생각났다.

사진이 글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글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풍부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다비드 상 이야기를 하며, 진짜 다비드상 사진과 여기저기에서 찍힌 가짜 다비드상 사진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사진 퀄리티도 뛰어나고 종이 질도 고급스러워 책장을 넘기는 내내 만족이었다.

이 책이 다른 여행기와 다른 건, 변호사님 답게 문학적인 표현을 하지 않고, 그 공간이 저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떤 것을 맛보고 느꼈는지 심플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점이다. 도시나 명칭의 유래에 대한 설명도 간단 명료해서 좋았다.

나는 솔직히 여행을 가면 무엇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여행은 맛집에서 맛있는 거 먹고 유명한 곳에서 사진 몇 장 찍고 오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우리나라 여행을 하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이곳은 어떤 역사적 사실이 있었던 곳이고, 그것을 통해 현재 내가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공부하고 갔을 것이다. 경주에 갔었는데도 인증샷 찍고 온 게 다였다는 사실이 매우 아쉽다. 공부하고 여행을 떠날 생각은 어째서 한 번도 안 해봤을까?

"토스카나의 여유, 아말피의 설렘을 걷다"라는 이 책의 부제처럼 토스카나의 그림 같은 언덕, 아시시의 고풍스러운 골목, 르네상스의 숨결이 살아있는 피렌체, 베수비오 화산과 폼페이가 있는 항구 도시 나폴리를 거쳐 아말피 해안의 절경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글을 읽노라면 매 순간 이탈리아를 제대로 만끽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토스카나아말피가 이 책의 부제라 더 꼼꼼하게 읽었다. 토스카나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서울인지, 서울의 한 지역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서 검색해 봤다. 우리나라에는 주라는 개념이 없지만 미국처럼 이탈리아도 주가 있다. 토스카나주에 피사 시가 있고 여기에 피사의 사탑이 있는 것. 나의 얄팍한 지식으로는 토스카나 하면 피사의 사탑밖에 생각이 안 난다. 피사의 사탑은 이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토스카나 주에 있는 너무도 아름다운 크레타 세네시(Crete Senesi)라는 곳을 들어보았는가? 이곳은 나무들과 흰 점토로 덮인 언덕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토스카나 농촌이다. S자 형태의 커브 길 양쪽으로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늘어선 길은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사진의 단골 배경이라고 한다. 트러플 새우깡 때문에 나도 송로버섯을 알게 되었는데, 여기는 흰색 트러플 송로버섯 산지로도 유명하다.

여유로운 토스카나의 농촌에서 느린 삶의 미학을 발견한다. 느긋하게 식사하며 와인 한 잔을 나눈다. 바쁘게 살아온 저자에게 진정한 휴식의 시간이 되었을 것 같다. 외국 여행은 유명한 관광 명소들을 빠듯한 일정에 맞춰 순례하고 오는 것이 다라고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화장실은 아이디 카드가 있어야 들어가고 나올 수 있었다는, 황당한 화장실 탈출기도 여행하시는 분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정보다. 요즘 세상에도 소매치기가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사람 많은 곳에 갈 때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카페에 폰 올려놓고 화장실 갈 수 있을만한 나라가 아니란 거다.

치비타 디 반뇨레조(Civita di Bagnoregio) 마을은 그 독특한 지형과 역사 때문에 '죽어가는 도시(The Dying City)' 또는 '하늘 위의 섬'으로 불린다. 마을로 들어가는 유일한 통로인 300 m에 달하는 멋진 다리는 1인당 €5의 입장료가 있다. 주민들이 이 마을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덕분에 전 세계에서 연간 85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영화에서나 가능한 꿈의 마을 같다.

알고 보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유명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의 실제 모델이 된 곳이었다!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듯한 고립된 지형, 오랜 세월을 간직한 중세 건축물들, 그리고 주변의 웅장한 자연 경관이 정말 현실 세계가 아닌듯한 독특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내가 가 보고 싶은 여행지 1위가 베네치아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치비타로 바뀌었다. 2위는 북유럽 가서 오로라 보기, 3위는 몽고 사막 가서 쏟아지는 별하늘 보기인데, 추위와 더위라는 악조건 때문에 보면야 좋겠지만 안 봐도 그만이다.

일출을 보기 위해 치비타로 향한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우와~ 어떻게 이런 색이 있을까? 산등성이 위로는 솜뭉치 같은 몽글몽글 구름바다가 너무 멋있다. 환상적이고 신비로워서 실제로 봐도 가상현실이라고 착각할 것 같다. 자동차 타고 이런 환상적인 일출 풍경을 볼 수 있다니!

나폴리에서 가장 유명한 골목인 스파카 나폴리(Spacca Napoli)도 신기했다. 스파카라는 말은 둘로 쪼갠다는 뜻인데 골목이 나폴리를 둘로 나눈 듯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골목을 항공사진으로 찍은 것을 보면 지진이 나서 동서로 땅이 갈라진 것처럼 둘로 쪼개져 있다. 한강이 강남과 강북을 나누는 것과는 또 다른 색다름이었다. 물이 아니라 골목이어서 더 신기했던 것 같다.

아말피는 이탈리아 캄파니아 주에 있는 나폴리로부터 남동쪽으로 47km 떨어진 곳이다. 깎아지른 절벽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아말피 해안은 말 그대로 그림 같았다. 우리나라는 점점 빌딩 숲에 아파트 일색으로 바뀌어 가는데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부러웠다.

저자는 혼자만의 여행이 아닌, 소중한 이들과 함께한 순간들에 초점을 맞춘다.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함께한 이들과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며, 서로에게 의미 있는 추억을 선물하는 과정이다. 글과 함께 어우러진 사진들은 그 순간 우리가 그곳에 있었다는 흔적을 선명하게 남긴다.

이미 이탈리아 여행을 몇 번 다녀오신 분들은 새로운 관점과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똑같은 곳을 가봤다면 그때의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을 추억할 수도 있고, 나처럼 유럽에 못 가본 사람은 가만히 앉아서 유럽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어? 거기 나 알아~" 하면서.

저자의 담담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은 아무 생각 없이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독자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빠져 나와 잠시 이탈리아에서 여유롭게 다양한 음식들을 맛보며 와인 한 잔 또는 맥주 한 잔을 마신다.

이 책을 읽으니 이탈리아에 관한 다양한 역사와 상식도 많이 알게 되었다. 나 혼자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다면 이렇게 꼼꼼하고 자세하게 보고 오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티본스테이크는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치비타로 가는 길에 보는 🌅 일출은 사진도 너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토스카나의 황금빛 언덕길을 달리고 아말피 해안의 눈부신 절경을 가르며 달려온 2주간의 여정. 옥타브 멤버 전원과 함께한 이 아름다운 여행은 도로 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그곳에 우리 마음속에도 잊지 못할 길을 새겼다.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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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여행. 레저.를 즐기는 순간 - 앎과 자유를 향해서
안소연 지음 / 좋은땅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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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딸 하늘이와 아들 마음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자 작가다. 나는 이 책 <파티. 여행. 레저.를 즐기는 순간>이라는 제목을 보고 파티 소품이나 파티 장소에 대한 정보나 다양한 레저를 소개하며 작가의 감성을 담은 수필집일까? 아니면 여행 가서 가족끼리 파티와 레저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장소를 소개해 주는 가이드북 아닐까? 생각했다.

둘 다 아니었다. 무궁화 열차를 타고 천안까지 혼행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여수 엑스포까지의 11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사진이 실린 수필집이다. 이 책을 통해 화려한 파티와 레저, 특별한 이벤트 등에 관한 정보를 얻고, 준비하려는 분들은 가이드북이 아님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각자의 파티, 여행, 레저를 즐겼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일상 속 나만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작가의 독특한 시선과 따뜻한 문장이 독자를 가이드 한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 모두에게 익숙함 속에서 낯섦을 찾아내는 새로운 시야를 갖게 해 줄 것이다.

그래서 <파티. 여행. 레저.를 즐기는 순간>이라는 제목은 파티처럼 신나고 즐거운 순간, 여행처럼 기대되고 설레는 순간, 레저처럼 여유롭고 한가로움을 즐기는 순간들이 결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님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 모든 것을 즐기는 순간들은, 우리 주변 어떤 공간에서라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무궁화 열차를 타고 천안으로 혼행을 떠난다. 가족과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과는 다르다. 목적성이 있고 화사한 여행이다. 스스로 조금 달라진 나, 색다른 여행의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느낄 수 있었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니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재충전하는 혼행도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나도 일본 오키나와 여행을 한 번 가 보고 싶어서 오키나와 가족 여행 부분을 책에서 가져와 봤다. 아예 여행과 레저에 관한 팁이 없는 건 아니고, 인상 깊었던 곳의 여행 팁과 저렴한 항공권 구하는 법, 추천 메뉴도 나와있다. 26개월 딸과 어른이 함께 즐기기 위해 수영장을 갔다. 적당한 높이의 풀과 많지 않은 사람으로 여유롭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 대만족이었다. 물놀이와 호텔 휴식만을 목표로 여행을 가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추라우미 수족관은 제주도의 아쿠아 플라넷 과는 느낌이 다르다. 수족관 자체는 크지 않고 각층마다 다양한 테마관들이 있다. 아기자기하게 바다의 정원을 꾸며놓은 듯한 느낌이다. 수질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햇볕이 잘 드는 바닷속을 잘라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표현도 직관적이어서 바로 이해가 된다.

케이크 가게에 진열된 아기자기한 케이크 사진, 관람차 앞의 신랑, 오키나와 아라하 비치 공원에서 본 하늘, 하천에 흐르는 물과 이끼, 유모차 벨트를 잠가주는 아빠... 이런 사소한 일상과 자연의 풍경들을 사진으로 보니,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뿐, 우리 주변은 늘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음을 새삼 느꼈다.

여행은 함께 계획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히면서, 서로의 진짜 모습들을 보여주며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다. 한 공간에서 상대방에게 맞춰가며 아이를 키우고, 가족이 만들어져 간다. 그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배움의 시간이다. 나도 가족끼리 서로 맞추며 살아온 모든 순간들이 나를 성장시킨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과 이렇게 특별하지 않은 순간들이 모여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나만의 인생이 만들어진다. 저자는 일상의 평범한 장면들을 책 속에 담아냄으로써 각자가 가진 평범한 모든 일상이 가장 특별한 것임을 덤덤하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고양 스타필드, 파주 출판 단지, 강남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 국립세종수목원, 강서구 방화 대로 메이필드 호텔 가족여행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장소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고,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냈다. 작은 사건과 감정의 변화들도 진솔하게.

아이들과의 유쾌한 에피소드, 가족과의 소소한 추억,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가 개인의 성장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의 이런저런 일상의 스트레스에 대한 잔잔한 위로가 되어준다. 아이들 사진을 보며 나도 이런 순간이 있었지 하며 지난 추억도 떠올리며 빙그레 웃었다.

이 책 표지에 있는 영어 부제는 Pure self, become a complete이다. 순수한 자아(Pure self)가 완전해진다는(complete) 뜻. 완전함은 물질적인 소유나 성공에 있지 않다. 각자의 내면이 스스로 부족함 없이 충만해지는 상태다. 작가는 화려한 파티나 레저가 아닌 수목원, 카페, 스타필드 같은 곳에서도 기쁨과 행복을 찾아낸다. 순수한 자아를 경험하는 순간이다.

나는 작가의 솔직한 감정 표현이 좋았다. 엄마이자 아내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육아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어떻게 느끼고 그 속에서 성장해 갔는지 전해졌다. 솔직한 일상의 기록은 순수한 자아, 진정한 나, 있는 그대로의 내가 어떻게 느끼고 변해갔지를 보여준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아이들이 순수하게 작은 것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즐겁고 환호하는 순간들을 함께 느낌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성장해 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움은 느끼는 것이다. 삶의 소중한 순간들은 능동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복잡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삶의 즐거운 순간들을 찾아낸다면 전과는 다른 활기찬 일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책을 따라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지나오다 보니, 나의 지루한 일상도 다채롭고 즐거운 경험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역시 나만을 위한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다만 이제까지는 특별한 순간만이 소중하고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

저자는 내 삶의 모든 즐거운 순간들은, 타인과 공유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게 아닐까 묻는다. 그래서 오랜만에 남편과 옛날 사진첩을 꺼내 봤다. 지나간 그 모든 순간들을 함께 추억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런데 추억을 나눌 사람이 먼저 떠났거나 아예 없다면 어떡하지? 그래서 내 삶의 모든 즐거운 순간들은 비록 타인과 공유할 수 없더라도 내 스스로가 그 순간에 행복했다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은 내 안에 있는 나 스스로와 공유할 때도 행복해진다.

이 책에 실린 평범한 지하철역 사진도, 광장에서 아이 혼자 아장아장 걸어가는 사진도 마치 예술 작품 같다. 일상이 여행이지 싶었다. 해외여행이 아닌 친숙한 국내 여행인데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벽화나 시화도, 공방도, 상점의 진열대도, 책 사진도, 조형물도, 인공지능 로봇도, 친구가 차려준 계란말이 아침상도 이 책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사소한 일상, 우리의 매일매일에는 잘 보면 파티, 여행, 레저를 즐기는 순간이 숨어있다. 이것을 발견해 내는 순간, 일상은 이렇게 아름답게 반짝인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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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컬러 팔레트 - 경단녀에서 창업자로
김희연 지음 / 이유출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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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맞다. 나는 식모다. 식모이자 아내, 며느리, 엄마, 딸, 가정교사, 베이비시터, 요리사, 비서, 교육 컨설턴트, 재정 관리자, 구매 담당자, 건강 관리사, 상담사, 행사 기획자 등등. 운전을 할 줄 아는 분은 운전기사까지 포함된다. 나는 운전을 무서워해서 운전기사는 못해 봤다.. 식모인데 이렇게 많은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남편들도 내가 머슴인가? 내가 ATM 인가? 똑같이 질문할 수 있다. 그래서 남자의 입장은 제외하기로 한다. 식모란 돈을 받고 일하는 가사도우미를 하대하거나 비하하는 말이다. 돈을 받고 청소 빨래 등 정해진 일만 할 수 있다. 나도 가사노동에 지쳤을 때, 내가 식모냐며 스스로를 많이 비하했었다. 그런데 혼자 살아도 가사노동은 필요하다. 삼시 세끼를 다 밖에서 사 먹을 수는 없으니까.

이 책에 나오는 내가 식모냐는 질문은 결혼 생활 매일매일이 하루 세 끼 차리다 끝나는 것 같아서 남편에게 따졌던 공감 100%의 말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살짝만 바꿔보자.

"우리 엄마는 식모인가?"

"나는 식모인가?"라는 질문은 뭔가 엄청 억울하게 느껴졌는데, "우리 엄마는 식모인가?"라고 물으니 아니다. 우리 엄마는 영원한 내 편이자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분이다. 우리 엄마 역시 주부다. 그런데 왜 나는 식모냐고 물으면 억울하고, 엄마는 식모냐고 물으면 당연히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걸까?

아이에게 엄마는 아나운서나 선생님이나 사장과 같은 직업이 없어도 그저 엄마라서 좋은 것이었다. 엄마는 그 자체로, 존재 자체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내가 주부가 되니 모든 일이 가사노동과 육아 지옥이었다. 커리어 우먼, 슈퍼우먼이라는 말은 가사노동도 잘하고, 엄마 노릇과 며느리 노릇도 잘하면서 직장에서는 일도 잘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자기 능력 이상의 에너지를 써야 하고, 결국 아프거나 번아웃이 온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꿈을 유보한 채 가족을 위해 봉사하며 시댁의 노예처럼 사는 억울한 여자의 일생. 성격이 안 맞아서 이혼을 한다지만 내 생각에는 시댁 때문에 이혼을 하지 싶다. 저자도 결국 이혼을 택했다. 그레이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색깔을 찾기로 결심한 것이다. 나도 이제 제사는 벗어났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부양의 의무는 점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일찍 결혼을 하고 20대 후반의 나이에 살림과 육아만 하면서 앞으로 50년 이상을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밥하고, 애 키우고, 신랑 뒷바라지하고 시댁에 봉사하며 사는 게 나머지 인생이라니... 나도 저자와 똑같이 느꼈다.

집안일을 고분고분 수행하지 않을 때 여성에게는 나쁜 엄마, 나쁜 며느리라는 낙인이 찍힌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싫었던 제사를 20년 이상 지냈던 것 같다. 알고 보니 나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유교 전통이 남아 있는 모든 나라의 여성이 겪고 있는 남성 편향 사회의 문제였다.

아이가 독립해서 생활비가 안 들어가 좋아했더니, 이제는 부모 차례다. 자녀 양육이 끝나면 대충 정년 퇴임을 맞이한다. 직장은 없어졌는데 길어진 수명 때문에 부모 부양이라는 새로운 의무가 주어진다. 이제는 앞으로 몇 년을 더 일해야 나의 노후 대비를 할 수 있을지 상상도 못한다. 그래서 나는 저자의 창업을 응원한다. 브랜미가 아주 잘 되어서 친정 부모님 오래오래 편안하게 사시게 해드렸으면 좋겠다.

늘어난 수명은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을 부채질한다. 연로하신 부모는 정부 보조금을 받을 정도로 장애인 등급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복지 주택에 입주해서 살 만큼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정도로 건강하지도 않아서 실버타운이든 실버 하우스든 요양원이든 케어 비 폭탄을 떠안는다. 함께 살자니 내가 죽을 것 같다.

나의 컬러 팔레트는 고정된 칸으로 분리되어 정해진 색깔밖에 쓸 수 없었다. 가족과 사회가 원하는 색깔로 나를 색칠하며 정해진 틀대로 살아온 나의 과거도 저자의 과거와 비슷하다. 마치 식모가 주인의 요구에 맞춰 식탁을 차리고 집안을 정리하듯,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시댁 위주의 삶을 살았다. 친정 부모님은 마치 무슨 죄인이나 되는 것처럼 친정은 늘 뒷전이고 시댁이 우선이다. 취집이 딱 맞는 표현이다.

저자 역시 나처럼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교육관도 나와 비슷하다. 아이의 공부나 독서는 스스로 하고 싶을 때 알아서 하겠거니 한 것이다. 저자는 천당 밑 분당에서 선행을 안 시켰고, 나는 강남 8학군에서 선행을 안 시킨 점도 똑같다. 하지만 저자는 교육관이 뚜렷했기 때문에 선행을 안 시켰던 것이고, 나는 시댁과 두 집 살림을 해야 했기에 아이 학원비가 없어서 못 보낸 것이었다.

저자는 2018년 11월 설마 내가 놀겠어 하는 배짱으로 희망퇴직을 한다. 하나밖에 없는 딸은 뉴질랜드에서 공부하고 대학 졸업도 하기 전에 두바이 아랍에미리트 항공사 승무원으로 취직이 되었다. 왠지 내 아들이 취업한 것처럼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이 책은 한 여성의 삶과 창업 여정을 다채로운 색채로 그려낸 책이다. 그녀의 삶의 여러 순간들이 어떻게 '색'이라는 창업 아이템으로 이어졌을까? 그녀의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과정은 잃어버렸던 자신의 컬러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었다.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마주한 도전과 기회들을 색깔에 비유하며 창업 과정에서 겪었던 좌절과 시행착오까지 솔직하게 고백해서 더 공감이 되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컬러'를 통해 자신만의 색을 찾아 나서도록 격려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색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의 기준이나 타인의 시선에 갇혀 본래의 색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작가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의 색을 찾아 용기 있게 나아가라고 한다.

창업이란 색을 섞어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작가가 직접 부딪히며 얻은 현실적인 창업 조언과 경험담은 예비 창업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창업은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만의 열정을 따라 꿈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작은 자영업이라고 해도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 대충 만든 것을 돈 주고 살 고객은 없기 때문이다. 한 번은 넘어가도 두 번은 없다.

당신의 인생 팔레트는 어떤 색깔로 채워져 있는가? 그 색깔들은 당신이 정말로 원했던 색깔들인가? 나는 이제까지 내 인생의 색깔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모두 검은색 속에 묻혀버렸다. 하지만 검은 대지에서 새싹이 돋아나듯 앞으로의 나의 색깔은 연두색으로 하겠다.

이제 연두색부터 나만의 다양한 색깔을 찾아가면 되는 거다. 그리고 앞으로 나의 색깔을 어둡게 만드는 일이 생기더라도 팔레트를 덮어버리든 비닐을 씌우든 해서 나 자신의 색깔을 보호하는 방어막을 잘 쳐서 나만의 색깔을 유지하며 살 것이다. 1인 다 역을 하는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은 그저 존재만으로도 총천연색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존재다.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이 책 '내 인생의 컬러 팔레트'를 통해 자신의 삶을 예술 작품처럼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나갈 용기와 영감을 얻길 바란다. 매일 서평을 쓰고, 인덕션 청소를 하며 예술작품을 만들고, 명화 달력을 필사하고, 색칠 공부를 하고, 텃밭을 가꾸고, 외국어 공부를 하고, 화초를 키우고, 댕냥이 집사를 하고, 드라마 몰아보기를 하고~

내 블로그 이웃분들의 일상이다. 이렇게 적어 보니 어떤 일을 하든 그 나름의 컬러로 빛나는 것 같지 않은가? 스스로 나는 식모인가?라는 물음에 스스로에게 밥해 먹이고, 밥 사 먹이는 식모와 머슴임을 인정하자. 더 이상 식모와 머슴이라는 단어가 내 인생에 아무런 상처를 남기지 못할 때까지.

마지막은 저자만의 멋진 색깔을 가져와 봤다.

"나는 예쁜 것, 멋진 것,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면 눈이 가고 감탄이 나오는 컬러를 사랑하는 이미지 컨설턴트다."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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