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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여행. 레저.를 즐기는 순간 - 앎과 자유를 향해서
안소연 지음 / 좋은땅 / 2025년 1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자는 딸 하늘이와 아들 마음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자 작가다. 나는 이 책 <파티. 여행. 레저.를 즐기는 순간>이라는 제목을 보고 파티 소품이나 파티 장소에 대한 정보나 다양한 레저를 소개하며 작가의 감성을 담은 수필집일까? 아니면 여행 가서 가족끼리 파티와 레저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장소를 소개해 주는 가이드북 아닐까? 생각했다.
둘 다 아니었다. 무궁화 열차를 타고 천안까지 혼행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여수 엑스포까지의 11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사진이 실린 수필집이다. 이 책을 통해 화려한 파티와 레저, 특별한 이벤트 등에 관한 정보를 얻고, 준비하려는 분들은 가이드북이 아님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각자의 파티, 여행, 레저를 즐겼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일상 속 나만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떠나는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아 나설 수 있도록 작가의 독특한 시선과 따뜻한 문장이 독자를 가이드 한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은 모두에게 익숙함 속에서 낯섦을 찾아내는 새로운 시야를 갖게 해 줄 것이다.
그래서 <파티. 여행. 레저.를 즐기는 순간>이라는 제목은 파티처럼 신나고 즐거운 순간, 여행처럼 기대되고 설레는 순간, 레저처럼 여유롭고 한가로움을 즐기는 순간들이 결코 특별한 이벤트가 아님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 모든 것을 즐기는 순간들은, 우리 주변 어떤 공간에서라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무궁화 열차를 타고 천안으로 혼행을 떠난다. 가족과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과는 다르다. 목적성이 있고 화사한 여행이다. 스스로 조금 달라진 나, 색다른 여행의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느낄 수 있었다. 이 에피소드를 읽으니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재충전하는 혼행도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나도 일본 오키나와 여행을 한 번 가 보고 싶어서 오키나와 가족 여행 부분을 책에서 가져와 봤다. 아예 여행과 레저에 관한 팁이 없는 건 아니고, 인상 깊었던 곳의 여행 팁과 저렴한 항공권 구하는 법, 추천 메뉴도 나와있다. 26개월 딸과 어른이 함께 즐기기 위해 수영장을 갔다. 적당한 높이의 풀과 많지 않은 사람으로 여유롭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 대만족이었다. 물놀이와 호텔 휴식만을 목표로 여행을 가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추라우미 수족관은 제주도의 아쿠아 플라넷 과는 느낌이 다르다. 수족관 자체는 크지 않고 각층마다 다양한 테마관들이 있다. 아기자기하게 바다의 정원을 꾸며놓은 듯한 느낌이다. 수질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햇볕이 잘 드는 바닷속을 잘라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표현도 직관적이어서 바로 이해가 된다.
케이크 가게에 진열된 아기자기한 케이크 사진, 관람차 앞의 신랑, 오키나와 아라하 비치 공원에서 본 하늘, 하천에 흐르는 물과 이끼, 유모차 벨트를 잠가주는 아빠... 이런 사소한 일상과 자연의 풍경들을 사진으로 보니,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뿐, 우리 주변은 늘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음을 새삼 느꼈다.
여행은 함께 계획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히면서, 서로의 진짜 모습들을 보여주며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다. 한 공간에서 상대방에게 맞춰가며 아이를 키우고, 가족이 만들어져 간다. 그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배움의 시간이다. 나도 가족끼리 서로 맞추며 살아온 모든 순간들이 나를 성장시킨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과 이렇게 특별하지 않은 순간들이 모여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나만의 인생이 만들어진다. 저자는 일상의 평범한 장면들을 책 속에 담아냄으로써 각자가 가진 평범한 모든 일상이 가장 특별한 것임을 덤덤하게 말하고 있는 듯했다.
고양 스타필드, 파주 출판 단지, 강남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 국립세종수목원, 강서구 방화 대로 메이필드 호텔 가족여행 등 우리 주변의 평범한 장소에서 아이들과 함께 웃고,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냈다. 작은 사건과 감정의 변화들도 진솔하게.
아이들과의 유쾌한 에피소드, 가족과의 소소한 추억,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가 개인의 성장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의 이런저런 일상의 스트레스에 대한 잔잔한 위로가 되어준다. 아이들 사진을 보며 나도 이런 순간이 있었지 하며 지난 추억도 떠올리며 빙그레 웃었다.
이 책 표지에 있는 영어 부제는 Pure self, become a complete이다. 순수한 자아(Pure self)가 완전해진다는(complete) 뜻. 완전함은 물질적인 소유나 성공에 있지 않다. 각자의 내면이 스스로 부족함 없이 충만해지는 상태다. 작가는 화려한 파티나 레저가 아닌 수목원, 카페, 스타필드 같은 곳에서도 기쁨과 행복을 찾아낸다. 순수한 자아를 경험하는 순간이다.
나는 작가의 솔직한 감정 표현이 좋았다. 엄마이자 아내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육아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어떻게 느끼고 그 속에서 성장해 갔는지 전해졌다. 솔직한 일상의 기록은 순수한 자아, 진정한 나, 있는 그대로의 내가 어떻게 느끼고 변해갔지를 보여준다.
있는 그대로의 나는, 아이들이 순수하게 작은 것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즐겁고 환호하는 순간들을 함께 느낌으로써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며 성장해 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즐거움은 느끼는 것이다. 삶의 소중한 순간들은 능동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복잡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삶의 즐거운 순간들을 찾아낸다면 전과는 다른 활기찬 일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책을 따라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지나오다 보니, 나의 지루한 일상도 다채롭고 즐거운 경험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역시 나만을 위한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다. 다만 이제까지는 특별한 순간만이 소중하고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
저자는 내 삶의 모든 즐거운 순간들은, 타인과 공유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게 아닐까 묻는다. 그래서 오랜만에 남편과 옛날 사진첩을 꺼내 봤다. 지나간 그 모든 순간들을 함께 추억할 수 있어 행복했다.
그런데 추억을 나눌 사람이 먼저 떠났거나 아예 없다면 어떡하지? 그래서 내 삶의 모든 즐거운 순간들은 비록 타인과 공유할 수 없더라도 내 스스로가 그 순간에 행복했다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 삶의 모든 순간들은 내 안에 있는 나 스스로와 공유할 때도 행복해진다.
이 책에 실린 평범한 지하철역 사진도, 광장에서 아이 혼자 아장아장 걸어가는 사진도 마치 예술 작품 같다. 일상이 여행이지 싶었다. 해외여행이 아닌 친숙한 국내 여행인데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벽화나 시화도, 공방도, 상점의 진열대도, 책 사진도, 조형물도, 인공지능 로봇도, 친구가 차려준 계란말이 아침상도 이 책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사소한 일상, 우리의 매일매일에는 잘 보면 파티, 여행, 레저를 즐기는 순간이 숨어있다. 이것을 발견해 내는 순간, 일상은 이렇게 아름답게 반짝인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