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뒤집어 경력으로 만든 엄마들의 이야기 - 중년의 여자. 그녀들의 반전 인생. 무엇이 달라졌나?
여지혜 외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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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슨 순간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쩌면 이런 모든 것들은 나의 숙명 같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가 행복해질 수 없는 숙명. 남편도 딸들도 언제까지나 함께일 수는 없다. 이렇게 하루하루 지지고 볶는 나의 일상이 행복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역경을 뒤집어 경력으로 만든 엄마들의 이야기>다. 역경逆境과 경력經歷의 한자는 틀리지만 우리말을 거꾸로 하면 정말 경역(경력)이 된다. 제목부터 센스 만점이다. 


나는 차온 작가님의 이야기가 너무도 공감되었다. 나 역시 가족 때문에 지금까지 빚을 갚으며 살고 있어서 그 힘든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내  탓임을 알고, 스스로 이겨내는 모습에 힘도 났다. 암을 이겨내고, 어려운 자격증을 따고, 시니어 하우스 매니저가 된,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함께 성장할 용기를 얻는다. 



<끝과 시작> - 여지혜


유방암 3기 말, 6번의 항암 수술, 33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인생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저자는 고통스러운 암과의 싸움을 이겨냈다. 아픈 딸과 함께 병원을 다니셨던 어머니 심정은 오죽했을까. 어릴 때 소풍 가는 것을 좋아했던 딸에게 용기를 준 말, "지혜야, 소풍 가자." 소풍 다니듯 병원에 다니다 보면 완치되는 날이 올 거라는 어머니의 희망의 말이 뭉클하다. 


세상과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안 좋은 게 없었다. 나쁜 건 하나도 없었다(p.21)


의사 선생님께 '돈 벌러 다니라'는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세상일주'를 하고 있다. 외상 후 성장(PTG)을 한 저자는,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매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자동차 기어를 D에 넣는다.


<60대 암을 이겨 낸 공인중개사 우판경> 


한 번도 자신을 위한 삶을 산 적이 없던 저자는, 쉰아홉에 난소암 1기 판정을 받고 6차에 걸친 항암 치료를 한다. 요양 병원에서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마음으로 치유의 시간을 가졌고 MKYU를 만나 두 번째 스무 살을 시작하고 있다. 


아는 언니에게 큰돈을 잃고 속앓이를 하고, 보험회사와 건강 보조 식품 회사를 다니며 악착같은 젊은 시절을 보냈다. 남편이 명예퇴직을 하고 둘 다 쉬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살아갈 날이 막막할 때, 공인중개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한다. 어려워서 못한다고 포기한 것이 아니라 씩씩하게 삶을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나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듬뿍 받았다. 


MKYU 대학을 다니며, 지금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아이디어를 내서 시골 주택이나 토지 등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



<인생 2막> - 홍경신


아버지가 지어주신 원두막과 해먹, 꽁꽁 언 호수에서 타던 썰매, 노을 지던 저녁 하늘, 소 우는소리, 소여물 냄새, 졸졸 흐르는 개울 소리... 행복한 추억이 많은 저자는 22세에 엄마가 되어 유치원교사, 다이어트 코치, 작가와 온라인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조금씩 스스로를 다듬어 가는 중이다.


나처럼 살지 말라던 어머니... 그런데 딸은 엄마처럼 살아간다고, 엄마가 살아 낸 시간들을 존경하며,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면서, 엄마처럼 하루하루 삶에 대해 진지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코인의 실패 경험은 우리를 더욱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며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멋있다.



<비 덜 채움(비우고 덜고 채움)을 아시나요?> - 차 온


'비 덜 채움'은 나의 요가 수련원의 이름이다. 가족을 위해 살고 가족을 돌보다 스스로는 우울증에서 조울증, 폐쇄증 공황장애에 걸렸다. 고집스럽게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수하는 그들을 보면 지금도 속상하지만, 외면할 수 없다. 가족이니까. 


그리고 사람은 꼭 '말로 해야 안다.' 나도 나의 가족에게 정말 힘들어하는 내 모습은 보이지 않았는지 묻는다면 아마 자신들이 더 힘들었다고 할 것 같다. 누구나 다 나의 아픔이 큰 법이고 내가 아프면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으니까. 


이때 저자는 그들의 잘못이 아닌 나의 무지함과 부족함임을 알고, 스스로를 돌볼 힘을 만들기로 한다. 자신을 지키는 것이 가족을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찾고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뭘 잘했는지, 뭘 좋아했는지.


나 역시 저자처럼 모든 순간을 그저 아무 일 없길 바라며 외면해 온 것 같다. 내가 원치 않는 현실로 떠밀려 가면서도 알려 하지도 묻지도 않았다. 상처받은 내 모습만 보였다.  그러나 저자는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며 진짜 어른으로 성장했다. 


신이 나를 그렇게 바라보듯 나 또한 나를 연민과 사랑으로 바라볼 것이다. 이제 나는 혼자여도 괜찮다. 이젠 나를 더 많이 보살피고 사랑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이것이 곧 진정으로 누구든 사랑할 수 있는 큰 그릇으로 거듭나는 것임을 알았기에(p.193)



<마이 하우스 매니저에서 시니어 하우스 매니저(요양 보호사)로 가는 여정> - 장선현


주부에서 요양 보호사가 되기까지의 여정이다. 내가 그리운 마음일 때 엄마도 그리운 마음이라 생각한다는 저자는 아버지의 간병을 위해 요양원의 주방 매니저로 들어간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조금씩 마이너스만 될 뿐이므로 아버지와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고 싶어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주방 보조에서 요양보호사가 된다. 하루를 마지막 삶에 와 계신 어른들과 채워간다. 부모님 두 분을 보내고 순간순간 놓치고 후회하는 시간들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요양 보호사란 힘들고 하찮은 일일 수도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매일의 일을 생각 없이 접하면 그 어떤 일을 한다 한들 의미가 있겠는가." 


꿈이란 게 내가 직접 꾸는 꿈도 있지만 누군가로 인해 시작되는 꿈도 있다며, MKYU로 인생 2 막을 시작하고 있는 저자는 음악과 함게 새로운 꿈, 미라클 모닝과 글쓰기에 도전 중이다. 



<해 보지 않고는 당신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알 수가 없다> - 임혜연


작가는 "지금보다 한 걸음 움직인다면 당신은 성공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재수를 인생의 최고의 선물이자 지름길이라며, 시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때 알았다. 내가 운전을 잘한다는 것, 또한 드라이브를 좋아한다는 것. 그렇다. 해 보지 않고서는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어린이집 원장을 그만두고 지금은 구글 인공지능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인공지능 과정 강의 후기를 읽으니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나도 당장 가서 배우고 싶었다.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가의 중요성을 엄마는 학창 시절에 알게 해 주셨다. 일상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꾸준히 내 할 일을 하고 기도하는 것뿐이다. 지금은 남편이 장을 보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다.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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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밍크이불
김철수 지음 / 좋은땅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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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공군 군목으로 백령도에 들어가던 해에 북쪽이라 춥겠다며 밍크 이불을 사 오셨다. 밍크 이불은 결혼 후에는 교회의 수도 계량기를 덮어 줌으로써, 겨울에도 동파 사고 한 번 없이 물 공급을 하는 온돌 역할을 했다. 밍크 이불은 지금도 여전히 어머니를 생각나게 하는 이불이다.

저마다 부모님을 생각나게 하는 물건이나 음악, 장소 등이 있을 것이다. 물건인 경우는 남들에게는 쓸모없어 보일지 몰라도 당사자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삶의 기록이 된다. 저자에게는 어머니가 사 주신 밍크 이불이 그것이었다.

나는 밍크코트는 아는데 밍크로 이불도 만들었나 싶어서 찾아봤더니 밍크코트 같은 느낌의 이불이었다. 그냥 털 느낌이 나는 따뜻한 이불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왜 부모님을 회상하면서 책 제목을 <어머니의 밍크 이불>로 했을까? 부모님의 사랑, 헌신, 힘겨웠던 삶 같은 단어들보다 훨씬 더 따듯함이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이 책 제목이 '부모님의 사랑'이나 '부모님의 농촌 60년 인생' 이었다면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까?

이 책에서 나는 2가지가 참 새로웠다.
첫째는, 책 속에 부모님을 모시는 것도 의미 있단 것이다. 나는 만나본 적 없는 작가님의 부모님을 책 속에서 만난다. 작가님과 함께한 추억 여행은 마치 내가 그 시간들을 지나온 것처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9남매를 어떻게 키우셨는지, 아들 하나 키우기도 힘들었던 나는 작가님의 부모님께, 그리고 우리 엄마에게도 너무너무 고생 많으셨다고 전하고 싶다.

둘째는, 부모님 돌아가시고 9형제가 아이들 데리고 1년에 2번 기일 때마다 함께 모이는 풍경이 참 보기 좋았다. 나도 가족끼리 1년에 한 번이라도 만나서 여행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엄마의 사진과 동영상으로 엄마를 추억하는데 가족끼리 함께 모이면 더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아무 곳이나 펼쳐 읽어도 우리에게 평안을 선물해 준다. 선풍기가 없던 시대도 있었다. 부채만으로 여름을 어떻게 지냈을까? 형제들끼리 서로 부채 가지고 아웅다웅하는 모습이 정겹다. 지금은 에어컨이 있는 편리한 세상을 사는데, 왜 우리의 마음은 불편해졌을까? 평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사는 지혜는 뭘까?

유년의 모든 사물에는 각각의 이야기와 추억이 숨어있다. (p.157)

하물며 평범한 설탕에도 있었다. 60년 전에 설탕을 훔쳐 먹은 것을 이제야 고백한다는 저자. 엄마 몰래 훔쳐 먹는 맛이 꿀맛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10kg짜리 설탕이 있나 싶어 찾아보니 지금도 이렇게 대용량을 판다. 설탕을 그냥 퍼먹어도 맛있었다니...

수박 서리는 다들 알겠지만 감 서리란 것도 있다. 감 서리를 하다 걸렸는데 솔직하게 먹고 싶어서 땄다고 말했더니 용서해 주셨다고, 솔직함이 문제를 해결하고 용서를 받는 길이 되었다고 한다. 진실은 감나무 주인과 부모님을 웃게 하고, 하나님을 웃게 하고, 자신이 자유롭게 된다면서.

우물에서 빨래도 하고, 몸도 씻고, 닭 잡은 것도 씻고, 쌀도 씻었다. 고구마 줄기 벗기기는 나도 어릴 때 한 번 해 본 적이 있어서 금방 이해가 됐다. 펌프 물도 아니고 일일이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렸단다. 더운물도 당연히 아궁이에서 데워야 했고. 나는 갑자기 싱크대의 수도와 화장실이 너무나 감사한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는 매일 막걸리를 드시며 술기운으로 5천 평 이상의 농사를 지으시고, 9명의 자녀를 기르고 대학에 보냈다. 그러던 분이 하나님을 믿고 막걸리에서 커피로 바뀌었다.

나는 벼가 자랄 때 잡초를 뽑아야 한다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있다. 그 잡초 이름이 '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머리는 들어봤는데 물뱀은 금시 초문이다. 논에 뱀까지 있었다니. 허벅지까지 오는 긴 고무 부츠가 있으면 거머리나 물뱀에게 물릴까 봐 고민 안 해도 됐을 텐데...

멍석에 벼를 말리는 풍경도 소나기가 오면 다음날 다시 말려야 하는 수고로움에도 마음은 왜 편해지고 넉넉해지는지 모르겠다. 비닐이 나오자 멍석 대신 비닐 위에서 말리다가, 그 이후로는 방앗간에서 건조기에 말리게 되었다.

시골집 마당은 하늘을 보는 마당이다. 한여름 마당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별을 헤는 일, 너무 낭만적이다. 식구가 많아서 칼국수와 수제비를 가마솥으로 끓인다. 온 식구가 매달려서 칼국수를 밀고 마당에서 칼국수를 먹는다. 게다가 개울에는 다슬기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 다슬기 칼국수도 해 먹는다. 함께 만들고 함께 먹으며 함께 살게 한 음식인 칼국수. 어머니가 주관하던 어머니의 음식.

저자는 어머니 덕분에 아침형 인간이 될 수밖에 없었고, 9년째 25층 아파트 계단을 하루에 4번씩 오르면서 건강관리를 하신다. 책을 읽으며 정신의 시원함을 느끼고, 은혜를 받으며 영혼의 시원함을 느끼며 산다. 국민의 마음을 시원케 하는 정치인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한 알의 알곡 같은 인생을 살다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고 싶으시다는 작가님은 말한다.

'이제 부모님은 책 속 활자 속에 영원히 살아 계시게 될 것이다.'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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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 -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샘 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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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융이 말했듯이, 악인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으며, 그 사실을 인정할 때에만 그 악인을 길들일 희망을 가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설계할 때 항상 윤리를 염두에 두도록 노력해야 한다. 윤리를 염두에 두는 방법 중 하나는 과학사를 읽는 것이다. 윤리 위반에 관한 비행의 충격적인 결과를 실제로 느끼는 이야기의 힘은 강하다. (p.434)


좋은 인성이 없으면 과학은 미래가 없으며, 비윤리적인 과학자들은 나쁜 결과를 너무 자주 초래한다. 작은 비행도 다른 사람의 삶을 망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인성이야말로 과학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보장책이다. (p.437~438)


이 책에는 의학과 과학의 잔혹하고 비도덕적인 12가지 이야기가 실려있다. 과학사의 어두운 면까지 제대로 알아야 어떤 일을 시작할 때부터 윤리를 염두에 두고 부정을 저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가 수월하다.


프롤로그에는 인간의 희생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집착에 사로잡혀 잔인한 실험을 한 클레오파트라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역사책이다. 그리고 지금도 이 잔혹한 유산을 놓고 고민한다.  장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1장 : 해적질 - 윌리엄 댐피어William Dampier

댐피어는 영국의 해적이자 박물학자다. 그의 연구는 그 당시 거의 모든 과학 분야에 진전을 가져왔다. 그는 해적질을 하다 4년간 고립생활을 하던 선원을 구조해 영국으로 데려간 일이 있는데, 여기에 영감을 받아 대니얼 디포는 <로빈슨 크루소>를, 조너선 스위프트는 <걸리버 여행기>를 썼다. 찰스 다윈도 댐피어의 연구를 발판으로 삼았다. 댐피어의 연구는 획기적이었지만 경멸 받을 짓을 많이 했고, 노예제도와 식민주의의 길을 여는 데도 일조했다.

2장 : 노예무역 - 헨리 스미스먼Henry Smeathman

박물학자인 스미스먼은 서아프리카에서 흰개미집을 연구하고, 카리브해 불개미도 연구했다. 불개미 떼는 하룻밤 사이에 말과 소를 뼈만 남겨서 개미 폭풍이라고 한다. 스미스먼은 그의 연구에 원주민들을 동원했는데 그 방법이 너무 잔인했다. 왕립학회 회원이 되는 꿈이 무산되자 지은 죄를 속죄 하려는 듯, 대중에게 개미 탐사 모험을 들려주며 노예 제도 철폐 운동에도 참여한다. 벤저민 프랭클린에게 흑인 자유를 위한 운동에 지지를 얻으려고 파리까지 가기도 했다. 

3장 : 시신 도굴 - 윌리엄 헤어William Hare 와 버크William Burke

연쇄 살인범 윌리엄 헤어와 버크는 시신을 팔기 위해 죽어가는 사람을 살해했다. 목뼈가 부러지지 않게 얼굴과 가슴을 눌러 질식사 시켰다. 존 헌터라는 해부학자는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수천 마리나 해부했는데, 처형당한 시신이 턱없이 부족해서 시신 도굴꾼과 몰래 거래한다. 헌터와 헌터의 집을 모델로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라는 책이 나왔다. 헌터 이후로는 로버트 녹스가 시신을 샀다. 살인을 계속하던 두 사람 중, 버크는 체포되어 교수형에 처해졌고 헤어는 스코틀랜드를 떠나 사라졌다.

4장 : 살인 - 존 화이트 웹스터Dr.John White Webster

1849년 하버드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하버드 대학교의 화학자 웹스터가 고리대금업자 조지 파크먼을 통나무로 내리쳐 살해하고 시신을 절단해 태운 사건이다. 웹스터의 연구실에서 파크먼의 유해가 발견되었고, 결국 버크처럼 교수형에 처해지며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 때 해부당한 시신은 고통을 느끼진 않았다.

5장 : 동물 학대 -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

에디슨은 경쟁자인 니콜라 테슬라의 교류 기술을 부정하기 위해 말과 개를 전기로 고문하고, 사형수 윌리엄 켐러에게 최초의 전기의자에서 역사상 가장 섬뜩한 죽음 중 하나를 경험하게 했다. 결국 에디슨의 직류는 패배했다.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동물 실험 중에는 개를 탁자 위에 못으로 박고 산 채로 해부한 기록도 있다. 미국에서만 해도 2000년까지 희생된 쥐와 새가 약 5억 마리나 되고, 개와 고양이, 원숭이까지 있었다.

6장 : 비열한 경쟁 - 오스니얼 찰스 마시Othniel Charles Marsh와 에드워드 드링커 코프Edward Drinker Cope

오스니얼 찰스 마시와 에드워드 드링커 코프의 상호 간의 비열한 경쟁에서는 공룡을 지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동물로 만든 배경을 알 수 있다. 서로 상대를 앞서려는 옹졸한 감정과 분노 때문에 마시와 코프는 새로운 공룡과 그 밖의 종을 수백 개나 발견했고, 그 표본으로 박물관들을 가득 채웠다. 이 책에서 다친 사람이 없는 유일한 이야기다. 

7장 : 의사들의 연구 윤리 위반 - 나치와 미 공중보건국 존 커틀러John Cutler

나치 의사들은 저체온증을 실험하려고 많은 사람들을 일부러 저체온증에 걸리게 해서 뜨거운 물에 담가 빨리 온도를 높이는 것이 효과적임을 알아냈다. 나치뿐 아니라 미국 터스키기에서도 흑인 남성 400명을 대상으로 매독 생체실험을 했다. 미 공중보건국 의사 중 하나였던 존 커틀러는 과테말라의 수용소에서 의도적으로 수감자들과 매춘부를 성병에 감염시켜 연구했는데, 2003년 자신의 연구가 폭로되는 것을 못 보고 눈을 감았다. 

8장 : 명성에 눈이 멀어 - 에가스 모니스Egas Moniz와 월터 프리먼Walter Freeman

신경학자 모니스는 원숭이 베키의 전두엽을 제거하니 온순해졌다는 것에 착안, 전두엽을 제거하는 대신 전두엽과 변연계 사이의 연결 부위를 절단한다. 모니스는 데이터가 모이자 백질 절단술에 관한 책을 출판했고, 월터 프리먼은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엽 절개술을 대중에게 확대한다. 그러다가 얼음송곳을 보고 탐침을 개발한 프리먼은 경안와 뇌엽 절제술을 개발한다. 그러나 클로르프로마진이라는 약이 개발되자 프리먼은 자신의 업적을 공고히 하는데 그쳤다.

9장 : 간첩활동 - 해리 골드Harry Gold

소련에 원자폭탄 설계도를 넘긴 화학자 해리 골드. 클라우스 푹스, 테드홀은 소련을 위해 간첩 활동을 했다. 생물학자 트로핌 리센코는 소련에 기근을 초래했고 소련의 생물학 발전을 50년이나 지연시켰다. 해리 골드는 체포되자 간첩 활동을 자백하고 유죄를 인정했다. 그는 루이스버그 교도소에 수감되어 재소자들의 건강을 회복하도록 간호하는 일을 돕다가 1966년에 가석방되었다. 

10장 : 심리적 고문 - 테드 카진스키Theodore Kaczynski

IQ 167의 수학 천재 테드Theodore(=Ted) 카진스키는 하버드에서도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어느날 우연히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헨리 머리Henry Murray의 비윤리적 실험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 실험을 견디다가 결국 폭주하게 된다. 카진스키는 1978년부터 1995년까지 폭탄 16개를 폭발시켜, 3명이 죽고 여러 사람이 불구자가 되었다. 대학교와 항공사를 표적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를 유나바머Unabomber라고 불렀다. 귀족 출신 머리는 태평스럽게 젊은이들에게 한 심리적 학대 행위를 싹 잊었지만 카진스키는 결코 잊을 수 없었다.

11장 : 의료 과실 - 존 머니John Money

볼티모어의 존스 홉킨스 대학교수 존 머니는 유명한 성 과학자이다. 그는 음경이 훼손된 브루스라는 남자아이를 여자아이로 만든다. 부모는 브랜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여자아이로 키우려 하지만 브랜다가 자살까지 결심하자 결국 다시 남성성을 찾아준다. 결국 브랜다는 여자에서 데이비드라는 남자로 살게 됐지만 쌍둥이 형제가 자살하고 아내마저 떠나자 자살로 자신의 고통을 영원히 끝낸다.

12장 : 증거조작 - 애니 두컨Annie Dookhan

애니 두컨은 보스턴의 마약 분석 연구소에서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실험하지 않고 추측한 분석 결과를 적고 모든 시험 절차를 거쳤다고 인증하는 서류에 서명을 해 그것을 경찰에 제출했다. 이 증명서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두컨은 반복적으로 위증을 한 셈이었다. 게다가 슈퍼우먼의 명성에 흠집이 날까 봐 실수를 인정하는 대신, 자신의 사기 행각을 숨기기 위해 증거까지 조작해 체포되었다.


금연, 유기농 같은 건강에 좋다는 개념은 '순수성'을 강조한 나치 의사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비윤리적인 실험으로 나치가 저체온증을 연구한 결과 윤리적인 모포로 체온을 올리는 것보다 따뜻한 물에 담가 올리는 것이 훨씬 효과적임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만약 당신의 부모나 아이가 강의 얼음 사이로 빠졌다면 어떤 소생 방법을 쓰겠냐고 묻는다. 


나는 무조건 살려 낼 수 있는 나치의 방법을 쓸 것이다. 불법 증거는 채택하지 않는다. 불법 의학 연구도 채택하면 안 된다. 그러나 사람이 먼저가 아닐까?


이 책은 과거뿐 아니라 현대의 이야기와 미래의 범죄까지 다룬다. 1970년에 일어난 얼음 섬 캠프 살인사건이나, 무중력 상태에서의 식품 관련 살인사건, 독재자를 꿈꾸는 사람이 산소 농도를 낮추어 전 우주 기지를 지배하려고 한다면? 스마트 홈을 이용해 원격으로 화재를 일으키거나 반려 로봇을 해킹하여 살인을 한다면?  


저자는 마지막 부록에 디스토피아를 주장하기 위해 이런 질문을 실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모든 혼란을 가정하고, 기술이 남용될 수 있는 방식을 미리 생각하라는 것이다. 


세계에 새로운 힘을 도입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완화시킬 도덕적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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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KG짜리 바벨을 양쪽에 달면 5KG이 된다
방현일 지음 / 좋은땅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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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면서도 무수히 생각했지만, 문득 아주 가끔 '왜' 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왜 그랬을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결국 왜 왔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입구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돌아가고 싶었다. 돌아가면 자유로울까?

이 책에는 12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첫 번째 작품인 <2KG 짜리 바벨을 양쪽에 달면 5KG이 된다>의 주인공은 빈민촌 아파트에 산다. 고물 차와 고물 컴퓨터 그리고 강아지 '해피'가 전 재산이다. 주인공은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서 맞선에 실패하고, 회사에는 자주 고장 나는 컴퓨터와 눈치 봐야 하는 상사가 있다. 한 마디로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주인공이, 결국 강아지를 잡으려다가 어이없는 죽음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귀'는 세상의 소리를 차단하고 싶은 작가의 바람이 아니었을까? 이 책의 제목은 우연한 계기로 발견한 공통된 숫자로 음절과 음절의 획을 그때그때 맞춰 사칙연산과 한자 사(死)와 결합했을 뿐 큰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그냥 사칙연산을 대입해 보았다.

2KG + 2KG = 4KG -2KG = 2KG × 2KG = 4KG ÷ 2KG = 2KG

여기서 2KG가 7개 4KG가 2개이다. 그래서 7-2=5KG.

2KG짜리 바벨을 사칙연산으로 계산해 보면 5KG이 된다. 결국 소설의 주인공도 사칙연산의 사(死)로 끝나는데, 세상의 논리를 아무리 더하고 빼도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닐까?

<컵>에는 치매인 아버지가 썼던 곰돌이 컵, 그리고 요양원에 가기 전에 들렸던 놀이동산에 있는 회전 컵이 등장한다. 고모에게서 자기를 버리고 떠난 엄마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고, 아버지는 요양원에서 욕창으로 고통받다가 숨을 거둔다.

처음에 곰돌이 컵에는 우유가 담겼었고, 그다음에는 아버지의 소변이 담겼다가 다시 평범한 컵이 된다. 컵은 그저 받아들일 뿐이다. 이제 아버지를 용서한 주인공은 엄마가 서랍장에서 꺼내 주던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아버지 산소에서 내려간다.

불에 달구어진 <석쇠>는 서로에게 낙인을 찍을 수도 있지만 노가리를 맛있게 구워주기도 한다. 주인공은 남들과 똑같은 시간을 투자하고 삼류 대학, 삼류 학과를 나와 수많은 시간을 아픔과 싸워왔다. 그런데 얻은 결과는 삼류 인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노가리 호프집에서 일한 경력을 살려 창업을 한다. 노가리가 먹음직스럽게 익자 석쇠를 뒤집으며 석쇠의 손잡이는 석쇠와 한 덩어리지만 뜨겁지 않다고 느낀다. 뜨겁지 않은 석쇠의 손잡이와 같은 면을 보며 살았던 주인공의 인생 승리담 같은 이야기다.

어쩌면 <다리>는 생명이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이다. 흐르면 생명이고 빠지면 죽음인데 현수막 일을 하는 주인공은 다리가 불편하다.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수평이 맞지 않는 나무 사다리, 등갈비 집에서 일했던 아내가 죽고, 아들은 결혼해서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다리도 심으면 꽃이 필까?'라는 아내의 말에 주인공은 정원에 사다리를 심었다. 사다리 칸마다 작은 화분에 꽃이 피었다. 사랑이 흘렀다. 현수막 일을 했던 주인공이 사다리에 꽃을 피웠다. 아버지가 목숨 걸고 지켜낸 사다리는 아들을 먹여 살리겠다는 사랑이었다. 어느 날, 사진을 공부하며 여행 중인 며느리가 사진을 보내왔다. 며느리가 전국을 돌며 찍은 현수막이었다. 전국의 현수막 속에는 작은 행복과 사랑과 기쁨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오십 보 백 보>는 사람을 다루는 의사나 복어를 다루는 요리사나 그게 그거라고 한다. 즉 의료 사고를 내서 사람을 죽게 한 것이나 복어 독으로 죽인 것이나 오십 보 백 보다.

<혹돔>은 예술에 진심인 주인공이 성전환 수술을 하고, 모성을 겸비한 여성으로 완성된다는 이야기다. 몸 안에 있던 혹이 사방으로 뾰족하게 튀어나왔다가 서서히 녹아내리고 무대의 조명이 꺼진다.

<선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같이 있는 우리의 시간. 우리 속의 타인의 시간이 아니라, 온전히 아내와 나만의 시간이었어야 했다. 아내가 재산의 반을 가지고 다른 남자에게 가 버린 뒤, 그랬어야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주인공. 인생 별거 없는데. 이쪽 아니면 저쪽, 이거 아니면 저거인데. 여전히 두 개 중에 하나 고르는 것이 어렵다면서.

<가려진 세상>은 현실과 꿈을 섞어 놓은 듯해서 내게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컵 받침 속에 끼어 있는 10차원 이야기 같은 느낌이었다. 창고와 라디오와 그림과 흰 블라우스와 단추 어떤 것이 현실 이야기일까? 현실에 있는 가려진 세상 이야기.

<번개탄>의 주인공인 동혁은 무명 작가이다. 안정된 직장이 없는 그에게서 은영, 숙희, 도희, 진희 모두 다 떠나간다. 그래서 의류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회식 다음 날 꽃다발을 받는다. 이제까지 결혼을 안 한 것이 남자를 좋아하는 것으로 오해한 부장님이었다. 아예 술 속에 빠져 죽고 싶다는 동혁. 스스로를 번개탄도 못 되는 불발탄이라며 자조한다.

<행정실 사람들>에서는 돈 세는 풍경과 월급봉투가 신기했다. 옛날의 서무실이 행정실로 바뀌었다고 한다. 교무실은 가 봤는데 행정실에서는 월급과 비품관리 외에도 하는 일이 엄청 많았다.

주인공 민재형은 일상이 힘들고 선배들이 괴롭혀서 억울할 법도 한데, 컵을 뺏기면 종이컵을 쓰고, 낙엽과 눈을 쓸며 다양한 길 내기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하다 보면 정말 재밌다면서. 행정실의 머슴처럼 일하지만 불평하지 않고 무지개를 본다. 창문 밖 스프링클러 위로 무지개가 떠오르는 장면이 너무 아름답다. 일상을 기쁨으로 바꾼 주인공 때문이다.

<모조(模造)>의 주인공 강찬은 3년째 단역 배우를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명 배우의 상대역으로 된다. 기쁨에 들떠 계약서에 사인을 했는데 그 계약서가 장기 기증에 동의한다는 서류였던 것. 알고 보니 유명 배우의 상대역이 아닌 장기 제공자로 뽑힌 것이었다. 서류를 꼼꼼히 읽지 않고 사인부터 한 것이 화근. 사기꾼들은 이렇게 사람의 약점을 이용한다.

<탈피>는 4명이 참가한 <오징어 게임>같은 느낌의 소설이다. 가상 공간에서 직업을 구하는 실험에 참가한 4명은 경력이 단절되었거나, 사기를 당했거나, 퇴학 당하는 등 좋은 직업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모욕 당해도 참아야 하고 이의 제기도 필요 없고, 중도 포기도 불가능한 원하지 않는 삶. 탈피는 없다.

감동적이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12가지 이야기 속 여행이었다. 아직도 책 겉 표지 바벨 봉에 적혀 있는 "소설은 창작/ 49= 77"이라는 표현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7은 행운의 숫자니까 앞으로 좋은 일이 따블로 생길 것같다.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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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보다 차라리 두려운 존재가 되라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생철학 《군주론》
이남훈 지음 / 더스퀘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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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근본적으로 도덕과 관계가 없다. 권력을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술 가운데 하나는 선악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보는 능력이다 - 로버트 그린


변화의 방아쇠는 언제나 현재를 똑바로 바라보는 것에서 당겨진다. 


이 책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모두를 위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재해석한 책이다. 


마키아벨리는 신생 군주 로렌초 2세를 위해 이 책을 썼고, 저자는 자기 스스로에게 먼저 리더가 되어야 할 우리를 위해 이 책을 썼다. 나는 이 책을 크게 나와 나 자신 / 나와 타인과의 관계로 나누어 내용을 살펴보았다. '군주'라는 말을 '리더'로 바꾸어서 읽으면 더 쉽게 이해된다.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 


책 제목의 '두려운'이라는 말에 나는 학생 주임이 생각나면서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존재가 돼야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하나님을 두려워하라는 말이 하나님께 공포를 느끼라는 말이 아니듯, 사랑하고, 존경하라는 뜻에서의 '두려운' 존재가 되라는 것이었다.


남의 눈치를 살피며 미움받을까 걱정하거나, 사랑받기를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존경받는 대상이 되자는 것이다. 존경은 나이나 실력 그리고 경험과는 상관없다. 자신의 길을 가면서 자신을 잘 통제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존경받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를 낳아준 부모도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타인에게 기대하느니 차라리 외로움을 이기고, 자신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는 편이 낫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은 원래 배신하는 존재라는 낙인을 찍고 시작한다. 은혜를 모르고 위선적인 데다 이익에 눈이 어둡다. 처음부터 순진한 기대 따위는 집어치우는 것이 우리 정신 건강에 좋다. 


그는 유토피아를 지향하지 않는다. 인간이 선하다고도 하지 않으며 절대적인 원칙도 내세우지 않는다. 그저 지금 눈앞에 있는 현실에서 해법을 찾을 뿐이다. 외과 수술에서처럼 당장 산소를 공급하고 피를 멈추게 하는 데 집중한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면 걱정이 사라지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진정한 행복이란 오늘의 문제를 움켜잡고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노예적 습성이 남아있다.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뚫고 나아가지 못하고 연민과 동정으로 위로하려는 경향이다. 지금 장벽 앞에 서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희망이다. 노예에서 주인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대담성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TV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좋은 결과를 낸 도전자들은 노래를 부르는 순간을 즐겼더니 긴장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일을 잘 한다는 것은 남과 다른 1%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 차이란 이 순간을 즐기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나와 타인과의 관계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감동받는 순간은 자연이나 영적인 경험을 할 때가 아니다. 95% 이상이 사람에게서 감동을 느낀다. 구글 채용 담당 부사장은 구글이 원하는 인재의 조건을 다른 사람과 협업하면서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오픈 AI의 공동 창업자 샘 올트먼Sam Altman 은 이사회에 의해 해고되었다가 며칠 만에 복귀했다. 오픈 AI 전 직원 중 90%가 리더를 따라 그만둔다고 했는데, 이것은 그가 오랜 기간 많은 직원들을 도우며 네트워크를 구축했기 때문이었다.


나와 함께 미래를 개척할 사람은 '결핍의 상태에서 기회가 없었던 사람'이 최적이다. 여기에 더해서 다양한 시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하면 훨씬 더 창의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위험한 현자'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당시 도덕과 관습에서 도망가는 사고를 할 수 있었기에 훌륭한 작품을 남길 수 있었다. 어쩌면 진정한 '나로부터의 도망자'인 마키아벨리야말로 프루덴차(지혜)의 달인이다.


마키아벨리는 꼭 피해야 할 유형에 '용병'도 넣었다. 돈 받고 싸우는 외부인이다. 사적인 이익만을 위해 당신 옆에 붙어있거나, 위기가 닥치면 아무런 희생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다. 또한 과거의 성공에 도취된 사람,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 변화나 도전을 꺼리는 사람도 피해야 한다. 홀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성공을 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벤저민 프랭클린 하면 100달러 모델, 자서전, 프랭클린 다이어리가 생각난다. 그런데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라는 것이 있다. 프랭클린은 자신의 정적을 설득하는 대신 정적이 가지고 있는 책을 빌린다. 며칠 뒤 감사편지와 함께 책을 돌려주었는데, 이후 두 사람은 특별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한 번 호의를 베푼 적들은 당신에게 더 많은 호의를 베풀고 싶어 하게 된다'는 것에서 유래한 '도움을 준 사람이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 호감과 강한 연대의식을 느끼는 것'이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이다. 


마키아 벨리도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신이 베푼 은혜에 의해서도 유대가 강화되는 존재이다."라고 했다. 나는 남에게 도움을 주어야 나를 좋게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했는 데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관계를 형성한다. 


마키아벨리는 롤 모델의 성품을 모방하라고 한다. 그러려면 위인들의 역사책을 읽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 사람과 마주 앉아 솔직한 충고와 지도를 해달라고 할 정도라고 느낄 수 있을 만큼. 내 롤 모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는 것 역시 역량을 높인다. 주위에 롤 모델이 없다면 역사에서 찾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 같다. 프랭클린에게 마키아벨리가 혹시 롤 모델이었던 것은 아닐까?


갈등은 불꽃을 닮았다. 갈등이 없는 인간관계는 죽은 관계다. 불꽃은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다. 산불을 일으킬 때 두려운 것이다. 가스레인지 안에서 잘 관리되면 고마운 에너지원이 된다. 


갈등이 불꽃과 다른 것은 종류가 다양한 것이다. 한 명이 패배해야 끝나는 갈등, 잘 조절하면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갈등, 해결하기 어려운 애매한 갈등도 있다. 해결하기 어려운 갈등에 마키아벨리는 '시간 끌기'라는 전략을 제시한다. 한 쪽을 선택하면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시간을 끄는 것도 전략인 것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이라는 유용한 팁도 있다. 리스크를 미리 예상하고 내가 일하는 방식의 구멍(생각 없음)까지 미리 염두에 두는 것이다. 그러면 성과의 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움 받을 용기 대신 미움은 다른 사람에게 떠 넘기고, 나는 존경을 받으라는 말이 매우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주론은 사자의 힘과 여우의 지혜를 그때그때 잘 위장하여 원하는 것을 얻으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사랑받기보다 차라리 두려운 존재가 되어' 거칠고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미움을 감당하지 말고, 사랑도 바라지 마라. (p.235)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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