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척학전집 : 훔친 심리학 편 - 있어 보이는 척하기 좋은 인간 매뉴얼 ㅣ 세계척학전집 2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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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클립스의 전작 <세계척학전집 - 훔친 철학편>을 워낙 흥미진진하게 읽었기에 이번 책 역시 망설임 없이 집어 들었다. 그의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복잡하고 난해한 개념을 놀랄 만큼 쉽게 풀어내면서도, 아기자기한 그림과 이미지로 읽는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2,500년 동안 인류 최고의 천재들이 평생을 바쳐 도달한 결론을 단 한 권, 그것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전달해 준다는 사실이다.


훔친 철학편이 ‘생각하는 법’을 다룬 철학사였다면, 이번 훔친 심리학편은 나와 타인을 다루는 법을 정리한 일종의 ‘인간 사용 설명서’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사회 속에서 타인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선택을 반복한다. 만약 타인의 마음을 조금 더 정확히 읽을 수 있고, 관계와 선택의 주도권을 내가 쥘 수 있다면 상황은 훨씬 유리하게 흘러갈 수 있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고조된다.


구성은 크게 세 가지다. 나를 다루는 법, 타인을 다루는 법, 그리고 선택을 설계하는 법. 각 챕터 곳곳에는 인사이트 박스가 배치되어 있는데, 이론을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 책의 핵심은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삶에 적용하는 데 있다.


특히 기억나는 내용을 꼽자면,


<융의 그림자 – 미워하는 타인은 숨긴 나 자신이다>에서는 유독 거슬리는 사람이 왜 생기는지 묻는다. 이유 없는 반감이라고 생각했던 감정이 사실은 억압된 욕망이나 부러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문제는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그림자를 이해하지 못하면 같은 갈등은 반복된다.


<셀리그만의 학습된 무력감>에서는 파블로프의 실험을 통해 무기력 또한 학습된 결과임을 보여준다. 특히 역경, 믿음, 결과, 논박, 활력으로 이어지는 ABCDE 모델은 자동적인 비관을 의식적인 낙관으로 전환하는 실질적인 도구로 다가온다.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 파트에서는 상호성, 일관성, 사회적 증거, 호감, 권위, 희귀성, 그리고 통합까지 총 일곱 가지 설득의 원칙을 소개한다. 동시에 상대의 설득에서 스스로를 방어하는 방법까지 제시해 균형을 잡는다.


<미셸의 마시멜로 실험>은 특히 주식투자자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지금의 유혹을 견디고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선택하는 능력, 즉 복리 효과를 얻고 싶다면 주의 깊게 읽어야 할 이야기다. 뜨거운 시스템과 차가운 시스템의 대립, 그리고 통제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전략과 연습의 결과라는 설명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왜 나는 이상한 사람에게만 끌리고, 뻔한 수작에 또 넘어갈까?" 반복되는 실수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은 알려준다. 그리고, 이 외에도 사람의 마음을 해킹하는 심리학의 비기들이 담겨 있다. 반복되는 실수를 멈추고 싶다면, 재미와 통찰을 동시에 잡고 싶은 독자라면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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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 확신이 생기는 순간 - 워런 버핏, 찰리 멍거, 피터 린치, 모니시 파브라이, 닉 슬립, 리 루 거인들의 투자 수업
타민더마켓 지음 / 황금부엉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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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5천스피, 천스닥을 외치며 환호하던 시장이었다. 그런데 설 연휴를 앞두고 코스피가 5,500을 돌파했다. 각종 매체는 지금 이 상승장에 올라타지 않으면 인생을 바꿀 기회를 놓친다고, 지금 매도하는 건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라고 말한다. “지금이 찐 매수 기회다. 이 주식을 꽉 잡아라.” 달콤한 속삭임이 귓가를 맴돈다. 이미 FOMO에 흔들리고 있는 마음은 더 조급해진다.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책은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해 쓰인 듯하다. 시장의 소음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원칙을, 여섯 명의 위대한 투자자를 통해 차분히 들려준다.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 피터 린치, 모니시 파브라이, 닉 슬립, 리 루까지. 살아온 배경도, 여정도 다르지만 수십 년간 시장에서 살아남은 대가들이다. 각자의 철학과 전략, 원칙을 통해 ‘확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준다.

“공부는 내가 해야지, 왜 남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나”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성공한 이들의 사고 과정을 엿볼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거인이 되고 싶다면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야 한다. 이 책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컨닝 페이퍼’ 같은 보물이다.

총 8개 챕터로 구성된 책은 1장에서 왜 대가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지 설명하고, 2~7장에서 각 투자자를 한 명씩 조명한다. 마지막 8장은 이 모든 통찰을 정리해 주는 요약판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버핏의 58년 투자 여정에서 300건의 결정 중 진정한 대성공은 단 12개뿐이었다는 사실이다. 선택과 집중의 힘. 도파민에 취해 카지노 게임처럼 주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날카로운 경고이기도 하다.

찰리 멍거는 확증편향을 깨기 위한 질문을 던진다. “이 주식이 어떻게 하면 내일 당장 50% 폭락할 수 있을까?” 모든 가능성을 점검한 뒤에도 확신이 남을 때 투자하라는 조언은 묵직하다. 확률적 우위가 있을 때만 베팅하고,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베팅하라는 원칙 역시 인상적이다.

닉 슬립은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간이 왜 장기적 이득보다 단기적 생존과 쾌락에 끌리는지를 심리학적으로 설명한다.

리 루의 투자 체크리스트는 실전적이다. 특히 현대백화점을 예로 든 재무제표 분석은 대가의 시선을 어깨 너머로 배워보는 귀한 경험처럼 느껴진다.

피터 린치는 말한다. “자신의 투자 아이디어를 1~2분 안에 설명할 수 없다면 투자하지 말라.” 남의 말만 듣고 충동적으로 매매하는 습관을 정면으로 겨눈 조언이다.

요즘 유행하는 추세추종이나 돌파 매매와는 결이 다르다. 보다 가치투자에 가까운 책이다. 대신 페이지마다 주옥같은 원칙이 빼곡하다.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최종 보스를 어떻게 이길까가 아니라, 그 단계까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도 오래 남는다.

작은 수익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 복리를 누릴 시간을 벌기 위해 끝까지 살아남을 것. 상승장에 취해 흔들리던 마음이, 이 책을 덮고 나니 조금은 단단해졌다. 확신은 흥분이 아니라, 원칙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배운 시간이었다.

#투자에확신이생기는순간 #타민더카켓 #황금부엉이 #가치투자연구소 #가치투자 #워런버핏 #찰리멍거 #장기투자 #투자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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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박유인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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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20여 페이지에 100여편의 시가 담긴 시집이다. 보통 시라고 하면 짧은 문장에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집의 시는 시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다. 저자의 일기장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굳이 짧게 줄이지 않고, 저자의 느낌, 감정을 약간은 긴 문장으로 서술했다. 무슨 의미일까 굳이 애써 생각할 필요가 없는 구절이 많아서 오히려 편안하게 페이지를 넘겼다.

<마지막 기도>는 남, 녀가 상반된 입장에서 기도를 하는 것 같아 형식이 인상적이었고, <약속>은 사랑한다면, 나를 떠나지 말고 지켜달라는 외침이 느껴진다.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떠난다는 말을 개인적으로 무척 싫어하기에 은근히 와 닿았다.

<고민>에는 가정과 사랑이 절실한, 하지만 소외된 아이의 고민과 고통이 담겨 있고, <달마중>에서는 보고 싶고, 못 잊는 사람에 대한 애뜻한 감정이 느껴진다.

<빈소에서>에서는 같은 죽음이지만 부러운 죽음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계실 때 제대로 보살펴 드리지 못한 불효자의 마음도... <아버지 마음>은 시간의 중요성, '때를 놓치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더구나'는 마음을 찌른다.

<원형탈모증>은 직장인의 애환을 담았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오롯이 혼자서 모든 수모를 감내해야 하는 우리네 아버지, 그리고 어쩌면 지금 우리들의 모습들. <장미>는 '넘치는 사랑이 슬픈 것이다'는 어떤 의미일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버킷 리스트>는 제목과는 다르게 잘해도 티도 안나는 집안일의 애환을 담았다. 각자의 입장, 다른 시선으로 평가된 대상.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일몰>의 짧은 문장이 눈길을 끈다 "과거는 한 발짝 길어졌고, 미래는 한 발짝 짧아졌다' 마치 우리네 인생을 이야기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놀라웠다.

<백년> 가슴 아프고, 슬펐다. 체온이 직지 않은 어머니의 이동. 응급실에서 시체 보관실 냉장고까지... 물리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떠난 사람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는 데 백년이 걸렸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 가슴에서 지우는데 걸리는 시간...

초반에는 사랑에 대한 시가 몇 편 있지만, 전반적으로 다소 무거운 시들이 많다. 삶의 마지막, 이별, 죽음, 상처, 고통에 대한 감정을 묵직하게 펼쳐내었다. 어둡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별에서 그리움으로, 다시 고통으로 이어지는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어 마음이 먹먹하기도 하고, 저려왔다.

#산다는건대단한일이다 #박유인 #하움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이별 #그리움 #고통 #성찰 #잔잔한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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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받아치는 기술 - 무례한 말로 선 넘는 상대에게 보내는 통쾌한 스톱 사인!, 개정판
이오타 다쓰나리 지음, 서수지 옮김, 주노 그림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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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무리를 이루고,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 말은 곧 수많은 사람과 소통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날은 대화 끝에 따뜻한 여운이 남지만, 어떤 날은 한마디 말 때문에 하루가 망가진다. 왜 그럴까.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기질과 태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배려 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례한 말로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고 자존심을 짓밟는 사람도 있다.

<되받아 치는 기술>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오늘도 아무렇지 않게 선을 넘는 말, 가볍게 던졌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입을 다문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상황은 수습될지 몰라도, 상처받은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책은 네 가지 유형으로 상대를 나눈다. 무례한 말로 선을 넘는 사람, 공감력 없는 말로 화를 치밀게 하는 사람, 교만한 태도로 타인을 무시하는 사람, 이기적이고 배려심 없는 말로 속을 뒤집어놓는 사람. 그리고 각 유형에 맞는 ‘되받아치기’ 기술을 구체적으로 제안한다. 딱딱한 이론 대신 실제 사례와 공감 가는 일러스트를 곁들여 부담 없이 읽히는 점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여유가 넘치네요. 한가해 보여 부럽다, 부러워”처럼 비꼬는 말에는 의외로 “감사합니다”라고 받아치라고 한다. 상대의 소심한 악의를 선의로 돌려주면 오히려 심리적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자기들끼리만 아는 이야기를 하며 은근히 배제하는 사람에게는 억지 미소 대신 모르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묻는 것이 효과적이다. 흐름을 끊어버리면 그들만의 은밀한 분위기도 힘을 잃는다.

막무가내로 센 말로 밀어붙이는 사람에게는 때로는 같은 강도로 맞서는 것이 필요하다. “볼펜 받으시고 사인하세요”라는 일방적 요구에는 “사인 안 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혹은 “됐어요”라고 단호히 선을 긋는다. 반복되는 설교로 사람을 지치게 하는 유형에게는 “전에 들은 적 있어요”, “그 이야기 지난번에 하셨어요”라며 무심하게 응대하는 편이 낫다. 반응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기운을 빼놓을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한 말싸움 지침서가 아니다. 화를 돋우는 사람에게 속 시원히 대응하는 방법이자, 필요할 때는 단호하게 반격하고 정확히 급소를 짚는 한 마디를 건네는 기술서다. 그동안 애써 참고 넘겼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읽다 보면, 조금은 당당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평온한 하루를 지키는 힘은 거창한 데 있지 않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말에 휘둘리지 않는 태도, 그리고 필요한 순간 정확히 되돌려줄 수 있는 한 문장에 있다. 이 책의 기술들을 숙독하고 삶에 바로 적용해본다면, 적어도 말 때문에 무너지는 날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되받아치는기술 #이오타다쓰나리 #사람과나무사이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관계의기술 #말의힘 #심리대응법 #소통의기술 #자기방어 #인간관계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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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 숨은 경제학 - 서양 고전 24편으로 읽는 경제 이야기, 2026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박정희 지음 / 더로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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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케빈 워시의 연준 의장 지명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가 급락했던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장은 새 인물이 매파적 성향을 지녔다고 판단했고, 금리 인하 기대는 빠르게 식어버렸다.

금리의 방향 하나에 지수가 출렁이고 투자 심리가 순식간에 얼어붙는 모습을 보며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매일같이 금리, 물가, 세금, 수요와 공급, GDP, 인플레이션, 디플레이션 같은 단어를 접하지만, 과연 그 의미와 파급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걸까.

숫자와 그래프로 가득한 경제학은 여전히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진다. 같은 조건에서도 결과는 달라지고, 작은 변수 하나가 흐름 전체를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더 막막하다. 그럼에도 경제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세상을 읽는 눈을 넓혀주고, 사고를 확장시키며, 남들이 보지 못한 기회를 발견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20년간 고등학교에서 경제, 정치, 법, 사회, 문화를 가르쳐온 교사다. 학생들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설명하면서, 그 위에 문학이라는 따뜻한 이야기 특별한 양념으로 한 스푼 더했다. 차갑게 느껴졌던 경제 개념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게 만든다.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부터 에밀 졸라의 <돈>까지 24편의 서양 고전이 경제 이야기와 함께 펼쳐진다. 인물들이 어떤 상황에 놓이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 따라가다 보면, 개념을 외우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투자자들이라면 관심 가질 만한 작품은 고대 로마 서사시 <아이네이스>였다. 사랑과 사명 사이에서의 선택은 기회비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 또한 선택하지 않은 가능성의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기회비용이 미래를 기준으로 한 판단이라면, 매몰비용은 과거에 묶인 선택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과 돈, 노력은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과거의 후회에 머무르기보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에밀 졸라의 <제르미날>은 경쟁과 독점의 그림자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과점 시장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제 구조가 개인의 운명을 어떻게 좌우하는지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 이야기는 결코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늘날 소수의 거대한 플랫폼 기업이 정보를 독점하고, 알고리즘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이끈다. 글로벌 기업들이 AI 시장 선점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는 현실을 떠올리면, 그 결과가 어디로 향할지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경제학을 한층 부드럽게 이해하게 해준 책이었다. 동시에 잘 알지 못했던 고전을 새롭게 만나는 기쁨도 있었다. 문학이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면, 경제학은 그 내면이 만들어낸 세상의 지도를 그려준다. "인간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그 질문을 문학과 경제라는 균형잡힌 시선으로 함께 바라보게 해준 의미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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