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한 번은 동양철학
오사지마 마사오 지음, 박현아 옮김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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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가을이라서 그런지 철학 책이 너무 자주 띈다. 철학이란 무엇일까.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정치철학, 사회철학, 과학철학, 언어철학 등이 있고, 지리적으로 구분하면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이 있다.

저자는 그 중에서도 동양철학에 집중한다. 서양철학은 자기 안이 아니라 바깥, 자연과 세상을 향해 있으며 어떻게 해야 더 편리해지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에 집중한다. 결국 어떤 단계에 도달하면, 다른 단계를 목표로 하고, 다시 더 높은 단계를 생각하는 무한굴레에 갇힌다. 평생 불만족스러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동양철학은 완전히 독립된 나라는 존재는 없으며, 타인과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만 비로소 '나'일수 있다고 말한다. 즉, 전체 중 일부이면서 동시에 단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가 바로 '나'이다.

10명의 동양 사상가의 지혜를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는데, 각 챕터별로 1명씩의 사상가가 연결된다. 그리고, 챕터별로 다른 주제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가령 1장은 '붓다'가 주인공이며, '주눅 들지 않아도 돼, 모든 것은 생각한 대로니까'로 구성된다. 그런식으로 용수, 세친, 달마, 노자, 장자, 호넨, 신란, 렌뇨가 등장하고, 마지막 10장은 '잇큐'가 말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평가는 상대의 몫이니까'로 마무리된다. 몇 명의 이름은 들어 보았지만, 다수가 모르는 사상가의 이름이라서 오히려 궁금증이 생겨난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내용을 몇 가지 꼽자면,

'제행무상,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예상 범위 안에 있다'. 제행무상이란 세상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진리다. 지금의 행복도, 불행도 영원하지 않으며 언젠가 반드시 바뀌기 때문에 지나친 고통을 굳이 안고 갈 필요가 없다. 아끼던 그릇이 깨져도 '어차피 다 무상한 것'이라며 흘려보낼 수 있다는 의미있는데, 한 번에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어제보다는 오늘이 조금 더 수월할 것 같다.

''화내고 싶지 않은데 짜증이 날 때'. 화를 내서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시적으로 나아진 것처럼 보여도, 결국 남는 건 허무함과 후회뿐이다. 3분 좌선으로 마음을 다스리거나, 분노를 돌에 새기지 말고 물에 흘려보내라는 조언을 새길 필요가 있다.

'증오로 인한 증오는 끝나지 않는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끊없이 이어진다. 날 야만적으로 만든 건 너희다. 결국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정의와 복수는 종이 한 장 차이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비로운 마음을 품을 때 원한에서 벗어나 다시 삶으로 돌아 갈 수 있다. 물론 쉽지 않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몸이,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도해야 한다.

'당신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상대에게 달렸다'. 옳다, 그르다는 판단조차 결국 상대방 편의 대로 정해질 뿐이다. 직장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순간은 모두가 훌륭하다고 치켜세우지만, 좌천되는 순간 눈길도 주지 않는다. 타인의 평가란 그때그때의 기분에 지나지 않기에 타인의 시선보다 언제 죽어도 후회 없을 만큼 행복하게 사는 것. 그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현대인의 고민에 대한 해답은 이미 2,500년 전에 나와 있다는 문구가 다시 기억난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변하고, 문화가 달라진다고 해도, 결국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의 본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즉, 형태는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본질을 따지면 옛날 사람이 하는 고민이나 현대인이 하는 고민이나 다 비슷하다는 뜻이다. 해답을 얻기 위해서 괜히 어려운 길을 돌아갈 필요가 없다. 이미 2,500년 전에 있었던 생각과 고민의 해결방향 등을 참조하면 훨씬 도움된다. 이 책은 독자에게 편안함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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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의 지혜, 자신에게 솔직하라 ㅣ 메이트북스 슬림북 10
미셸 몽테뉴 지음, 정영훈 엮음, 이선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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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몽테뉴.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찾아본 1580년에 유명한 <수상록>을 완성했다고 소개된다. 수상록은 인간의 판단과 관습, 우정과 사랑, 욕망과 고통, 노화와 죽음. 거기에 종교전쟁까지 삶의 다양한 문제를 담은 책이다.

엮은이는 왜 하필 지금 몽테뉴를 우리에게 소개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에 매우 민감하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고, 무엇을 사며, 어디로 가는지 끊임없이 들여다본다. 그런데 정작 본인에 대해서도 그렇게 바라볼까? 그리고, 내가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는 과연 같을까?

이 책은 수상록을 바탕으로 오늘의 삶과 연결한 53개의 주제로 구성했다. 몽테뉴가 깊이 고민한 문제들을 고루 담고, 원전의 뜻과 생각은 최대한 충실하게 살리되, 독자들이 쉽고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새롭게 풀어썼다.

책은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자신을 꾸미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라' 부터 시작해서 '내가 안다고 믿는 것을 의심하라', '사람들과 어울리되 자기 삶을 내주지 마라'로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죽음을 피하지 말고 삶을 충분히 누려라'로 마무리 된다. 그리고 각 파트는 역시 관련된 소주제로 나누어진다. 소주제는 총 53개이며, 각 2페이지 분량이기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앞에서 순서대로 읽어도 되고, 관심 있는 페이지부터 펼쳐도 무방하다.

'결과만 보지 말고 무엇을 하려 했는지 보라'. 최선을 다해도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고, 뜻하지 않은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뜻을 품었는지, 살아 있는 동안 그 뜻과 행동을 얼마나 맞추어 가는가이다.

'원인을 찾기 전에 사실부터 확인하라'. 소문은 사람을 거치면서 과장되기 마련이다. 사실에 원인을 만들어 붙이는 것이다. 누가 무엇을 직접 보았는지, 이야기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살펴야 한다. 사실 여부를 모르면 모른다고 남겨 두는 편이 낫다.

'혼자 있어도 자신과 잘 지내라'. 물리적은 반드시 혼자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사랑하며 살면서도 내 행복의 마지막 근거까지 남에게 맡기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나 자신과 이야기하고 편안히 머물 수 있어야 한다.

'가장 큰 일을 자기 삶을 잘 사는 것이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고, 건강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나라를 다스리고, 돈을 모으고 건물을 세우는 일만 큰 일이 아니다. 일상에서 내 삶을 온전히 누리고, 즐거움을 찾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나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 볼 시간을 선물한 책이다. 자신이나 타인을 쉽게 단정하지 않고, 익숙한 생각도 한 번 더 돌아보는 시간을 부여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꾸민 모습과 실제 자신의 모습을 구분할 수 있는 시각 또한 준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 이 질문은 불완전한 자신을 속이지 않으며, 주어진 삶을 끝까지 자기 몫으로 살기 위해 계속 물어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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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의 인생 수업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33
애덤 스미스 지음, 강현규 엮음, 최민철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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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애덤 스미스는 누구일까. 학창 시절 이름을 들었던 기억은 있는데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아서 찾아 보았다. 그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의 정치경제학자이자 윤리철학자이다. 후대 여러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 <국부론>저자이며, 경제학의 아버지로 여겨지며 자본주의와 자유무역에 대한 이론적 심화를 제공했다고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국부론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고, 그 보다 17년 먼저 출간된, 인간이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는 동감과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공정한 관찰자의 개념을 담은 <도덕감정론>까지 함께 실었다. 게다가 철학과 수사학, 문학에 관한 강의와 글도 함께 담았다. 즉, 애덤 스미스의 여러 저작 중 인간과 감정, 행복과 부, 관계와 공동체, 노동과 배움, 사고와 표현에 관한 생각을 뽑아서 한 권에서 읽을 수 있도록 한 책이다.

책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법' 부터 시작한다. 정의와 양심으로 나를 돌아보고, 감정을 다스리고 자신을 지키며, 타인의 시선을 바라보고, 좋은 관계와 공동체를 만들고, 신중하게 배우고 판단하며, 일과 돈, 직업을 대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으로 마무리 한다.

작은 주제들이 한 페이지 또는 두 페이지에 걸쳐서 소개되는데, 간혹 반복되는 내용들도 있지만 그 만큼 중요하고 고민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타인의 감정에 동감하고,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 공정한 관찰자의 판단과 자신의 행동의 비교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너무 과도한 자신감도 조심해야 하지만, 자신을 너무 낮추는 것도 올바른 자기 평가는 아니다. 다른 사람 또한 나를 그렇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동경하고 부러워하던 부와 사회적 지위도 자신의 건강이 나쁘거나 삶이 힘들때는 작아 보인다는 말에도 공감된다.

글의 목적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데 있기 때문에 며요성이 중요하다. 생각을 간결하고, 적절하며,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 좋은 그림과 조각은 작품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방법으로 효과를 만들어낸다. 작품에 감탄하면서 만들어낸 방법을 이해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애덤스미스는 1700년 후반대의 사람이다. 지금과는 거의 250년의 시간의 갭이 있다. 문화도, 삶의 방식도, 경제규모도 무척 다르다. 그럼에도 거의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자신의 감정을 정당화하고, 사랑과 존중을 원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성공을 부러워하며, 더 나은 삶을 꿈구는 것은 여전히 동일하다. 그래서 거의 책이 낯설지 않은 까닭이다. 인간의 마음과 삶을 찬찬히 들여다 보며, 나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하는, 귀한 시간을 선물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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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자였습니다만 쌍둥이 아빠가 됐습니다 - 겁 많은 예비 아빠가 성장하며 얻은 행복
양원주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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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표지의 그림이 왠지 따뜻하다. 아기를 앞, 뒤로 안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 손에는 머그컵을 들고 있다. 아마도 따뜻한 차가 담겨 있으리라 생각된다. 책 제목에서 저자는 비혼주의자였다고 밝힌다. 비혼주의자란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개인의 가치관이나 신념으로 삼는 태도 또는 입장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데, 그럼에도 한 명도 아닌 쌍둥이 아빠가 되었다니. 어떤 사연이 담긴 책일까 궁금하다.

저자 소개를 읽어보니 모태솔로로 어른이 되었고, 얼떨결에 결혼했는데, 예고 없이 쌍둥이를 신생하중환자실에서 만났다고 한다. 스물한 살 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섰고, 이 책은 그 일기가 모인 결과물이다. 책은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의 자서전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육아일기 같기도 하다. '어쩌다가 결혼을 해서' 부터 시작해서, 뱃속에 찾아온 새 생명, 에정일, 신생아 부모, 부모가 되어가던 시간을 지나쳐서 '한 뼘식 자라 첫 생일에 닿기까지'로 마무리 된다.

자신의 생각, 마음이 담겨 있고, 아울러, 한 가족이 된 와이프와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도 소소하게 들어 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조언들이나 쌍둥이는 어떻게 생기는지 등에 대한 의학지식들도 별도의 페이지에 묶었다.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년에 둘이 결혼할 수 있게 준비해 봐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말씀은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시아버지의 프로포즈가 되었고, 조용한 식당에서의 반지 프로포즈를 거쳐 결혼을 약속하게 된다. 프로프즈는 과해서도 안 되고 너무 초라해서도 안된다는 말이 기억난다. 평생 그 날의 기억이 소환되기 때문이다.

결혼 준비할 때 겪는 다섯 고비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커플이라면 함께 진지하게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신혼집, 결혼식장, 신혼여행, 혼수, 청첩장 모임에 대한 저자만의 조언이 이어지는데, 이 돈을 아껴서 뭐 하나 와 아껴서 어디 쓸까의 고민 차이는 5년 뒤 나타난다는 말이 기억난다.

"오빠! 쌍둥이래!". 놀라고 다급했던 저자 아내의 외마디는 얼마나 놀랍고, 기쁨이고, 아찔한 충격이었으라. 03~04.%의 확률을 뚫은 아이들이다. 비용부담을 들어주는 정부 지원 제도도 소개하느넫, 보건소, 정부24, e보건소 등에서 확인 가능하다.

예정일보다 이른 33주 만에 나온 아이들. 남자 신생아 평균이 3.3kg인데, 행복이는 2.02kg, 건강이는 2.0kg이었다. 미뤄두었던 혼인신고를 하면서 혼자의 몸에서 법적으로 세 명의 식구를 거느린 어엿한 가장이 된 순간도 나온다. 혼인신고를 서두를 이유와 미뤄도 되는 이유도 읽어볼 가치가 있다. 다만 정해진 정답은 없다는 사실. 당사자의 마음이나 상황을 생각하며 결정하면 되겠다.

쌍둥이는 기쁨 두 배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렇다고 엄마의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꽤 높은 층에 살고 있는데, 잠시나마 위태로운 상상을 했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아찔함과 눈물이 났다. 산후우울증은 배우자,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살펴야 할 부분이다.

책은 돌잔치를 지나서 옹알이를 하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그리고, 그 때의 쌍둥이들은 지금 열 다섯 살이 되었다고 한다. 시간은 정말 빨리 흐르는 것 같다. 책에 담긴 이야기는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도 아니고, 특별한 경험을 모은 것도 아니다. 그저 결혼과 육아를 경험한 한 아빠의 일상적인, 소소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진실함이 묻어 있는 참 따뜻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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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자
김강 지음 / 일오아이엠아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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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살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 제목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게 책 표지는 밝은 연두색이다. 묘하게 대비된다. 복선을 담은 것일까. 궁금증이 생긴다. 저자 소개를 찾아 보았으나, 별 다른 소개가 없다. 세계 1,000여 도시를 여행했고, 음식, 문화, 도시와 자연을 따라 시간을 걸었다는 내용이 있다. 대표작도 아직은 이 책이 유일하다.

어떤 내용을 담았을 때 책 앞, 뒤를 뒤적이다가 뒤 편에서 이 책은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죽음을 말하면서도 삶의 행위를 멈추지 못하는 인간의 모순을 바라본다고 적혀 있다. 자살을 반대로 하면 살자라는 말이 생각난다. 죽고 싶다는 말이 때로는 살고 싶다는 강한 반증이라는 말 또한 있다.

100페이지가 조금 넘어가는데, 특이하게도 3시간여의 기록을 담았다. 보통 소설은 주인공의 일상을 담았기에 몇 십년에 달하는 시간이 담긴 것이 통상적인데, 이 책은 2020년 8월 15일 19:15 부터 시작되어서 8월 16일 6시 15분이 마지막이다.

죽음을 선택한 사람의 비극을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을 담으면서도 살아가기를 멈추지 못하는 인간의 모순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죽음이라는 극단적 주제를 소주와 불고기, 빚과 농담이 어우러진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내린다. 대박이와 봉달이가 만난다. 밥을 먹는다. 술을 마신다.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변의 이야기로 넓혀가고, 그러다 보니 욕도 좀 섞인다. 주위 사람들과 마찰이 일어나고 결국 의외의 상황이 발생한다. 마지막 의외의 상황 부분을 빼면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작품 속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의식과 육체의 충돌이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삶의 무의미와 죽음을 주저리 주저리 말하지만, 몸은 배고픔을 느끼고 술을 마시며 살아남기 위해 반응한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는 표현이 맞을까. 머리로는 삶을 포기하려 해도 몸은 살고자 부단히 애쓴다. 그 묘한 대비와 균열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든다.

문체는 간결하다. 책 크기 자체도 일반 책보다 다소 작은 편이기에 글자 수도 작다. 감정을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입술을 다문다. 턱끝이 떨린다. 이런 신체적 반응에 대한 묘사로 인물의 괴로움을 간결하게 전달한다. 넘어진 의자와 깨진 접시처럼 사물을 나열함으로써 독자가 스스로 그 서늘한 분위기를 느끼게끔 한다. 직접적인 아닌 간접적인 전달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입으로는 죽음을 외치지만 몸은 여전히 살아있는 현실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삶은 아름답다. 삶은 살아야 할 가치가 있다 식의 숭고함이나, 죽으면 안 돼, 살아야 해 같은 윤리적 교훈을 강조하지 않는다. 어쩌면 내 옆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간의 솔직한 일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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