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
김강 지음 / 일오아이엠아이 / 2026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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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살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 제목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게 책 표지는 밝은 연두색이다. 묘하게 대비된다. 복선을 담은 것일까. 궁금증이 생긴다. 저자 소개를 찾아 보았으나, 별 다른 소개가 없다. 세계 1,000여 도시를 여행했고, 음식, 문화, 도시와 자연을 따라 시간을 걸었다는 내용이 있다. 대표작도 아직은 이 책이 유일하다.

어떤 내용을 담았을 때 책 앞, 뒤를 뒤적이다가 뒤 편에서 이 책은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죽음을 말하면서도 삶의 행위를 멈추지 못하는 인간의 모순을 바라본다고 적혀 있다. 자살을 반대로 하면 살자라는 말이 생각난다. 죽고 싶다는 말이 때로는 살고 싶다는 강한 반증이라는 말 또한 있다.

100페이지가 조금 넘어가는데, 특이하게도 3시간여의 기록을 담았다. 보통 소설은 주인공의 일상을 담았기에 몇 십년에 달하는 시간이 담긴 것이 통상적인데, 이 책은 2020년 8월 15일 19:15 부터 시작되어서 8월 16일 6시 15분이 마지막이다.

죽음을 선택한 사람의 비극을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을 담으면서도 살아가기를 멈추지 못하는 인간의 모순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죽음이라는 극단적 주제를 소주와 불고기, 빚과 농담이 어우러진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내린다. 대박이와 봉달이가 만난다. 밥을 먹는다. 술을 마신다.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변의 이야기로 넓혀가고, 그러다 보니 욕도 좀 섞인다. 주위 사람들과 마찰이 일어나고 결국 의외의 상황이 발생한다. 마지막 의외의 상황 부분을 빼면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작품 속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의식과 육체의 충돌이다. 주인공은 끊임없이 삶의 무의미와 죽음을 주저리 주저리 말하지만, 몸은 배고픔을 느끼고 술을 마시며 살아남기 위해 반응한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는 표현이 맞을까. 머리로는 삶을 포기하려 해도 몸은 살고자 부단히 애쓴다. 그 묘한 대비와 균열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든다.

문체는 간결하다. 책 크기 자체도 일반 책보다 다소 작은 편이기에 글자 수도 작다. 감정을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입술을 다문다. 턱끝이 떨린다. 이런 신체적 반응에 대한 묘사로 인물의 괴로움을 간결하게 전달한다. 넘어진 의자와 깨진 접시처럼 사물을 나열함으로써 독자가 스스로 그 서늘한 분위기를 느끼게끔 한다. 직접적인 아닌 간접적인 전달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입으로는 죽음을 외치지만 몸은 여전히 살아있는 현실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삶은 아름답다. 삶은 살아야 할 가치가 있다 식의 숭고함이나, 죽으면 안 돼, 살아야 해 같은 윤리적 교훈을 강조하지 않는다. 어쩌면 내 옆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간의 솔직한 일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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