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한국에 투자하라 - 코스피 1만, 새로운 부의 법칙
나탈리 허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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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설 연휴가 지난 첫째 날, 장중 코스피는 5,650을, 코스닥은 1,157을 넘겼다.

저자가 제시한 ‘코스피 1만’이라는 문구를 처음 봤을 때는 불장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의 기세로 봐서는 넘지 못할 산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법률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전업 투자자가 아니기에 이 책에는 저자만의 직접적인 투자 방법이나 스킬이 담겨 있지는 않다. 그러나 글로벌 매크로 금융과 자산 운용 경험을 토대로 실리콘밸리의 시각을 더해, 왜 투자자가 지금 한국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돈은 정책 방향에 따라 흐르고, 돈이 모이는 곳에서 산업이 활성화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또한 어느 투자 고수는 강한 테마에서 강한 종목을 매수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인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저자가 전해주는 2026년 정책과 산업 구조의 대전환 예측, 수천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머니 흐름은 단기적인 투자 스킬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주제라고 느껴진다. 더욱이 현재 주식시장은 2000년대 닷컴 버블처럼 실체 없는 상승이 아니라, 철저히 밸류와 실적을 중심으로 한 상승장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글로벌 유동성 랠리, 새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주주 가치 제고 정책이라는 퍼즐 조각을 염두에 두고 기대에 찬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책은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코스피 1만이 왜 가능한지에서 시작해, 너무 싼 한국 주식, 글로벌 머니의 종착점인 코스피, 실리콘밸리에서 찾은 답, 코스피 1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거쳐 AI는 버블이 아님을 주장하며 마무리된다.

우리 시장은 예전부터 외국인 자본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었기에, 과연 외국인들이 코스피를 살 것인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이에 대한 명료한 답과 의외의 배경 설명에 적잖이 놀랐다.

결론적으로 “외국인들은 코스피를 계속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5만을 넘어선 일본의 니케이 지수, 자본 통제로 인해 자금 회수마저 불투명한 중국 시장, TSMC 하나가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대만, AI를 테마로 한 기업이 거의 없다시피 한 유럽까지. 어느 나라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에 견줄 만한 기업은 많지 않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한다면 넘쳐나는 자금은 어딘가로 흘러가야 하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다. 즉 글로벌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코스피를 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물론 기업 지배 구조 문제, 자본 배분 관행, 불투명한 재벌 구조 등 저평가를 야기한 부정적 요인들이 존재해 왔다. 그러나 현 정부의 상법 개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주주 이익 보호, 자본시장 선진화 등 일관된 정책 추진은 코스피 시장의 질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AI 기술 발전에 따른 반도체 시장의 급격한 확산은 해외 투자에 관심 있는 미국 투자자들에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다만 미국에서는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지 않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매수해 투자하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대신 한국 시장 전체를 담은 ETF인 아이셰어즈 EWY(iShares MSCI South Korea ETF)를 매수해야 하는데, 이 상품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6%에 달한다. 즉 EWY가 많이 팔릴수록 두 기업으로 자본이 유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스피가 오른다면 무엇을 사야 하느냐는 질문에 저자는 ‘지수 추종 ETF가 답’이라고 말한다. 지수 ETF를 매수한 뒤 느긋하게 기다리면 되며, 투자 기간은 최소 1년 이상을 권한다.

아울러 최근 AI가 버블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현재의 AI 열풍을 버블이 아닌 대전환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고 단언한다. 기술주 랠리를 이끄는 엔비디아, 브로드컴 같은 기업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으며, AI 솔루션이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책 곳곳에 담긴 유용한 내용 외에도, 당장의 코스피 1만 도달보다 코스피가 나스닥처럼 수년간 꾸준히 상승하는 시장으로 진화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 즉 기업 성장과 혁신,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 조달 생태계의 중요성을 짚어낸 저자의 인사이트가 특히 인상 깊다. 한국 시장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꾸준히 우상향한다’는 믿음이며, 그 믿음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업과 국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는다.

#2026한국에투자하라 #나탈리허 #쌤앤파커스 #코스피1만 #한국증시전망 #주식시장분석 #글로벌머니 #투자통찰 #자본시장선진화 #AI와반도체 #지수ETF #장기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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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살기를 권합니다 - ‘열심히’의 저주를 끝내는 ‘적당히’의 지혜
리나 놈스 지음, 김미란 옮김 / 한문화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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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때 아침형 인간이 좋은지, 저녁형 인간이 좋은지를 두고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부지런히 움직이며,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사람이 결국 성공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믿음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던 시기였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고, 사회는 효율과 성과를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든 한 발자국이라도 더 앞서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였다.


과거에 비해 수명은 길어졌고, 은퇴 이후의 삶 또한 결코 짧지 않다. 우리는 평생학습 사회를 살아가며, 하루하루를 자기계발과 경쟁 속에서 보낸다. 공부를 멈추는 순간 뒤처질 것 같은 불안, 쉬면 안 될 것 같은 압박 속에서 스스로를 갈아 넣는 삶이 어느새 당연해졌다.


그런데 이 책은 전혀 다른 인간형을 제안한다. 바로 ‘대충형 인간’이다. 모두가 멀미가 날 만큼 빠른 속도에 적응하려 애쓰는 시대에, 대충이라니 처음엔 고개가 갸웃해진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대충은 무책임도, 포기도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전력 투구형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대충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꼭 필요한 곳에만 힘을 쓰자는 태도다. 모든 일에 100을 쏟아붓는 대신, 대충해도 괜찮은 일과 전력을 다해야 할 일을 구분하자는 제안이다. 반대로 실패가 두려워 아무 시도도 하지 못하는 회피형 인간에게 대충은,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 뭐라도 조금은 해보자는 응원이 된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삶으로 주저앉지 말자는 말은 생각보다 큰 위로로 다가온다.


목차부터 이 책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대충 선택하기, 대충 스타일링 하기, 대충 경력 쌓기처럼 삶의 거의 모든 영역 앞에 ‘대충’이 붙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전력을 다할 일 찾기가 등장한다. 잘못된 결정을 내릴까 봐 선택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대충 선택하기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길은 풍경 좋은 우회로를 따라 천천히 가고, 어떤 길은 고속도로를 타고 빠르게 달리지만, 결국엔 비슷한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선택의 속도가 곧 삶의 가치가 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대충 몸 챙기기 역시 인상적이다. 강박적인 아침 루틴 이야기에서조차 가장 인간적인 부분 '시원하게 한 판 볼일 보기'는 빠져 있다는 점을 짚어내며, 적당한 운동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할 수 있고 대충 운동해도 뇌는 더 똑똑해진다고 말한다. 커피를 끊으려 애쓰지 말고 마시는 방식을 바꾸자는 제안은 현실적이고, 대충하는 스킨케어 전략 역시 부담 없이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대충 해보는 실험들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당신은 어떤 일을 잘하는가가 아니라 나와 가까운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무엇이 즐거운가보다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산 정상의 풍경도 물론 멋지지만, 산 중턱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역시 충분히 괜찮다는 비유처럼 이 책은 삶의 속도를 낮춰도 괜찮다는 용기를 건넨다. 더 잘 살기 위해 애쓰다 지친 사람에게, 덜 애써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주는 책이다.


#대충살기를권합니다 #리나놈스 #한문화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에세이추천 #삶의속도 #선택과집중 #번아웃위로 #느리게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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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의 인생수업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 기념 에디션) - 품격 있는 나라와 삶을 꿈꾼 백범 선생의 신념과 지혜
김옥림 지음 / 미래북(MiraeBook)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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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독립문역에 위치한 서대문형무소를 다녀왔다. 차가운 콘크리트 벽과 좁은 수감실을 마주하자,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닌 ‘사람의 시간’으로서의 역사가 피부에 와 닿았다. 나라를 잃었던 시절, 말 한마디와 생각 하나조차 죄가 되던 시대의 공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 공간이었다.


저자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이 되는 2026년을 맞아, 그의 삶을 다시 들여다봄으로써 독립을 염원했던 민족의 고통과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던 선열들의 마음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리고자 이 책을 썼다.


책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인간관계, 신념과 의기, 자주정신, 민주의식이라는 네 개의 큰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논문처럼 치밀한 논리로 이어지기보다는, 김구 선생의 사상과 철학을 담은 짧은 에세이들로 나뉘어 있다. 덕분에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고, 마음이 머무는 페이지를 펼쳐도 부담이 없다. 삶의 어느 국면에서든 곁에 두고 꺼내 읽기 좋은 구조다.


<자긍심을 갖고 매사에 빈틈없이 행하라>는 주제는 주체의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주체의식이란 자신의 분명한 줏대에 따른 인식과 판단이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단단해진다는 말은 오늘을 사는 개인에게도 유효하다. 또 소통을 인생의 저울에 비유하며, 소통이 원활하면 삶 또한 흐르듯 나아가지만 그렇지 못하면 불통의 벽에 갇힌다는 <타인과의 소통 능력을 길러라> 주제는 인간관계에 지친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의지와 인내에 대한 메시지도 묵직하다. 의지가 약한 사람은 사소한 어려움 앞에서도 쉽게 멈춰 서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생각뿐 아니라 손과 발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의지가 굳어 무슨 일에도 굴하지 않는다> 주제는 행동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는 어떤 일도 참고 견뎌야 한다>에서 ‘승풍파랑’,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치며 나아간다는 사자성어처럼, 목적을 위해 참고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끝내 자신이 바라는 곳에 닿을 수 있다는 가르침은 담담하지만 강하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김구 선생의 사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유명 인사들의 명언과 일화, 격언을 함께 엮어냈다는 점이다. 역사적·인문학적 시선과 현실적인 조언이 겹겹이 쌓이며, 독자는 한 가지 정답이 아닌 여러 관점에서 삶을 성찰하게 된다. 과거의 이야기를 빌려 오늘의 삶을 비추는 이 책은, 빠르고 가벼운 말들에 지친 현대인에게 오래 곱씹을 만한 문장들을 건넨다. 


#김구의인생수업 #김옥림 #MIRAEBOOK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김구 #역사인문서 #인생수업 #자주정신 #민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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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팀원이 다 해줌, 챗GPT·퍼플렉시티·코파일럿·캔바·감마·브루 전원 투입! -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한 번에 끝내는 최강 AI 팀 100% 운영법|저자 즉답 오픈카톡방 운영 다 해줌 시리즈
이나현 지음 / 한빛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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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직장에서 업무 시간은 늘 한정되어 있는데, 요구되는 결과물의 수준은 해마다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더 촘촘해지고, 기획은 더 전문화되며,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찰 만큼 일의 규모와 복잡도도 커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회사에서는 인력이 충분히 충원되기보다는, 기존 인원으로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사람이 한 명만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버텨내는 이유입니다.


이나현 저자의 <AI 팀원이 다 해줌>은 바로 그 지점에서 AI를 ‘기술’이 아닌 ‘팀원’으로 바라보자고 제안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AI 팀원은 모든 일을 대신해 주는 만능 존재가 아니라,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함께 나누는 실질적인 협업 파트너입니다. 이 책은 AI를 두려워하거나 막연히 기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업무 환경 속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차분히 짚어 줍니다.


책의 구성은 실무 흐름에 맞춰 설계되어 있습니다. AI가 왜 지금의 직장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시작해, 기획·문서 작성·자료 조사·요약·회의 정리 등 실제 업무 장면 속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갑니다. 각 장에서는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써보라”는 식의 구체적인 활용 예시가 제시되어, AI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다양한 AI 도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도구가 어떤 업무에 적합한지를 명확히 구분해 준다는 점입니다. 도구 하나하나의 기능 설명보다, 일을 줄이고 사고의 여유를 만드는 방향에 초점을 맞춘 점에서 이 책의 메시지가 또렷해집니다. 다양한 표와 이미지, 그리고 실제 사례를 활용한 단계별 설명도 매우 도움되는 부분입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AI를 잘 쓰는 법’ 이전에 ‘일을 혼자 떠안지 않아도 된다는 감각’입니다. 모든 것을 직접 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판단과 결정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AI 팀원이 다 해줌>은 빠르게 변화하는 업무 환경 속에서, 조금은 덜 지치고 조금은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싶은 직장인에게 현실적인 안내서가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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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심리학
이기동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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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조 원을 넘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숫자보다 먼저 떠오른 건 “설마 내가?”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범죄의 심리학을 읽고 나니, 그 질문은 너무 쉽게 무너진다. AI 기술의 발전은 분명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가족이나 지인의 목소리를 정교하게 조작하는 딥페이크 범죄를 현실로 끌어냈다. 여기에 금값 폭등이 불러온 금 직거래 자금 세탁까지, 범죄는 언제나 시대의 흐름을 가장 빠르게 따라온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사기 피해 사례를 접하면 흔히 “저 사람 참 바보네”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 중에는 의사나 전문직처럼 사회적으로 ‘똑똑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 지점에서 저자 이기동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피해자들이 부족해서 당한 것일까, 아니면 인간의 심리를 정확히 겨냥한 구조적 범죄 앞에서 누구나 무너질 수 있는 걸까.


저자는 과거 어두운 세계에 몸담았던 경험을 고백하며, 죄 값을 치른 뒤 현재는 금융 범죄 예방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이 책에는 금융범죄의 정체부터 사기와 대포폰·대포통장을 활용한 계획적 범죄의 차이, 조직 구성 방식, 개인 정보가 어떻게 유출되어 해외 총책에게 전달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과거 조선족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검찰청입니다. 당시의 계좌가...”라고 시작하던 보이스피싱은 이제 구시대의 수법이다. 지금은 훨씬 세련되고, 훨씬 현실적인 방식으로 선량한 시민을 범죄에 끌어들인다.


책은 이론보다 사례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관심 있는 부분부터 펼쳐도 부담이 없다. 


예전에는 미리 준비해 둔 대포통장으로 자금을 이체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지만, 요즘은 1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의 소액을 입금 한 다음 계좌를 정지시키는 통장 협박 방식이 유행한다. 계좌를 풀어주겠다며 금전을 요구하지만, 사기범에게는 통장을 풀어 줄 권한 자체가 없다.  반드시 은행에 방문하여 상황을 설명하고 정식 절차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


자녀를 데리고 있다. 돈을 보내주지 않으면 신변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면. 누구나 긴장하고 불안할 것이다. 자녀에게 전화해 보지만, 자녀의 휴대폰에도 이미 악성앱이 깔려 있어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돈을 준다고 해결되지도 않고, 추가 입금을 요구 받을 뿐이다. 가까운 경찰서에 즉시 신고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안전한 대응 방법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머지 부업을 원하는 사람에게 애인 대행 알바를 소개한다. 겉으로는 만나서 차 한잔 마시면 된다고 그럴싸하게 말하지만, 보증금을 요구하고, 피해자의 잘못을 억지로 만들면서 추가 송금으로 이어지게 한다. 힘든 경제 속에서 뭐라도 해서 살아보려는 간절함을 이용하는 방식인데, 세상에 자기 돈은 먼저 보증금, 투자금으로 보내야 하는 알바는 없음을 알아야 한다. 


얼마 전 떠들석했던 노쇼 사기 사례도 있다. '군부대 간부, 정치인, 연예인 회식합니다. 30명 예약과 와인 준비해 주세요" 경기도 어려운데 단체 매출이 발생했다고 좋아하는 사장의 마음을 이용한다. 큰 매출, 홍보 효과, 식사 후 결제하겠다는 말에 피해자는 돈을 마련해 술을 주문하지만, 술값이 입금되면 예약인원이 더 늘었다고 술도 더 주문해달라고 한다. 이미 큰 돈을 입금한 피해자가 여기서 빠져나오기란 너무 어렵다. 


책을 덮고 나면 기가 막힌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기상천외한 수법들 앞에서 열이면 열, 누구라도 흔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남아 범죄 단지에서 활동하는 조직의 특성상 수사와 검거가 쉽지 않다는 현실도 씁쓸하다. 결국 답은 단순하다.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는 범죄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 문자, 전화, SNS 속 감언이설 앞에서 한 번 더 의심하는 태도야말로,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최소한의 자기방어임을 이 책은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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