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기를 권합니다 - ‘열심히’의 저주를 끝내는 ‘적당히’의 지혜
리나 놈스 지음, 김미란 옮김 / 한문화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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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때 아침형 인간이 좋은지, 저녁형 인간이 좋은지를 두고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부지런히 움직이며,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사람이 결국 성공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믿음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던 시기였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했고, 사회는 효율과 성과를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어떻게든 한 발자국이라도 더 앞서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였다.


과거에 비해 수명은 길어졌고, 은퇴 이후의 삶 또한 결코 짧지 않다. 우리는 평생학습 사회를 살아가며, 하루하루를 자기계발과 경쟁 속에서 보낸다. 공부를 멈추는 순간 뒤처질 것 같은 불안, 쉬면 안 될 것 같은 압박 속에서 스스로를 갈아 넣는 삶이 어느새 당연해졌다.


그런데 이 책은 전혀 다른 인간형을 제안한다. 바로 ‘대충형 인간’이다. 모두가 멀미가 날 만큼 빠른 속도에 적응하려 애쓰는 시대에, 대충이라니 처음엔 고개가 갸웃해진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말하는 대충은 무책임도, 포기도 아니라는 점이 분명해진다.


전력 투구형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대충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꼭 필요한 곳에만 힘을 쓰자는 태도다. 모든 일에 100을 쏟아붓는 대신, 대충해도 괜찮은 일과 전력을 다해야 할 일을 구분하자는 제안이다. 반대로 실패가 두려워 아무 시도도 하지 못하는 회피형 인간에게 대충은,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 뭐라도 조금은 해보자는 응원이 된다.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삶으로 주저앉지 말자는 말은 생각보다 큰 위로로 다가온다.


목차부터 이 책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대충 선택하기, 대충 스타일링 하기, 대충 경력 쌓기처럼 삶의 거의 모든 영역 앞에 ‘대충’이 붙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전력을 다할 일 찾기가 등장한다. 잘못된 결정을 내릴까 봐 선택 자체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대충 선택하기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길은 풍경 좋은 우회로를 따라 천천히 가고, 어떤 길은 고속도로를 타고 빠르게 달리지만, 결국엔 비슷한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선택의 속도가 곧 삶의 가치가 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대충 몸 챙기기 역시 인상적이다. 강박적인 아침 루틴 이야기에서조차 가장 인간적인 부분 '시원하게 한 판 볼일 보기'는 빠져 있다는 점을 짚어내며, 적당한 운동만으로도 충분히 건강할 수 있고 대충 운동해도 뇌는 더 똑똑해진다고 말한다. 커피를 끊으려 애쓰지 말고 마시는 방식을 바꾸자는 제안은 현실적이고, 대충하는 스킨케어 전략 역시 부담 없이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대충 해보는 실험들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당신은 어떤 일을 잘하는가가 아니라 나와 가까운 것은 무엇인가를 묻고, 무엇이 즐거운가보다 오랫동안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산 정상의 풍경도 물론 멋지지만, 산 중턱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역시 충분히 괜찮다는 비유처럼 이 책은 삶의 속도를 낮춰도 괜찮다는 용기를 건넨다. 더 잘 살기 위해 애쓰다 지친 사람에게, 덜 애써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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