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
김선영 지음 / 봄봄스토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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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시대가 시작되면서, 인공지능이나 로봇에게 사람의 일거리가 대체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이런 불안의 시대에 인공지능과 기계가 결코 대체하지 못할 분야를 미리 선점하여 그곳에서 전문성을 쌓는 것이 어찌 보면 각자도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인공지능과 예술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인공지능은 인간을 뛰어넘는 예술가로서 자리매김하게 될까? 아니면 예술만큼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앞으로도 남게 될까?

이처럼 다소 난해한 질문에 답을 해줄 책이 최근에 출간되었다. 지난 4월에 홍익대 김선영 교수가 쓴 '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이란 책은 인공지능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학자들의 이론을 근거로 답변을 제시한다. 이 책에는 총 열네 개의 글이 실려있고, 주로 인공지능, 4차산업시대, 예술과 같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창의성과 인공지능의 창의성이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는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실 창의성에서 지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관이다. 스티브 잡스도 지능보다는 직관력이 뛰어난 사람이 위대한 창조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직관이야말로 저 우주 어딘가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이 세상에 있을 법하지 않는 창조의 원천이다. 직관은 감관의 작용으로 직접 외계의 사물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는 것이다. 나아가 철학에서의 직관은 감각과 경험, 연상,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직접 파악하는 작용을 일컫는다. 인공지능에는 바로 이 직관이 없다. 이런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진정한 창조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그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는 예술작품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셈이다." (22쪽)

위대한 예술은 인간의 위대한 직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합리적 추론과 탁월한 이성 너머의 신비로운 직관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에서 인간의 창조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직관력이 인공지능에게 먼저 탑재되어야 할지 모른다.

이 책은 인공지능과 예술에 관한 학문적 접근으로 독자에게 유용한 면이 있지만, 책을 끝까지 읽다 보니 몇 가지 아쉬움이 눈에 띈다. 첫 번째 아쉬움은 책에 나오는 각주 번호의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각주 번호가 매 챕터마다 새롭게 시작하든지 아니면, 처음 챕터에서 매긴 각주 번호로 끝까지 가든지 해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각주 번호가 앞의 챕터와 이어질 때도 있고, 아니면 새롭게 시작할 때도 있다. 이는 아마도 이 책이 처음부터 백지상태에서 쓰인 책이 아니라, 저자가 여러 군데에 기고한 글들을 한 권으로 편집하다 보니 발생한 실수가 아닌가 싶다. 두 번째 아쉬움은 저자의 주장을 확실하게 받쳐줄 그림이나 사진이 이 책에 전혀 삽입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예술이 청각예술이면 어쩔 수 없겠지만, 주로 시각예술을 이 책에서 다루는데 그와 관련된 아무런 그림이나 사진이 이 책에 삽입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독자의 이해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책의 내용에 비해 편집에서 나타나는 아쉬움으로 인해 전체적인 책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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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마크 랜돌프 지음, 이선주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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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마크 랜돌프(Marc Randolph)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마크 랜돌프가 만든 기업 이름은 아마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마크 랜돌프가 만든 기업은 바로 넷플릭스(Netflix)이다. 그렇다. 당신이 오늘도 지하철로 오가면서 핸드폰으로 영화를 봤던 그 넷플릭스를 바로 마크 랜돌프가 만들었다. 마크 랜돌프가 넷플릭스를 만들었다면 왜 상대적으로 그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페이스북하면 마크 주커버그, 애플하면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하면 빌 게이츠가 떠오르는데, 왜 넷플릭스하면 마크 랜돌프가 연결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마크 랜돌프가 1998년 넷플릭스를 스타트업하고, 2003년 넷플릭스를 떠났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마크 랜돌프가 최초의 CEO를 맡은 이후 리드 헤이스팅스가 CEO로 넷플릭스를 경영하고 있다. 아마도 우리가 만난 넷플릭스는 초창기 DVD를 대여하는 넷플릭스가 아닌, 인터넷에서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 일 것이다. 마크 랜돌프는 넷플릭스가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이전에 넷플릭스를 떠났다. 그래서 우리가 그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않는 것이다.

마크 랜돌프의 자서전인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That will never work)는 그가 넷플릭스를 스타트업하기 이전부터, 넷플릭스를 퇴사하기까지의 인생 여정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그의 자서전이라고 하기에는 그가 가진 스타트업의 노하우가 많이 담겨 있어서 일종의 스타트업 가이드북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전체가 460쪽이 넘는 꽤 두꺼운 책이지만, 실제로 읽다 보면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그가 넷플릭스를 스타트업하는 모든 과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었으며 다윗이 골리앗을 물맷돌 하나로 쓰러뜨리는 과정이었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그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스타트업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창업 이야기에 등장하는 계시의 순간은 너무 단순화했거나 완전히 지어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영감이나 천재같이 낭만적인 개념과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진실은 보통 훨씬 더 복잡하다. 형편없는 사업 1000가지를 생각하다가 좋은 구상 하나를 얻는 게 진실이다. 그리고 때때로 나쁜 구상과 좋은 구상을 구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맞춤형 운동기구, 맞춤형 서핑보드, 맞춤형 개밥. 나는 리드에게 이런 구상을 계속해서 제시했다. 몇 달 동안 연구하고, 수백 시간 토론하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마라톤 회의를 하면서 계속 생각을 진정시키다 보니 결국 넷플릭스가 되었다. 나는 어떤 사업 구상이 성공하고 어떤 구상이 실패할지 전혀 몰랐다. 나는 그저 내 회사를 시작하고 싶었고, 인터넷으로 무엇인가를 파는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게 다였다." (21쪽)

넷플릭스는 처음부터 넷플릭스가 아니었다. 만약 현재 넷플릭스의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저자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넷플릭스는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을 위한 맞춤형 개밥을 만드는 회사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맞춤형 개밥으로 세계 1위를 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겠지만, 집에 개를 키우지 않는 우리 집 같은 경우는 넷플릭스와 아무 관련이 없었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무수한 시행착오와 처참한 실패를 딛고서 살아남은 기업이다. 원래 넷플릭스는 DVD 판매와 DVD 대여를 동시에 진행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아마존이 DVD 판매로 뛰어들자,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DVD 판매를 접었다. 인터넷 쇼핑의 최강자인 아마존과 DVD 판매로는 경쟁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자체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결국 넷플릭스는 DVD 판매가 아닌 DVD 대여라는 사업에 집중하여, 그들의 이윤 구조를 재편했다.

"집중하라. 이게 성공하는 기업의 비밀 무기다. 넷플릭스 역사를 돌아보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과거의 일부를 계속 버려야 했다. DVD 판매를 중단하고, 따로따로 대여하던 서비스를 중단하고, 결국 초창기 넷플릭스 팀 중 많은 사람을 내보내야 했다. 이렇게 앞뒤 가리지 않고 집중하는 게 인정사정없이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도 좀 그렇다. 하지만 인정사정없는 것만이 아니다. 뭔가 용기에 가까운 일이다." (322쪽)

내가 마크 랜돌프의 신간을 읽은 이유는 최근에 '블리츠 스케일링'이란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단숨에 거침없이 시장을 제패한 거대 기업들의 비밀'을 이야기하는 데 넷플릭스의 사례를 종종 언급했기 때문이다.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는 제목이 부정적이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서부 개척정신이 살아있는 넷플릭스의 성공신화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넷플릭스 #마크랜돌프 #절대성공하지못할거야 #덴스토리 #netflix #왓차 #DVD #자서전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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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 Vol 1. 우리 집에 왜 왔니 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 1
포럼M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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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매년 초가 되면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통해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분석한다. 그런데 1년에 한번 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책이 이번에 쌤앤파커스를 통해 새롭게 출간되었다. 이 책은 그 이름하여 '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이다. 1년이 12개월이니깐, '3개월마다 만나는 마이크로 트렌드'는 '트렌드 코리아'가 1권 출간될 동안에, 총 4권의 책을 출간하겠다는 야심을 담고 있다. 이 책은 포럼M이라는 단체에서 한국 사회를 강타한 최신 트렌드를 가장 빨리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지은이는 이렇게 말한다.

"리드 더 웨이브(Lead the wave) 바야흐로 서핑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파도에 빠르게 반응하고 상황에 맞게 방향을 바꿔가며 이동하는 서핑처럼 환경에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대응을 해야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탁월한 서퍼들은 파도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민첩하게 대응한다. 동시에 변화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균형감각도 갖췄다. 지금 우리에겐 항해술과 같은 '메가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예측 자체가 무의미한 급변하는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마이크로 트렌드'가 절실하다. 완벽하게 정리된 이론도 전문가가 전해주는 각 잡힌 이론도 너무 늦다. 휘몰아치는 파도보다 딱 한 걸음 앞서 변화를 체험한 서퍼들의 경험담이 필요하다. (8쪽)

지은이의 의도대로 이 책은 매우 쉽고 힙하게 만들어졌기에, 독자로 하여금 책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일종의 잡지를 읽는다는 느낌을 준다. 지난 2020년 1사분기의 핫 트렌드 키워드로 '언택트'(Untact), '올드크러시', '낯설렘', '미닝아웃' 등의 키워드가 선정되었고, 가장 인기 있는 유명인으로는 자이언트 펭수를 꼽았다. 펭수는 원래 EBS에서 만든 펭귄 캐릭터인데, 지금은 EBS, 유튜브를 넘어 KBS에까지 진출했다.

나는 이 책을 거실에서 읽는 동안에, 우연찮게 TV를 틀었는데, 5월 1일 금요일 밤에 KBS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펭수가 타이거JK와 함께 나와서 랩을 하는 장면이 상당히 놀라웠다. "아니 펭수가 왜 저기서 나와" 이렇게 나는 중얼거리며, 펭수가 부르는 요들송과 발라드와 랩을 들었다. 이번에 펭수가 '유스케'에 출연한 이유는 '펭수로 하겠습니다'라는 음원을 지난 4월 21일에 출시했기 때문이다. 펭수는 이 음원으로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 진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품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이 책에서 다루는 트렌드는 과거의 트렌드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의 트렌드를 신속 정확하게 다룬다. 세상의 흐름과 트렌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직종의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을 읽으며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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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와 알제리
서정완 지음 / 이지퍼블리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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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카뮈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많이 접하지 못했다. 내가 읽은 유일한 카뮈의 작품은 그의 대표작인 '이방인'이나 '페스트'가 아닌, '시지푸스의 신화'였다. 내가 그 책을 왜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시지푸스의 신화'에서 카뮈가 이야기 한 처절한 생의 의미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기억이 남는다.

서정완 작가의 신간인 '알베르 카뮈와 알제리'는 알제리 출신의 카뮈의 일생을 생생한 현장 사진과 함께 거슬러볼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느껴지는 저자의 알제리를 향한 사랑과 카뮈를 향한 열정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저자는 카뮈의 흔적을 찾으려고 알제리 전역을 돌아다닌 것은 물론이고,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과 프랑스의 루르마랭까지 찾아갔기 때문이다. 루르마랭은 카뮈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이며, 그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한국인으로서 카뮈의 출생지와 무덤을 모두 방문한 사람이 과연 몇 명 정도 될까? 카뮈를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저자처럼 카뮈의 발자취를 일일이 뒤좇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열정에 비해 독자로서 여러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저자가 카뮈의 생애에 대한 총론 없이 바로 각론으로 들어가, 그의 인생이 시간순으로 알제리와 프랑스에서 어떻게 펼쳐졌는지 이 책을 통해서는 알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또한 알제리에 대해서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저자가 방문한 카뮈 유적지의 전체 지도가 있었으면 카뮈의 생애 반경을 독자들이 파악하기에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당연히 저자는 카뮈의 시간과 알제리의 공간에 대해서 전문가라 할 수 있지만, 카뮈와 알제리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는 나와 같은 독자 입장에서는 이 책의 세부 정보들이 때때로 TMI로 여겨졌다. 나는 그저 카뮈와 알제리의 개략적인 정보가 궁금해서 이 책을 읽었는데 말이다.

이 책에 따르면 카뮈는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인으로서, 알제리가 프랑스의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이후로는 알제리에서 카뮈의 이름을 더 이상 기억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저자는 평가했다. 카뮈가 1957년에 알제리 출신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가 순수 알제리인이 아니기에 그리고 알제리의 독립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기에, 알제리에서 카뮈의 이름은 서서히 잊히고 있었다. 저자의 카뮈를 향한 열정의 반만이라도 알제리에서 관심을 가졌다면 알제리에서 카뮈의 흔적이 그토록 황량하게 방치되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만약 기회가 되어서 내가 알제리를 방문한다면, 굳이 카뮈의 흔적을 찾으러 돌아다니기보다 알제리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 책에 담긴 알제리의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이 참으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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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들 - 허용오차 제로를 향한 집요하고 위대한 도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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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사이먼 윈체스터의 '완벽주의자들'(The Perfectionists)라는 책 제목을 보면, 심리적인 차원에서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책은 심리적인 차원의 완벽주의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과학기술의 영역에서 고도의 정밀성을 추구한 완벽주의자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사이먼 윈체스터는 영국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유명한데, '완벽주의자들'이란 신간을 통해 그의 깊고도 넓은 지식 세계를 독자는 만날 수 있다.

'완벽주의자들'은 전체 400쪽이 훌쩍 넘고 10장으로 나누어진 두툼한 책이다. 과학기술의 역사에 평소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려가기가 쉽지 않겠지만, 책 읽기를 포기하고 싶다는 욕구를 내려놓고 이 책을 완독하다 보면 정밀성의 역사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를 얻을 수 있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정밀성의 역사에서 네 가지 사실을 새로 배울 수 있었다.

먼저, 발명가의 특허권을 보장하는 사회제도가 정밀성 향상의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사실이다. 즉 저작권이나 특허권처럼 발명가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독점적으로 보장해 주는 제도가 없이는 정밀성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밀성의 향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들 때 사람들은 정밀성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제임스 와트는 실험을 하고 시제품을 만들고 시연을 하고 기금을 마련하는 데 꼬박 10년을 썼으며 신속하게 특허'1769년 1월 913호'를 취득했다. 특허권 명칭은 '화력 엔진의 증기와 연료 소비를 감소하는, 새로 발명한 방법'이었다. 겸손한 제목 때문에 이 발명품의 중요성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일단 완성이 되면 그것은 다음 세기와 그 이상으로 먼 미래까지 영국과 전 세계의 모든 공장, 주조소, 교통 시스템의 핵심 동력원이 될 터였다." (67쪽)

그다음으로, 정밀성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실은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결국 공간을 지배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시간의 지배자가 공간의 지배자가 된다는 사실은 인간의 시공간이 분리되어 있는 게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해리슨 시계들이 대단히 중요한 이유는 또 있었다. 이 시계와 뒤이어 등장한 시계들 덕분에 선박들은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효율적으로 정확하고 정밀하게 항해를 계획할 수 있었고 큰 무역 이익을 냈다. 또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지만, 해리슨 시계가 영국에서 발명되었고 뒤이어 나온 시계들이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덕분에 전성기의 영국이 한 세기 이상 세계 바다의 통치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정밀한 시계가 정밀한 항해를 가능하게 했고 정밀한 항해는 해양 지식, 통치, 권력을 창출했다." (50쪽)

과학기술이 발전하며 사람들은 시간의 중요성을 더욱더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시간이 밝기, 길이, 무게의 기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정밀한 시간 측정이 만물의 척도임을 밝혀냈다.

"이제 과학은 정밀한 시간 측정이라는 희귀한 세계로 접어들었고 이상한 시간 측정에 돈과 장비와 인력을 쏟아붓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계측학자들이 시간이 모든 것을 관할한다는 사실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는 중력까지 포함된다." (432쪽)

정밀성의 역사에서 또 기억해야 할 사실은 고도의 정밀성을 요구하는 항공, 우주 분야에서는 사소한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나사(NASA)에서 우주로 보낸 허블 망원경이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을 찍어서 나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사건과도 밀접하게 관련 있다.

"결과는, 계측 막대의 작은 오류와 그에 따라 영점 보정기에 생긴 오류가 주경의 형태를 측정할 때 변화를 일으켜서 거울 가장자리를 2.2미크론만큼 평평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그 유명한 사람 머리카락 두께 50분의 1이 설계에서 달라졌다. 문자 그대로 미미한 실수였지만 1990년 여름 우주에서 보내온 이미지들을 완전히 쓸모없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고 허블 망원경은 웃음거리가 되었다." (307쪽)

마지막으로 정밀성의 역사에서 분명히 기억해야 할 사실은 정밀성에는 한계가 있고, 그 끝에는 불확실성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하이젠베르크의 양자 역학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 고도의 확실성을 추구한 인류가 그 끝에서 불확실성을 만났다는 사실은 참으로 역설적이다.

"혹은 정밀성이 치수를 가공하거나 계측하지 못하는 한계에 접어든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능력에 한계가 있어서가 아니라, 기술이 더 작은 부분을 향하면서 사물의 본성이 애매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1920년대 양자 역학 개념을 선도한 독일의 이론 물리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이것이 사실임을 보여주는 현상들을 발견하고 수치를 제시했다. 미세 입자와 미세한 허용 오차를 다룰 때는 정밀한 측정의 일반적인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원자나 그 비슷한 수준에서 고체는 불가능한 개념이 된다. 물질은 그 자체로 식별할 수 없고 측정할 수 없는 파동이나 입자가 되어 심지어 가장 영민한 사람들조차 막연하게만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270쪽)

이렇게 과학기술의 발전을 견인한 정밀성을 향한 열정은 여전히 이 세상에 계속되고 있다. 필자와 같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밀성의 향상에 눈곱만큼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겠지만, 정밀성의 향상으로 우리의 일상이 더욱더 편리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조금 더 정밀하게, 조금 더 정확하게, 조금 더 완벽하게 하기 위해 노력한 인류가 과연 앞으로 이 우주에서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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