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시대가 시작되면서, 인공지능이나 로봇에게 사람의 일거리가 대체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이런 불안의 시대에 인공지능과 기계가 결코 대체하지 못할 분야를 미리 선점하여 그곳에서 전문성을 쌓는 것이 어찌 보면 각자도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인공지능과 예술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인공지능은 인간을 뛰어넘는 예술가로서 자리매김하게 될까? 아니면 예술만큼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앞으로도 남게 될까?
이처럼 다소 난해한 질문에 답을 해줄 책이 최근에 출간되었다. 지난 4월에 홍익대 김선영 교수가 쓴 '4차산업시대, 예술의 길'이란 책은 인공지능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다양한 학자들의 이론을 근거로 답변을 제시한다. 이 책에는 총 열네 개의 글이 실려있고, 주로 인공지능, 4차산업시대, 예술과 같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창의성과 인공지능의 창의성이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는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실 창의성에서 지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관이다. 스티브 잡스도 지능보다는 직관력이 뛰어난 사람이 위대한 창조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직관이야말로 저 우주 어딘가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이 세상에 있을 법하지 않는 창조의 원천이다. 직관은 감관의 작용으로 직접 외계의 사물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는 것이다. 나아가 철학에서의 직관은 감각과 경험, 연상,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직접 파악하는 작용을 일컫는다. 인공지능에는 바로 이 직관이 없다. 이런 측면에서 인공지능은 진정한 창조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그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는 예술작품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 셈이다." (22쪽)
위대한 예술은 인간의 위대한 직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합리적 추론과 탁월한 이성 너머의 신비로운 직관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에서 인간의 창조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직관력이 인공지능에게 먼저 탑재되어야 할지 모른다.
이 책은 인공지능과 예술에 관한 학문적 접근으로 독자에게 유용한 면이 있지만, 책을 끝까지 읽다 보니 몇 가지 아쉬움이 눈에 띈다. 첫 번째 아쉬움은 책에 나오는 각주 번호의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각주 번호가 매 챕터마다 새롭게 시작하든지 아니면, 처음 챕터에서 매긴 각주 번호로 끝까지 가든지 해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각주 번호가 앞의 챕터와 이어질 때도 있고, 아니면 새롭게 시작할 때도 있다. 이는 아마도 이 책이 처음부터 백지상태에서 쓰인 책이 아니라, 저자가 여러 군데에 기고한 글들을 한 권으로 편집하다 보니 발생한 실수가 아닌가 싶다. 두 번째 아쉬움은 저자의 주장을 확실하게 받쳐줄 그림이나 사진이 이 책에 전혀 삽입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예술이 청각예술이면 어쩔 수 없겠지만, 주로 시각예술을 이 책에서 다루는데 그와 관련된 아무런 그림이나 사진이 이 책에 삽입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독자의 이해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책의 내용에 비해 편집에서 나타나는 아쉬움으로 인해 전체적인 책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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