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가도 좋을 여행, 유럽 - 런던 암스테르담 그리고 델프트
다은 지음 / 피톤치드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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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마다 책을 고르는 여러 가지 기준과 원칙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내용을 보고 책을 고르고, 어떤 사람은 표지를 보고 책을 고를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책을 고를 때 내용을 보고 책을 고르지만 ‘언제 가도 좋을 여행, 유럽’만큼은 책의 제목만 보고 책을 골랐다. 왜냐하면 이 책의 부제로 런던 암스테르담 그리고 델프트가 달려 있는데, 요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에 관심이 많아서 일부러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와 관련된 신간이 흔하지 않은데 마침 이 책이 출간되어 기대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신간을 받아서 책을 읽어보니 책의 저자가 유럽에서 오래 산 재외국민이나 유학생이 아니라 나와 나이가 비슷한 남한의 청년이라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즉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전까지 유럽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경험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평범한 일상에 지쳐 유럽여행을 떠났고 그 유럽여행의 결과물로 이 책을 출판하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책의 저자가 디자이너다보니 이 책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책 전반적인 디자인과 여행사진인 것 같다. 이 모든 사진을 저자가 다 찍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의 수준과 인쇄 수준이 상당히 높기에 책을 읽으며 실제 영국과 네덜란드의 거리를 거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서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저자 역시 유럽에 오래 머무르지 않았기에, 그저 여행자로서 런던과 암스테르담의 피상적인 도시풍경을 이야기하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이라는 점이다. 내가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대했던 부분은 네덜란드와 암스테르담의 도시역사와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그 부분이 잘 담겨있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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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 도시의 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
백종옥 지음 / 반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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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은 독일의 수도로서, 여러 역사의 질곡을 품은 도시다. 이 책은 베를린에서 미술을 공부했던 저자가 베를린의 역사유적지를 인문학적으로 재조명하며 소개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도시의 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을 성찰하며 독일인들이 역사를 일상 속에서 기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잘 기록했다. 저자는 베를린의 기념조형물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특성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 나는 베를린 기념조형물들의 공통된 특성에 주목했다. 그 기념조형물들은 대부분은 역사적인 기억을 품은 장소에 밀착된 느낌을 준다. 일상적인 풍경과 단절되지 않도록 제작, 설치된 방식을 나는 '도시의 피부에 스며드는 형식'이라고 오래전부터 정의해왔다. 이런 형식이야말로 '예술이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피부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고 겉도는 기념조형물들은 도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과 무관한 장식품에 불과하다.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10p.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특별한 추모공간을 지정하는 것만이 역사를 기억하는데 가장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후대가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 그 기념조형물이 은근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후대는 그 기념조형물과 함께 역사를 살게 될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베를린이 역사를 기억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 나치 시대 책을 불로 태운 베벨광장 지하에 설치한 '도서관'이란 작품이다.

복잡하고 고층건물이 많은 도심의 공공장소에는 기념조형물을 높이 세우는 것보다, 땅을 깊이 파거나 텅 빈 공간을 조성하는 방식이 오히려 호소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소란하고 현란한 도시일수록 명상적인 공백과 여백이 사람들에게 감성적인 울림을 줄 수 있다. 답답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 숨통을, 관조의 틈새를 틔워주려면 공공성이 강한 장소들을 최대한 단순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야 한다.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49p.

베를린은 그들의 역사적 과오와 수치마저도 기념조형물로 만들어 그들의 일상 속에서 기억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부끄러운 역사를 은폐하고 과거사 청산을 뒤로 미루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이 책을 읽으며 참된 과거사 청산은 과거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서 시작하여 과거사와 관련된 범죄자를 처벌하고, 그 과거사를 일상 속에서 기억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베를린에 직접 가서 여기 소개된 기념조형물을 눈으로 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나도 베를린처럼 내 삶의 역사적 사건을 글과 사진으로 기념하며 나 자신의 역사를 일상에서 만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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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없다 - 나이 들수록 더 발전하고, 더 강해지는 능력을 발견하다
마크 아그로닌 지음, 신동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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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시기와 맞물려 앞으로도 노인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그동안 전후 베이비붐 세대가 한국 사회의 실질적 변화를 주도했듯이 그들이 노령인구에 접어드는 시점에는 한국 사회가 급격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건 하루하루 늙어간다는 의미다. 실상 그 누구도 노화의 과정을 회피할 수 없다. 물론 성형수술과 여러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인간의 외형을 더 젊게 바꿀 수 있겠지만 그 누구도 노화를 막을 수 없다. 노화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노화를 기뻐하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고, 연골이 닳아 없어지고,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기뻐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마크 아그로닌이 쓴 '노인은 없다'라는 책을 보면 늙는다는 게 마냥 슬퍼할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젊은이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노인만의 장점으로 '지혜'와 '회복탄력성'과 '창의성'을 이야기한다. 노인은 젊은이가 아직 겪지 못한 수많은 삶의 경험을 통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는 '지혜'와 인생의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회복탄력성'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나이가 드셨지만 오히려 인생의 후반부에 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삶을 사시는 어르신들이 종종 있다. 젊었을 때는 단순히 생계를 위해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나이가 들어서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하시는 어르신들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어서 더 지혜로워지고, 회복탄력성이 강화되고, 창의성이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노년의 성숙을 위해서는 어찌 보면 중년의 시기에서부터 자신의 노년을 준비하고 전반적으로 삶을 돌아보는 과정이 필수적인 것 같다. '노인은 없다'라는 책은 우리가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노화의 긍정적 가치를 일깨워주고,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노화의 과정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노화 가이드북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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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5
노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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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유교와 불교에 비해 도교 신자는 많지 않은 편이다. 고려 시대에는 도교가 우리나라에 성행했다고 하지만, 조선 시대에 접어들면서 유교 위주의 사회체제가 주류로 자리 잡게 되며 도교는 설자리를 잃었다. 그 이후에도 도교가 우리나라의 주류로 자리 잡은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나도 도교 신자는 아니지만, 그저 노자의 도덕경이 궁금해서 한번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책의 내용이 유익했다. 도덕경에는 역설의 진리가 담겨있어 삶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도덕경은 크게 도경과 덕경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원래는 덕경이 앞에 있었고 도경이 뒤에 있었다고 하지만, 여러 편집 과정을 거치며 현재는 도경이 앞에 있고 덕경이 뒤에 있다.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도덕경에서 道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내용이고, 德은 눈에 보이는 형식을 의미한다. 도는 말해질 수 없고, 명명될 수 없고, 만져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도는 만물을 창조하고, 만물을 제자리에서 기능하게 한다.

도덕경에서 노자는 지도자가 인위적으로 자신의 위대함을 드러내려고 애쓰다 보면 파국적 종말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노자가 살던 시대는 중국의 국가가 수십 개 혹은 수백 개로 찢어져 끊임없는 전쟁과 살인이 반복되었다고 한다. 노자는 시대의 비극을 바라보며 모든 지도자가 자신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강대국보다 차라리 소국과민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소국이 강대국보다 나은 이유는 그들이 외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그들의 현실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베네룩스'라고 불리는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야말로 소국과민의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베네룩스'는 영토는 작고 인구는 많지 않지만 세계에서 국민들이 가장 잘 사는 나라에 속한다. 생활수준과 문화 수준 역시 상당히 높아 그 어떤 강대국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노자의 도덕경을 읽으며 요한복음의 로고스가 많이 생각났다. 도덕경에서 말하는 도와 요한복음의 로고스가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이다. 도와 로고스 모두 창조의 핵심이고, 만물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도교는 기본적으로 무신론적 세계관이 깔려있기에 도를 신으로 보진 않지만, 요한복음은 로고스를 신으로 본다. 비록 이번에 속독으로 도덕경을 살펴보았지만, 나중에 시간이 있으면 도덕경을 꼼꼼히 살펴보아 그곳에서 삶의 지혜를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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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다시 뛰는 심장으로 - 누군가의 끝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작
한국장기조직기증원 / 바른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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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심장으로'는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만나보기 힘든 특수한 책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하기로 결심한 사람들과 그 장기를 이식받아 생명을 건진 사람들의 수필을 모아 한 권으로 엮어서 만든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글을 쓴 사람 중 전문적인 작가는 한 사람도 없겠지만, 이 책에 실린 한 편 한 편의 수필 중 그 어느 것 하나 눈물을 자아내지 않는 글이 없었다. 사람이 죽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고, 사람이 다시 사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장기기증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이 여럿 있다. 먼저 장기기증은 본인이 하고 싶어도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장기를 기증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먼저 뇌사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 아무리 장기가 건강하다고 하더라도, 뇌사 판정을 받지 못한다면 장기이식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본인과 가족의 의사만 있으면 장기기증이 바로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장기기증에는 반드시 거쳐야하는 법적 절차가 있기에 그 절차를 준수하며 장기기증이 진행되었다.

또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지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신장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 심장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 각막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 세상에는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너무나 많다. 그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서는 10년가량 기다리는 경우가 수두룩하고, 그것마저도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지 않아 죽는 장기이식 신청만 하고 죽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한 장기이식을 받고도 오랜 기간 약물을 복용하고, 생활이 안정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장기기증을 위해 중간에 다리를 놓는 코디네이터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자신의 가족이 뇌사 상태에 빠졌는데, 그 가족의 장기를 기증하라고 말하는 코디네이터의 말이 과연 들리기나 할까? 코디네이터란 직업이 참으로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또한 생명을 살리는 보람 있는 일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과 희망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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