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세대유감 - 386세대에게 헬조선의 미필적고의를 묻다
김정훈.심나리.김항기 지음, 우석훈 해제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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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5일 월요일에 대한민국 청와대와 주식시장은 일본과의 경제전쟁을 두고 상반된 온도차를 보였다. 먼저 5일 열린 청와대의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은 결코 우리 경제의 도약을 막을 수 없고, 남북 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되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 경제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가 일본과의 경제전쟁에서 뜨거운 혈전도 불사하겠다는 열정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시점에 주식시장은 아주 차가운 하락세를 보였다. 5일 코스피 지수는 지난주 금요일보다 2.5% 정도 하락했고, 코스닥 지수는 무려 7% 정도 하락한 상태에서 장을 마쳤다. 5일 오후 한때 코스닥 지수는 거래 중지를 의미하는 '사이드카'까지 발동되었다. 이는 주식시장이 청와대의 뜨거운 열정과는 상반되게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완전히 얼어붙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경제가 최악을 달리고, 북한에서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는 현 시점에 "북한과의 남북경협을 통해 일본 경제를 앞지르겠다"라는 청와대의 발언은 평범한 사람 입장에서는 진보와 좌우를 떠나서 상당히 동의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현재 대한민국의 금융시장이나 현물경제는 남북경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국가부도의 날 시즌 2'를 찍을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블랙 먼데이'로 시작한 8월 둘째 주의 주식시장이 '블랙 먼데이'로 끝날지, 아니면 8월 내내 하락으로 이어져 '블랙 어거스트'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청와대가 호언장담하고 낙관적으로 이야기하는 남북경협이 오기 전에 경제의 펀더멘털이 무너질 수 있다.

이런 시점에 웅진 지식하우스에서 출간된 '386 세대유감'을 읽는 건 아주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음으로써 평범한 일개 시민으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청와대의 행동과 발언을 해석할 수 있는 틀거리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386 세대유감'은 386세대에 속하지 않는 세 사람의 저자가 의기투합해서 만든 책인데, 이 책은 시종일관 386세대의 원죄와 자범죄에 대해 매우 신랄한 비판을 가한다. 이 책은 총 5부로 되어 있고, 1부는 '축복받은 세대, 저주받은 사회', 2부는 '민주화 공로자인가, 수혜자인가', 3부는 '헬조선과 386 전성시대', 4부는 '미필적 고의', 5부는 '게임체인저의 등장'이란 소제목을 각각 달고 있다.

386세대라는 말이 처음 나온 시점은 90년대이다. 그 당시 30대였던 386세대는 20년이 지난 지금은 대부분 50대가 되었을 것이고,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전성기를 구가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386세대가 가장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은 다름 아닌 청와대다. 이 책은 현 정부 들어 386세대가 얼마나 청와대에 깊숙이 관여하는지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한다.

"문재인 정부는 386세대가 명실상부하게 주류가 된 때로, 전체 내각 장차관급 인사 중 63.3%, 청와대 수석 중 69.6%가 386세대 인사로 채워졌다. 바야흐로 386 전성시대다. 반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래 X세대 출신 장차관, 청와대 수석은 아직 없다. X세대 맨 앞에 선 1970년생이 곧 반백 살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이들은 대체로 실무책임자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77쪽)

문재인 정부에 386세대가 주류가 되었다는 의미는 작금의 한일경제전쟁의 배후에 386세대가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80년대 운동권이 캠퍼스에서 외쳤던 반일과 극일의 목소리가 20년이 지난 청와대에서 다시 메아리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에 있는 386세대의 가장 큰 문제점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날것으로 보지 못하고, 그들의 철 지난 낡은 이념과 교조주의적 관점으로 세상을 왜곡해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왜곡된 인식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평범한 국민들이다. 386세대의 철 지난 사상에 동의하지도 않는 평범한 국민들이 왜 일본과의 경제전쟁으로 큰 피해를 보고 경제 위기를 경험해야 하는가? 어떻게 민주화 운동을 위해 자신의 청춘을 바쳤다고 말하는 386세대가 가장 비민주적인 행태를 보임으로 국가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386세대의 한계를 이렇게 지적한다.

"실패의 경험 없는 승리에 대한 확신,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강고한 투쟁력, 타협하기 어려운 상명하복의 교조적 문화, 다른 목소리를 포용하지 않는 적대적 계파주의가 이른바 386 DNA로 자라났다. 자나 깨나 민주주의를 원했던 386세대가 진정한 민주주의자로 남을 수 없는 한계는 이런 DNA 때문이 아닐까. 당시 이들은 피와 눈물로 민주주의를 쟁취하려 노력했을 뿐, 민주주의를 즐겁게 향유하는 법을 익히지는 못했다." (97쪽)

'괴물과 싸우다 보니 괴물이 되었다'라는 말처럼 386세대는 80년대 독재 정권과 싸우면서 그들로부터 괴물의 DNA를 물려받게 된 것 같다. 앞으로 청와대가 386 세대의 역사관을 그대로 투영해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면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환율은 상승세를, 경기 둔화의 지속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청와대에 들어가 국가를 낭떠러지로 내모는 386세대를 과연 누가 운전석에서 끌어내릴 수 있을까? '386 세대유감'은 60년대 이후에 태어난 다음세대의 분발과 각성을 간절하게 촉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하도록 이 나라를 망가뜨린게 누군지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386세대 #문재인대통령 #헬조선 #운동권 #한일경제전쟁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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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하는 뇌 - 뇌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밝혀낸 인간 창의성의 비밀
데이비드 이글먼.앤서니 브란트 지음, 엄성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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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앤파커스에서 2019년 7월에 출간한 '창조하는 뇌'는 과학자와 예술가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책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참으로 과학적이면서 동시에 예술적이다. 과학자들이 새로운 이론을 발견하는 것과 예술가들이 새로운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비슷하다. 그것은 과학과 예술 모두 기존에 이미 존재하였던 것에 '휘기'(bending), '쪼개기'(break), '섞기'(blending)를 더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기 때문이다. 실상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기에 새로운 창조물은 기존에 존재했던 것을 살짝 변형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대한 창조자(Creator)일수록 뛰어난 모방자(Imitator)라고 부를 수 있다. 위대한 모방이 위대한 창조를 만든다.

'창조하는 뇌'는 총 3부로 되어 있다. 제1부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란', 제2부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뇌, 제3부는 창의성의 탄생이란 제목이 각각 달려있다. 책의 초반부에는 뇌에서 창조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진행되는지를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학교와 기업에서 어떻게 창의력 넘치는 인재를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 논한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실상 우리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되기 전까지는 그것이 좋은 아이디어인지 나쁜 아이디어인지 알 수 없기에 그 아이디어를 일단 구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욱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내기에 만약 아무런 시뮬레이션이 없다면 그 아이디어는 그냥 아이디어로 그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아이디어는 대부분 당시의 사회적 환경 안에서 제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성공하는 유일한 전략은 다양한 옵션을 만드는 일이다. 사실 부지런한 사람은 계속해서 옵션과 대안을 만드는 데 전력투구한다. 옵션을 많이 만들려면 실수를 피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자동화한 행동에서는 실수가 실패지만 창조적인 사고에서 실수는 꼭 필요한 일이다." (196쪽)

창조자가 어떤 실패라도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그중에는 함량 미달의 실패작도 있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런 실패작을 발판으로 그의 작품이 더 높은 단계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한방을 노리는 홈런타자가 삼진을 더 많이 당하듯이, 위대한 예술작품을 많이 남기고자 하는 예술가는 그만큼 더 많은 실패작을 만들게 된다.

"아인슈타인이나 피카소처럼 위대한 혁신을 이룬 사람들은 '다작'이라는 특징을 보였다. 이는 생산성은 창의적인 사고방식의 핵심이라는 걸 상기시켜준다. 인간의 다른 많은 특성과 마찬가지로 창의성 역시 연습으로 더 강해진다." (223쪽)

꼭 과학자나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풍성한 옵션과 다양한 대안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살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플랜 A가 안되면 플랜 B를 찾아보고, 플랜 B가 막히면 플랜 C를 뚫어야 한다. 아무리 해도 안되는 플랜 A에 집착해봤자 시간 낭비다. 마음속의 뜨거운 신념은 간직한 체 변화되는 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삶의 방식을 바꾸어나가는 게 험악한 세상 속에서 별종을 면하고 창조의 흔적을 이 세상에 남기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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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의 로마 - 로마 여행을 위한 최적의 가이드!
최순원 지음 / 솔깃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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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그리스도인에게 로마는 익숙하면서도 조금 멀게 느껴지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신약성경에서 로마라는 지명은 상당히 자주 등장하지만, 실제로 로마를 다녀온 그리스도인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라는 속담이 말해주듯이 세계사와 교회사에 로마가 끼친 영향력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그것을 평범한 그리스도인이 직접 피부로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름철에 로마로 직접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진 못하더라도, 책을 펼치기만 해도 마치 로마를 여행하는 느낌을 주는 신간을 한권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2019년 7월에 솔깃미디어에서 출간된 ‘내 손안의 로마’라는 제목의 책이다. 이 책에는 로마 여행을 위한 최적의 가이드라는 부제가 달려있고 이 책의 저자인 최순원 작가는 저자소개란에서 자신을 1년 중 열한 달은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한 달은 이탈리아에 머무는 생활을 10년째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10년째 이탈리아를 매년 방문하며 로마의 매력에 푹 빠졌고 자신이 보고, 듣고, 만난 로마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이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고 한다. 

로마에는 우리가 말로만 들었던 기독교 유적지와 문화유산이 현재도 많이 남아있다. 로마에는 도시국가인 바티칸 시국이 있는데, 가톨릭의 교황이 바티칸 시국의 수장으로 있으며 바티칸 시국에서는 산 피에트로 대성당과 바티칸 박물관이 중요한 유적지로 손꼽힌다. 바티칸 박물관의 시스티나 예배당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고, 또한 새로운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곳으로 알려졌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창조’에 대해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란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천장화는 몇 개 부분으로 나뉜다. 우선 중앙 9개 패널에는 창세기 내용이 들어 있으며, 주변에는 12명의 예언자들이 그려져 있다. 예언자들 사이 세모꼴 면에는 예수의 조상들이, 꼭지 부분 큰 세모꼴 면에는 이스라엘의 역사가 그려져있다.” (250쪽) 

이 책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단순히 말로만 설명하지 않고 각각의 부분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컬러사진을 전면에 배치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실제로 미켈란제로의 ‘천지창조’는 높은 천장에 그려졌기에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나중에 시스티나 예배당에서 ‘천지창조’를 보기 전에 이 책을 읽는다면 ‘천지창조’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내 손 안의 로마’는 책에서 스마트폰 활용을 위한 QR 코드를 로마의 중요유적지마다 수록하고 있다. 따라서 로마에서 지도를 보며 헤맬 필요 없이 스마트폰의 QR 코드 하나로 로마의 유적지를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370쪽 정도 되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다보면 로마라는 나라가 역사 속에서 얼마나 대단하였는지, 그리고 그 로마를 이긴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얼마나 더 대단한지 생각해 보게 된다. 조만간 로마 방문 계획이 있는 사람이나 로마의 실제 모습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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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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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역사적 사실(fact)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fiction) 만드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김진명 작가가 새로운 한국형 팩션(faction)직지, 아모르 마네트를 집필했다. ‘직지는 기본적으로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직지를 이끄는 메인 스토리는 서울에서 벌어진 기괴한 살인사건의 범인을 중앙일보 기자와 서원대 교수가 유럽을 오가며 추격하는 일종의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다.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이 살인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 아니고 유럽인이고 그 끝에는 로마 교황청이 있다는 사실이 상당히 흥미롭다. 그런데 이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세계최초의 금속활자 출판물인 직지의 비밀과 연관되어 죽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했다. 중앙일보 기자는 직지와 관련된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이야기를 머릿속으로 구상한다. 이 이야기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던 당시에 조선의 한 여인이 금속활자를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 유럽에 가게 되고 그 여인을 통해 구텐베르크가 서양에서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들게 되었다는 게 직지의 숨겨진 스토리다. ‘직지에서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가지고 42행 성서를 출판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 바로 쿠자누스라는 대학자다. 그는 조선에서 온 여인을 통해 세종대왕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글을 창제한 것에 큰 감명을 받는다. 그리고 그는 그 정신을 이어 받아 유럽의 새로운 출판문화를 꽃피워야 한다는 사명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쿠자누스는 출판도시 마인츠를 관할하는 에어바하 선제후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의 대리인 교황은 백성들을 위하여 희생하는 대신 백성들 위에서 군림하려 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의 희생을 통하여 보여주신 것은 지식과 지혜를 백성들에게 나누어주라는 것이었음에도, 교황은 지식과 지혜를 꽁꽁 묶어두고 있습니다. 선제후께서는 어느 길을 가시렵니까? 그리스도의 길을 가시렵니까, 아니면 교황의 길을 가시렵니까?” (200)

소설에서 쿠자누스는 그리스도의 길과 교황의 길을 대비한다. 그리스도의 길은 백성들을 진리 안에서 자유롭게 하는 길이고, 교황의 길은 백성들을 거짓으로 억압하는 길이다. ‘직지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예수 그리스도를 전혀 알지 못하는 세종대왕을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걸어간 인물로 묘사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잘 알고 있는 교황을 예수 그리스도와 반대의 길을 걸어간 인물로 묘사한다. 세종대왕과 예수 그리스도는 모두 백성을 지극히 사랑했던 애민정신의 왕이었다. 이렇게 직지는 중앙일보 기자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스토리가 전개된다. 소설에서 세종대왕과 예수 그리스도를 연결시키는 저자의 상상력이 놀랍긴 하지만 소설에 비약이 있고 한국의 문화유산을 너무 치켜세우는 부분은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그동안 잘 조명되지 않는 출판업과 인쇄술의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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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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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5년 만일까? 내가 김진명 작가의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시점을 생각해보면 아마 199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는 내가 초등학생에 불과했지만, 나는 사촌 형 집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했고, 지금까지도 그때 읽었던 소설의 내용을 얼추 기억하고 있다. 그 이후 20년 넘게 나는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김진명 작가의 신작 '직지'를 읽게 되어 옛날 생각도 나고 여러 가지로 감회가 새롭다.

'직지' 1권은 크게 한국과 유럽을 배경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한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일보 기자와 서원대 교수가 유럽의 프랑스와 독일과 영국을 오가는 내용은 상당히 흥미롭고 사실성이 높게 느껴진다. 아마 저자가 직접 프랑스와 독일과 영국을 다녀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저자가 한국외대에서 공부하였던 경험이 이 소설을 쓰는데 중요한 밑천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한국인이었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직지의 역사보다는 구텐베르크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었다. 이 책에서도 은연중에 언급하기는 하지만, 고려 시대에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사용해 직지를 인쇄했지만 그것으로 사회가 변화되지는 않았다. 그 금속활자를 통해 고려를 포함해 동아시아에 출판시장이 급속도로 커져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출판시장의 변화를 불러일으켰고, 사람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환경을 또한 조성했다. 이러한 사회환경은 1517년에 마르틴 루터로부터 촉발된 종교개혁의 불길이 유럽 전 지역으로 확산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마르틴 루터의 저작물과 성경 번역이 모두 인쇄술의 발달로 유럽 전 지역에 쉽게 확산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고려의 금속활자를 그대로 사용했거나 혹은 개량해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구텐베르크와 고려의 연결고리로 로마의 교황청을 이야기한다. 어찌 보면 허황된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그럴듯한데 사실 1권만 봐서는 책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종잡기는 힘들다. 다만 로마교황청이 구텐베르크의 발명 이전에 고려인이 금속활자를 전파하기 위해 유럽에 온 역사를 은폐하기 위해 한국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스토리는 확실한 것 같다.

참고로 책의 부제라고 할 수 있는 라틴어 '아모르 마네트'는 사랑은 남는다라는 뜻이다. 1권에서는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는데, 2권에서는 어떤 사랑 이야기가 전개될지 다소 궁금하다. 2권까지 마저 읽고 이 책의 총체적 의미를 한번 곱씹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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