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25년 만일까? 내가 김진명 작가의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시점을 생각해보면 아마 1990년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는 내가 초등학생에 불과했지만, 나는 사촌 형 집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처음 접했고, 지금까지도 그때 읽었던 소설의 내용을 얼추 기억하고 있다. 그 이후 20년 넘게 나는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읽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김진명 작가의 신작 '직지'를 읽게 되어 옛날 생각도 나고 여러 가지로 감회가 새롭다.

'직지' 1권은 크게 한국과 유럽을 배경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한국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일보 기자와 서원대 교수가 유럽의 프랑스와 독일과 영국을 오가는 내용은 상당히 흥미롭고 사실성이 높게 느껴진다. 아마 저자가 직접 프랑스와 독일과 영국을 다녀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저자가 한국외대에서 공부하였던 경험이 이 소설을 쓰는데 중요한 밑천이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한국인이었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직지의 역사보다는 구텐베르크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었다. 이 책에서도 은연중에 언급하기는 하지만, 고려 시대에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사용해 직지를 인쇄했지만 그것으로 사회가 변화되지는 않았다. 그 금속활자를 통해 고려를 포함해 동아시아에 출판시장이 급속도로 커져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는 출판시장의 변화를 불러일으켰고, 사람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환경을 또한 조성했다. 이러한 사회환경은 1517년에 마르틴 루터로부터 촉발된 종교개혁의 불길이 유럽 전 지역으로 확산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마르틴 루터의 저작물과 성경 번역이 모두 인쇄술의 발달로 유럽 전 지역에 쉽게 확산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소설은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고려의 금속활자를 그대로 사용했거나 혹은 개량해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구텐베르크와 고려의 연결고리로 로마의 교황청을 이야기한다. 어찌 보면 허황된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그럴듯한데 사실 1권만 봐서는 책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종잡기는 힘들다. 다만 로마교황청이 구텐베르크의 발명 이전에 고려인이 금속활자를 전파하기 위해 유럽에 온 역사를 은폐하기 위해 한국에서 살인을 저질렀다는 스토리는 확실한 것 같다.

참고로 책의 부제라고 할 수 있는 라틴어 '아모르 마네트'는 사랑은 남는다라는 뜻이다. 1권에서는 특별한 사랑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는데, 2권에서는 어떤 사랑 이야기가 전개될지 다소 궁금하다. 2권까지 마저 읽고 이 책의 총체적 의미를 한번 곱씹어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