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획자들 - 핀란드를 게임 강국으로 만든
꼰쓰따 끌레메띠.하로 그뢴베리 지음, 이현석 외 옮김, 조광현 감수 / 터닝포인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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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핀란드는 자일리톨과 사우나의 나라로 기억된다. 그 기억은 틀린 것은 아니다. 핀란드는 자작나무가 많아 거기서 추출한 자일리톨을 가지고 일상적으로 껌을 씹는 나라이고, 워낙 추운 나라이기에 사우나에 들어가 몸을 따뜻하게 하는 문화가 발달된 나라이다. 그러나 핀란드를 자일리톨과 사우나의 나라 정도만 기억하면 이는 핀란드의 발전된 IT 기술을 간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핀란드는 비록 인구는 많지 않지만 세계적인 게임 강국으로 알려진 나라다. 특히 최근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앵그리 버드’, ‘클래시 오브 클랜’, ‘맥스 페인과 같은 게임은 모두 핀란드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자일리톨과 사우나의 나라인 핀란드가 게임강국이 된 데에는 어떤 요인이 있었을까?

핀란드의 꼰쓰따 끌레메띠와 하로 그뢴베리가 지은 핀란드를 게임 강국으로 만든 게임 기획자들은 핀란드의 유명 게임 기획자들을 인터뷰해서 만든 책이다. 이 책에는 11명가량의 게임기획자들이 등장하고 기획자들은 자신의 게임기획 철학과 신념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핀란드의 게임 기획자들은 엔지니어이면서 동시에 아티스트같다는 느낌이었다. 이 책에 소개된 게임 기획자들은 기본적으로 게임을 컴퓨터로 만들고 구현할 줄 아는 엔지니어. 그러나 그들은 기술적으로만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 게임에 자신만의 고유한 철학과 신념을 담아 게임을 예술의 영역까지 확장시키려 노력한다. 스웨덴이 게임강국이 된 데는 이처럼 게임 기획에 사명감을 가진 게임장인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중에서 나는 앵그리 버드를 만든 야꼬 이쌀로 대표의 인터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은 항상 스스로 정해놓은 안전지대 바깥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게 잘 될 거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약간의 공포감을 느끼는 쪽이 여러분에게 좋습니다. 이를 갈고 도전하세요. 그게 바로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방법입니다. 단지 게임 기획에 관해서가 아니에요.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17)

이 책에 소개된 11명의 게임 기획자들은 모두 자신만의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게임을 만들었다. 누군가를 따라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를 따라 해서도 안되는 게 바로 게임 기획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핀란드라는 나라가 많이 궁금해졌다. 기회가 된다면 핀란드에 직접 가서 자일리톨을 씹으며 사우나를 하고, 이 책에 소개된 게임 기획자들이 만든 게임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 게임 기획과 크리에이터의 삶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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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 돋보이는 사람들의 한 끗 차이
레베카 뉴튼 지음, 김은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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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에도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는 사람이 있다. 작은 행동 하나에도 다른 사람의 집중을 이끌어내는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 속에서도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가리켜 분명한 존재감이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있는 듯 없는 듯 투명인간취급 받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섣부르게 과도한 언행을 하는 것은 소위 관심종자로 여겨질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투명인간도 아니고, ‘관심종자도 아닌 분명한 존재감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영국 출신의 레베카 뉴튼 박사가 쓴 존재감은 각자가 속한 공동체에서 어떻게 우리가 리더로서 분명한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한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gravitas'인데 이는 다른 이의 존경과 신뢰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진지하고 영향력 있는 태도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 단어의 라틴어 어원인 ’gravis'는 진지함을 뜻한다. 존재감이 있는 사람은 가볍게 말하고 행동하기 보다는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하며 자신의 말 한마디 그리고 행동 하나가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해서 미리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는 리더의 존재감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에 대해 초반부에 이야기 한다.

 

내가 시행한 조사에서 존재감이 있는 전문가들은 다음의 세 가지에 전념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57)

 

1. 용기 : 자신감이 아닌 용기에 전념한다

2. 소통 : 카리스마가 아닌 소통에 전념한다

3. 호기심 : 확실성이 아닌 호기심에 전념한다

 

이 책의 저자는 탁월한 존재감을 가진 리더일수록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카리스마와 확실성으로 똘똘 뭉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존재감을 가진 리더일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여 소통하며 자신도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한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존재감 있는 리더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존의 통념과는 조금 상반될 수 있다. 존재감은 독재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에서 존재감이란 일종의 중력과 같다. 지구의 중심부에서 만물을 끌어당기는 중력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 중력을 벗어날 수 없다. 이 지구 어디에 있더라도 우리는 중력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다. 존재감 있는 리더는 지구의 중력처럼 사람들을 끌어당기지만 자신의 수족처럼 함부로 부리지 않는다. 강압적인 권력으로 상대방을 굴복시키기 보다는 부드러운 권위로 상대방의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낸다.

레베카 뉴튼 박사의 존재감은 유명한 리더는 있지만, 참으로 존재감 있는 리더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사회에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된다.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는 리더십의 문제가 절반이상이기 때문이다. 조직과 리더십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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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호스 - 성공의 표준 공식을 깨는 비범한 승자들의 원칙
토드 로즈.오기 오가스 지음, 정미나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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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균의 종말'의 저자 토드 로즈의 신작인 '다크호스'(Dark horse)가 국내에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평균의 종말'은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평균과 평준화에 대한 환상을 무참히 깨트리며 사람이 얼마나 고유한지 그리고 사람이 얼마나 독특한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평균의 종말'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먼저 '평균의 종말'을 읽고 '다크호스'를 읽어보길 추천한다.

원래 다크호스라는 단어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지만 경마경기에서 의외의 좋은 성적을 내는 말을 가리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경기장에서 다크호스가 출현하면 다크호스에 판돈을 걸지 않았던 사람들은 매우 아쉬워할 것이고, 아무 기대 없이 다크호스에 판돈을 걸었던 사람들은 돈을 벌어 매우 기뻐할 것이다.

2018년에 토드 로즈와 오기 오가스가 함께 집필한 '다크호스'는 세상에서 표준화된 인생 경로를 걷지 않고 비범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의 실제 사례를 면밀하게 탐구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다수 '다크호스'의 공통점은 기존의 표준화된 교육시스템에서는 낙오자나 이탈자로 여겨졌지만, 자신만의 충족감(fulfilment)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너무 특이해서 기존의 표준화된 교육의 틀에는 맞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다크호스'는 서문과 결론을 제외하고 총 7장으로 되어 있다. 1장은 '표준화 계약', 2장은 '미시적 동기 깨닫기', 3장은 '선택 분간하기', 4장은 '전략 알기', 5장은 '목적지 무시하기', 6장은 '착시와 기만' 7장은 '다크호스 계약'이란 소제목이 각각 달려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감명을 받았던 순간은 이 책의 결론인 '행복의 추구권'을 읽을 때였다. '다크호스'는 미국인 저자가 쓴 책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 책에 등장하는 다크호스 중에는 미국인들이 실제 사례로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결론 부분에서 미국인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다크호스가 되는 것이 미국 건국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 강조한다. 그 이유는 미국 독립선언서 전문의 첫 번째 문장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음을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인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생명권, 자유권, 행복의 추구권의 권리를 부여받았다." (미국 독립선언서)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행복의 추구권을 생각할 때 행복한 감정과 쾌락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만약 미국이 국민의 행복의 추구권을 보장한다고 하면 각자가 무한대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을 보장해야 된다고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다크호스'의 결론 부분에서는 미국 독립선언서에 담긴 행복의 추구권이 단순한 쾌락을 의미하기보다 사람이 자신의 환경에서 자신의 성격과 재능, 능력을 잘 발휘한 상태 즉 다크호스가 충족감을 느끼는 상태를 가리킨다고 해석한다. 따라서 미국은 모든 국민이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 다크호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왜냐하면 모든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퍼슨이 주장한 이런 사회는 행복 추구의 몽상적인 비전이 아니었다. 시대를 앞선 이상이었다. 이제는, 그 이상에 걸맞는 시대가 도래했다. 즉, 언젠가는 모든 사람에게 생명, 자유, 그리고 충족감의 추구가 보장될 수 있는 독립된 나라를 꿈꾸면서 탄생된 것이다. 이런 기회가 실현 가능해지려면 우수성을 이루기 위한 충족감의 추구에서 개개인성을 활용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 이것은 줄곧 우리에게 지워져 있던 의무였다. 이왕에 지워진 의무라면 끝까지 완수해보자." (350쪽)

나는 이 책의 결론 부분을 읽으면서, 미국이란 국가가 우리나라처럼 민족 중심의 국가가 아닌 가치 중심의 국가라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민족이란 가치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국가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민족이란 단어에 완전히 결박된 상태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그 어떤 가치보다 민족이라는 이념과 이상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의 개개인성을 존중하기 보다 민족이란 이름의 전체주의와 평준화를 국민에게 강요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아니 현정부에서는 가능성 차원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그런 전체주의의 물결이 국민들의 개개인성을 위협하고 있다. '다크호스'를 읽으며 여러모로 이 책이 전체주의와 평준화의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우리나라의 현실에 자그마한 숨통을 틔워주는 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전체주의와 관료주의 시스템에 질식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자신을 가두던 낡은 울타리를 넘어 드넓은 초원을 마음껏 뛰노는 다크호스로 자라나는 그날을 꿈꾸게 될 것이다.

#평균의종말 #토드로즈신작 #교육 #개개인성 #잠재력 #새로운공식 #다크호스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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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 Season 8 과학이슈 11 8
임종덕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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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은 매년 열한 가지의 과학이슈를 선정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글을 한 권으로 모은 책이다. 이번에 출간된 '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은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이라고 한다. 이번 '과학이슈 11'에서 선정된 과학이슈는 다음과 같다.

이슈 1 [고생물학] 중생대 진주층의 공룡 발자국 화석

이슈 2 [지구과학] 포항 지진과 지열 발전

이슈 3 [생명과학] 유전자 편집 아기 탄생?

이슈 4 [화학] 멘델레예프, 주기율표 제정 150 주년

이슈 5 [건강 의학] 홍역의 역습

이슈 6 [물리] 질량 단위 재정의

이슈 7 [IT] 5G 시대

이슈 8 [에너지] 수소경제

이슈9 [사이버보안] HTTPS 차단 논란

이슈10 [산업] 폴더블폰과 롤러블 디스플레이

이슈11 [과학자] 스티븐 호킹 타계 1주년

이 책에 소개된 11개의 과학이슈를 살펴보면 글쓴이가 무슨 내용에 관해 말할지 예상되는 이슈도 있고, 전혀 무슨 내용을 말할지 예상되지 않는 이유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생소하고 매우 난해하게 느껴지는 과학 이슈라 할지라도 글쓴이가 여러 가지 그림 자료를 활용해 최대한 쉽게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도움을 받았던 부분은 이슈 7에서 다루는 5G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얼마 전부터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5G가 상용화되었다고 하는데 사실 이게 4G와 뭐가 다른지 모르는 사람이 국내에 많을 것이다. 조금 아니꼽게 보자면, 통신사에서 돈 많이 벌려고 4G에서 5G로 간판만 바꾼 거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4G와 5G의 차이가 단순히 간판만 바꾸고 광고모델만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고 말한다. 5G의 기본적 특징인 초고속성, 초저지연성, 초연결성으로 인해 미래에 막연하게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던 일이 지금 당장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 글쓴이는 주장한다.

"우리의 삶을 크게 변화시키리라 기대되는 자율주행 자동차, 가상 현실(VR) 및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드론 등의 기술은 5G 통신 환경에서 비로소 현실에 안착할 것이다. 최근 10여 년 사이 세상을 뒤흔든 모바일 혁명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항상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해 준 데이터 통신으로 가능했다. 5G 이동통신은 이제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물과 기기도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세상의 문을 연다. 또 한 번 세상이 바뀌는 순간에 서는 것이다." (143쪽)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5G가 상용화되었다 할지라도 아직은 5G가 갈 길이 멀다. 일단 기지국이 많이 세워져서 소비자들이 4G에서 5G로 넘어가더라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5G라는 최첨단 하드웨어가 장차 구축되지만, 그것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나 문화 역시 발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나 문화의 변화 없이 단순히 5G 시대에 속도만 빠르고, 기계가 서로 연결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5G 시대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또한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는 게 아닌가 싶다. 이처럼 '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은 발전된 과학기술을 통해 앞으로 변화될 세상과 사회의 미래를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용한 책이다. 과학과 기술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의 1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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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빼앗긴 세계 - 거대 테크 기업들은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가
프랭클린 포어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반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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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생각을 빼앗긴 세계'를 읽으면서도 나는 수차례 네이버 블로그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들락날락하면서 새로 올라온 글들이 있는지 확인했다. 나는 이 책에서 그토록 비판하는 '무사유 인터넷 접속'을 무심코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미 우리의 삶에 '무사유 인터넷 접속'은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누군가에게는 삶의 일부분을 넘어 삶의 대부분이 '무사유 인터넷 접속'으로 보내는 시간일 것이다.

'생각을 빼앗긴 세계'의 저자인 미국의 프랭클린 포어는 이 책에서 실리콘밸리의 핵심 철학과 그 핵심 철학이 만든 세상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실리콘밸리의 핵심 철학은 좋게 말하면 긴밀한 '상호 연결성'이고, 나쁘게 말하면 '전체주의'라 할 수 있다. IT 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 인간의 '상호 연결' 수준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IT 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모든 사람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서로 연결되고 물리적 장벽과 한계를 넘어 즉각적으로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호 연결'은 실리콘밸리의 핵심 철학을 넘어 거대 테크 기업에게는 매우 강력한 돈벌이 수단이 되고 말았다. 즉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람들이 거대 테크 기업을 이용하는 동기가 되어 본의 아니게 거대 테크 기업이 모든 자본과 정보를 독점하는 구조로 인터넷 시장이 재편되었기 때문이다. 왜 수많은 SNS 중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사람들이 계속 몰리게 될까? 왜 인터넷에서 물건을 살 때 아마존에서 물건을 계속 사게 되는 것일까? 한번 애플의 아이폰을 사게 되면 왜 아이패드와 맥북까지 사게 되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은 거대 테크 기업의 독점과 관련 있다.

이 책은 총 3부로 되어 있으며 1부는 '생각을 독점하는 기업', 2부는 '생각을 빼앗긴 세계', 3부는 '생각의 회복'이라는 소제목을 각각 달고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부분은 3부의 11장인 '종이의 반격'이었다. 저자는 '종이의 반격'에서 거대 테크 기업의 오만한 독점에 저항하는 길이 바로 종이책을 읽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종이책이 거대 테크 기업의 알고리듬과 게이트키핑에서 자유로운 안전지대라는 것이다.

"테크 기업들이 인류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흡수해 버리려고 해도, 종이책 읽기는 그들이 완전히 손에 넣을 수 없는 몇 남지 않은 영역이다. 테크 기업들은 이를 앞으로 해결될 공학적인 난제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그들을 제외한 우리 모두는 종이가 제공하는 보호구역으로 주기적으로 피신해야 한다. 이 보호구역은 끊임없이 침투해오는 시스템을 피해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며, 우리가 의식적으로 거주해야 하는 낙원이다. " (293쪽)

미국인 저자가 쓴 이 책은 물론 미국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이지만, 한국의 상황을 비추어 볼 때 이 책은 여전히 많은 함의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 역시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거대 테크기업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제시하는 알고리듬에 편승해 아무런 생각 없이 생활하기가 매우 쉽다. 알고리듬이 우리를 이끄는 게 아니라, 우리가 알고리듬을 이끌기 위해서는 알고리듬을 탈피하여 예측 불가능한 선택과 비약적인 성장이 우리의 삶에 계속되어야 한다. 과거의 누적된 선택의 데이터가 지금 우리의 선택에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지만, 꼭 과거의 선택을 지금 우리가 따를 필요는 없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고 미래는 미래다. 지금부터라도 거대 테크 기업의 알고리듬에 자신의 자유의지를 의탁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인생의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알고리듬의 노예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알고리듬 노예 해방선언문'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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