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빼앗긴 세계 - 거대 테크 기업들은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가
프랭클린 포어 지음, 박상현.이승연 옮김 / 반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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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생각을 빼앗긴 세계'를 읽으면서도 나는 수차례 네이버 블로그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들락날락하면서 새로 올라온 글들이 있는지 확인했다. 나는 이 책에서 그토록 비판하는 '무사유 인터넷 접속'을 무심코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이미 우리의 삶에 '무사유 인터넷 접속'은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누군가에게는 삶의 일부분을 넘어 삶의 대부분이 '무사유 인터넷 접속'으로 보내는 시간일 것이다.

'생각을 빼앗긴 세계'의 저자인 미국의 프랭클린 포어는 이 책에서 실리콘밸리의 핵심 철학과 그 핵심 철학이 만든 세상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실리콘밸리의 핵심 철학은 좋게 말하면 긴밀한 '상호 연결성'이고, 나쁘게 말하면 '전체주의'라 할 수 있다. IT 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 인간의 '상호 연결' 수준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IT 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모든 사람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서로 연결되고 물리적 장벽과 한계를 넘어 즉각적으로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호 연결'은 실리콘밸리의 핵심 철학을 넘어 거대 테크 기업에게는 매우 강력한 돈벌이 수단이 되고 말았다. 즉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람들이 거대 테크 기업을 이용하는 동기가 되어 본의 아니게 거대 테크 기업이 모든 자본과 정보를 독점하는 구조로 인터넷 시장이 재편되었기 때문이다. 왜 수많은 SNS 중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사람들이 계속 몰리게 될까? 왜 인터넷에서 물건을 살 때 아마존에서 물건을 계속 사게 되는 것일까? 한번 애플의 아이폰을 사게 되면 왜 아이패드와 맥북까지 사게 되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은 거대 테크 기업의 독점과 관련 있다.

이 책은 총 3부로 되어 있으며 1부는 '생각을 독점하는 기업', 2부는 '생각을 빼앗긴 세계', 3부는 '생각의 회복'이라는 소제목을 각각 달고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부분은 3부의 11장인 '종이의 반격'이었다. 저자는 '종이의 반격'에서 거대 테크 기업의 오만한 독점에 저항하는 길이 바로 종이책을 읽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종이책이 거대 테크 기업의 알고리듬과 게이트키핑에서 자유로운 안전지대라는 것이다.

"테크 기업들이 인류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흡수해 버리려고 해도, 종이책 읽기는 그들이 완전히 손에 넣을 수 없는 몇 남지 않은 영역이다. 테크 기업들은 이를 앞으로 해결될 공학적인 난제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그들을 제외한 우리 모두는 종이가 제공하는 보호구역으로 주기적으로 피신해야 한다. 이 보호구역은 끊임없이 침투해오는 시스템을 피해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며, 우리가 의식적으로 거주해야 하는 낙원이다. " (293쪽)

미국인 저자가 쓴 이 책은 물론 미국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이지만, 한국의 상황을 비추어 볼 때 이 책은 여전히 많은 함의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 역시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거대 테크기업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제시하는 알고리듬에 편승해 아무런 생각 없이 생활하기가 매우 쉽다. 알고리듬이 우리를 이끄는 게 아니라, 우리가 알고리듬을 이끌기 위해서는 알고리듬을 탈피하여 예측 불가능한 선택과 비약적인 성장이 우리의 삶에 계속되어야 한다. 과거의 누적된 선택의 데이터가 지금 우리의 선택에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지만, 꼭 과거의 선택을 지금 우리가 따를 필요는 없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고 미래는 미래다. 지금부터라도 거대 테크 기업의 알고리듬에 자신의 자유의지를 의탁하지 말고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인생의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알고리듬의 노예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알고리듬 노예 해방선언문'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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