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 - 망가진 허리를 재생하는 기적의 내 몸 프로파일링
이창욱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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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졸업 논문을 쓴다고 연구실에 오래 앉아 있었는데, 허리에서 느껴지는 뻐근함이 생각보다 오래갔다. 자고 일어나도 허리의 뻐근함이 사라지지 않아서 한동안 고생했는데, 다행히 논문을 다 쓰고 난 지금은 괜찮아졌다. 나의 정신건강과 허리 건강을 위해서 논문 작성은 가급적 멀리해야 되나 보다.

국내 유일 척추 전문 프로파일러인 이창욱 소마통합운동센터 센터장이 '당신은 허리 디스크가 아니다'라는 신간을 출간했다. 이 책의 부제는 '망가진 허리를 재생하는 기적의 내 몸 프로파일링'이고,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전체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허리 통증은 결코 허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허리 통증은 단순히 허리의 기능 이상이 아닌, 스트레스의 문제, 소화의 문제, 신체 균형의 문제 등 여러 가지가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리의 몸은 유기적이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소우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허리 통증을 허리만의 문제로 접근하다가는 정작 허리 통증을 해결하지 못하고 통증 완화의 골든타임만 허비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습관적으로 먹는 찬 음식이 소화 기능을 떨어뜨려 척추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다수 사람들은 신체에서 내장과 척추를 분리해서 생각하는데 우리의 몸에서 내장기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이는 곧바로 척추와 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정상 체온인 36.5도에서 장의 연동 운동이 잘 일어나고 소화 효소가 잘 분비되는 법인데, 찬 음식을 먹어 체내 온도가 떨어지면 그만큼 소화 효소도 잘 작동하지 못해 소화 기능이 떨어진다. 장의 연동 운동과 소화 효소의 기능이 떨어져서 소화를 못하게 되면 그 음식물들이 장에 오래 머물게 된다. 이때 음식물이 부패되면서 가스가 차게 되고, 변비나 설사를 유발함은 물로 내장기의 움직임이 줄어들어 척추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175쪽)

주로 사무실에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일단 오래 앉아있고, 다리를 습관적으로 꼬고, 찬 커피를 마시며, 거북목으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실상 사무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습관이 바뀌지 않는다면 허리 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어찌보면 만성적인 허리 통증은 새로운 생활습관을 형성하라는 몸의 경고라 할 수 있겠다.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나 허리를 더욱더 건강하게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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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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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헌학자이자 인문학자인 배철현 박사는 올해 초까지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와 건명원 원장을 역임했다. 올해 초에 배 박사에게 여러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져 현재 그는 공적인 일을 맡지 않고, 주로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 박사는 인류가 남긴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며, 위대한 개인이 획득해야 할 가치들을 네 권의 시리즈로 기획했다. 이번에 출간된 ‘정적’은 ‘심연’, ‘수련’에 이어 시리즈에서 세 번째 책이고, 앞으로 네 번째 책인 ‘승화’가 출간 예정이다.

‘정적’에 실린 글들은 배 교수가 2019년 1월부터 시작한 ‘매일묵상’이란 블로그에 하루에 하나씩 공개한 글들로 보인다. 현재 배 교수는 자립하는 인간에게 필요한 화두를 매일 아침 하나씩 설정해 ‘매일묵상’에 올리고 있다. ‘정적’은 총 4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제1부는 ‘평정, 마음의 소용돌이를 잠재우는 시간’, 제2부는 ‘부동,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제3부는 ‘포부, 나에게 건네는 간절한 부탁’, 제4부는 ‘개벽, 나를 깨우는 고요한 울림’이란 소제목이 각각 붙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동서양 고전을 인용하며 글을 써 내려가는데 아무래도 저자가 감리교 목사이다 보니 성경에 대한 인용이 압도적으로 많다. 또한 저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단어의 어원을 깊이 탐구해 그곳에서 그 단어의 현대적 의미를 풀어내는데 상당히 능하다. 저자는 스타일이란 단어를 이렇게 풀이한다.

“영어 단어 ‘스타일(style)'은 원래 ’글을 쓰는 도구/펜‘ 그리고 ’펜을 통해 전달하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요즘 스마트폰에 딸려오는 볼펜과 유사한 길쭉한 막대기를 ’스타일러스(stylus)'라고 부른다. 스타일러스는 라틴어 ‘스틸룸(stilum)'에서 유래했다. 고대 로마인들이 밀랍이 덮인 토판에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길 때 사용하던 철필을 의미한다.” (75쪽)

배 교수는 스타일의 어원을 탐구하며 스타일이 원래는 글과 관련된 단어였음을 강조한다. 실상 오늘날 스타일이란 단어는 패션과 디자인 쪽에서 훨씬 더 많이 쓰는데, 스타일은 원래 글씨체와 문체와 관련된 용어라는 것을 단어의 어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밀랍 위에 쓰는 글씨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의 자필 서명과 같다. 필체에는 나만의 개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스타일에는 단순한 필기도구 이상의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스타일은 자신의 생각을 손을 통해 글로 표현하는 것이지만, 폭넓은 의미로는 삶의 태도이자 삶의 방식이다. 스타일은 자신이 헌신할 수 있는 삶의 원칙이자 문법이다. 내 삶을 지탱해줄 나만의 스타일은 무엇인가?” (77쪽)

나는 스타일이란 단어의 어원을 살펴보면서 오늘날 목회자에게 가장 필요한 게 자신만의 고유한 목회 스타일을 찾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교회에서 유명한 목회자들의 설교와 목회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그 사람의 스타일을 그저 이식하는 것일 뿐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창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모든 목회자가 자신만의 목회 스타일을 구축하고 창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분명 모든 목회자가 자신만의 고유한 목회 스타일을 발견하기 원하신다. 그러지 않다면 하나님은 그 사람을 굳이 목회자로 부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은 곧 목회자로서의 소명과 연결된다. 조용한 사색과 정적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발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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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노마드 - 이야기 나그네신학, 베드로서 희망의 가르침
배경락 지음 / 샘솟는기쁨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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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 10년 전 여름에 몽골로 단기선교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 하늘과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대초원에 살살 부는 바람을 맞으며 몽골인의 전통 가옥인 게르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게르는 둥그런 텐트 모양이었고, 언제든지 접었다 폈다가 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게르에 사는 몽골인은 대다수가 정착민이 아니라 유목민이었다. 유목민은 동물을 키우기 좋은 장소를 찾아 계속 이동한다. 유목민으로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도시에서 살겠다고 아등바등 거리는 정착민의 삶보다는 대초원을 집으로 삼는 유목민의 삶이 더 여유 있게 보였다. 한국에서 실제 유목민처럼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만약 누구라도 유목민의 마인드로 살아갈 수 있다면 지금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기보다 새로운 미답지를 향해 나아가는 게 한결 쉽지 않을까?

2019년에 샘솟는기쁨에서 출간된 배경락 목사의 ‘성경 속 노마드’는 ‘이야기 나그네 신학, 베드로서 희망의 가르침’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베드로전후서가 나그네를 위한, 나그네에 의한, 나그네의 편지임을 강조한다. 즉 베드로전후서는 나그네가 나그네에게 나그네답게 살아가라고 쓴 편지라는 것이다. 이 책은 프롤로그를 제외하고 총 네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파트 1은 ‘흩으심의 역사’, 파트 2는 ‘베드로서에 관한 7가지 질문’, 파트 3은 ‘희망의 가르침, 베드로전서’, 파트 4는 ‘교회를 향한 편지, 베드로후서’라는 소제목을 각각 달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파트 1에서 창세기의 문화명령을 나그네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부분이었다.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시고 인간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하라”고 문화명령을 내리셨는데, 이 문화명령을 인간이 순종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움직이는 나그네로서 땅끝까지 흩어져야 한다는 게 저자의 독특한 해석이었다. 그러나 실제 인류의 역사는 문화명령을 나그네의 정체성이 아닌 개발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세계를 파괴하며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려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성도 든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라고 명령하신 것이 인간을 제외한 생명체들을 멸종시키라는 뜻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저자가 나그네에 의한, 나그네를 위한, 나그네의 편지라고 말하는 베드로전후서가 사실 한국교회에서 그동안 환영받은 성경은 아닌 것 같다. 베드로전후서에서 강조하는 나그네의 정신과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부흥성장 패러다임이 상충되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교회의 일반적인 부흥성장 패러다임은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때, 그곳의 종교부지를 분양받아 세련된 교회건물을 짓고, 그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을 교회의 신자로 자연스레 흡수하는 방식이었다. 사실 교회건물이 화려하고 멋지고 세련될수록 나그네와 관련된 내용의 설교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곳에는 왠지 솔로몬 성전 봉헌과 같은 내용의 설교가 어울린다. 어찌 보면 베드로전후서의 내용을 원래 의미에 가장 가깝게 읽을 수 있는 곳은 몽골의 게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화려한 외관장식도 없고, 비가 오면 비가 새고, 눈이 오면 눈이 그대로 덮이는 게르야말로 예수님이 태어나신 구유와 가장 닮은 곳 같다.

결론적으로, 인생의 모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신앙 생활하는 그리스도인이 있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나그네에게 어울리지 않는 불필요한 짐을 벗어버리고 더욱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다시 나그네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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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일까 상황일까
리처드 니스벳.리 로스 지음, 김호 옮김 / 심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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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심리학은 개인의 내면과 동기를 사람의 행동에서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 그러나 사회심리학은 개인의 내면과 동기보다 그 사람을 둘러싼 사회 공동체의 맥락을 고려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즉 똑같은 사람이라도 전혀 다른 상황에서는 정반대의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처드 니스벳과 리 로스가 함께 쓴 '사람일까 상황일까'는 사회심리학의 고전으로서 다양한 이론과 실험을 소개하며 사회심리학으로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의미심장한지를 알려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지금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는 조국 교수와 윤석렬 검찰총장의 피 튀기는 대결이 개인적 성향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놀랍게도 윤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에서 조 교수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9월 6일에서 9월 7일로 넘어가는 한밤중에 사문서 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를 두고 윤 검찰총장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개인적 기질이 발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윤 검찰총장이 정 교수를 불구속 기소해야 한다는 동료 검찰집단으로부터 상당한 압력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윤 검찰총장과 조 교수는 모두 서울대 법대 동문이자 법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지만 그들이 속한 사회적 맥락은 전혀 다르다. 윤 검찰총장이 정통 검찰 공동체를 대변한다면, 조 교수는 여권과 진보진영 그리고 폭넓게는 586세대를 대변한다. 따라서 현재 윤 검찰총장과 조 교수의 정면 대결구도는 개인의 성향이 발현된 부분도 있지만 대한민국의 헤게모니를 두고 다투는 집단 간 패권 싸움으로 보인다. 조 교수도 9월 6일 청문회에서 본인이 스스로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힌 것도 본인의 개인적 선택과 상관없이 그가 법무부 장관이 되어야만 하는 맥락에 그가 놓여 있음을 자인한 것으로 보인다. 윤 검찰총장이나 조 교수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승리를 위해서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는 구도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동조 압력을 '사람일까 상황일까'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동의하라! 동의하지 않으면 소외된다. 집단은 자신들의 움직임을 막는다는 이유로 다수 의견에서 벗어나는 사람을 처벌하려 한다. 동의하지 않을 경우 동료의 분노를 불러올 수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길 주저한다. 조화를 위해 양보하고 냉철하게 판단해 필요할 때만 맞서는 것이 낫다." (123쪽)

9월 6일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의 금태섭 의원이 조 교수에게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한 것을 보고 여권 지지자들이 금 의원을 엄청나게 비난했다고 한다. 사실 금 의원은 조 교수를 박사과정 논문 지도교수로 모셨던 조 교수의 제자라고 한다. 어찌 보면 개인적 친분도 있고, 그가 속한 민주당의 기류를 고려할 때 그가 인사청문회에서 조 교수를 향해 쓴소리를 한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는 그가 향후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안 받기로 각오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어찌 되었든 모든 사람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각자가 속한 사회집단의 압력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사회집단에서 불의한 일을 접했을 때 침묵으로 그 불의한 일에 순응할 것인지 아니면 용기를 내어 저항할지 결정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모름지기 국가에 녹을 먹는 공직자라면 자신이 속한 이익집단을 넘어 전체 국민의 이익과 공익을 의식하는 퍼블릭 마인드(Public mind)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할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단순히 여당과 야당을 지지한다기보다는 퍼블릭 마인드가 있는 조직을 지지할 것이다. 법무부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조 교수와 윤 검찰총장의 전면전이 확전 양상을 띠는 현 상황에서 일반 국민들은 과연 어느 집단이 국민들의 공익과 공공선에 부합한지 계속 예의주시하며 지켜볼 예정이다. 결국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곳이 승리할 것이다.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데 새로운 통찰을 던져준 '사람일까 상황일까'를 나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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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민감자입니다 - 지나친 공감 능력 때문에 힘든 사람을 위한 심리치료실
주디스 올로프 지음, 최지원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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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에 베트남 단기 선교를 함께한 교회 청년 중에 조금 내성적인 청년이 한 명 있었다. 그 청년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나 다 같이 모여 이야기하는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좋아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그러한 시간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이번 선교 기간 동안 우연히 한국 청년과 베트남 청년이 함께 간단한 게임을 하며 자유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청년은 그 게임에 참여하지 않았을뿐더러, 얼굴이 싯뻘개지면서 거의 화를 내다시피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자신은 MT나 수련회에서 함께 모여 게임하는 게 너무 싫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나는 그 청년이 내성적인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의하게 여겨졌다. 그 청년을 불편하게 만든 그 무언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내가 최근에 읽은 주디스 올로프가 쓴 '나는 초민감자입니다'는 평범한 사람보다 모든 것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초민감자에 관한 책이다. 나는 예전에 롤프 젤린이 쓴 '예민함이라는 무기'를 흥미롭게 읽은 적이 있었다. 어찌 보면 그 책을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이번에 '나는 초민감자입니다'를 읽는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초민감자입니다'는 머리말과 맺음말을 제외하고 총 7장으로 되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초민감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저주가 아니고 축복이며 이 세상과 사회에 그 초민감성을 통해 긍정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초민감자의 성향상 그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혹은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어떤 환경이 초민감자에게 호의적인 환경인지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초민감자는 일반적으로 스트레스가 적은 소규모 회사에서 일하거나 자기 사업을 할 때 더욱 큰 능력을 발휘합니다. 또한 경쟁이 심한 회사보다 집에서 일하는 걸 만족스러워하죠. 감정을 빨아먹는 뱀파이어들과 멀리 떨어져 이메일이나 전화, 문자로만 상대할 수 있으니 한결 수월합니다. 초민감자인 저의 내담자들은 대부분 자영업을 선호합니다. 그들은 혼자서 시간을 관리할 때 일이 더 잘됩니다."(182쪽)

초민감자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로 홀로 시간을 보내며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는 자영업과 프리랜서를 선호한다. 글의 서두에 내가 언급했던 그 청년도 아마 초민감자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그 친구는 지금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도 독서실 총무를 하며 혼자서 조용하게 일하고 공부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조용하고 지루하게 보이는 일이겠지만, 초민감자에게는 참으로 심리적으로 편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조만간 그 청년을 만나 '예민함이라는 무기'와 '나는 초민감자입니다'라는 책을 건네주어야겠다. 그 청년이 이러한 책들을 읽으며 다른 사람들은 갈 수 없는 자신만의 고유한 미래를 창조적으로 만들어나가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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