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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리스트 피아니스트의 탄생
우라히사 도시히코 지음, 김소영 옮김 / 성안뮤직 / 2020년 6월
평점 :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는 어떻게 인류 역사상 최강의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었을까? 프란츠 리스트는 인류 역사상 최강의 피아니스트였지만, 그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쇼팽에 비해 오늘날 그의 이름이 일반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프란츠 리스트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피아노 한대로 단독 리사이틀을 열고, 피아니스트라는 피아노 연주를 전문으로 하는 연주자의 세계를 열었다는 데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다. 일본의 음악 프로듀서인 우라히사 도시히코의 '프란츠 리스트'는 과연 프란츠 리스트의 어떤 특별함이 그를 인류 역사상 최강의 피아니스트로 빚을 수 있었는지를 탐구하는 책이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질문해 보자. 프란츠 리스트는 어떻게 최고의 피아니스가 되었을까? 그것에 대한 가장 손쉬운 답변은 아마도 그가 천재여서 일 것이다. 맞다. 프란츠 리스트는 참으로 하늘이 내린 천재였다. 본인 역시 천재 피아니스트라고 주목받았던 클라라 슈만은 프란츠 리스트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우리가 뼈 빠지게 노력해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할 일을 리스트는 악보 한 번 보고 해 낸다." (248쪽)
프란츠 리스트가 역사상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된 것이, 그저 그가 천재였기 때문이라고 답변한다면 더 이상 그에 대해 배울 것이 없다. 천재가 천재로서 천재적으로 피아노를 친 것은 당연한 것이니깐 말이다. 그러나 '프란츠 리스트'의 저자는 리스트에게 천재성 이상의 그 무엇이 있었다고 이 책에서 말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리스트가 가진 천재성 이상의 그 무엇은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는 데, 첫 번째 중요한 요소는 리스트가 받은 탁월한 피아노 교육이다.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 스승은 다름 아닌 체르니였고, 체르니의 피아노 스승은 설명이 더 이상 필요 없는 베토벤이었다. 리스트가 등장하기 전까지, 베토벤의 곡은 너무 어렵고 난해해서 제대로 연주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리스트는 베토벤의 음악적 손자로서, 베토벤의 피아노 음악을 동시대 사람들의 귀에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체르니의 소개로 어린 리스트는 늙은 베토벤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귀가 멀었던 베토벤은 리스트의 피아노 연주를 보고 리스트를 극찬하였다고 전해진다.
"베토벤 제자의 제자이기도 했던 리스트는 위대한 스승의 위업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한 전도사였다. 베토벤 교향곡이라는 장대한 음의 우주를 가정에서 들려주기 위해 살롱으로 끌어오려 시도했던 사람도 리스트였다. <하머클라비어>뿐만 아니라 베토벤의 수많은 작품은 리스트가 연주하기 이전까지 그저 악보라는 형태로 존재할 뿐이었다. 악보는 말이 없다. 베토벤의 후기 피아노 작품에 소리라는 생명을 불어넣어 살아 있는 형태로 세상에 드러낸 리스트의 공적은 헤아릴 수도 없다."(156쪽)
리스트가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된 두 번째 요소는 그가 활동하던 당시에 피아노 제작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되었기 때문이다. 리스트가 아무리 피아노를 잘 연주한다 할지라도 그의 실력에 걸맞은 피아노가 개발되지 못하였다면, 리스트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리스트의 피아노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피아노 브랜드를 하나 꼽자면 바로 '에라르'라는 프랑스 피아노 브랜드이다.
"후에 리스트가 완성시킨 화려한 초절 기교들은 더블 에스케이프먼트라는 에라르의 새로운 장치 없이는 도저히 연주할 수 없었다. 예컨대, 리스트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라 캄파넬라>에는 '종'의 울림을 본떠서 동음을 고속 연타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는 새로운 장치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리스트는 에라르라는 최강의 무기를 손에 넣음으로써 정상에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이다." (191쪽)
프란츠 리스트는 어릴 적부터 피아노 신동으로 인정받아 많은 공연을 했지만, 인생의 중반이라고 할 수 있는 35세 무렵에 피아노 리사이틀을 은퇴하여 인생의 말년에는 성직자이자 작곡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감당했다. 프란츠 리스트는 죽기 직전까지 부다페스트, 바이마르, 로마를 돌아다니며 쉼 없이 다양한 음악 활동을 했는데, 그가 죽기 직전까지 바쁘게 살았던 이유는 '천재는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라는 신념 때문이었다고 한다.
프란츠 리스트의 음악뿐 아니라, 그의 생애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울림을 준다. 비록 우리가 그처럼 천재는 아닐지라도 우리가 누구에게서 어떤 교육을 받는지가 왜 중요한지, 또한 기술의 발전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어떤 삶의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면 좋을지 우리는 프란츠 리스트의 삶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피아노를 좋아하거나, 프란츠 리스트의 생애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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