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현재 지구상에 있는 대부분의 국가는 다인종, 다문화, 다종교 사회를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다원화된 사회는 인류가 그전까지는 경험할 수 없던 상당히 역동적인 사회이면서 동시에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갈등이 잠재된 사회라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5월에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미국 사회가 가진 민족적 다양성과 역동성이 때때로 큰 갈등을 야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어찌 보면 다원화된 사회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질적 집단끼리 끊임없는 갈등과 다툼을 결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 출간된 [차이를 뛰어넘는 그리스도인](원제: Uncommon Ground)은 미국의 팀 켈러 목사와 존 이나주 교수가 엮은 책으로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과 차이를 품되 구별되어 세상을 섬기는 법에 대해 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에는 팀 켈러 목사와 존 이나주 교수 외에 10명의 글이 기고되었고, 목회자와 대학교수뿐 아니라 모험가, 기업가, 작가, 의료인 등 다양한 삶의 자리를 가진 그리스도인의 이야기가 또한 담겨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미국에서 실제로 살아가면서 미국이 겉보기보다 얼마나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지 종종 서술하고 있다. 특히 존 이나주 교수는 일본계 미국인으로서, 스스로를 백인 문화의 ‘내부자’인 동시에 ‘외부자’라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그는 백인이 아닌 아시아인으로서 그 어떤 높은 사회적 지위에 있더라도 미국에서 여전히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인터넷에 남겼는데, 자신의 사진을 보고 어느 백인 복음주의자가 “미국에는 언제 오셨어요?”라는 댓글을 남긴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 백인 복음주의자는 미국은 당연히 백인의 땅이라 생각했기에, 존 이나주 교수처럼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계 미국인 역시도 그저 이방인으로 취급한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존 이나주 교수는 아시아계 소수인종으로서, 또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사명이 서로 다른 세계에 살아가는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고 이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일상에서 이러한 ‘문화의 번역자’로서 충실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번역의 소명에 따라 일부 교회 친구들에게는 대학을 번역해 주고, 일부 대학 친구들에게는 교회를 번역해 준다. 이 두 세계 사이에서 살다 보니 두 문화의 언어를 구사하는 일종의 이중언어 번역자가 되었다. 나는 이 두 문화를 잇는 번역을 한 발은 한쪽 세계에, 다른 발은 다른 세계에 딛는 일로 생각하곤 했다. 일반 대학교의 크리스천 교수인 나는 내 한 발을 대학교에, 다른 발은 교회에 딛고 있다고 보았다.” (196쪽)
미국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한국도 점점 다인종, 다민족 국가로서 문화적 다양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에도 서로 다른 문화와 세계관을 번역해 줄 이중 언어 번역자가 필요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대는 사람들과의 대면을 극도로 줄이는 언택트 시대로서, 직접 만나지는 않지만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 집단과 집단 사이의 연결과 소통이 중요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회적 고립이란 사회문제를 야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사람과 사람의 거리를 이어주는 ‘다리 놓는 사람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세상에서 어떻게 ‘다리 놓는 사람들’로 살아갔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을 통해 이 세상에 그리스도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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