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세계괴담모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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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유사괴담 속에서, 괴담과 거리가 먼 「지푸라기 사람들」만 추천한다.
(재미-중하, 난도-중하)

6대륙 28개국 41개 도시가 가입되어 있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부천은 2017년 동아시아 최초로 지정되었다.)
그중 7개국 10개 도시, 14명의 작가의 창작 괴담을 엮은 책이다.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무료로 읽을 수 있다.

(부족하다) 이걸 괴담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기승전결 없이 특정 부분만 추출하여 보여주는 듯한, 완성도가 낮은 이야기가 꽤 있다.
애매모호한 게 미스터리한 건 아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파악하기 힘든, 분위기만 잡는 작품도 몇 있다.
차라리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괴담이 훨씬 더 괴담답다.
기승전결 측면에서는 ‘돌비공포라디오‘가 훨씬 뛰어나다.

(건진 작품들) 그래도 괜찮은 작품이 있긴 하다.
1. 「지푸라기 사람들」 (중국 난징 - 위이밍)
고립된 고향을 떠나지 않은 할머니를 통해, 통제와 현대화의 아픔을 보여주는 수작.
지푸라기로 만든 사람 형체를 소재로 삼고 있으나, 괴담으로 보기에는 애매함.
뭉클한 감동과 현실의 아픔, 그리고 반성과 치유까지 보여준다.
2. 「그루츠랑의 피아노」 (한국 부천 - 이신주)
남아공에서 만난 ‘그루츠랑‘이라는 괴물에, 피아노라는 생뚱맞은 소재를 더한 괴담.
괴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한국으로 도망간 학생의 운명을 보는 맛이 있는 작품.
3. 맨체스터 세 작품
「이빨과 머리카락」 영국 고딕 괴담 분위기의, 고조되는 미스터리가 괜찮은 단편.
「뭘 도와드릴까요?」 유령과 소통할 수 있는 현대적 여성의 이야기. 웰메이드 영화 예고편 같다.
「더 홈」 미지의 공간에 있는 아내를 TV로 지켜보는 남편. 소재만 들어도 흥미롭기 그지없다.

(추천은 못 하겠다) 재미라도 있으면 추천하겠는데,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재미도 없다.
번역도 그다지 매끄럽지 않다. 영어가 아닌 경우, 영어로 중역한다.
다 읽고 나서 되돌아보니, 괴담스러운 분위기가 기억에 남긴 하지만, 다른 좋은 작품도 많은데 굳이.
그래도 읽어보고 싶다면, 난징과 부천 작품을 먼저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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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년의 맛
앵무 지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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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반찬 24가지 한식뷔페 맛집.
어설프지만 풋풋했던 청춘을 기억나게 하는 반찬의 맛. ‘공감‘이라는 밥에 안성맞춤이다.
(재미-중상, 난도-하)

필명 ‘앵무‘라는 만화가의 첫 단행본.
2016년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하던 만화 24편을 책으로 엮었다.
작가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보니, 지금은 활동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저서로는 『마음 시툰 : 너무 애쓰지 말고』가 있다.

제목처럼, 20~30대 사회 초년생의 이야기를 음식과 함께 담고 있다.
가족, 연인, 친구, 과거, 미래, 힘겨운 현실 등 다양하지만 일상적인 상황을 소재로 삼는다.
독립적인 24편의 이야기는 각각의 감정을 전달한다.

(완성도 높은 작품) 처음에는 독자나 지인들의 사연을 각색해서 만화를 그린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설명이 전무함과 동시에 레진코믹스에서 작가 후기를 읽어보니, 24편의 이야기 모두 창작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대다수의 이야기는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이야기의 연결고리이자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는 음식도 스토리 라인에서 적당하게, 과하지 않은 정도의 역할을 해낸다.
만화 하나하나가 모두 완성된 맛을 낸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소한 해프닝도 있고, 과거의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사연도 있고,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흔들리는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사회의 쓴맛에 힘겨워하지만 그래도 이겨내려는 대견한 스토리도 있고, 풋풋하거나 아프거나 훈훈한 사랑 이야기도 있다.

(요동치는 마음) 울림이 있다.
어쩌면 사회 초년생인 나의 상황과 비슷한 이야기가 많아서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는 용기가 없어 차마 부당한 사건을 보고 나서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래도 목소리를 낼 정도의 용기는 있는, 그런 스토리에서 내가 겹쳐 보이기도 했다. (8화)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는 인간사 단골 치트키라지만, 이렇게 내 눈물샘을 건드릴 줄은 몰랐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보면서 질질 짰다. (18화)
(작가가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연애 경험이 극히 적은 나는 상대적 박탈감과 후회, 부러움 같은 감정도 심하게 느꼈다. 내 콤플렉스이자 아킬레스건까지 건드려버리다니.)
이 만화책을 읽으면서 정말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흑백과 컬러) 만화의 대부분은 흑백이지만, 음식에는 컬러가 들어간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음식이 더 생생하고 맛있어 보인다.
거칠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적당히 사실적인 그림체도 만화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일상, 로맨스, 유머 등 어디에나 어울리는 그림체다.

(추천) 내 마음을 그렇게 흔들고 눈물까지 흘리게 만든 점에서 합격이다.
공감대 형성부터 기승전결까지 부족한 점이 없다.
사회 초년생이 아니더라도, 그 시절을 경험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순하게 잘 그려낸다. (그것도 창작으로!)

작가가 더 이상 저작활동을 하지 않아서 그 재능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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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김수지 지음 / 이숲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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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아픔과 불편함에 대해 공감 정도는 할 수 있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만화.
(재미-하, 난도-중)

직장 생활을 하다가 31살에 회사를 그만두고 일러스트레이터 가 된 김수지 씨의 만화.
현재는 ‘Suzy Q‘라는 이름으로 NFT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 다른 저서로는 『인형의 편지』가 있다.

5개의 짧은 만화로 구성되어 있다.
인면어 / 얼굴이 나쁜 문제 / 바퀴의 숨 / 잘못 / 작은 아이들
이어지는 내용은 아니다.

(공통점) 다섯 작품 모두 평범한 한국 여성이 주인공이다.
여성(또는 평범한 사람)이 겪는 불편함, 아픔 등을 소재로 다룬다.
보기 불편할 정도로 맵지는 않다.
차분하면서 가라앉은 분위기를 다섯 작품이 공유한다.
흑백에, 대사도 적다.
일부 작품은 판타지적인 요소를 사용하기도 한다.

(독특한 그림체) 그림체 역시 작품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끼친다.
명암을 ‘점‘으로 조절한다는 특징이 독특하다.
한국이 아닌, 유럽의 그래픽 노블 같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감상) 수수께끼같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아차리기 어려운 작품이다.
「얼굴이 나쁜 문제」와 「바퀴의 숨」, 두 단편은 직관적인 편이라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쉽게 알 수 있지만, 나머지 세 작품은 아리송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하기 쉽고 와닿았던 작품은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두 번째 작품 「얼굴이 나쁜 문제」.)
겪을 수 있는 아픔에 대한 위로는 없지만, 공감 정도는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다.
이해하고 분석하기보다는, 풍겨오는 이야기와 분위기를 음미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만화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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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지옥이다 1~3 세트 - 전3권 (완결)
김용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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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미디어-도파민 과잉 시대에 독서를 통해 ‘몰입‘이라는 행위를 할 수 있음에 감사를.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는 서스펜스 스릴러.
(재미-상, 난도-하)

만화가 김용키의 대표작.
누적 조회수 8억 회. 드라마화까지 된 스릴러 웹툰.
2018년 3월부터 12월까지 네이버에서 연재했던 웹툰을 3권의 책으로 엮었다.
(외전도 네이버 웹툰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

(줄거리) 취업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 지방 청년 윤종우.
월세가 무척 싼 고시원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고시원에 사는 사람들이 심상치 않다.
주인공 윤종우는 꺼림칙하고 오싹하고 믿을 사람 없는 고시원에서 무탈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 스릴러가 어떤 장르냐고 묻는다면, 이 만화를 보여줘도 된다.
어두컴컴한 색감과 생생한 묘사,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침하고 섬뜩하고 불쾌한 감정이 드는 그림체까지, 독자로 하여금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수상한 고시원 사람들에 대한 설정과 묘사 역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다.
주인공 종우와 그 주변 인물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지, 종우가 자리를 비운 사이 고시원 202호에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닌지, 말 그대로 종우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읽게 된다.
2권과 3권은 책을 펼치자마자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고시원 사람들) 고시원이라는 개인 공간이 지극히 제한적인 환경. 그곳에 믿을 수 없는 사람들만 있다면? 평범한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면? 그곳이 바로 종우가 머물게 되는 고시원이다.
뭔가 수상해 보이는 고시원 주인아줌마, 악취가 나는 말 없는 히키코모리, 조금 모자란 것처럼 보이는 말더듬이, 바른 청년 같아 보이지만 섬뜩하고 무서운 청년.
이들이 번갈아가면서 조성하는 분위기는 공포스럽다. 안심할 수 없다.
무력감과 함께 느껴지는 압도적인 공포가 아니라, 앞으로 위험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불안해지는 그런 공포다.

(변해가는 종우) 이야기의 빌드 업도 훌륭하다.
시간이 갈수록 무서운 고시원의 실체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수상하고 음침한 고시원 사람들의 영향으로 종우 역시 점점 변해간다.
평소 욱하는 성질이 있는 종우는 더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지면서 급발진하는 상황이 많아진다.
환경의 영향으로 말 그대로 미쳐가는데, 종우가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알 수가 없어 두려워진다.

(직장인이라면 더 무서운 건) 고시원 사람들이 끔찍한 건 말할 것도 없지만, 종우가 일하게 되는 회사의 사수는 다른 의미로 끔찍하다.
신입에 대해 무심한 걸 넘어서, 종우를 압박하고 무시하면서 가뜩이나 힘든 종우를 더 힘들게 한다.
회사에서 저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시달리면, 퇴근하고 집에서라도 쉬면서 회복해야 하는데, 종우는 그러질 못하는 상황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이 얼마나 끔찍한 상황인가!
개인적으로는 고시원의 으스스한 상황보다 더 숨이 막혔다.

(추천) 열악한 환경과 제한된 조건, 그 속에서 살아가는 건 어렵다. 그게 사람과 돈의 문제라면, 더 그렇다.
이런 최악의 상황 속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종우의 상황에 감정이입을 했더니, 페이지가 어떻게 넘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오랜만에 독서를 통해 ‘몰입‘을 했다.
웬만한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같은 몰입을 경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말에 대해서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던데, 개인적으로는 시원시원하면서 현실성도 챙긴 결말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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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호 -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윤가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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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선한 마음씨가 글에서도 느껴지는, 영화감독 윤가은의 好好好 퍼레이드. 재미도 있다.
(재미-중상, 난도-하)

영화감독 ‘윤가은‘의 첫 번째 에세이.
대표작으로는 <손님>, <우리들>, <우리집>이 있다.
2016년 작품 <우리들>이 각종 영화상을 휩쓸면서 독립영화계의 스타가 되었다.

˝보통 사람들은 각자의 호불호라는 게 있잖아? 그런데 너는 호호호가 있는 것 같아.˝
˝너는 웬만하면 다 진심으로 좋아하잖아.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어떤 건 그냥 좋아하고, 다른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고…….˝

윤가은 감독이 좋아하는 것들(영화, 귀여운 말실수, 꽃, 드라마, 노래방, 빵, 여름, 청소, 아이들, 걷기 등)이 테마를 넘나들며 독자의 앞에서 춤춘다.
어린 날의 추억, 기억에 남는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윤가은이라는 사람) 호기심 대마왕에 금사빠이면서, 열정적이기도 한 ‘윤가은‘.
그녀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읽노라면, 그녀가 얼마나 세상 순하고 착한 사람인지가 전해진다.
작은 것 하나에도 진심인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에서,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님이 느껴진다.
(적어도 이 책에서의 그녀만큼은 그렇다.)
그녀의 영화를 본 적이 없음에도, 영화의 분위기가 어떠한지 알 것만 같다.

(매력적인 필체) 그녀의 좋아하는 것 퍼레이드와 추억 이야기가, 친근하고 장난스러운 필체로 전달된다.
시나리오 집필 경력 덕분인지, 첫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글을 재밌고 솔직하게 잘 쓴다.
<몰라도 용감하게 말하기>는 무해한 작은 웃음을 터뜨리게 하고, <마트에 가고 싶어요>는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아련하면서 행복했던 것 같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괜찮네) 팬이라면 더 좋을 것이고, 영화감독 윤가은을 모르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순한 에세이집이다.
몇몇 이야기 속에서는 작은 통찰과 깨달음을 주기도 하니, 단순 킬링타임 에세이로 보면 섭섭할 수도 있다.
생생한 표현력과 현실감 넘치는 묘사 때문인지, 그녀의 스트레스 해소법인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기‘를 읽고, 나도 혼자서 코인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가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도 한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정리해 보고 싶어진다.
거창하고 의미 있는 것들이 아니더라도, 내가 힘들 때 나에게 힘을 주고, 나에게 즐거움과 긍정을 가져다주는 작고 소중한 것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몽글몽글한 마음으로 책을 덮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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