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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총평 : 성석제의 데뷔소설. 독특하고 이채로운 형태의 이야기를 가볍고 다양하게 읽어보고 싶다면.
(재미-중, 난도-중하)
해학과 풍자의 이야기꾼 성석제 작가의 단편소설집 모음. 총 62편의 초단편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과 함께 문학동네에서 삼총사 마냥 출간되었다. 이 소설집 역시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처럼 비교적 최근에 집필한 작품집인 줄 알았는데, 1994년에 발표된 이 소설집이 그의 소설 데뷔작이라고 한다! 이후 10년 주기로 1997년에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가, 2007년에 ‘강‘이라는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다가, 2017년에 문학동네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1994년 당시 이 소설집이 세상에 등장했을 때, 많은 파장을 일으켰다고 하는데, 현재의 시점에서 봐도 가히 독특하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웃음소리>와 <비명>이라는 대비되는 소설 같지 않은 소설부터 그렇다.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어처구니없는 시작이다. 이게 뭔가 싶은 <비밀결사>, 경상도 할머니의 사투리로 6쪽을 꼬박 채우는 <구름처럼 산돼지처럼>, 위트 있는 초초초단편소설 <우주의 끝> 등도 독특한 형태를 띄고 있다.
독특하기만 한 건 아니다. 소설집의 초반에는 재미나는 단편들도 몇 있다. 중간중간에 낄낄 거리며 웃게 만들거나 피식하며 헛웃게 만든다. 가상의 나라를 빗대어 풍자하는 <자전거 나라> 시리즈, 얼탱이가 없어서 웃다가 생각이 많아지는 <소수파>, 소설가와 시인의 말싸움이 재밌는 <그림자 밟기> 등이 그렇다.
중반부부터는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보다 좀 더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많아진다.
같은 단어나 문구를 반복하면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이런 건 리듬감 있게 따라 읽으면 더 재미난다.
<거지> 중에서
서 있는 거지, 앉아 있는 거지, 누운 거지, 팔이 하나 없는 거지, 발이 하나인 거지... 화상을 입은 거지, 화상과 상관이 없는 거지, 양복을 입은 거지, 군복을 입은 거지, 입은 게 없는 거지... 가족이 총출동한 거지, 대표로 한 사람만 나온 거지, 손을 내미는 거지, 끌어당기는 거지, 간질이는 거지, 꼬집는 거지, 그릇을 흔드는 거지, 말로 구걸하는 거지, 표정으로 구걸하는 거지, 구걸하는 거지를 구경하는 거지, 공부하는 거지, 구걸하지 않는 거지, 도대체 거지처럼 보이지 않는 거지까지. (202~203쪽)
아무래도 초단편이다 보니 기승전결이 뚜렷하지는 않다. 흐지부지 또는 일상적인 분위기로 끝나는 이야기에서 이말년 작가의 만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우스꽝스럽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의 경우에 더 그렇다.
하지만 이 또한 성석제 단편소설의 매력일지니. 처음에는 황당한 이야기 구성에 당혹스러울지라도, 금새 그의 이야기들을 맘편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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