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에게 피어싱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정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총평: 권태와 무의미 사이에서 고통을 매개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창녀 같은 어린 여자.
그녀를 통해 삶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수위-상, 재미-중, 난도-하)

2003년 제27회 스바루 문학상, 2004년 제130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품.
놀랍게도 당시 20세에 불과했던 가네하라 히토미의 데뷔작이다.
2004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버전은 절판되었다가, 올해 동일 출판사에서 개정판으로 재간되었다.
작가는 지금도 꾸준히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1~5번째 장편소설만 순서대로 출간된 이후로 깜깜무소식이다. (『뱀에게 피어싱』 - 『애시 베이비』 - 『아미빅』 - 『오토픽션』 - 『하이드라』)

(줄거리) 주인공이자 화자 루이는 스플릿 텅에 매력을 느껴 아마와 동거 연애한다.
둘은 서로의 진짜 이름과 나이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가다가, 루이는 아마의 지인 시바의 피어싱 샵에서 혀 피어싱을 하고, 아마는 루이를 희롱하는 깡패를 두들겨 패기도 한다.
루이, 아마, 시바의 일상을 다루는 짧은 소설이다.

(충격적) 무엇보다 일단, 소설이 꽤나 충격적이다.
스플릿 텅, 피어싱, 문신, SM과 같은 소재뿐만 아니라, 화자의 서술 방식이나 처하게 되는 상황에서도 날 것의 비린내가 느껴진다. 독자에 따라 거부감을 느낀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나 역시 폭력에 대한 묘사나 루이의 이해할 수 없는 심리 묘사는 이야기 후반부에서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턱이 아파오도록 이를 악물었다. 갑자기 뚝, 하고 입 안에서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혀로 입 안을 더듬어보니 충치였던 어금니가 빠져 있었다. 나는 빠진 이빨을 씹어 으깨 그대로 삼켰다. (103쪽)

나는 현관 앞 수납장을 뒤져 망치로 부쉈다. 우두둑 우두둑 하는 둔탁한 소리에 가슴이 떨렸다. 이빨이 완전히 가루가 되자 나는 그것을 입에 털어넣고 맥주로 꿀꺽 삼켰다. 맥주 맛이 났다. 아마의 애정의 증표는 이렇게 내 몸에 녹아들어 내 일부가 되었다. (122쪽)

(삶의 의미)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사회의 이방인과 같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낀 바가 있다.
처음에는 이들의 이야기에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루이가 느끼는 삶에 대한 권태, 무료함, 무의미 등이 나의 삶과 공명하는 순간부터 이들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방황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극단에 있으면서, 사회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것 없는 어린 주인공이 계획도 없이 되는대로 살아가는 이유를 이해할 것만 같았다.
삶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과정에서, 고통과 아픔을 통해서라도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SM과 같은 고 자극 섹스 플레이에 집착하고, 피어싱이나 문신 같은 반영구적인 신체 손상을 찾게 되는 것 아닐까?
‘하루하루 아등바등 쳇바퀴처럼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사회에서 주어지는 과업에 매몰된 사람들보다, 어쩌면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더 진지한 태도로 삶을 대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다.

(+여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나 역시도 독서 리뷰를 남긴 지 10년이 넘었다. 202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정한 행위의 동기는 모르겠다.
삶의 목적과 가치를 찾지 못해서, 그래서 나만의 방식으로 독서와 리뷰, 그리고 블로그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삶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연인, 자녀, 사업, 운동, 외모 등이 되겠지.)

(총평) 쉽지 않은 소설이다.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있는 소설이지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방식은 다양할 것 같다. 갑작스러운 결말 역시 평이 갈릴 것이다.
나 역시도 갑자기 바뀐 분위기의 마무리에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루이의 씁쓸하고 자포자기한 듯한 분위기에 압도당해 물들어버린 탓일까, 평소와 달리 결말의 완성도에 개의치 않았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성을 고려한다면, 이 소설은 아쿠타가와상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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