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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 조선의 정치가 9인이 본 세종
박현모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총평: 명군 세종대왕을 당대 정치인들의 시점에서 바라보다. (일인칭 컨셉은 결코 짜치지 않다.)
(재미-중상, 난도-중하)
저자 ‘박현모‘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대학원에서 ‘정조‘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꾸준히 연구 및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작으로는 『태종 평전』, 『정조 평전』, 『세종의 수성 리더십』, 『휴머니즘과 폭력』 등이 있다.
부제 「조선의 정치가 9인이 본 세종」처럼,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하여, 세종 재위 기간 및 전후의 여러 가지 업적과 사건들을 다방면에서 바라본다.
각 인물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한다. (태종, 황희, 허조, 박연, 정인지, 수양대군, 김종서, 신숙주, 그리고 정조)
책 후반부는 세종 사후, 수양대군의 계유정난, 절친 신숙주와 성삼문의 운명, 세종을 닮고 싶어 하는 정조와 그의 시대에 할애하는데, ‘세종‘이라는 한 명의 인물의 영향력과 울타리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보여준다.
2025년 7월에 소현왕후를 추가하여, 개정판 『조선의 정치가 10인이 본 세종』으로 재출간되었다.
(흥미롭지 아니한가) 재미있다. 아니, 흥미롭다고 해야 할까.
막연히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조선 초의 시대상을 보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구체적인 사건이나 상황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야기 역시 호기심을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태종이 주도했던 이종무의 대마도 정벌이 성공적이지는 않았고, 여진 정벌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진과 견주어 봤을 때 조선의 군사력이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아버지 태종이 세종의 처가를 풍비박산 낼 때(강상인의 옥), 세종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조선 초, 태종이 칼바람을 췄음에도 불구하고, 고려 시대부터 오랫동안 추락해있었던 왕권은 여전히 약했다.
조선 초, 아악의 상태는 생각 이상으로 처참했다.
논쟁거리가 되기도 하는 ‘부민고소금지법‘이 시행된 이유를 당대 사회 모습에서 바라보면 납득은 할 수 있다. (검색하고 찾아보니, 훗날 이 법이 악용되는 사례가 상당히 많았던 것 같다.)
(재미나지 아니한가) 세종의 정치 스타일을 알아보기 전에, 재미있는 이야기 먼저 짚어보겠다.
1. 태자 수업을 받지 못했던 충녕대군의 군사지식은 다른 학문에 비해 충격적일 정도로 얕았다.
왜구 약탈 문제에 대해 수군을 포기하고 육군에 올인하자는 충녕의 발언 하나만으로도, 세종 치세 초반에 태종이 병권을 놓지 않았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2. 현대에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조선의 곧은 선비 정신을 보여주는 정갑손의 에피소드는 재밌으면서도 놀랍다.
왕 앞에서 팩트를 갈겨버리는 모습에서는 실제로 웃음이 나왔다.
3. 세종 재위 말기, 내불당 건립에 대해서는 신하들의 반대가 대단했음에도, 이례적으로 뜻을 굽히지 않고 강행하는데, 그의 가족사를 고려하면 이 모습은 웃프다.
(특별하지 아니한가) 세종의 정치 스타일 특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 신료들과의 잦은 경연을 통해 여러 가지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 나서, 결과를 도출하는 정치 방식은 굉장히 독특하다. 신분제에 따른 상하의 구분은 있지만, 이에 구애받지 않고 왕에게 비교적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하는 모습은 이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2. 세종이 어진 임금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는 관료들에게도 적용이 된다.
신하들의 크고 작은 부정과 허물을 일일이 단죄하지 않고, 덮어주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정승으로 알려진 황희부터, 망발의 정창손과 충격적인 인간 돼지 사건의 권채까지, 문제가 있는 인물들을 감싼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고 허물이 있어도, 국가 경영에 필요하다면 기용한다.
그랬기 때문에 세종대왕과 그의 치세와 업적이 존재할 수 있었던 걸까?
예상치 못했던 세종의 이런 모습이 내 가치관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도 같다.
(전체적으로) ‘세종‘이라는 인물뿐만 아니라, 그의 재위 기간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여러 인물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소설적&서사적 재미도 함께 누릴 수 있는 훌륭한 저서다.
자칫하면 억지스럽고 오그라들 수도 있는 1인칭 컨셉도 꽤 잘 살렸다.
(수양대군과 신숙주의 변명 또는 합당한 논리 역시 1인칭 시점에서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왕 중의 왕 세종을 알아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해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