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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 지워진 기억
파코 로카 지음, 성초림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22년 9월
평점 :
총평 : 치매 걸린 노인들의 서글픈 삶을 현실적이지만 아름답게 그려내다.
(재미-중상, 난도-하)
원제 ‘Arrugas‘를 그대로 번역했다.
스페인의 그래픽 노블 작가 ‘Paco Roca‘의 2007년 작품으로, 호평을 받으며 각종 상을 수상했다.
(2008년 바르셀로나 그래픽 노블상, 이탈리아 루카 그래픽 노블상, 일본 문화청 미디어 예술제 우수상)
2011년에 애니메이션으로 영화화됐다.
(줄거리) 과거 은행 지점장이던 ‘에밀리오‘.
은퇴한 지금은 치매 증상을 겪으면서 아들 부부에게 짐이 되고 있다.
아들 부부는 에밀리오를 요양원에 보내기로 하고, 에밀리오는 수많은 치매 노인들과 함께 요양원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에밀리오의 치매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고, 결국 알츠하이머를 진단받는다.
(현실적)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의 삶을 디테일하게 잘 그려낸다.
작가가 직접 요양원에 방문하여 듣고 본 경험을 이야기 속에 녹여냈다.
노인들은 먹고 자는 것 말고는 특별히 할 것이 없는, 듣기만 해도 무료한 일상을 그저 반복한다.
한때 세상의 중심이었던 사람들이, 지금은 요양원에서 과거의 기억 속에서 살아간다.
무료한 일상 속에서의 노인들의 비일상적인 행위는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우스꽝스러운 코미디지만, 조금만 생각해도 본인에게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치매 노인들은 과거의 기억 또는 환상 속을 살아간다.
이스탄불행 오리엔트 특급열차를 타고 있는 로사리오 여사, 군인이라고 믿고 있는 펠릭스, 화성인이 자기를 데려갈까 봐 무서워하는 카르멘시타 부인 등...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는 현실과 과거 또는 환상을 적절히 교차하면서 만화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먹고 자는 것 말고 별다른 일이 없는 노년의 일상 속에서,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젊었을 적의 기억을 순간순간 겹쳐지게 표현하는 방식은 실로 훌륭하다.
(기억) ‘기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도 때때로 추억을 떠올리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곤 하는데, 자극 없는 반복적인 일상을 살아가는 요양원의 노인들은 과거를 얼마나 더 자주 떠올리겠는가.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억과 추억, 그 기억과 추억을 잃어가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린 사람들은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전체적으로) 처음에는 만화 속에 묘사되는 치매 노인들의 이상한 행동을 흥미롭고 재밌게 바라봤다.
하지만 에밀리오 역시 알츠하이머를 진단받고,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 그리고 악화되는 상태에서는 나도 숙연해졌다.
한편 점잖은 에밀리오를 돕는 시니컬한 룸메이트 ‘미겔‘의 변화는 마음 따뜻한 반전이다.
노화와 치매라는 서글픈 현실을 아름답게 잘 표현한 걸작이다.
한번 읽고 덮기보다는, 작가의 치밀한 이야기 구성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재독하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