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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원주민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8년 5월
평점 :
총평 : 가난한 한국 서민의 살아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옴니버스 만화. 사실적인 경상도 사투리가 MSG 노릇을 톡톡히 한다.
(재미-중, 난도-하)
『송곳』을 그린 만화가 최규석의 2008년 작품.
자신의 기억을 더듬고 가족을 인터뷰해서 그린 자전적 옴니버스 만화.
한겨레 21 사이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상명대학교에서 만화학을 전공한 저자 ‘최규석‘은 지금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송곳』, 『지옥』, 『습지생태보고서』, 『사이시옷』 등이 있다.
어린 시절 한국전쟁을 경험한 아버지부터 1977년생 작가의 어린 시절까지, 한 가족(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6남매)의 단편적인 기억과 경험을 만화로 그려낸다.
가난함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하는 두 세대의 살아가는 모습을 짤막짤막하게 볼 수 있다.
옆집의 텔레비전을 훔쳐보는 이야기, 시계 없이 살아가는 모습, 공책을 아껴 쓰다가 혼나는 사연 등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대다수이다.
가족과의 대화와 자신의 기억에서 소재를 얻어내는 만큼, 현재의 시선에서 과거를 되돌아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전에는 미처 몰랐던, 아니 알았더라도 문제라고 인지하지 못했던 상황들을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딸들의 희생, 폭력적이고 제멋대로인 아버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어머니 등, 지금은 도저히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들...
만화에서의 묘사가 담담하고 간결해서, 독자에게 그 고통이 직접적으로 전해지지는 않는다.
그들은 기약 없이 반복되는 폭력과 고통의 삶을 어떻게 견딘 걸까.
이에 대한 대답은 책의 전반부에 저자가 직접 말해준다.
˝불행이란 놈은 친절하게도, 인간의 상식을 불행 수준으로 떨어뜨려, 불행을 있는 그대로 느끼지 않도록 배려해준다.˝
참으로 감탄스러운 이 문장은 저자가 비교적 가난했던 과거를 되돌아보며 깨달은 통찰을 보여준다.
과연, 비교 대상이 없는 우물 안 개구리는 자신의 처지가 객관적으로 어떠한지 알기 힘든 법이다.
한편으로는 세상이 그새 정말 많이 변했다는 생각도 든다.
소셜 미디어가 삶의 중심이 된 작금에는, 비교를 통해 불필요한 불행을 사서 고통받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지 않은가? (필자 포함)
- 엄마를 인터뷰하는 내내 나는 애가 달았다. 뭔가 극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엄마의 얘기들은 도통 시시한 것들뿐이었다. (87쪽)
작가의 말마따나, 이 만화는 역사의 소용돌이와 중심이 아닌, 변두리와 외곽에서 살아가는 서민의 삶을 대변한다.
그래서 이야기 자체가 극적이고 스펙터클하지는 않더라도, 솔직하고 소소하고 시시콜콜하고 현실적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순박해서, 뜻하지 않은 감동을 주기도 한다.
소소한 유머와 사실적인 경상도 사투리 역시 만화에 재미와 사실성과 가치를 더해준다.
(필자는 만화 속 사투리를 따라 읽어보기도 했는데, 참 맛깔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