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
소노 아야코 지음, 오경순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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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책 제목과 같은 저자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에세이 모음.
사회생활의 풍파에 자꾸 흔들린다면, 가벼운 일독을 권한다.
(유익-중, 난도-하)

작가 ‘소노 아야코‘는 소설 『멀리서 온 손님』으로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오르면서 등단했다. 다소 불우했던 유년 시절을 배경으로, 작가로서의 성공을 이어간다. 50대에 시력 상실의 위기를 겪었으나, 어려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한다. 지금까지 에세이를 중심으로 상당한 수의 저작을 발표했다.
책 제목은 원제 『いい人をやめると樂になる』를 거의 그대로 번역했다.

저자가 평소에 하던 생각과 마음가짐 등을 정제하여, 짧게 짧게 풀어쓴 에세이집이다.
제목과 같은 뉘앙스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끊임없이 노력해라‘, ‘특정 분야에서 유일 또는 최고가 되어라‘와 같은 책들(『세이노의 가르침』 등)과는 상반되는 가치관을 보여준다.
서문부터 저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가치관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기를 포기한 것은 훨씬 오래 전부터다. 이유는 단순하여 좋은 사람 노릇을 하다보면 쉬 피곤해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나쁜 사람이란 딱지가 붙으면 쉽게 바뀌지 않기에 안정적이다. 좋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면을 조금이라도 보이게 되면 바로 비판받고 평가가 뒤바뀌어 눈밖에 나기 때문에 참 딱한 노릇이다.
좋은 사람 노릇하기에 신물이 났거나, 그만 지쳐버린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작가가 누릴 수 있는 그야말로 최고의 행복일 테니까.

사회생활, 인간관계, 평판, 인정 욕구 등에 지쳐있거나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글 자체는 짧더라도, 생각의 전환 또는 인사이트를 충분히 끌어내줄 수 있다.
필자의 상황을 잠깐 이야기해 보자면, 필자는 이제 막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상황으로, 며칠 전에 이틀에 걸쳐 신입사원 교육을 받았다. 교육 진행 담당자와 입사 동기들의 의욕이 넘치는 분위기와 일명 ‘회사 뽕‘ 속에서 ‘나도 덩달아 잘 보여야 하나‘ 싶어서 다소 괴로워하며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남들의 페이스에 맞춰가기보다는 그저 나만의 스타일로 묵묵히 해나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우선은 냉정하게 생각한다>
세상은 결코 만만한 데가 아니라는 생각 덕분에, 나는 그보다도 훨씬 나은 세계를 맛보았다. 모든 것은 비교의 문제다. 내가 부정적이고 냉정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의 마음은 훨씬 따뜻했다. 거의 모든 사람에게 다채롭고도 놀랄 만한 재능이 잠재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항상 나쁜 일만 기대하면 결코 운명은 그렇게 되지 않음 또한 아이러니였다.
나쁜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인생은 의외로 좋은 일 천지다. 반면 사회라는 곳이 평화롭고 안전하고 바른 것이 정상이라 믿고 있으면 모든 것에 소홀하게 되고, 좋은 점은 당연하다고 생각해 감사의 마음조차 가지지 않게 되며, 나와 견해가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능력도 결여된다. 뿐만 아니라 조금만 어긋나도 금방 화를 내고 실망하게 된다.

특히, 필자와 같은 (슈퍼) 내향인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면서, ‘그래도 괜찮구나‘하는 생각을 들게 해준다.
세상과 사회와 인간에 대한 기대를 좀 더 내려놓고, 나 자신에게도 좀 더 관대해질 수 있다면, 여러 이야기 속에서 위안과 힘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이 책은 제 몫을 다한다고 봐도 될 것 같다.

후반부에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좀 더 많아지는, 가볍게 읽는 에세이집이다.
사회생활, 특히 인간관계에 힘이 들 때, 다시 읽어보고 싶은 글이 꽤 있다.
특정한 문제나 심리, 주제에 대해 세밀하게 파고들어 분석하는 내용은 없다.

올바르다고 생각되면 은밀히 해나간다. 인정받는 것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면,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으스댈 필요도 없다. 결국 인간 관계란 정석도 규칙도 없다. (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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