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품격 - 말과 사람과 품격에 대한 생각들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총평 : 말과 대화에 대한 가벼운 에세이로 접근하면, 실망하지 않고 나름대로 건져가는 게 있지 않을까?
(유익-중하, 난도-하)

베스트셀러 『언어의 온도』(2016)의 작가 ‘이기주‘의 에세이.
『언어의 온도』 바로 다음 작품이다.
그 외에 작가에 대한 정보는 딱히 없는 편이다.

말, 언어에 대한 작가의 고찰과 관찰을 각종 비유, 사례, 분석을 통해 펼쳐낸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이 책을 자기 계발, 화술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지만, 저자의 생각을 풀어내는 에세이로 보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4개의 사자성어를 중심으로, 사자성어마다 6개의 키워드를 소재로, 총 24개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이청득심, 과언무환, 언위심성, 대언담담)
언품言品, 즉 개개인이 사용하는 언어의 품격에 대한 이야기를 갖가지 수사와 함께 써 내려간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대화를 잘 하는 법의 전제를 알려준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사람은 홀로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다. 사람이라는 각기 다른 섬을 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말이라는 교각이다. 말 덕분에 우리는 외롭지 않다. (7쪽)

각각의 소제목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뒷받침하기 위해, 각종 도우미들이 등장한다.
고사성어를 인용하기도 하고, 한자를 분석하기도 한다. 말과 관련된 유명인의 사례와 저자 본인 또는 주변인의 경험을 언급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에 항상 귀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저자의 경험은,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독자 개개인의 경험을 상기하거나 만약의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사실 대부분의 챕터는 그냥저냥 읽었지만, 「둔감」 파트는 상당히 감명 깊게 읽었다.
날카로운 글과 말이 날아다니는 현시대에, 상처받기 쉬운 예민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이다.
타인의 말에 잘 휘둘리고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부분만이라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곰처럼 둔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본인이 어떤 일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지를 자각하고 적절히 둔감하게 대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둔감력은 무신경이 아닌 복원력에 가깝습니다.˝ (107쪽)

하지만 다른 내용들은 그다지 필자의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어찌 보면 화술에 관한 뻔하디 뻔한 내용을, 여러 가지 인용을 통해 조심스럽고 예쁘게 쓰려고 노력한 책으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각각의 이야기가 10쪽을 넘어가지 않고 내용이 얕은 편이지만, 그런 만큼 앉은 자리에서 2시간 만에 독파하거나 간간이 끊어 읽기에는 적합한 책이다.
중후해 보이는 제목과 표지와는 달리(?), 가벼운 책이니 맘 편하게 읽으면서 필요한 내용 하나라도 건져가면, 제 역할을 다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말에 비법은 없다. 평범한 방법만 존재할 뿐이다.
그저 소중한 사람과 나눈 대화를 차분히 복기復棋하고 자신의 말이 그려낸 궤적을 틈틈이 점검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법을 찾고 꾸준히 언품을 가다듬는 수밖에 없다.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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