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요 조선시대 앗, 이렇게 재미있는 사회.역사가! 117
남경태 지음, 김명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총평 : 조선 정치사의 핵심을 꿰뚫어 본 듯하다. 유머러스하고 우습지만, 결코 우습게 볼 책은 아니다.
(유익-중상, 난도-하)

‘앗! 시리즈‘ 117권.
『사랑해요 삼국시대』(60), 『고려가 고마워요』(62)에 이어 ‘앗! 시리즈‘ 3번째 한국사 서적이다.
글쓴이 ‘남경태‘는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이후, 사회과학 고전을 번역하다가 역사와 철학까지 분야를 넓혀 활동했다. (2014년 작고)

조선시대의 역사를 주로 정치적인 관점에서 재밌게 풀어쓴다. 조선사를 잘 모르더라도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굴러갔는지,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어떤 업적과 실책이 있었는지 등 간략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깊이가 얕은 것도 아니다. 저자의 주관이 포함된 문장 속에서 사실적인 통찰력을 느낄 수 있다. (토지제도에 대한 이야기, 조선의 실질적인 권력자, 명나라의 멸망으로 말미암은 조선의 변화와 한계 등)

여타 대중 역사 서적과 다른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저자의 문장이 상당히 시니컬하고 솔직하다. 비판적인 관점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세종대왕의 실책을 다섯 가지 꼽기도 한다.
불편함을 선사하는 이런 책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왜곡 없고 건설적인 역사 토론과 정반합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책의 출간 시기가 2009년임을 감안한다면, 용기 있는 표현임에는 틀림없다.
- 20년 전 역사학계에서 한 사람을 더 집어넣자는 의견이 나왔다가 격론이 벌어진 끝에 취소된 일이 있었는데, 그랬다면 ‘사찰신‘이 되었을 거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 여섯이냐 일곱이냐 하는 게 뭐 그리 중요할까? 정말 쓸데없는 문제로 쓸데없는 토론이나 벌이는 역사학계가 아닐 수 없다. (80쪽)
- 고종은 마누라가 하자는 대로 움직였던 줏대 없는 왕이었으니까. (194쪽)
- ?잠깐! 민비를 지금은 명성황후라고 부르지만 아무튼, 여기서는 민비로 부르기로 한다. (195쪽)

사대부의 정치, 즉 붕당정치를 상당히 비판적으로 서술하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약간 과장하자면, ‘사대부 때문에 조선이 망했다‘, ‘차라리 왕권이 강했더라면, 조선이 더 강대해지고 융성했을 거다‘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독재를 옹호하는 건 아니다. 박정희의 독재를 돌려서 까는 내용도 있다.)
필자는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거나 읽어보지 못해서 약간 혼란스럽긴 하지만,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는 생각도 든다.
- 사실 사대부가 보기에 조선의 왕이란 중국의 천자를 받드는 하나의 제후에 불과했으므로, 조선에서조차 절대 권력을 가진 지배자가 아니었다. (81쪽)
이렇게 해서 강력한 왕권 아래 나라가 운영되었더라면, 우리가 아는 것처럼 조선이 허약한 국가가 되지는 않았을 거다. (94쪽)
- 나라 안으로는 영조가 탕평책으로 왕권을 강화하여 연산군 이래 처음으로 조선은 ‘사대부 국가‘에서 ‘왕국‘이 되었다. 사실 이때 조선은 다시 건국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영조가 건국한 새 조선은 ‘2대 왕‘에게서 끝나고 만다. (159쪽)
- 역사에서는 이들을 ‘을사 5적‘이라고 부르지만, 어디 이 다섯 명뿐이겠는가? 이들은 수백 년 동안 나라를 망쳐온 조선의 사대부들을 대표하는 매국노에 불과하다. (202~203쪽)

인터뷰, 뉴스, 일기, 편지 등 다양한 방식으로, 500년 조선사의 핵심을 쉽고 재밌게 풀어냈다는 건 칭찬해 마지않을 일이다. 조선시대는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답답하고 안타깝고 아쉬움이 가득한데, 저자의 공감 어린 유머와 함께하면 그나마 좀 유쾌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런 만큼 두고두고 읽기 괜찮은 접근성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앗! 시리즈‘의 다른 서적들과 달리 그림/만화의 유머 타율은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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