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왕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앙투앙 오자남 지음, 박경은 그림, 김지현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총평 : 우중충하고 외로운 현실 속에서 상상 속 왕국을 만들어가는 노인.
그의 왕국이 주는 위로가 독자에게도 닿을까..?
(재미-중하, 난도-중하)

놀랍게도 한국인과 프랑스인의 합작 만화이다.
한국인 미술전공자 ‘박경은‘과 프랑스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트 디렉터 겸 시나리오 작가 ‘앙투안 오지남‘이 함께 만들었다. 박경은의 첫 책이기도 하다.
제목은 원제 『 LE ROI BANAL 』를 직역했다.

(줄거리) 노인 ‘미아오‘는 자신만의 왕국을 만든다. 그는 본인의 왕국이 실존하는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하고, 왕국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유엔으로 편지를 보낸다. 한편, 임신한 딸(플로랑스)와 우편 분류원 사위(질)의 사이는 좋지 않다. 장인의 편지를 발견한 질은 가정에 소홀해지고, 플로랑스는 질을 질책하고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스르륵 넘어가는 짧은 만화지만, 마냥 소화하기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필자는 초독 직후 결말이 아리송하여, 바로 다시 읽었다. 그림의 디테일에 집중하면서 재독하다가, 특정 부분을 오독했음을 알아챘다. (63, 76쪽)
만화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우중충한 편이지만, 급조한 듯한 극적인 결말에서 갑자기 쨍하고 밝아진다.

‘관계성‘에 초점을 맞추고 읽으면 좀 더 깊은 독서가 될 것이다. 책 속에서 노인의 외로움을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왕국 탄생 이전의 미아오는 분명 무료하고 외로운 일상을 보냈을 것이다.
주인공 미아오뿐만이 아니다. 임신한 플로랑스는 남편에게 의지하고 싶지만, 남편은 그녀의 기대를 충족해 줄 만한 위인이 아니다. 남편 질 역시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가고, 한편으로는 소설가로서의 성공을 꿈꾸지만 쉽지 않다. 우중충한 현실 속에서 인물들은 빛을 찾아 아등바등 거린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아오는 ‘왕국‘이라는 판타지를 현실에 대입하면서 부정적인 감정과 겨루고, 이는 훗날 타인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미아오의 현실 극복(겸 회피) 도구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지 않을까?

미아오의 ‘왕국‘은 정말 공감되는 소재이다.
상상으로의 대피. 상상을 창작하면서 느끼는 몰입과 즐거움.
나 역시 한때 나만의 왕국을 상상하고 꿈꿨고, 이를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이야기로 풀어가면서 즐겼었다. 그 당시의 고달픔과 외로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난다.

상상의 요소는 책 곳곳에 드러나는데, 극적인 결말을 제외하고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한참을 생각해도 결말이 아리송한 걸 보면, 급작스럽다는 나의 감각에 일리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마침표를 확실히 찍는 기분 좋은 마무리라서, 나름의 깔끔함과 상쾌함은 있다.

백범 김구를 닮은 프랑스 노인과 그의 가족의 일상에 대한 현실적인 만화. 짧고 어렵지 않아서 분석하면서 읽기에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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