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풍신수길 - 상
시바 료타로 지음, 권순만 옮김 / 에디터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총평 : 미천한 원숭이의 출세를 지켜보는 것이 이렇게나 명랑하고 재미있을 일인가?
시바의 글에는 캐릭터를 애정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재미-상, 난도-중)

원제 <신사태합기>.
태합, 즉 다이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인물 역사소설이다.
상권에서는, 히데요시의 어린 시절부터 오다 노부나가 휘하의 마쓰나가 히사히데가 난을 일으키기 전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제껏 히데요시가 오다 밑에서 성장하다가 혼노지의 변을 계기로 천하인이 되는 인물 정도로 간단하게 알고 있었는데, 이 소설을 통해 그의 인물 됨됨이와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참 재미있다.

작중에서 한동안 ‘원숭이‘로 불리는 히데요시는 참으로 매력적인 위인이다.
누가 봐도 못난 원숭이 외모를 천의 얼굴로 극복하여 오히려 매력으로 바꿔버리고, 인간의 속내와 성향을 파악하여 맞춤 대응하는 능력을 토대로 뛰어난 연기력과 교묘한 연출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휘잡아버린다. 게다가 천성적으로 밝고 명랑한 성격에 영리함과 예지력,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과 재미난 입담과 포기하거나 주눅 들지 않는 끈기까지, 실로 엄청난 실력자이다.
미천한 출신으로 일본 곳곳을 방랑하며 고생하다가 오와리로 돌아온 이후, 오다 노부나가의 눈에 띄어 성심성의껏 그를 모시며 출세 길을 달리게 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드라마틱 하다. 히데요시의 성격 자체가 밝다 보니, 이야기 자체도 명랑하고 재기 넘친다. 잡일을 맡아하는 심부름꾼에서 오다 오대장 중 한 명이 되어 맹활약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것이 여간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나라 훔친 이야기>의 사이토 도산의 입신양명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모시기 힘들기로 소문난 주인 ‘오다 노부나가‘의 밑에서도, 원숭이는 견디고 인내하며, ‘도구‘로서의 역할을 최고로 잘하며 출세한다. 다른 지역에서 온갖 멸시와 차별을 받으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던 시절과 오다 가문에서 누리는 풍족함과 권력을 생각하며, 노부나가의 변덕과 폭력을 참아낸다.
그렇게 인정받으며 입지를 쌓아오던 그에게도 부족한 것이 하나 있었으니, 타고난 신체적 조건으로 인해 이렇다 할 무공이 없다는 것. 하지만 이조차도 오다 군軍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자처하여 군의 후미를 맡아 적의 추격을 막아내며 위기를 이겨낸 것이다. (가네가사키 전투) 이를 기점으로 무사로도 인정을 확실히 받아내는 결단력과 용기까지 완벽하다.
능력과 인품으로 여러 불량배 집단의 대장 하치스카 고로쿠(마사카쓰), 미노의 전략가 다케나카 한베에 등 걸출한 인물들도 휘하에 두게 된다.
(이 정도 되면,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그의 호색한은 흠도 아니다.)

현시대에 태어났어도 출세 길을 마구마구 달릴 것 같은 명랑한 원숭이의 이야기를, 일본의 국민 작가 ‘시바 료타로‘ 특유의 달필로 읽으니 감칠맛이 난다. 시바 료타로의 다른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주요 등장인물에게 애정을 가지게 만드는 서사적 힘이 있다.
하권에서 히데요시가 우두머리가 되어 천하인을 차지하는 모습을 어서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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