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전승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총평 : 소설 자체도 훌륭하지만, 옮긴이의 해설을 통해 느끼는 바가 많다.

현재 나의 주변 인물 중에 업앤다운이 심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상대하고 지켜보면서, ‘지킬 앤 하이드‘를 종종 떠올리곤 했다. 그 생각이 내가 이 책을 다시 빌려보게 된 주요한 이유인 것 같다.

먼저 작가의 글 솜씨에 칭찬을 해주고 싶다. 간단하다고 볼 수 있는 구성을 훌륭한 플롯과 묘사로 더 짜임새 있게 만든다. 지킬 박사의 오랜 친구인 어터슨 변호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법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고 독자의 상상력과 추리력을 자극한다. 소설의 마지막 두 파트에서는 래년 박사와 지킬 박사의 편지로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데, 1800년대 중후반을 고려한다면 무척이나 기발하고 훌륭하다.

책을 읽으며 하이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봤다.
우리 속의 미스터 하이드는 ˝이중성˝,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보여줄 수 없는 이중성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평소의 나(지킬)을 벗어던지고 내가 하이드가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괜히 뜨끔하고 부끄러워진다. 쉽사리 밝힐 수 없는 욕망과 부도덕하거나 악한 모습(하이드)를 지킬의 모습으로 가리고 있는데, 언제까지 가능할까?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엄청 이중적인 악한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하이드처럼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냥 혼자...)

옮긴이의 해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지킬 = 백, 하이드 = 흑‘이라는 나의 막연했던 생각이 ‘지킬 = 회색, 하이드 = 흑‘으로 바뀌었다. (근래, 사람들은 모두 흑/백으로 나눌 수 없는 회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긴 했다.)
해설을 읽고 보니 과연 그렇다. 지킬은 하이드가 어린 소녀를 두들겨 팼을 때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하이드로서 저질렀던 일들에 대해 만족하기도 한다. 살인을 저지른 후에서야 하이드를 봉인하려고 했지만, 결국 욕망과 유혹에 굴복하여 하이드에게 정신과 육체의 주도권을 점점 빼앗기게 된다.
해설에서 옮긴이는 작중 화자인 어터슨에게도 비판의 화살을 돌리고 있는데, 과연 일리가 있다. (아래 사진 참고)
고귀하고 자기반성적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어터슨)에 대한 옮긴이의 비판에 다소 멍해졌지만, 이내 곧 수긍이 갔다.

소설에 대해 전문성 있는 해설을 읽으면서 한층 더 깊은 독서를 한 기분이다.
‘종종 등장하는 내 안의 하이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현재의 나(지킬)에 잘 융화해서 하이드가 혼자서 튀어나오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하이드를 갱생하면 제일 좋겠지만, 지금까지 해본 결과 무척 어렵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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