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칼 - 100년의 잔혹시대를 끝낸 도쿠가와 이에야스
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박선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총평 :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세세하게 알아보는 시간이 아깝지 않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생을 말하는 650쪽 짜리 평전.
강항의 간양록을 비롯한 각종 사료를 참고하여 이에야스에게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에야스는 ‘속이 시커먼 너구리 영감‘이 절대 아니며, 당시 이에야스만큼 성실하게 정도正道를 걷는 상식적인 인간은 없었다고 말한다. 이에야스에 대한 옹호적인 서술에 설득력이 있어서 어느 정도 수긍이 되지만, 조금은 과한 감이 없잖아 있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 같은 천재성과 인기는 없지만,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전진하는 이에야스의 농부 같은 성실함이 기억에 남는다. 이때까지 읽어왔던 전국시대 소설과는 달리, 권모술수에 능한 너구리 영감의 이미지도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세키가하라 전투야 그렇다 해도, 오사카 전투는 요도기미가 워낙 병크를 터뜨리니 도요토미 가문을 이에야스 막부 휘하의 일개 가문으로 존속시키려고 해도, 쉽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히데요시의 천하통일 이후, 히데요시의 명령으로 이제껏 지켜왔고 개발해왔던 영지를 버리고 당시에는 개발되지 않은 척박한 간토로 기꺼이, 그리고 매우 신속하게 이동했다는 사실은 감탄스러웠다. 이에야스의 큰 그릇과 범상치 않은 인내심을 볼 수 있는 순간이다. 그 척박지를 개발하여 현재의 일본의 수도 도쿄와 주변 일대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을 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작가 아들의 후기마따나, 이에야스와 같은 인물이 현대 사회에 나타난다면,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에야스 자체도 인기가 없었으니 만큼, 민주주의 사회인 현대 시대에는 이에야스 같은 인물이 한 나라 수장의 후보로 올라가는 것 자체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또라이 지도자들만 가득한 가운데, 이에야스와 같은 지극히 상식적인 인물이 하나 나타나준다면...

<도쿠가와 프로젝트>의 첫 책인만큼, 이에야스로부터 배울 점을 찾아보자면, 순간의 감정으로 사태를 판단하거나 선택하지 않고, 대개 중심을 지키며 조심스럽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 정도가 되겠다.
경제적으로 한탕을 노리다가 실패한 나에게 이에야스의 모습은 귀감이 된다. 미쓰나리에게 감정이입하여 이에야스를 싫어했던 어렸을 때와 다르게, 이제는 그에 대한 반감은 없다.

전문성이 강한 책이라서, 센고쿠 시대 혹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읽기 힘들 것이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나조차도 이에야스의 대외정책과 오사카 전투 부분에서 흐름을 살짝 놓쳤다.
나의 역량 부족으로 책 내용을 100퍼센트 흡수하지 못한 것 같아서, 이번 독서가 조금은 아쉽긴 하다.
(세키가하라 전투 이후 모리 가문과 시마즈 가문의 후처리와 오사카 전투 당시 오사카의 처참한 지도력 수준 등도 알 수 있었다. 센고쿠 시대 지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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