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 2
엔도 슈사쿠 지음, 조양욱 옮김 / 포북(for book)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스포 있습니다★★

타지에서의 날들은 고달프다. 유키나가와 기요마사 둘 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며, 히데요시의 정복욕을 실현하고 있다. 승승장구도 잠시, 명의 참전과 추운 날씨, 조선의 반격으로 일본군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다. 미쓰나리의 제안으로 유키나가는 히데요시의 죽음을 앞당길 계획을 세우게 되고, 본국으로 돌아와 아내 이토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유키나가가 명의 심유경과 강화회담을 통해 전쟁 소강상태를 지연하기 위해 애쓰는 한편, 기요마사는 유키나가에 꿍꿍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훼방을 놓는다.

소극적인 면종복배를 해오던 유키나가가 적극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생긴다. 오랜 친구 미쓰나리의 제안으로 약재상 출신인 유키나가가 히데요시의 죽음을 앞당기기로 한다. (시바 료타로의 <세키가하라 전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미쓰나리의 모습이다.)
유키나가는 본인의 외교 능력을 발휘하여 강화회담을 질질 끌면서 시간을 버는 한편, 아내 이토는 갖가지 방안을 강구하며 히데요시의 죽음을 기도한다. 미쓰나리 역시 히데요시에게 들어가는 정보를 선별하면서 유키나가를 돕는다.
원래는 유키나가 혼자서 히데요시의 죽음을 기도하려고 했지만, 아내 이토에게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자신감을 얻고 대담해진다. 이 모습을 보면서 부부에 대한 작은 이상형이 생겼달까.

˝서방님의 남자다움은 우콘 님의 남자다움과 형태가 다르옵니다. 서방님의 남자다움은 겉으로 본심을 드러내지 않사옵니다. 몸을 낮추면서도 마음으로는 결코 머리를 숙이지 않는다는 점이옵니다.˝
˝그것이 이날까지 나의 면종복배의 생존법이었다.˝
˝면종복배 또한 훌륭한 생존법이라고 이토는 믿사옵니다. 그렇게 믿지 않았더라면 서방님께 시집오지도 않았을 것이옵니다.˝ (81p)

결국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전쟁은 끝나고 일본군은 귀국한다. 전쟁의 참혹함과 인생의 무상함을 체험한 유키나가는 세상에 미련이 없어진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큰 빚을 지고 있던 친구 미쓰나리가 거병하면서 유키나가는 운명에 순응하면서 결국 세키가하라 전투에 참전하게 된다.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패하고 도망가다가 포기하고, 기리시탄이기 때문에 자결하지 않는 모습까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에는 딱히 생각해 보지 못했지만, 이번 독서를 통해 가토 기요마사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부하로써 기요마사는 너무도 탐나는 물건이다. 이렇게 충성스러울 수가 없다. 히데요시가 본인을 홀대해도 원망 없이 주인을 생각하며, 배반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다. 물론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동군에 서서 싸우면서 도요토미 가문의 멸망을 앞당겼지만, 미쓰나리와 유키나가와의 반목을 생각하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확실히 이에야스 님에게는 야망이 없다고 단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에야스보다 도요토미 가문으로서 당장 더 위태로운 내부의 적이 미쓰나리다. 그 사내가 만일 동군에 이긴다면 겉으로는 히데노리 님을 떠받들겠지만, 실권은 모조리 자신이 장악하고 천하의 최고 권력자로 행세할 것이 분명하다. 나는 동군에 가담하여 그 뒤 만약 이에야스가 전횡을 부린다면 후쿠시마 마사노리 등과 손잡고 히데노리 님을 지킬 것이다.˝

2권에서는 확실히 유키나가와 이토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다. 그의 고뇌와 변화를 따라가며 읽다 보면, 아이러니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이때까지 임진왜란을 바라보던 시점의 반대편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다. 애국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불쾌할까? 아니면 시야의 확장을 경험하게 될까? 유키나가에게 일말의 동정심을 느끼게 될까?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고니시 유키나가에게 점점 감정을 이입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조선 입장에서도 마냥 적국의 장수라고 증오하기 힘든 복잡한 인물이다. 고니시 유키나가가 일본으로 돌아온 후의 행보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얻고 싶다.
아쉬운 점이라면 일본 인명에 대한 오타가 좀 있다는 것과 세키가하라 전투에 대한 설명이 굉장히 스피디하다는 것이다. 나야 내 기억 속에 잠들어있던 세키가하라 전투의 흐름을 일깨우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지만, 일본 전국시대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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