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올라라 검 1
시바 료타로 지음, 이길진 옮김 / 창해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스포 있습니다★★

1800년대 중반에 활동했던 무사 조직 ‘신센구미(신선조)‘를 이야기하는 역사소설이다.
신센구미와 그 시대 일본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지만, 책을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만큼 시바 옹께서 흐름을 알기 쉽도록 설명해 준다.

1권에서는 ‘히지카타 도시조‘를 중심으로 한 시골 사나이 몇몇이, 부슈 시골에서 검술 도장을 운영하던 시절부터 교토에서 바쿠후를 지키는 신센구미를 결성하는 때까지를 이야기한다. (소설 초반부에서는 도시조를 중심으로 덴넨리신류의 일상과 히루마 도장과의 갈등을, 중반부부터는 신센구미의 탄생과 기반을 닦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정적인 판단을 내리는 냉철하고 용의주도한 히지카타 도시조,
도시조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사람 좋고 능력 있는 곤도 이사미,
도시조와 곤도에게 충성하는 출중한 솜씨의 호감형 오키타 소지.
서양인들에게서 말미암은 홍역과 콜레라로 곤도 검술 도장의 문을 닫은 덴넨리신류 8인은 ‘존왕양이‘를 외치는 로닌들과 함께 로시구미의 일원이 되었다가, 곧 유명한 로닌 ‘세리자와 가모‘의 세력과 함께 바쿠후의 편에서 ‘신센구미‘를 결성하면서 일순간 이름을 드높이게 된다. 게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세리자와의 신토무넨류파 마저 제거하면서 부슈 일행은 신센구미를 손에 넣게 된다.

7할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히지타카 도시조와 도시조의 뛰어난 제안과 판단을 완전히 수용하고 실천하는 곤도 이사미, 그리고 감초 같은 역할의 오키타 소지의 활약을 담담하고 절제력 있게 표현하는 글을 읽노라면, 마치 눈으로 땅콩을 씹는 듯한 기분이 든다. 땅콩을 한 알 한 알 담백하게 씹는 듯, 눈으로 읽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이 참 맛있다. 괜히 일본의 대작가가 아니다.
하지만 여성 독자의 경우에는 다소 꺼려질지도 모르겠다. 가감 없이 표현되는 시대적 상황과 남성 중심적인 입장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소설 속 여성들은 대부분 피동적인 엑스트라들이다. 그뿐 아니라 소설 초반부에 나오는 난잡한 제례행사 부분과 ‘요바이‘ 부분을 읽을 때는 헛웃음이 나왔다.

당시 일본에서 ‘양이‘를 외치던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난데없이 나타나서 기존의 질서를 헤치고 전염병마저 퍼뜨리는 강력한 외부인들에 대한 반감을 현대로 치환하자면, 외계인의 출현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어쩌면 멀리 갈 것도 없이 독실한 이슬람교도들이 대거 입국하는 상황에 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신센구미가 무사 조직인 만큼 소규모 칼싸움이 많이 벌어진다. 신센구미를 결성하기 전에 각종 검술 도장들끼리 대련하거나 심하게는 싸우는 모습을 보노라면 은근 웃음이 난다. 현재로 따지자면 상가에 있는 각종 태권도, 검도, 유도 도장들이 고유의 무도법으로 서로 겨루는 모습이 아닌가.

신센구미에 대해 잘 모르는 나로서는 2권이 참 기대된다. 히지카타 도시조가 신센구미를 어떻게 좀 더 단단하고 응집력 있는 단체로 만들지, 신센구미가 어떤 일들을 벌일지, 도시조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시리치 겐노스케와의 대결은 어떻게 될지...
혼란스러운 시기의 역사를 소설화하다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아 물론, 내 인생은 좀 재미없어 보이더라도 평화롭고 평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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