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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럴드의 게임 2
스티븐 킹 / 잎새 / 1996년 3월
평점 :
절판
★★스포 있습니다★★
제시는 내면의 목소리들에 따라 수갑에서 풀려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지만 실패한다.
다시 밤이 되어 정체불명의 그 인물이 나타나기 전에, 제시는 과거 일식 전에 아버지가 했던 말에서 힌트를 얻는다. - 유리에 손을 베지 않도록 해.
결국 피를 윤활유 삼아 수갑에서 풀려난 제시는 우여곡절 끝에 카시와카막 호수의 여름 별장 탈출에 성공하는데...
1권과 마찬가지로 제시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가 흘러간다.
제시는 별장에서 벗어나 차를 몰고 가다가 우주의 카우보이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나무를 들이받고 정신을 잃고, 친구 루스에게 편지를 쓰면서 그간 있었던 일을 언급한다.
수갑에서 풀려나기 위해 제시가 물잔을 깨뜨려서 오른쪽 손목에 상처를 내고 살점 일부를 도려내는 장면은 끔찍했다. 책을 다 읽은 후 기록을 위해 다시 펼쳐보았는데, 어우... 묘사가 끔찍하고 생생해서 다시 읽고 싶지 않았다.
공포스럽거나 극단적인 순간에 킹의 글 솜씨로 몰입도가 상승하지만.. 이번 건 내가 지금까지 읽은 킹의 묘사 중에 제일 끔찍했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장광설을 늘어놓아 사건이 더디게 진행된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 덕분에 제시의 내면 묘사는 생동감을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오른손이 드디어 자유를 되찾게 되었을 때와 화장실로 기어들어가 수돗물을 마시는 순간의 환희의 묘사가 기억에 남는다.
환상의 존재인지 실재의 인물인지 긴가민가했던 어둠 속의 그 인물은 책 말미에 ‘레이몬드 앤드류 주버트‘라는 선단 비대증 환자이자 사체 모독범으로 밝혀진다. 실제로 첫날밤 어둠 속에서 제시를 바라보며 가방 속의 보석과 뼈들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움직이는 차 뒷좌석에 갑자기 나타난 주버트가 제시 내면의 목소리들의 이름을 읊은 걸 보면, 주버트가 어느새 제시의 환상 속에서 악몽으로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즉 제시에게는 실제와 환상이 뒤섞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탈출에 성공한 후 제시는 제럴드의 동료였던 브랜든을 통해, 7년 동안 시골 공동묘지의 온갖 시체를 유린하던 주버트가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에게 당했던 성폭행의 기억이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게 만들었던 것과는 다르게, 환상 속의 주버트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을 막기 위해, 브랜든에게 부탁하여 주버트가 재판받는 날에 법정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주버트가 실제 인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름대로의 행동(주버트에게 침 뱉기)를 통해, 또 자신의 이야기를 편지에 다 쓴 이후에 ‘이제 괜찮아질 거라고‘ 하고 잠들며 소설이 끝난다.
책을 다 덮은 후에는 결말이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련의 28시간‘에서 2개월 점프한 후반부도 괜찮았는데, 결말은 좀 애매모호하게 느껴진다. 기대했던, 과거 아버지와 있었던 일의 매듭은 유야무야 흘러가버렸고, 주버트의 존재 역시 조금은 생뚱맞다. 많은 내면 묘사를 해오며 이야기를 끌어가던 것에 비해, 주버트에 대한 이야기는 그저 역겨움과 공포를 조장하는 느낌만 들었다.
그래도 나름 흥미롭게 읽었다. 상황 설정의 아이디어와 제한당한 육체적 자유 속에서의 현실감 넘치는 묘사를 칭찬하고 싶다.
<돌로레스 클레이본>과 연관이 있다고 해서 읽기로 선택했지만, 일식을 제외하면 딱히 연관성은 없었다. 개기일식 때, 돌로레스는 성폭행 당한 딸을 위해 결단을 행동으로 옮겼고 제시는 가장 믿던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소재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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