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럴드의 게임 1
스티븐 킹 지음 / 잎새 / 1996년 3월
평점 :
절판


★★스포 있습니다★★

<돌로레스 클레이본>과 연관이 있는 작품이라고 해서 선택했다.

인적이 드문 별장에서 ‘제시 마후트 벌링게임(39)‘은 변호사 남편 제럴드의 요구에 따라 침대의 기둥에 양손이 수갑으로 묶여있다. 제시는 정상적인 섹스를 말하지만, 제럴드는 그녀의 요구를 거부한다. 순간 열이 받은 제시는 남편 제럴드를 발로 차는데, 그만... 심장이 좋지 않은 제럴드가 죽어버리고 만다.
제시의 양손이 꼼짝 못 하는 상태에서, 열쇠는 저 멀리 떨어져 있고 주변에 사람은 없는데... 과연 제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기가 막히는 상황 설정과 이를 실감 나게 묘사하는 킹의 필력이 대단하다.
수갑에서 풀려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한편, 해는 지고 버려진 개 한 마리는 집으로 들어오고...
손을 맘대로 쓸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제시의 내면에는 여러 가지의 목소리들이 토론하고 조언한다. 현모양처의 목소리, 괴짜 친구였던 루스 니어리의 목소리, 제시 본인의 목소리, UFO 목소리 등 각각의 개성 있는 목소리들이 상황을 이끌어나간다.

현재의 속박된 상황 이야기와 제시가 잠이 들거나 기절한 후에 제시의 과거의 이야기가 번갈아 서술된다.
1963년 개기일식의 순간, 가깝고 친밀했던 아버지 톰이 11살인 제시를 상대로 직접적으로 본인의 욕구를 풀었던 일을 중심으로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화가 소개된다.
믿고 따르던 아버지에게서 성폭력을 당한 11살 소녀의 심정이 잘 나타난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아버지의 이상한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하다가, 결국 공포와 혼란을 느끼는 제시를 보면서 심정이 참 복잡했다.
책 말미 소개되는 이 이야기를 통해, 2년 후 남동생 윌의 생일에 윌이 제시의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을 때, 제시가 그토록 광분하며 냅다 주먹을 날렸던 까닭을 이해할 수 있었다.

떠돌이 개가 시체가 된 제럴드를 먹는 묘사는 (조금) 끔찍했고, 어둠 속에서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잠깐 졸다가 일어난 제시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상황은 꽤 오싹했다. (이 인물의 존재가 무엇인지는 2권에서 더 자세히 다루어질 것 같다.)
제시가 물을 마시기 위해 머리맡에 있는 선반을 움직이는 묘사는 번역 탓인지 내가 이해를 못 했던 탓인지 좀 답답했다.

제시가 침대 기둥에 양손이 묶여있는 현재의 상황과 과거의 악몽 같은 기억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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