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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와 진짜 - 김승옥 초단편 소설집
김승옥 지음 / 보랏빛소 / 2018년 7월
평점 :
김승옥 작가의 소설을 읽어보려고 고민하던 중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약 200페이지에 걸쳐 총 22편의 단편이 소개된다.
엄청 짧은 초단편이다. 10쪽이 넘어가는 소설이 단 4편일 정도로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대부분 서정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다. 모두 단편이 슬프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잔잔하다.
문장 자체가 간결하여 잘 읽히는 편이다.
순수한 느낌이 드는 대화체에서 작가의 선함이 느껴진다.
22개의 단편들 중에서 가장 좋았던 2개의 단편을 소개해본다.
<김수만 씨가 패가망신한 내력>
과거 과부였던 어머니 생각에 과부를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김수만 씨.
결혼 전에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지금은 결혼한 상황인 김수만 씨는 이번에도 지하철에서 한 과부를 도와주다가 불륜을 저지르고 이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과부는 도망가 버리고... 김수만 씨의 대답은 아래와 같다. ㅋㅋㅋ
(소소하게 유쾌한 단편이다. 과부와의 불륜으로 자신의 아내를 거의 과부(?)로 만들어버린..ㅋㅋㅋ)
<움마 이야기>
소 움마가 태어날 때부터 죽는 순간까지의 이야기이다.
송아지 시절의 즐거움부터 어미소가 자신을 구하려다가 죽는 순간, 코뚜레를 하고 일을 하고 이웃집 암소인 점백이와 낳은 송아지들, 그리고 도축장으로 끌려가 고통받고 죽는 순간까지...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어쩌면 인간의 생애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습니다‘ 체로 더 서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괜히 소를 비롯한 가축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서정적인 작품을 꼽아보자면 이렇다.
<크리스마스 선물> 남편을 잃고 작은 집에서 아이들과 살아가는 정애. 크리스마스 날 갑자기 남편의 편지가 나타난다. ˝천계에서 지켜볼게.˝
<수술> 임신한 두 시골처녀는 낙태하기 위해 새벽부터 이동한다. 도회지에서 왔던 사람들을 추억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멀리 있는 병원으로 향하는 둘.
<삶을 즐기는 마음> 규식은 셋방에서 아내와 함께 산다. 어느 날 ‘독탕‘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가족과 함께 목욕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아내를 불러 독탕으로 간다.
<꼬마비누 매끌이> 비누공장에서 탄생한 매끌이는 목욕탕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비누인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되는데...
이 한 권으로 김승옥이라는 대작가를 알 수는 없겠지만, 그의 서정적인 문체와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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