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래 365
이시은 지음 / 북인 / 2020년 10월
평점 :
★★스포 있습니다★★
아름다운 표지에 꿈벅 속아버렸다. 책 표지의 느낌과는 다른 8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단편들 모두 분위기가 낮다. 서술이 담담하면서 관조적인 편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차분함을 가지고 각각의 단편들에 몰입할 수 있었다.
게다가 8개의 작품 중 4개의 직접적인 배경이 교도소이며, 나머지 네 단편들의 화자도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있다.
단편들 대부분 꽤 잘 썼다. 등장하는 소재를 통한 비유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단편을 하나씩 음미하면서 읽었는데, 내가 캐치하지 못한 부분들을 ‘해설‘에서 기가 막히게 집어준다.
‘김나정‘ 소설가의 해설이 이 단편집의 가치를 높여준다.
단편들 중에서 <달팽이 행로>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표제작보다도 좋다. 이 작품은 읽으면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와 황석기 사이의 감정선과 달팽이에 대한 비유에 대한 분위기가 책을 읽던 나를 압도하는듯했다.
책 표지에 ‘검은 매니큐어를 칠한 손톱을 더듬이로 하고 있는 달팽이‘가 있는지 납득할 수 있었다. (어쩌면 표지 일러스트레이터도 이 작품이 제일 좋았던 게 아닐까 ㅋㅋㅋ)
- 줄거리 : ‘나‘는 경계선 성격장애를 가진 ‘황석기‘와 군대 인연으로 만나 서로를 탐하던 사이였다. 전역 후 불행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가, 황석기와 다시 만나게 되고 둘은 코카인으로 시간을 허비한다. 갑작스러운 형의 사고사를 계기로 나는 황석기와의 인연을 매몰차게 끊고 교정 공무원이 된다. 황석기는 나와 헤어진 후, 까만 매니큐어를 칠한 남자 여섯을 살해하고 사형수가 된다. 황석기를 잊고 지내던 ‘나‘는 사형집행이 재시행되면서, 황석기와 다시 만나게 된다. 어쩌다 보니 황석기 사형집행에 직접 관여하게 되기까지 하는데...
나머지 각각의 단편에 대해 짤막짤막하게 이야기하며 리뷰를 마치겠다.
<도어> 여자 교도소에서 사동 청소부인 ‘산들‘의 이야기. 5를 둘러업고 복도에 서있는 마지막 장면이 기억에 남음. 작품 자체는 약간 애매하다고 느낌.
<담배꽃> 4살 아들을 잃고 고향으로 귀농한 ‘나‘와 아내. 자연물에 빗대어 아내의 이상 증세를 함께 극복하는 느낌이다.
<고래 365> 現 교도소 조리장인 ‘나‘. 아내가 나를 징역 살도록 만듦(쓰레기만두 사건).
어릴 적 꿈이지만 지금은 금지된 고래잡이, 무정자증, 그리고 무허가 타투로 징역살이하는 365가 해주는 문신.
안타까운 주인공. 고래에서 시작하고 고래로 끝나는 이야기.
<손> 장의사인 ‘나‘는 아내의 몸을 손으로 만지면서 염습과 입관에 능해지지만, 아내와는 멀어진다. 결국 아내는 집을 나가고 나의 경력은 곤두박질치는데.. 손의 감각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데, 아내가 시신이 되어 돌아온다.
<층> 여자 교도소에서 일하는 진 주임과 새로 부임한 팀장, 그리고 ‘조진자‘라는 죄수의 귀휴 문제.
<노마드 애인> 교정 공무원으로 일하는 장 주사는 재와 찝찝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노마드(유목민)과 정착민에 대한 비유가 마음에 드는 작품.
<사이프러스의 긴 팔> 제일 이해 안 되는 주인공. 왜 모르는 여자를 집에 데리고 오고.. 그 여자한테 고소당하고.. 반박도 안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