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스호퍼 - 개정판 킬러 시리즈 1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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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습니다★★

올해의 독서 계획을 세울 때 따로 분류했던 ‘이사카 코타로‘의 <킬러 시리즈> 읽기의 첫 번째 책이다.

‘스즈키‘는 <프로이라인>(영애)라는 비합법적인 일을 하는 회사의 사장 ‘데라하라‘의 아들이 자신의 아내를 차로 치어 죽인 것에 복수하기 위해 중학교 수학 교사 직을 버리고 이 회사의 계약 직원이 된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복수하기 전에 데라하라의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는데, 현장에 있던 스즈키는 누군가가 데라하라의 아들을 횡단보도에서 떠미는 것을 보고 그를 추적한다.
고래는 거대한 덩치의 자살 유도 킬러이다. 종종 자신이 죽도록 만든 자들의 망령을 보며 고통스러워하는데, ‘다나카‘라는 노숙자가 그를 보며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청산하는 것이라는 조언을 해주고 고래는 그 말을 따르기로 한다. 본인이 유일하게 실패했던 작업을 성공시켰던 ‘푸시맨‘을 죽이기로 마음먹는데, 때마침 데라하라가 밀치기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매미는 동업자이자 매니저 역할을 하는 ‘이와니시‘의 정보에 근거해 일을 하는 칼잡이이다. 평소 이와니시가 고까웠던 매미는 아들의 죽음으로 분노한 데라하라가 푸시맨의 행방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홀로 일을 성공하여 이와니시로부터 독립하고자 한다.

스즈키는 푸시맨의 근거지를 찾아내지만 회사에 알리지 않고 밀당을 한다. 다음 날 푸시맨의 집으로 간 스즈키는 그에게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고민에 빠진다.
한편 새로운 시작을 원하는 고래와 한탕 해보려는 매미는 마치 벌레가 꼬이듯이 데라하라 아들의 죽음과 범인 푸시맨의 근거지를 알고 있는 스즈키를 향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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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고래, 매미의 시점이 번갈아가며 서술되는데 나쁘지 않다.
세 인물의 시점이 각각 다른 분위기를 띄는 게 매력 있다. 개인적으로는 죽은 아내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스즈키 관점의 이야기가 제일 좋다. ˝하는 수밖에 없잖아˝라며 아내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는 모습이 기억난다.

고래는 약간 초능력자의 포지션에 있다. 자신이 죽인 망령들이 결정적인 힌트를 주기도 하고, 타인에게 자살을 유도하는 정신적인 힘이 있다. 처음에는 이것이 단지 고래의 망상인 줄로만 알았는데, 후반부에 실제화되며 판타지적인 요소로 느낄 수 있었다.
만화책 <왈츠>의 주인공 매미(세미)와 이와니시의 이미지와 비슷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딱히 연상되지는 않았다. 이 책에서 매미는 좀 더 장난스러우며 말이 많고, 이와니시는 덜 강한 느낌이다. <왈츠>에서의 이와니시는 거의 뭐...

작중 인물들의 말을 빌려 정치를 비판하는 내용이 있다.
이렇게까지 일본의 전반적인 정치를 비판하는 코타로의 책은 처음인 것 같아 새로웠다.
(<마왕>에서도 정치에 관한 이야기가 있지만, <그래스호퍼>처럼 직접적이지는 않았다.)

인간을 곤충에 비유하는 내용에는 어느 정도 동감할 수 있었다.
필요 이상으로 밀집하여 부대끼며 사는 인간들이 어떻게 정상적으로 살 수 있을까.
특히 한국의 경우 생활면적에 비해 인구가 너무 많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100퍼센트 맞는 말은 아니지만, 곰곰이 생각해볼 만하다.

킬러들의 이야기치곤 스릴감이 없다. 마일드한 것은 둘째치고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킬러들의 대결에서도 긴박함이 없다. 내가 이전에 구판을 읽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고래와 (킬러가 아닌) 이와니시의 대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야기의 구성 자체나 반전 요소는 괜찮았다. 특히 막판에 사장 데라하라가 갑자기 제3자에 의해 죽었다는 소식은 힘이 빠지긴 했지만 범인의 정체는 감탄을 자아냈다.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곤충이군..!)
전반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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