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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 - Yes Ma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짐캐리의 발견.
어릴 적 마스크를 통해 처음 본 짐캐리라는 배우는 기이하다 못해 괴기스럽기 까지 했다.
분명 마스크는 코메디 영화이지만 초록색 마스크로 안면근육이 찢어져라 웃어대는 짐캐리의 얼굴은 아직 어린 내게 재미 보다는 공포로 느껴졌으니까..
98년 트루먼쇼를 봤을 때 망치로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트루먼쇼는 서른살이 될 때 까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 한 청년이 사실은 자신의 일생이 TV 프로그램에서 100% 짜여진 조작된 현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이를 벗어나 진짜 현실 세계를 맞딱들이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그린 드라마다.
극본도 연출도 너무 훌륭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주인공 역할의 짐캐리가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희극배우'로서가 아닌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로서 자리매김을 한 작품이었다.
소름끼치도록 잔인한, 그리고 있을 법한 현실에 적잖이 충격을 받고 영화를 본 뒤 며칠 간은 어딘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TV카메라가 날 찍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었다.
10년만의 재회.
짐캐리는 98년 '트루먼쇼'로 골든그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로부터 10년. 영화 제작에도 참여한 짐캐리는 '예스맨'을 내놓는다.
개인적으로는 10년만에 영화관에서 만나는 짐캐리를 약간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찾았는데 이제는 중년이 되어버린 짐캐리가 약간은 쓸쓸해 보기이도 했다.
식상한 시나리오. 그리고 헛점.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짐캐리가 97년도에 주연한 영화 '라이어 라이어' 와 비슷한 구도를 띄고 있겠거니 생각했기 때문이다.
개과천선을 교훈으로 삼는 영화들은 시나리오가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망가진 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인해 삶의 변화를 겪게 되고 주인공은 변화를 잘 견뎌내지 못하는 투로 불만을 토로하지만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변화된 삶에서 만족을 느낄 때 쯤 어디선가 위기 상황이 닥쳐오고 이를 헤쳐나가면서 변해버린 삶을 더욱더 갈망하고 그를 쟁취하면서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짝짝짝 마무리 되는 그런 스토리.
여기서 작가는 주인공의 삶을 변화시키는 '어떠한 계기' 와 주인공을 괴롭히는 '어떠한 위기상황'을 잘 만들어서 버무려 주기만 하면 오케이다.
더군다나 몸개그 표정연기의 달인 짐캐리를 주연으로 썼다? 망해도 본전치기는 따놓은 당상.
영화 '예스맨'에서의 '어떠한 계기'와 '어떠한 위기상황'은 어땠을까.
실망스러웠다.
평론가나 주변의 평가가 다소 김빠지는 이유는 바로 식상한 시나리오와 우연의 남발 때문일 것이다.
'예스맨'부류의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안그래도 어차피 '끝이 뻔한' 결말을 예상하고 있는데
거기다 풍선에 바람 빠지듯 시시하게 흘러가는 요소 요소들이 실망스러운 것이 당연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Yes 하는 까닭.
그럼에도 불구하고 (2번 강조) 이 영화는 예스 다.
1. 참을 수 없는 당신, 짐캐리
짐 캐리는 여전하다. 여전히 너무 웃기다.
아무리 시나리오가 후졌어도 영화에서 짐캐리는 자신의 에너지를 스크린에 무한발산하고 있다.
이제는 중년이 된 그가 몸개그를 하면 얼마나 할 것이고 웃겨봐야 얼마나 웃길 것인가 라고 생각한다면 오산.
특히 영화 속 짐캐리가 직장상사와 데스크 앞에서 몸개그 배틀(?) 뜨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웃음보가 터진다. ㅋ
영화를 끌어나가고 긍정의 에너지를 되찾게 해 주는 메인 요소는 짐캐리이고 그가 있기 때문에 '예스맨'이 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 주이 디샤넬의 재발견.
미국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어라? 어디선가 많이 본 얼굴인데.? 라고 할 법한 얼굴.
'예스맨'에서는 때론 락가수로 때론 사진작가로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는 앨리슨으로 짐캐리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역할을 맡았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독특한 성격으로 둘의 만남이 이어져 갈 수록 흥미진진한 일들이 계속된다.
어딘가 나사가 하나 풀린듯 한 몽환적인 매력을 가진 그녀는 그간 다른 영화에서도 독특한 캐릭터들을 많이 맡아왔다.
미국드라마 '위즈(Weeds)'에서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히피 역할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에서는 은하수 외계인 역할 이었나 ?
짐캐리의 이전 영화 '미,마이셀프 앤 아이린'에서 르네젤위거를 연상케 하기도 하고..
연기자 최강희를 떠올리게도 하는 초동안 페이스에 맹한 말투..
옆에서 영화를 함께 보던 남동생이 연신 '귀엽다, 예쁘다'를 중얼거리게 만들었던 그녀.
여자인 내가 봐도 저런 여자가 뭔가 요구한다면 무조건 '예스'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선택한 올해의 첫 영화 '예스맨'
'긍정'을 믿고 활기찬 웃음으로 한 해를 열기에 좋은 영화였다.
아저씨가 되어버린 짐캐리의 얼굴이 약간 쓸쓸하기는 했지만 말이다ㅠ
- 기억에 남는 앨리슨의 대사..
세상은 정말 큰 놀이터인데,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것을 점점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 음악..
영화 속 흘러나오는 리듬이 꽤나 마음에 들었었는데 알고보니 그룹 Eels가 영화음악을 맡았다.
아직 ost 발매가 안됀 터라 몇 곡 밖에 들을 수 없지만 Eels는 언제 들어도 정말 한결같이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