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 The Taste of Other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0년 전 영화를 극장에서 본다는 건 그렇게 흔한 기회는 아니다.
10년 전 나는 열일곱. 생일이 빨랐으니 고등학교 2학년 이었다. 타인의 취향에 관심이 없는 것 뿐만 아니라 내 취향이 뭔지도 몰랐던 시절.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건지.. 10년 후 내 모습을 그려보면 내 미래는 무딘 칼 처럼 흐릿하기 짝이 없었다.





10년 후.
느닷없이 시네큐브에서 재상영을 한다고 하는 '타인의 취향'
여전히 나는 아직 내 취향이 뭔지도 확실히 모르겠고, 10년 후를 생각하면 전보다 더 캄캄해질 뿐이다.
다만 10년 전에 비해 조금 더 신경이 날카롭고 까다로워 졌을 뿐…
위드블로그에서 주최하는 블로거 영화시사회가 당첨이 되어 기쁜 마음도 잠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사회 상영관이 위치한 이대입구역까지 가는 동안 그렇게 .. 잠시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그때보다는 약간 더 무거워진 몸뚱이와 어두워진 얼굴색을 향한 채 그렇게 영화관으로 향했다.

타인의 취향..
제목부터 시적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10년 전부터 타인의 취향 이라는 말은 어쩐지 고상하면서 세련되고 약간 무심한듯 하게 느껴졌다.
프랑스 영화는 참 오랜만이다. 가장 최근에 본 프랑스 영화가 뭐였더라..
가장 기억에 남는 프랑스영화는 '아멜리에'다. '아멜리에' 개봉당시 소녀들 사이에 한참 '아멜리에'붐이 불 정도 였는데.. 요즘도 가끔 ost 를 틀어놓고 아멜리에스러운 몽상을 즐기곤 한다.
고등학교 제2외국어였던 불어는 항상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배웠던 대부분의 단어는 이미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지만 쥬뗌,쥬마뻴,봉쥬르를 제외한 단어 가운데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단어는 '똥~쀜흐~'다.
무슨 뜻인지 언제 쯤 배웠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발음만은 정확하게 기억한다.
3년을 배운 불어인데 기억에 남는 단어는 고작 하나 '똥~쀜흐~'라니.. 그나마 뜻도 모르고..
다시 영화 이야기로 넘어가서~..






영화는 참 좋았다.

내용은 간단하다. 각각 취향이 다른 세 남녀가 어느 날 갑자기 일상 속에 불어온 봄바람 같은 설레임을 느끼며 아주 작은 계기로 약간씩 변화를 갖게 된다.
이사람 저사람과 인간관계를 갖게 되며 느끼게 되는 취향의 차이. 사랑을 통해 서로 다름을 이해하게 되는 사람들. 그런 이야기 이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10년 전 이 영화를 놓친게 아쉬워 이번 재개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이라면 슬쩍 스킵해 주시길..


첫 장면은 아무 특징 없는 지루한 일상의 대화로 시작한다.
등장인물들의 성향과 취향을 일상적인 면모로 보여주며 각 각을 소개하는데 첫 장면에서 보여준 등장인물들의 성향이 영화 끝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





간단한 등장인물 소개 ~


항상 '배고파'라는 말은 입에 달고 사는 슈가홀릭 귀여운 중년의 콧수염 아저씨 까스텔라,
온 집안을 온통 핑크 꽃무늬로 도배질을 해놓고 사람보다 동물이 더 좋다고 하는 그의 아내
아내는 항상 까스텔라에게 잔소리와 불만을 늘어놓을 뿐. 그의 인생에서 그의 취향은 기본적인 욕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었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남편이지만 집에서는 아내에게 시달리랴, 회사에서는 고문변호사(?)에게 시달리랴, 자동차 창문 1센티미터 만킁의 여유조차 그에게 찾아볼 수 없다.


무시무시한 핑크꽃무늬로 온 집안을 도배해 놓은 아줌마.




그런 그에게 어느날 우연히 다가온 사랑. 클라라
40살의 연극배우인 그녀는 꿈을 향해 연애도 뒷전이지만 처음 연극을 시작하던 20대 때 보다 오히려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 .
부업으로 영어회화 과외를 통해 콧수염 아저씨 까스텔라를 만나게 되지만 예술 따위에 흥미도 없고 땅딸보에 콧수염까지 기른 그가 못마땅 하기만 하다.
클라라아주머님. 디폴트는 항상 무서운 표정.




까스텔라의 아내 발레리의 운전기사 브루노와 가스텔라 개인 보디가드 프랑크.
브루노는 뭐랄까 캐릭터가 좀 무디다고 해야하나.. 그런 성격인데 무디면서도 외골수 적이기도 하고 전형적인 요즘 남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반면 프랑크는 약간 마초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인데 전직 형사로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정치인을 잡아넣으려다 썩어빠진 법제도에 이력이 나버려 경찰생활을 청산하고 보디가드를 한다.
염세적이고 마초적인 인물.








그리고 영화 속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마니.
자유스러운 성격으로 바에서 웨이트리스를 하고, 집에서 몰래 마리화나를 판매하기도 한다.
브루노와 10년 전 하룻밤을 보낸 사이인데 프랑크와 애인 비슷한 사이가 된다.
나중에 찾아보니 마니 역할을 맡은 이 배우의 이름이 '아녜스 자우이'였다. 이 영화의 감독이었다.




영화에서는 서로의 취향 때문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들이 보여진다.
인테리어를 위한 벽지선택에 있어서 취향의 차이, 그리고 갈등
연극을 보면서, 혹은 뛰노는 동물들을 보면서.. 그림을 보면서 그 안에서 느끼는 서로의 취향과 가치관의 차이들..
그렇게 사람들은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고 관계를 이뤄감에 있어 그 차이로 인한 갈등을 겪게 된다.

스토리는 비교적 단조롭게 진행 되는데 영화 속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콧수염 아저씨 가스텔라가 클라라의 친구인 어느 화가의 전시회에 갔던 장면이다.

전시회에 있던 다른 숱한 사람들은 친구의 그림 따위 안중에도 없이 Free 샴페인을 즐기며 수다를 떨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가스텔라만 숱한 사람들을 헤치고 힘겹게(?) 그림들을 하나 하나씩 감상을 한다.
클라라를 한눈에 사랑하게 된 그가
연극과 그림 따위에는 전혀 관심도 없던 그가..
배고파 귀찮아 단지 1차원 적인 욕구만 가득했던 그가..
사랑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취향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아마 감독은 '사랑' 은 상대방을 향한 관심과 존중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보다.
잘 몰라도, 자기 취향이 아니어도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고 관심있게 지켜보는 배려심 말이다.
요즘 내게 너무 부족한 것들. 이지만말이지… ㅠ

어찌됐건 까스뗄라의 이런 노력에서인지 둘의 사랑은 해피엔딩을 암시하며 막을 내린다.
영화를 보면서 종반에는 중년의 아저씨의 외도를 응원하는 내 모습이 조금 웃기기도 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어서 인지 해피엔딩을 암시했을 뿐 나락으로 치닫진 않았다.
원래 영화 보며 그런 도덕성과 윤리를 따지는 타입이 아닌데 리뷰의 부담감으로 내용이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아무튼,
10년 이나 걸려 만난 '타인의 취향'
난 마음에 들었음. : )




~
영화 음악. 팻매쓰니. 너무 좋았다. Off Lamp. Wish List 0순위. 짝짝짝..



~
영화관. 아트하우스모모.
영화관 관장(?)의 취향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애를 써봐도 용서할 수 가 없다.
상영관 크기가 협소한 것은 100번 지고 넘어가겠지만, 비좁은 자리와 특히나 앞자리에서는 고문에 가까운 상영거리.
F열 미만 앞줄은 솔직히 돈 받고 영화 보여주기 미안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재개봉관련 예매정보는 여기에….
http://www.cineart.co.kr/wp/archive/db.view.php?mid=132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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