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 The Taste of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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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0년 전 영화를 극장에서 본다는 건 그렇게 흔한 기회는 아니다.
10년 전 나는 열일곱. 생일이 빨랐으니 고등학교 2학년 이었다. 타인의 취향에 관심이 없는 것 뿐만 아니라 내 취향이 뭔지도 몰랐던 시절.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건지.. 10년 후 내 모습을 그려보면 내 미래는 무딘 칼 처럼 흐릿하기 짝이 없었다.





10년 후.
느닷없이 시네큐브에서 재상영을 한다고 하는 '타인의 취향'
여전히 나는 아직 내 취향이 뭔지도 확실히 모르겠고, 10년 후를 생각하면 전보다 더 캄캄해질 뿐이다.
다만 10년 전에 비해 조금 더 신경이 날카롭고 까다로워 졌을 뿐…
위드블로그에서 주최하는 블로거 영화시사회가 당첨이 되어 기쁜 마음도 잠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시사회 상영관이 위치한 이대입구역까지 가는 동안 그렇게 .. 잠시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그때보다는 약간 더 무거워진 몸뚱이와 어두워진 얼굴색을 향한 채 그렇게 영화관으로 향했다.

타인의 취향..
제목부터 시적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 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10년 전부터 타인의 취향 이라는 말은 어쩐지 고상하면서 세련되고 약간 무심한듯 하게 느껴졌다.
프랑스 영화는 참 오랜만이다. 가장 최근에 본 프랑스 영화가 뭐였더라..
가장 기억에 남는 프랑스영화는 '아멜리에'다. '아멜리에' 개봉당시 소녀들 사이에 한참 '아멜리에'붐이 불 정도 였는데.. 요즘도 가끔 ost 를 틀어놓고 아멜리에스러운 몽상을 즐기곤 한다.
고등학교 제2외국어였던 불어는 항상 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배웠던 대부분의 단어는 이미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지만 쥬뗌,쥬마뻴,봉쥬르를 제외한 단어 가운데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단어는 '똥~쀜흐~'다.
무슨 뜻인지 언제 쯤 배웠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발음만은 정확하게 기억한다.
3년을 배운 불어인데 기억에 남는 단어는 고작 하나 '똥~쀜흐~'라니.. 그나마 뜻도 모르고..
다시 영화 이야기로 넘어가서~..






영화는 참 좋았다.

내용은 간단하다. 각각 취향이 다른 세 남녀가 어느 날 갑자기 일상 속에 불어온 봄바람 같은 설레임을 느끼며 아주 작은 계기로 약간씩 변화를 갖게 된다.
이사람 저사람과 인간관계를 갖게 되며 느끼게 되는 취향의 차이. 사랑을 통해 서로 다름을 이해하게 되는 사람들. 그런 이야기 이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10년 전 이 영화를 놓친게 아쉬워 이번 재개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이라면 슬쩍 스킵해 주시길..


첫 장면은 아무 특징 없는 지루한 일상의 대화로 시작한다.
등장인물들의 성향과 취향을 일상적인 면모로 보여주며 각 각을 소개하는데 첫 장면에서 보여준 등장인물들의 성향이 영화 끝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





간단한 등장인물 소개 ~


항상 '배고파'라는 말은 입에 달고 사는 슈가홀릭 귀여운 중년의 콧수염 아저씨 까스텔라,
온 집안을 온통 핑크 꽃무늬로 도배질을 해놓고 사람보다 동물이 더 좋다고 하는 그의 아내
아내는 항상 까스텔라에게 잔소리와 불만을 늘어놓을 뿐. 그의 인생에서 그의 취향은 기본적인 욕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었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남편이지만 집에서는 아내에게 시달리랴, 회사에서는 고문변호사(?)에게 시달리랴, 자동차 창문 1센티미터 만킁의 여유조차 그에게 찾아볼 수 없다.


무시무시한 핑크꽃무늬로 온 집안을 도배해 놓은 아줌마.




그런 그에게 어느날 우연히 다가온 사랑. 클라라
40살의 연극배우인 그녀는 꿈을 향해 연애도 뒷전이지만 처음 연극을 시작하던 20대 때 보다 오히려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다 .
부업으로 영어회화 과외를 통해 콧수염 아저씨 까스텔라를 만나게 되지만 예술 따위에 흥미도 없고 땅딸보에 콧수염까지 기른 그가 못마땅 하기만 하다.
클라라아주머님. 디폴트는 항상 무서운 표정.




까스텔라의 아내 발레리의 운전기사 브루노와 가스텔라 개인 보디가드 프랑크.
브루노는 뭐랄까 캐릭터가 좀 무디다고 해야하나.. 그런 성격인데 무디면서도 외골수 적이기도 하고 전형적인 요즘 남자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반면 프랑크는 약간 마초의 기질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인데 전직 형사로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정치인을 잡아넣으려다 썩어빠진 법제도에 이력이 나버려 경찰생활을 청산하고 보디가드를 한다.
염세적이고 마초적인 인물.








그리고 영화 속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마니.
자유스러운 성격으로 바에서 웨이트리스를 하고, 집에서 몰래 마리화나를 판매하기도 한다.
브루노와 10년 전 하룻밤을 보낸 사이인데 프랑크와 애인 비슷한 사이가 된다.
나중에 찾아보니 마니 역할을 맡은 이 배우의 이름이 '아녜스 자우이'였다. 이 영화의 감독이었다.




영화에서는 서로의 취향 때문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들이 보여진다.
인테리어를 위한 벽지선택에 있어서 취향의 차이, 그리고 갈등
연극을 보면서, 혹은 뛰노는 동물들을 보면서.. 그림을 보면서 그 안에서 느끼는 서로의 취향과 가치관의 차이들..
그렇게 사람들은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고 관계를 이뤄감에 있어 그 차이로 인한 갈등을 겪게 된다.

스토리는 비교적 단조롭게 진행 되는데 영화 속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콧수염 아저씨 가스텔라가 클라라의 친구인 어느 화가의 전시회에 갔던 장면이다.

전시회에 있던 다른 숱한 사람들은 친구의 그림 따위 안중에도 없이 Free 샴페인을 즐기며 수다를 떨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가스텔라만 숱한 사람들을 헤치고 힘겹게(?) 그림들을 하나 하나씩 감상을 한다.
클라라를 한눈에 사랑하게 된 그가
연극과 그림 따위에는 전혀 관심도 없던 그가..
배고파 귀찮아 단지 1차원 적인 욕구만 가득했던 그가..
사랑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취향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아마 감독은 '사랑' 은 상대방을 향한 관심과 존중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보다.
잘 몰라도, 자기 취향이 아니어도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고 관심있게 지켜보는 배려심 말이다.
요즘 내게 너무 부족한 것들. 이지만말이지… ㅠ

어찌됐건 까스뗄라의 이런 노력에서인지 둘의 사랑은 해피엔딩을 암시하며 막을 내린다.
영화를 보면서 종반에는 중년의 아저씨의 외도를 응원하는 내 모습이 조금 웃기기도 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어서 인지 해피엔딩을 암시했을 뿐 나락으로 치닫진 않았다.
원래 영화 보며 그런 도덕성과 윤리를 따지는 타입이 아닌데 리뷰의 부담감으로 내용이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아무튼,
10년 이나 걸려 만난 '타인의 취향'
난 마음에 들었음. : )




~
영화 음악. 팻매쓰니. 너무 좋았다. Off Lamp. Wish List 0순위. 짝짝짝..



~
영화관. 아트하우스모모.
영화관 관장(?)의 취향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애를 써봐도 용서할 수 가 없다.
상영관 크기가 협소한 것은 100번 지고 넘어가겠지만, 비좁은 자리와 특히나 앞자리에서는 고문에 가까운 상영거리.
F열 미만 앞줄은 솔직히 돈 받고 영화 보여주기 미안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재개봉관련 예매정보는 여기에….
http://www.cineart.co.kr/wp/archive/db.view.php?mid=132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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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 Angel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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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 보다 더 추웠던 2월의 초.
명동 중앙극장에 커피 한잔을 사들고 혼자 본 영화.
20세기 초, 성공한 영국의 여류작가 '마리 코렐리'를 소재로 쓰여진 소설 '엔젤' (엘리자베스 테일러 作)을 바탕으로 프랑소와 오종 감독이 작업했다.
이 감독의 작품은 '스위밍 풀'을 접했었는데 독특한 색감과 긴박감 넘치는 연출력, 특히나 여성심리 묘사가 탁월하다고 느꼈다.



20세기 초 영국 촌동네 식료품가게에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엔젤.
자기고집 세고 엉뚱하고 싸가지 없기 까지 한 그녀는 비참한 자신의 일생을 비관하며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녀가 꿈꾸던 삶을 글로 표현하는 데 매진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녀의 꿈은 유명한 작가가 되어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저택에 사는 것.



그녀가 꿈꾸던 파라다이스 저택.
엔젤의 이모는 학교도 거부하고 글쓰기에만 집중하는 그녀에게 그렇게 꿈꾸던 파라다이스에서 허드렛일을 맡게해줄 수 있다 하지만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그녀는 하녀로서 파라다이스에는 절대 발을 들이지 않겠다고 한다.



결국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한 편집장에 의해 그녀의 책은 베스트 셀러가 되고 엔젤은 그토록 바라던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된다.


파격적인 소재와 자극적인 문체로 순식간에 스타작가가 된 그녀.


그토록 원하던 파라다이스를 손에 쥐게 되고


불꽃같은 그녀는 사교계에서도 인기만점.





잘생긴 화가 에스미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의 장단점 하나 가리지 않고 실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사랑한다.
살아가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을 하는 것을 어느 척도로 가늠하랴 치지만 엔젤은 에스미의 전부를 사랑했던것 같다. 단지 그 사랑이 결코 그녀 자신에 대한 사랑 그 이상일 수 만 없었던 것일 뿐.
열정하나로 불타는 삶을 살아가지만 그녀가 사는 삶과 그녀가 꿈꾸는 삶 가운데 스스로를 파멸해가는 엔젤.
스스로를 천국으로 밀어내고 있었지만 실로 그녀가 살았던 삶은 지옥과 천국을 오락가락 했던게 아닌가 싶다.

혼자 보면서 아아주.. 머리가 딱딱 거렸던 영화.
그래도 꽤 좋은 영화다. 런닝타임이 좀 길지만..



생각나는 대사..




스위밍풀에도 나왔던 매력적인 배우 샬롯램플링..
" 그녀를 작가로서 인정할 수 는 없어요. 그러나 여자로서는.. 감탄하고 있어요. "


그리고 또 생각나는 문구..

+ 여성적 나르시시즘.
겉보기에 당당해 보이는 여성이라 하더라도 속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나약한 경우가 많다. 그들은 겉으로는 강인함과 자신감을 표방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콤플렉스와 상처투성이인 여성들, 한쪽 극과 반대쪽 극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성들이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버림받을 것을 두려워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많은 여성들이 자립심과 의존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 「여자의 심리학」배르벨 바르데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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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 - Night and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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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낮을 봤다.
하하하하

웃기는 일이다.
내가 홍상수 영화를 보고 이렇게 키득거리고 웃게 될 줄이야.




홍상수 영화를 처음 접한 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통해서다.
바다색의 파란 배경에 바다색보다 시원한(아니 시원하다못해 아찔하다고 해야겠다) 파란 미니 원피스를 입고 해맑게 웃고 있는 성현아를 비추는 포스터를 보고 겁도 없이 홍상수를 택했던 그때..
영화를 보고나서 한 일주일 동안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른다.
불쾌감과 배반감이 뒤섞여 쉽게 분노가 사그러들지 않았다.
당연한듯 펼쳐지는 기이하고도 시시한 연애스토리들..
'극장전'과 '생활의 발견'을 보게 됐는데 그후에도 오랫동안 '홍상수' 하면 뒷맛이 비릿한 생선구이를 먹은 느낌이었다.

찌질하고 무책임하고 비열하기까지 한 남자캐릭터들
어디내놔도 손색없이 아름답고 잘났지만 그 누구보다 회의적이고 자기학대적이기까지 한 여자캐릭터들을 보며 이 감독은 여자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라고까지 생각했었다.
(혹자는 홍상수 영화의 여자 캐릭터들을 '너무 박애적이다'라고도 하더라 ㅋㅋ)

밤과 낮.
배경은 파리.



여전히 소심하고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유부남 화가 성남.
우연히 대마초를 피우다 걸릴 위기에 처했는데 두려움에 무작정 파리로 도망을 온다.
하는 일 없이 맨날 민박집 주변을 서성이며 저러고 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랑한다 여기는...? 도도하고 섹시한 유학생 유정.

유부남과 유학생의 사랑을 그린 영화고, 부인 역할로는 황수정이 간혹 등장하지만 영화는 대체적으로 그 둘의 이야기를 비춘다.



구두쇠에 도도하고 싸가지 없고 제멋대로인 여자는 찌질하게 들이대는 남자에게 딱잘라 말한다. '전, 여자를 사귀면 사귀지 절대 유부남하곤 안사겨요'




그러나 결국 남자의 찌질하지만 끈질긴 애정공세에 학습이 되어버린건지, 이 여자, 남자가 지나가는 길목에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보란듯이 유혹하기까지 한다.
영화를 보고나니 여자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생각했던 홍상수를 내가 너무 오해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애정공세를 펼치는 남자를 끝없이 밀쳐내면서도 사실은 자신도 모르게 남자에게 따라가고 있는 여자.
사랑에 집착하며 자기보다 잘난 사람은 어떻게든 꼬투리 잡으려는 여자들의 단편적인 그런 싫은 습성들. 현기증을 불러 일으키는..
키득키득 웃으면서도 가슴 한켠이 약간은 찔리는 그런 감정이었다.



파리까지 가서 찍은 영화지만 예전영화에서도 그랬듯 홍상수는 역시 파리조차 홍상수같이 찍어왔다.
루브르, 에펠탑, 개선문도 안나온다.
익숙한 길거리, 빵집, 교포색이 물씬 풍기는 한국식당, 지하철 역... 일상의 그것을 고스란히 담아왔다.
영화 속 남자 대사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이런 아름다움을 당연하듯 누리고 사는 이들이 부럽다' 라고..


성남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 이만 가봐도 되죠?' 라며 불쑥 일어나 자리를 뜨는 유정.


유정의 자취방.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유정의 발을 쳐다보는 성남. 굴을 먹고 있었다.


잘생기고 인기많은 북한 유학생 역할의 이선균. 뜬금없이 팔씨름을 거는 성남.


너무 아름다운 여자다, 그녀를 많이 사랑하는가보다. 라는 성남의 독백이 떠오르는 여자. 유정.


많이 부드러워지고 많이 친절해지고 덜 불편해진 홍상수.
일상의 지겨움에 당연한듯 펼쳐지는 남들의 지긋지긋한 연애이야기.
즐거운 경험이었다.



즐거움에
덧붙여,
홍상수는 관찰력이 뛰어나다.
목부분이 가로로 구겨진 폴로셔츠에 청바지.
언젠가부터 한국남자의 디폴트 차림새가 되었는데 파리에서 딱! 저러고 다닌다. 비닐봉지랑.
구질하기 짝이없다. 심지어 프랑스 거지보다 더 못 차려입었다. ㅋㅋ

덧붙여,
김영호의 나래이션이 압권이다.
그 큰 덩치에 어눌한 말투라니,! 귀엽기 까지 하다.

덧붙여,
박은혜는 귀엽다.
하얀피부에 약간 토실하면서도 섹시하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통통튀는 말투. 포스트 엄정화라고 불러도 손색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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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녀석들 - Wild Ho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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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녀석들.


오랜만에 본 헐리웃 스타일 영화다.
삶에 찌든 중산층 가장 4명이 모여 일상탈출 바이크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인데,
자칫하면 뻔할 수도 있는 구성이었지만 약 한 시간 반 가량을 통쾌하고 웃고 나오면서 잠시 모든 잡생각을 뒤로할 수 있었다.



왕년에는 잘나갔지만 이제는 가족과 생활의 안정을 위하여 치과 의사가 된 더그. 12년 동안 치과에 얽매어 휴가 한번 제대로 떠나지 못한 그의 일상은 지루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다. 집에 가면 토끼같은 와이프와 다람쥐 같은 아들놈이 있지만 그들 눈에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나약하고 약한 존재일 뿐이다.
소설가를 꿈꾸지만 생활고와 와이프 바가지에 시달리며 화장실 수리를 하는 바비.
슈퍼모델 아내와 잘나가는 로펌 변호사인 바비는 남부러울 것 없이 살던 폼생폼사 스타일이었지만 하루아침에 파산하고 슈퍼모델 아내도 그의 곁을 떠나게 된다.
마지막 컴퓨터 프로그래머 전형적인 Geek! 하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중년 더들리.




이 네명의 유일한 낙은 넷만의 바이크 모임인 '와일드 호그'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를 타고 멋들어지게 바이크 바에 가서 맥주 한잔 하는 생활을 하던 그들 와일드 호그는 어느날 갑자기! 목적도 행선지도 없는 무전 여행을 떠나게 된다.
티격태격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떠난 여행에서 그들은 예기치 못한 상대 델퓨에고 갱단의 위협에 맞서 그야 말로 갈때 까지 가버리는 여정을 겪게 된다.
델퓨에고 갱단은 전형적인 집시스타일의 바이크 갱단인데, 그들 눈에 비친 와일드 호그는 겉멋들은 중년이 자유와 뽀대(?)의 바이크 정신을 해친다 하여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이제는 이가 빠진 너구리 격의 와일드 호그와 성난 호랑이 격의 델퓨에고 갱단.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들이 겪게 되는 현실보다 무서운 현실.
결국, 이런 저런 고생 끝에 중년의 와일드 호그는 델퓨에고를 물리치고 자유와 일탈을 만끽하고 자신과 가정, 위상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게 된다.

누군가는 자신을 찾기 위해,
누군가는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누군가는 마누라의 잔소리부터 벗어나기 위해 떠난 그들의 통쾌한 여행.
영화는 2시간 가량 나를 그 일탈속에 폭 빠지게 해 주며 일상 속의 자잘한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나로 부터 벗어나게 해 주었다. 
지난 3월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누렸다던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이런 이유였으리라.
미국에서도 특히 중장년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던 이 영화, 거친녀석들
다른 누구보다도 부모님께 추천해 드리고 싶은 영화다.


제목: <거친 녀석들> - 원제:Wild Hogs
감독: 월트 베커
출연: 팀 알렌, 존 트라볼타, 마틴 로렌스, 윌리엄 H. 메이시
장르: 코미디
러닝타임: 99분
관람등급: 12세 관람가
수입/배급: 한국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 (주)
개봉일: 8월 30일 [씨너스 단독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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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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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세계 환상문학상 소설부분 수상작

향수(Perfume)
by Patrick Suskind

사실, 지난 번 원작을 나름 감명깊게 읽었던 터라 원작의 여운을 해칠까봐 보기 꺼려졌었다.
내가 책을 구입했을 당시만 해도 '영화화되었다'라는 점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었긴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내용을 책으로 쓸까? 라고 생각했었다.

영화 '향수'를 보고나서 개인적으로 느낀점은..  원작에 정말 충실했다. 라는 점이다.
히트 친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는 건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이다.
원작의 팬들과 원작을 영화로 처음 접하는 관객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니까..

내가 가장 주의 깊게 봤던 점은
원작자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특유의 문체와 심리묘사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영화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태어날 때 부터 냄새가 없는 아이. 더럽고 추악한 중세시대 파리 시장골목의 역겨운 냄새를.
그 냄새만큼이나 추악한 욕심많은 인간들. 그 안에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주인공을.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할까..

영리하게도 영화는 영화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소설 '향수'를 그려냈다.
(여기다 쓰면 왠지 스포일러 일 것 같아 그냥 넘어가기로..)
거기다 원작에서 조차 조금 부족하다 싶을 설정을 약간의 멜로적인 요소를 청부하여 여러사람의 공감을 얻어내는 친절함 까지도 발휘했다.

(아래는 약간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음)

영화를 보며..
원작을 본 사람들과 안 본 사람들이 느끼는 차이점을 몇 가지 집어보자면..

1. 마지막 13번째 아가씨에 대하여..
원작에서 13번째 아가씨에 대해 조금 자세히 다루기는 했지만 그루누이가 13번째 아가씨를 살인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그는 '사랑'이란 감정 자체를 모른다. 사랑을 알고싶고 사랑받기 위해 그는 향수를 만들었고 그러기 위해서 그는 그녀가 꼭 필요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위해 그르누이가 13번째 아가씨를 죽일 때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처음 접한 사람들은 '그녀만큼은 사랑의 힘으로 죽이지 말아~' 라 생각하게 된다.

2. 문제의 '라스트 광장씬'에 대하여..
원작을 보고 영화 엔딩을 그대로 영화에서 쓰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문제의 부분 역시 어색하지 않게 잘 풀어낸 것 같다.
나는 엔딩을 알고 봐서 그런지 '문제의 광장씬'에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에 그리 놀라지 않았는데 처음 본 사람들은 엄청 충격적이었다고 하더라.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광장씬의 그 많은 사람들이 좀더 동물적이고 추악하게 그려졌었으면.. 하기도 했다.

3. 주인공이 너무 잘 생겼다? 너무 무섭다??
원작의 주인공 그루누이는 곱추에 절름발이에 곰보.. (?)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인물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원작의 그루누이 치곤 너무 잘생겼다.
그래도 화면에서는 항상 그림자를 따라 어둠속에 파묻혀 있던 탓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주인공이 너무 섬뜻하고 무섭다고들 했다.



영화를 본 사람, 원작을 본 사람 모두 향수라는 작품은
책을 먼저 읽어도 영화를 먼저 봐도 무방할 거라고 생각한다.
책을 먼저 읽었으면 잘 만들어진 영화판을 접하니 좋을 것이고,
영화로 접한 사람들은 작가의 원작을 통해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를 다시 한번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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