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세계 환상문학상 소설부분 수상작 향수(Perfume) by Patrick Suskind 사실, 지난 번 원작을 나름 감명깊게 읽었던 터라 원작의 여운을 해칠까봐 보기 꺼려졌었다. 내가 책을 구입했을 당시만 해도 '영화화되었다'라는 점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었긴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내용을 책으로 쓸까? 라고 생각했었다. 영화 '향수'를 보고나서 개인적으로 느낀점은.. 원작에 정말 충실했다. 라는 점이다. 히트 친 원작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는 건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이다. 원작의 팬들과 원작을 영화로 처음 접하는 관객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니까.. 내가 가장 주의 깊게 봤던 점은 원작자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특유의 문체와 심리묘사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영화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태어날 때 부터 냄새가 없는 아이. 더럽고 추악한 중세시대 파리 시장골목의 역겨운 냄새를. 그 냄새만큼이나 추악한 욕심많은 인간들. 그 안에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주인공을.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할까.. 영리하게도 영화는 영화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소설 '향수'를 그려냈다. (여기다 쓰면 왠지 스포일러 일 것 같아 그냥 넘어가기로..) 거기다 원작에서 조차 조금 부족하다 싶을 설정을 약간의 멜로적인 요소를 청부하여 여러사람의 공감을 얻어내는 친절함 까지도 발휘했다. (아래는 약간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음) 영화를 보며.. 원작을 본 사람들과 안 본 사람들이 느끼는 차이점을 몇 가지 집어보자면.. 1. 마지막 13번째 아가씨에 대하여.. 원작에서 13번째 아가씨에 대해 조금 자세히 다루기는 했지만 그루누이가 13번째 아가씨를 살인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그는 '사랑'이란 감정 자체를 모른다. 사랑을 알고싶고 사랑받기 위해 그는 향수를 만들었고 그러기 위해서 그는 그녀가 꼭 필요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드라마적인 요소를 위해 그르누이가 13번째 아가씨를 죽일 때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처음 접한 사람들은 '그녀만큼은 사랑의 힘으로 죽이지 말아~' 라 생각하게 된다. 2. 문제의 '라스트 광장씬'에 대하여.. 원작을 보고 영화 엔딩을 그대로 영화에서 쓰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문제의 부분 역시 어색하지 않게 잘 풀어낸 것 같다. 나는 엔딩을 알고 봐서 그런지 '문제의 광장씬'에서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에 그리 놀라지 않았는데 처음 본 사람들은 엄청 충격적이었다고 하더라.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광장씬의 그 많은 사람들이 좀더 동물적이고 추악하게 그려졌었으면.. 하기도 했다. 3. 주인공이 너무 잘 생겼다? 너무 무섭다?? 원작의 주인공 그루누이는 곱추에 절름발이에 곰보.. (?)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인물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원작의 그루누이 치곤 너무 잘생겼다. 그래도 화면에서는 항상 그림자를 따라 어둠속에 파묻혀 있던 탓에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주인공이 너무 섬뜻하고 무섭다고들 했다. 영화를 본 사람, 원작을 본 사람 모두 향수라는 작품은 책을 먼저 읽어도 영화를 먼저 봐도 무방할 거라고 생각한다. 책을 먼저 읽었으면 잘 만들어진 영화판을 접하니 좋을 것이고, 영화로 접한 사람들은 작가의 원작을 통해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를 다시 한번 접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