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 - Night and Da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밤과낮을 봤다.
하하하하

웃기는 일이다.
내가 홍상수 영화를 보고 이렇게 키득거리고 웃게 될 줄이야.




홍상수 영화를 처음 접한 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통해서다.
바다색의 파란 배경에 바다색보다 시원한(아니 시원하다못해 아찔하다고 해야겠다) 파란 미니 원피스를 입고 해맑게 웃고 있는 성현아를 비추는 포스터를 보고 겁도 없이 홍상수를 택했던 그때..
영화를 보고나서 한 일주일 동안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른다.
불쾌감과 배반감이 뒤섞여 쉽게 분노가 사그러들지 않았다.
당연한듯 펼쳐지는 기이하고도 시시한 연애스토리들..
'극장전'과 '생활의 발견'을 보게 됐는데 그후에도 오랫동안 '홍상수' 하면 뒷맛이 비릿한 생선구이를 먹은 느낌이었다.

찌질하고 무책임하고 비열하기까지 한 남자캐릭터들
어디내놔도 손색없이 아름답고 잘났지만 그 누구보다 회의적이고 자기학대적이기까지 한 여자캐릭터들을 보며 이 감독은 여자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라고까지 생각했었다.
(혹자는 홍상수 영화의 여자 캐릭터들을 '너무 박애적이다'라고도 하더라 ㅋㅋ)

밤과 낮.
배경은 파리.



여전히 소심하고 우유부단하고 무책임한 유부남 화가 성남.
우연히 대마초를 피우다 걸릴 위기에 처했는데 두려움에 무작정 파리로 도망을 온다.
하는 일 없이 맨날 민박집 주변을 서성이며 저러고 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랑한다 여기는...? 도도하고 섹시한 유학생 유정.

유부남과 유학생의 사랑을 그린 영화고, 부인 역할로는 황수정이 간혹 등장하지만 영화는 대체적으로 그 둘의 이야기를 비춘다.



구두쇠에 도도하고 싸가지 없고 제멋대로인 여자는 찌질하게 들이대는 남자에게 딱잘라 말한다. '전, 여자를 사귀면 사귀지 절대 유부남하곤 안사겨요'




그러나 결국 남자의 찌질하지만 끈질긴 애정공세에 학습이 되어버린건지, 이 여자, 남자가 지나가는 길목에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보란듯이 유혹하기까지 한다.
영화를 보고나니 여자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생각했던 홍상수를 내가 너무 오해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애정공세를 펼치는 남자를 끝없이 밀쳐내면서도 사실은 자신도 모르게 남자에게 따라가고 있는 여자.
사랑에 집착하며 자기보다 잘난 사람은 어떻게든 꼬투리 잡으려는 여자들의 단편적인 그런 싫은 습성들. 현기증을 불러 일으키는..
키득키득 웃으면서도 가슴 한켠이 약간은 찔리는 그런 감정이었다.



파리까지 가서 찍은 영화지만 예전영화에서도 그랬듯 홍상수는 역시 파리조차 홍상수같이 찍어왔다.
루브르, 에펠탑, 개선문도 안나온다.
익숙한 길거리, 빵집, 교포색이 물씬 풍기는 한국식당, 지하철 역... 일상의 그것을 고스란히 담아왔다.
영화 속 남자 대사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이런 아름다움을 당연하듯 누리고 사는 이들이 부럽다' 라고..


성남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 이만 가봐도 되죠?' 라며 불쑥 일어나 자리를 뜨는 유정.


유정의 자취방.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유정의 발을 쳐다보는 성남. 굴을 먹고 있었다.


잘생기고 인기많은 북한 유학생 역할의 이선균. 뜬금없이 팔씨름을 거는 성남.


너무 아름다운 여자다, 그녀를 많이 사랑하는가보다. 라는 성남의 독백이 떠오르는 여자. 유정.


많이 부드러워지고 많이 친절해지고 덜 불편해진 홍상수.
일상의 지겨움에 당연한듯 펼쳐지는 남들의 지긋지긋한 연애이야기.
즐거운 경험이었다.



즐거움에
덧붙여,
홍상수는 관찰력이 뛰어나다.
목부분이 가로로 구겨진 폴로셔츠에 청바지.
언젠가부터 한국남자의 디폴트 차림새가 되었는데 파리에서 딱! 저러고 다닌다. 비닐봉지랑.
구질하기 짝이없다. 심지어 프랑스 거지보다 더 못 차려입었다. ㅋㅋ

덧붙여,
김영호의 나래이션이 압권이다.
그 큰 덩치에 어눌한 말투라니,! 귀엽기 까지 하다.

덧붙여,
박은혜는 귀엽다.
하얀피부에 약간 토실하면서도 섹시하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통통튀는 말투. 포스트 엄정화라고 불러도 손색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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