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여자들은 결혼하면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적당한 신랑감을 찾기 원한다는 이유로 공직에서 열외 취급을 받았고,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신사가 짠 하고 마법처럼 나타나면) 소지품을 챙겨서 가정이라는 새로운 인생을 찾아 집으로 떠나야 했다. 이 법은 ‘기혼자 퇴직법‘으로 불렸지만 여자에게만 적용됐기 때문에 ‘유부녀 퇴직법‘이 더 정확한 명칭일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가령 타이피스트는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여성이 결혼을 해도 계속 남아서 일을 할 수있었다. 대신 임시직에다가 재정지원 혜택이나 연금은 없었다.
교사도 약간 다른 적용을 받았다. 교사는 주정부에 고용된 형태였지만, 대체로 연방정부법도 주정부법과 비슷했다. 하지만 교육은 이상할 정도로 여성 의존성이 강한 분야였고, 휘날리는 색종이 조각 속에서 여성이 대거 이탈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한 국가의 교육 시스템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래서 많은 주에서 결혼한 여교사들은 정교사 자리를 내놓는 대신 ‘임시‘ 교사로 재임용되었다. - P154
여자 둘이 서로 경쟁 상대인 경우, 즉 한 여자는 아이가 있고 다른 여자는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이력서로 쉽게 추론해낼 수 있을 때 아이가 있는 여자를 능력 면에서 살짝 떨어지는 것으로 간주했다.
또한 일에 대한 헌신도에서도 상대 여자보다 낮게 평가했다. 아이가 있는 여자를 채용에 적합한 인물로 꼽은 비율은 47퍼센트였지만, 아이가 없는 여자는 84퍼센트가 채용을 적극 권장했다. 아이가 있는 여자의 권장 초봉은 평균 13만 7,000달러였고 아이가 없는 여자는 14만 8,000달러였다. 아이가 있는 여자를 응답자의 69퍼센트가 잠재적인 관리잣감으로 여겼지만, 아이가 없는 여자의 장기적 가능성에는 84퍼센트가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아이가 있는 남자와 아이가 없는 남자의 경우에는 실험 참가자들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아이가 있는 남자를 아이가 없는 남자보다 능력 면에서 조금 더 뛰어나다고 여겼다. 아이가 있는 남자는 일에 대한 헌신도도 더욱 높을 것으로 기대했다. 권장 초봉은 평균 15만 달러였는데,
두 명의 여자 지원자보다도 높은 액수였고 초봉을 14만 4,000달러로 결정한 아이가 없는 남자보다도 높았다. 아이가 없는 남자는 아이를 빼고는 자격 조건이 모두 동일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93.6퍼센트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아이가 있는 남자를 미래의 관리잣감으로 여겼다. 반면 아이가 없는 남자는 응답자의 85퍼센트만이 승진을 시켜도 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아이의 존재는 여성이 직업을 가질 확률을 떨어뜨렸고,
신뢰도나 승진 가능성에서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반적으로 적합성이 하락했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남성은 가정을 이룬 사실이 경쟁 우위로 작용했다. 묘하게도 여성에게는 조심스럽게 밝힌 아이의 존재가 헌신성 부족이나 승진 자격 미달 등의 의혹을 가져온 반면, 남성에게는 아이의 존재가 그런 의혹을 한번에 해결해주었다. - P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