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폐지하라 -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한 세계를 상상하는 법
소피 루이스 지음, 성원 옮김 / 서해문집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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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론타이는 여기서 말한 "일하는 여성들"에게 장엄한 무언가를 요구한다. 그는 "내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협소하고 배타적인 애정은 위대한 프롤레타리아 가정의 모든 아이에게 확장되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요컨대 붉은 사랑, "사회적 사랑: 숱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다수의 사랑"이라는 지구적 차원의 반란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한 것이다. - P93

전설적인 출판물 《성적으로 해방된 한 여성공산주의자의 전기 Autobiography of a Sexually Emancipat-ed Communist Woman》(1926)에서 밝히듯 섹스를 출산에서 독립시키고, 여성과 남성의 임금을 동일하게 만들고, 무료 탁아소를 세우고, 가족을 폐지하자는 콜론타이의 의제에 대한 당의 지원은 대단히 형편없었다. 특히 "모성과 육아를 국가가 전담하게 하려는 나의 노력은 … 광적인 공격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론타이는 프롤레타리아트 재생산 해방정치-이네사 아르망과 클라라 체트킨 같은 인물들 역시 지지한—를 레닌의 책상 위에 잠시나마 올리는 데 성공했다. 어쨌든 콜론타이는 핀란드를 백군에게 양도하기로 한 브레스트-리토프스크 조약을 비준한 데 대해 동지들이 좌익 공산주의적 입장에서 항의하는 의미로 물러나기 전까지, 잠깐 동안은 첫 소비에트 정부의 인민사회복지 정치위원이었다. 콜론타이의 가장 이름난 업적은 1918년 아르망과 함께 제노텔Zhenotdel, 즉 당 여성부를 만들고 임신중단을 합법화한 것이었다. - P96

스스로를 미국여성해방운동의 개척자이자 이론가로 지칭했던 파이어스톤은 "인공두뇌 기반의 사회주의하에서 노동력 자체를 폐지"하고 "출산과 양육의 역할을 남녀를 아우르는 사회 전체에 확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계 포궁을 이용한 체외발생은 이 사변적인 그림의 일부로 악명을 떨쳤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파이어스톤은 여성이 아이들과 자기 자신을 자본주의적 가부장제로부터 해방시켜, 기술을 장악하고, 일터의 폭압을 일소하고, 노동(심지어는 가능한 선에서 재생산노동까지도)을 자동화하고, 근친상간의 금기를 떨치고, 놀이와 사랑과 섹슈얼리티가 아무런 구애 없이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P102

파이어스톤은 자신보다 먼저 살았던 콜론타이보다도 훨씬 용감하게 "사랑을 타도하자" ㅡ그러니까 현존하는 사랑을ㅡ고 말하면서도, 이성애와 동성애를 넘어선 "건강한 트랜스 섹슈얼리티"가 오기를 열망했다. 그에 따르면 이 트랜스 섹슈얼리티는 사회 전반에 에로티시즘을 확산시킴으로써 그 의미를 탈바꿈할 것이다. 콜론타이처럼 파이어스톤은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한 더 나은 사랑, 붉은 사랑을 목표로 삼았다. - P109

슬로건은 이렇게 촉구했다. 전 연령의 여성이여, 당신의 임금을 걷으라! 가사노동을 위한 임금은 "모든 정부"에 "통보"했다. 이들은 여성이 만들어내는 모든 돈을 "완전히 그리고 소급해서"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가사노동을 위한 임금은 숱한 여성들이 자기 집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대한 관점을 담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표현을 제시했다. "그들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그것이 무급노동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무급 육아, 노인 돌봄, 가사노동, 섹스, 감정노동, 아내 노릇이 사랑의 표현일 수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투사들은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관계와 활동이 노동으로 전환되는 것만큼 우리 삶을 효과적으로 질식시키는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달리 말해서 문제는 자본주의하에서 사적인 가정을 돌보는 일은 종종 사랑하려는 욕구의 표현이지만 동시에 숨통을 조이는 노동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남성 상사나 남편, 아빠 같은 개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은 돌봄노동자들이 가족 형태 속에서 맞닥뜨리는(그리고 그들이 가하는) 폭력이 얼마나 교묘한지를 시사한다. 유급이든 무급이든 가정부와 어머니가 여전히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노동자로 인정받는 것이 착취를 끝내기 위한 사전 단계이자, 나아가 콜론타이가 생각했던 새롭고 다른 형태의 사랑, 가족을 넘어선 사랑을 알아가기 위한 사전단계인 이유다. - P121

오브라이언에게 있어서 "샤를 푸리에는 유쾌하게 변태적인 공상과학 작가였고, 퀴어친화적인 미래의 코뮨을 상상할 수 있는 영감을 제공했다." 그는 푸리에에 대한 짤막한 글에서 1600명 규모의 팔랑스테르를, 런던 중심의 모임 ‘세상의 성난 노동자들‘이 2016년에 내놓은 "200~250명으로 이루어진 가정의 단위"에 대한 제안과 비교한다. 오브라이언은 성난 노동자들이 제안한 200명 정도의 규모가 "합리적이고 어쩌면 더 바람직하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200명은 작지 않은 크기의 아파트 건물 하나, 또는 학교나 다른 센터 하나를 중심에 놓고 모인 단독주택 여러 채, 또는 작은 아파트 건물로 이루어진 한 구역일 수 있다. 규모 있는 집단을 위한 조리의 흐름을 감안했을 때 공유 주방은 자연스러운 초기 크기를 결정할 것이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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