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 목숨 걸지도 때려치우지도 않고, 일과 나 사이에 바로 서기
황선우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팀을 이끄는 자리를 경험해보면서 나도 알게 되었다. 물론 완성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관리자 입장에서는 100%를 해내려고 끝의 끝까지 붙들고 있다가 시한을 넘기는 사고를 치거나 스스로를 번아웃에 빠뜨리는 완벽주의자보다는 80% 정도의 결과물이라도 언제나 예측할 수 있을 때 안정적으로 내놓는 팀원과 일하는 게 훨씬 수월하다. 수월할뿐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서로 결과에 대해 피드백하면서 일을 더 낫게 만들 수도 있다. 한 사람이 자기 나름의 완벽주의에 대한 집착을 약간 내려놓는 일이, 결과적으로 더 큰 완벽함을 이루는 길이 되는 셈이다. - P32

일하는 분야가 각기 다르지만 이들에게서 외부 권위나 평가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동기부여하는 자발성, 환경이 완벽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일단 해보는 실행력,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고 수정하는 유연함과 회복 탄력성을 공통적으로 발견한다. - P38

중간 관리자 레벨부터 서서히 리더십을 연습할 기회가 온다. 똑똑한 주니어들이 허덕이는 시니어가 되는 비극이 흔하게 벌어지는 게 이때다. 뛰어난 실무자이지만 서툰 리더들은 자기만큼 일을 잘하는 후배가 없다고 생각하며, 일을 맡겨두고 기다리는 시간을 아까워한다. 가져온 결과물이 눈에 차지 않을 게 뻔한데, 그때마다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것보다 내가 해버리는 게 빠르기 때문이다. 일 욕심이 많아서 자기 몫의 일을 잘 나눠주지도 않는다. 결국 아래에 사람을 뻔히 두고 써먹지도 못하고, 자기 일을 줄이는 데도 실패한다. 관리해야 할 팀원이 고작 두세 명이라면 모르겠지만, 언젠가 이삼십 명의 팀을 이끌고 큰일을 해야 할 때도 ‘내가 해버리고 말지’를 고수할 구 있을까? 후배들이 자기만큼 못해내는 건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무자의 자아를 내려놓고 위임의 기술을 연마하는 게 관리자 커리어의 중요한 시작이다. - P58

일할 때의 거절은 내 영역을 지키겠다는 선긋기다. ‘철벽을 친다‘라는 표현은 대개 사람을 묘사할 때 부정적으로사용되지만, 반대로 경계선이 아예 없는 사람을 부르는 다른 말은 아마 ‘호구‘일 것이다. 좋은 사람과 쉬운 사람은 다른데, 거절을 못하다 보면 어느새 주변에 쉬운 사람이 되어있기가 쉽다. 그리고 쉬운 사람이 반드시 좋은 사람은 아니다. 일 잘하는 사람일 확률은 더 낮다. - P89

정세랑 소설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이 역시 일을 선별할 때 아주 명쾌한 기준이다. - P93

왕년의 자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보다 일하는 사람을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에 집중하는 이야기는 함께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스스로를 전지적 주인공 시점에 놓는 대신 일의 풍경 속에 일부로 인식하고 묘사하는 관점은 허세스럽지 않으며 그래서 쉽게 초라해지지도 않는다. - P154

‘40대가 좋다‘고 말할 때 마냥 꽃길만 걷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일에 대한 책임감은 점점 커지고, 새로운 시도 앞에 생각이 많아지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냥 낙관적이기는 어렵다. 아직 크게 아픈 곳은 없지만 체력도 점점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성년이 된 이후로 20년 이상 살아온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나와 세상에 관한 빅데이터에서 힘을 얻는다.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더 잘 알게 되며, 남들의 눈치를 덜 보면서 원하는 걸 명확하게 추구할 수 있다. 오래 보고 익숙한 내 몸이나 외모에 대해 편안해진다. 예상 밖의 나쁜 일들도 겪어봤기에 세상이나 타인에 대해서 포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유연하게 대처할 여유와 회복력이 생긴다. 내가 쌓아온 업무의 전문 영역과 네트워크 속에서 잘할 수 있는 일들의 감각이 더 단단해진다. 앞으로도 더 넓은 세상 속에서, 좀 더 자유롭게 움직여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이 있다. - P1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